C75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49화
현재 6회차 견하준이 떠맡고 있는 가장 큰 부담은 바로 내 기억이었다.
비록 지금까지 봐 왔던 내 기억을 견하준의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견하준이 다시 기억의 루프로 돌아가지 않도록 할 수는 있었다.
내가 내 기억을 모두 돌려받는다면.
드디어 이 질문을 하냐는 듯한 얼굴로 견하준이 웃었다.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담긴 미소였다. 견하준도 질의응답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나 보다.
“네가 키워드를 찾으면, 그러면 지금까지의 기억을 돌려받을 수 있어.”
이제 버그 속 기억을 본답시고 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차연호가 했던 말과도 겹치는군. 그 자식 키워드는 숙주였댔나. 내 키워드는 대체 뭐길래 내가 지금까지 떠올리지 못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키워드는 이번 히든 퀘스트에서 시스템이 찾으라고 내건 것이었다. 아마 시스템도 이 정도면 충분히 내가 기억들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거겠지.
뭐, 가장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죽는 기억 봤으면 나머지 기억이야 달달하게 느껴지지 않으려나 싶었다. 실제로도 그 기억을 보고 난 이후로는 딱히 다른 기억들이 막 완전 충격!으로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대화는 충분히 한 것 같은데 시스템이 아직도 퀘스트 달성 창을 띄우지 않는 건, 지금까지 수고해 온 견하준에게 유예 기간을 주는 건가, 아니면 대화가 아직도 충분하지 않은 건가.
“괜찮겠어?”
견하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참,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원래 내가 감당했어야 할 몫을 네게 떠넘긴 건데도, 후련하게 기꺼이 내게 다시 떠넘기진 못할망정.
“네가 기억을 떠안아 준 덕분에 이제 충분히 회복됐어. 기억의 파편을 봐도 이전처럼 그 기억들에 휘둘리지도 않고, 그 기억들이 이제는 내 음악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고.”
6년의 세월은 결코 짧지 않았다. 기억은 파편으로 내게 제법 돌아왔고, 중요하거나 무거운 기억들은 이미 내게 있었다.
그리고 그 6년이라는 세월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나를 유리시키는 데에 충분했다. 망가지지 않은 불완전한 1회차의 기억만으로 여기까지 왔고, 조각처럼 흩뿌려진 기억으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훌륭한 반면교사가 됐지, 하하.”
그러니 이제는 정말로 충분했다.
원래대로였으면 오늘의 질문은 여기에서 끝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묻지 않고는 넘어가지 못할 질문이 하나 남아 있었다.
뒷머리만 하염없이 거칠게 쓸어올리다가 느릿하게 물었다.
“그렇게 내가 기억을 돌려받으면 그 기억 속에 있는 너는… 자유로워지냐?”
이번 예능 촬영에서, 홀로 가지지 못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쓸쓸한 표정을 짓는 견하준을 보며 깨달았다.
10을 쌓아 올린 세계에서 홀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견하준은 0에서부터 새로이 쌓아 올린 나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따지자면 나는 황무지에서 밭을 직접 개간한 거고, 견하준은 황무지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떠났다 돌아와 보니 갑자기 번듯한 밭이 생겨 있는 상황 아닌가.
어느 곳이든 마음 놓고 있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 버린 6회차 견하준에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주고 싶었지만, 그게 6회차 견하준의 소멸만은 아니길 바랐다.
견하준이 대답 없이 웃었다.
그 무언의 웃음에 무언의 대답이 묻어 나왔다.
[▷키워드 찾기 ✓
▶6회차 견하준과 대화를 나누는 걸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의 기억’이 주어집니다.]
타이밍 한번 참 기가 막히게도 드디어 퀘스트 완료창이 떴다.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때에.
보상으로 받은 저 기억을 본다면 키워드를 찾고 견하준이 대신 떠안고 있던 내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건가.
그리고, 그렇게…
아아니, 그런데 보상으로 줬으면 이놈의 네모는 지우고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무슨 기억인 줄 알고 대뜸 보라고 들이미는 거야? 어?
고개를 휘저어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상태창을 날리고 몸을 일으켰다.
“내일도 스케줄 있으니까 좀 쉬어. 오늘 예능 촬영하느라 힘들었잖아. 그 전날에는 족집게 강의에 레브 일대기 찾아보기까지 했고.”
“힘들긴 네가 더 힘들었지. 물 맞고, 나 대신 흑기사 해 주고.”
“엉?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견하준은 어쨌건 예능 촬영에서 벌칙을 다 피해 갔다는 걸 상기하고 볼을 긁적였다.
“쉬어라.”
이제는 6회차 견하준의 전용 인사로 자리 잡아 버린 인사말을 내뱉고 방에서 나왔다.
대체 누구한테 이걸 털어놓을 수 있겠냐고.
김도빈은 6회차 견하준을 선귀라고 알고 있을뿐더러 딱히 도움 안 되는 씹덕 같은 조언만 해 줄 것 같아서 패스고, 서예현과 류재희는 절대 안 된다. 저 둘이 나를 김도빈이랑 동류로 생각하게 둘 수 없었다.
이 미친 초자연적 현상을 공유하고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차연호였지만, 차연호가 내게 도움 되는 조언을 해 줄 거라곤 생각도 안 했다. 오히려 망하는 길로 이끌면 몰라.
그리고 그 미친놈은 이전 회차의 케이제이를 깨우는 방법을 내게 알려 달라고 들러붙고도 남을 놈이었다. 아닌가? 케이제이가 이전 회차 기억 못 찾게 어떻게 하면 되냐고 귀찮게 굴려나?
