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74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47화
견하준은 본인이 계속해서 꾸던 꿈에서처럼 살아있는 친구를 드디어 마주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만난 친구는 그가 기억하던 윤이든이 아니었다.
견하준은 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윤이든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일방적인 절연이 아니었더라면, 차라리 그때 대화를 시도해 봤더라면, 예현이 형이 이든이랑 화해하러 간다고 했을 때 나도 따라가겠다고, 아니면 자리 좀 마련해 달라고 조금 더 강력하게 밀어붙였더라면…
가정과 후회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견하준은 얼마나 큰 각오가 필요한 일인지 고려조차 하지 않은 채로 그 부탁을 기꺼이 승낙했다.
그러니 윤이든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다행이네.”
시원스레 웃는 윤이든의 얼굴을 마주하며 견하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멤버들이 수상함을 느낄까 봐 대답은 짧게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짧지 않았다.
네 곡으로 하는 첫 무대를 망치지 않아서, 그리고 네가 드디어 이뤄 낸 성공의 순간에 나도, 잠깐이나마 있을 수 있어서.
견하준은 윤이든의 표정을 읽어내는 데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 잘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윤이든이 저를 마냥 반가워만 하지 못한다는 걸.
그럴 만도 했다.
7회차의 본인이 함께 했던 세월이 저랑 현저히 차이가 났으면 몰라, 데뷔 7년 차인 지금은 1회차의 기억만 있는 윤이든에게 비슷한 세월로 느껴질 테니까.
그래도 아주 잠깐, 아주 잠깐이라도 더 머물고 있고 싶었다.
윤이든이 그를 발견한 이상, 그 길었던 기억의 여정에 결국은 종지부를 찍게 되겠지만 기꺼이 망각의 축복을 포기한 그도 아주 잠깐 정도의 호사는 누려도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견하준은 딱 한 번 만 모른 척하기로 했다.
돌고 돌아 드디어 행복해진 친구에게 고민을 심어 주는 건 좀 미안하지만.
* * *
견하준을이영언이라칭하는걸규탄한다 @sjspwiwh9
하준이 오늘 작두탔어…
(W카운트다운_음방_견하준파트.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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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차 견하준이 무대를 온전히 즐겼다는 게 모두의 눈에 보였는지, 6회차 견하준이 선 오늘 음방은 반응이 매우 좋았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내가 하준이한테 벽을 치고 있다고? 내가?”
“그렇다니까요.”
즐거운 작곡 놀이를 핑계로 김도빈을 작업실까지 끌고 와서 묻자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준이 형이 아니라 악, 아니 선귀잖아요.”
네가 뭘 알아, 인마. 저 견하준도 견하준이라고. 그 암울하기 그지없는 1회차를 경험했던, 내가 대가리 박아야 하는 것도 모르고 속도 없이 원망하고 있었던 그 견하준이란 말이다.
김도빈이 해 줬던 루프 이야기에서 내가 주인공을 미친놈이라 생각했던 이유가 있었다.
자기 혼자 감당하고 살지는 못할망정, 힘들었던 루프 기억 싹 잊고 편하게 살고 있던 친구에게 기억을 이식해서 기어이 친구까지 힘든 기억을 기억하게 만드는 게 이해가 도무지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이 사람의 자아 형성이고 나발이고, 결국은 루프에 남은 친구와 루프 바깥의 친구는 같은 사람인데.
그저 루프에서 함께 개고생한 그 기억의 토막만 없을 뿐 그걸 제외하고 함께 했던 과거의 기억은 그대로 있을 텐데 왜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는 건지.
그런데 6회차 견하준을 만나니 이해가 되더라.
내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유리해서 보듯이 1회차의 기억을 가지고 내 기억까지 떠맡은 6회차의 견하준과 현재의 견하준은 같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마 나도 모르게 6회차 견하준에게 거리를 둔 모양이다.
이렇게라도 벽을 치지 않으면 나 때문에 쌩고생만 한 6회차 견하준을 보내 주는 게 힘들 것 같아서.
그렇다고 6회차 견하준이 계속 있으면 현재 견하준에게도 못 할 짓 같아서.
그 미친놈, 아니 주인공도 나름 절충안을 내세운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저 선귀하준이 형은 언제까지 있을까요? 형이 이전에 들렸던 악귀야 하준이 형이랑 대화하고 자연 성불하긴 했는데, 이 선귀하준이 형의 성불 조건을 모르겠어요.”
“너는 원래 견하준이 돌아왔으면 좋겠냐?”
“당연하죠.”
김도빈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은 나만 하는군.
당연했다. 기억이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니까.
6회차냐, 현재냐. 온전히 내가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시바, 금도끼 은도끼 선택은 금이 더 비싸서 고민할 것도 없이 금도끼를 고르기라도 하지.
6회차 견하준과 현 견하준의 가치를 저울질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래도 6회차 견하준이 있어도 어떻게든 현상 유지가 될 것이란 믿음을 깨부수는 사건이 발생했다.
* * *
활동기에 단체 예능 하나씩 나가는 건 이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리가 이번에 나가는 예능은 내아소와 비슷한 토크 예능이었다. 저번 주부터 안내받은 거라 이런 상황에서 촬영이 이루어질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게스트는 오직 레브뿐.
<리얼리티 테스트!>와 등의 몸과 머리를 쓰는 예능을 전전하다가 갑자기 마주한 스튜디오 한곳에서의 얌전한 토크쇼는 벌써부터 몸의 근질거림을 선사했다.
“그래도 여기 벌칙이 꽤 세요. 막 캐리비안베이 해골바가지처럼 문제 틀리면 양동이로 머리 위에 물 붓고, 요정 분장이랑 공주 분장시키고 그래요.”
류재희의 예능 세부 설명을 듣자마자 퀴즈 정답을 결코 틀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물 한 바가지 맞는 거야 시원하게 감수할 수 있겠지만 류재희가 검색해서 보여준 후배들의 요정 분장과 공주 분장은 보기만 해도 가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요정 날개는 심지어 아동용이라 딱 봐도 버거워 보였다. 내가 저거 입으면 끈 끊어지는 거 아니냐고.
팬사인회에 이어 예능까지 나가야 하는 견하준도 제법 걱정되었다.
물론 6회차 견하준도 예능 짬밥이 있긴 했다. 1회차의 우리는 불러 주는 대로 나가서 병풍이든 분위기 띄우는 역할이든 해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게스트가 우리뿐이라 통편집도 안 될 거라고.
6회차 견하준은 우리가 이룬 현재의 레브를 모른다. 저 녀석이 기억하는 1회차와 현재의 레브는 너무 달라졌기에 6회차 견하준의 기억과 정보만으론 토크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견하준이 예능하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태도 논란이나 편집 논란이 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류재희는 이 예능의 퀴즈가 그룹 관련 질문만 있다고 분석했다.
“준아