차연호의 행동을 예상할 수준으로 차연호에게 관심이 있진 않았다 보니 나도 차연호가 뭘 선택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 무엇을 선택할지도 딱히 궁금하진 않았다.
길디긴 채팅창의 목록을 쭉 내리고 올리가를 반복하며 고민하다가 결국 한 곳에서 멈췄다.
[형]
[상담할 거 있는데 상담해도 돼?] 오전 12:32
[용철이형- 무슨 일 있냐?] 오전 12:36
5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한 답장에 픽 웃었다. 우리 용철이 형, 언제 이렇게 커서 내 상담역도 다 해 주고.
* * *
오늘자 스케줄을 모두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대신 용철이 형의 작업실로 향했다. 익숙하게 소파에 털썩 앉아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기왕 조언 들을 거, 용철이 형이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시리어스함을 깔아놔야 할 것 아닌가.
“진짜 왜 이래? 멤버들이랑 싸우기라도 했어? 친구랑 싸웠어? 아니면 네 비트로 낸 형진이 곡이 유피한테 순위랑 평가 따라잡혀서?”
그랬군. 유피가 최형진 목을 또 땄군. 짜식, 비트 한번 기깔나게 뽑아 줬더니 이걸 지네.
유피의 랩스타일과 곡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제법 뚜렷했기에 이해는 갔다. 최형진이 안주하지 않고 더 분발해야지 어쩌겠는가.
내가 최형진의 페이스메이커는 못 되어 주겠지만 말이다. 알아서 쫓아와야지, 내가 옆에서 페이스 맞추면서 달려줘야 해?
침묵이 길어질수록 용철이 형의 눈에 서린 걱정도 깊어졌다. 오케이, 저 정도면 충분히 진지하게 내 질문에 답해 줄 것 같았기에 분위기 조성을 멈추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형이랑 손절 친 윤이든이 내 몸을 차지하고 있으면 형은 어떨 것 같아? 그런데 형은 나랑 손절 친 기억이 있어.”
“이것도 무슨 방송 촬영이냐…?”
용철이 형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데뷔 페이크다큐멘터리의 설정도 이해하지 못하던 이 형한테 허들이 너무 높았나.
카메라를 찾는지 고개를 휘휘 저어대는 용철이 형의 눈앞에 손을 내저었다.
“들어 봐 봐, 형. 내가 형이랑 이상한 오해로 손절을 했어? 그런데 시간이 돌아갔어. 형은 과거를 기억하고 나는 그 과거를 기억을 못해. 그런데 갑자기 내 몸에 과거의 윤이든이 씌인 거야. 귀신 씌인 것처럼! 뭔지 알겠지?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이거 무슨 상황극이야?”
이렇게 친절한 설명에도 용철이 형은 전혀 이해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이런 씹덕 설명은 김도빈이 참 잘하는데. 김도빈을 데려올 걸 그랬나…
하지만 김도빈도 현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진 못하다는 걸 깨닫고 어떻게든 용철이 형한테 현 상황을 이해시켜보기 위해 거듭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너랑 내가 손절을 했는데, 손절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갔다는 거 아니냐. 나는 너랑 손절한 기억이 있고, 너는 없고.”
“맞아, 바로 그거야!”
드디어 용철이 형이 여기까지 이해를 했다. 나한테 일타강사의 재능이 있는 것도 같았다. 족집게 강의를 실패하며 사그라들었던 직업적 자신감이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너랑 손절한 과거를 후회해서 이번에는 손절 안 하고 잘 지냈다고.”
“어어, 그거 맞아. 잘 이해하고 있어.”
“그런데 갑자기 어느날 너한테 손절한 과거의 네가 씌였다고? 과거의 너는 이번에 내가 너랑 손절 안 하고 잘 지내는 줄은 모르고?”
“브라보! 완벽하게 이해했어, 형!”
환희의 박수갈채를 보내자 용철이 형이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런 쓸데없는 가정을 대체 그렇게 분위기까지 잔뜩 잡아 가면서 왜 하는 거야?”
첫째, 그 쓸데없는 가정이 댁이 제일 아끼는 동생이 처한 상황이고.
둘째, 우리는 진짜 손절을 한 과거가 있다고, 형님. 뒤집어서 리버스 상황이 되면 우리가 겪었던 상황이라고. 이런 가슴 아픈 과거가 있는데 쓸데없는 가정이라니.
“선택을 해 봐. 과거 윤이든이랑 현재 윤이든은 공존할 수 없어.”
“너 이제 부업으로 무슨 드라마 작가 하게? 네 친구, 거 누구냐… 하준이? 걔한테 네가 쓴 곡 가이드녹음 맡기는 것도 모자라서 그 친구에게 네가 쓴 드라마 주연도 맡기려고? 어엉? 맨날 드라마 촬영장 간 사진이나 올리더니.”
용철이 형이 이렇게 알아서 내가 이런 걸 묻는 서사를 지어 내 주어서 참 다행이었다. 내가 굳이 힘들게 변명을 쥐어 짜내지 않아도 되어서.
“그러면 형은 형이랑 손절한 기억이 있는 과거 윤이든을 택할 거야, 아니면 형이랑 잘 지내고 있는 현재 윤이든을 택할 거야?”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려도 용철이 형은 나름 진지하게 대답을 해 줘야한다고 생각했는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용철이 형을 택한 건 옳은 선택이었다.
물론 용철이 형의 대답이 곧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 결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진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용철이 형의 입에서 나온 말은 대답이 아니었다. 미간을 문지른 용철이 형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너 담배 피운 적 있냐?”
Bình luận cho C750
C750
Fonts
Cỡ Chữ
Nền
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Yoon Eden sống một cuộc đờ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hạng B, cố gắng xoay sở để sống qua ngày. Hắn là thần tượng hoạt động được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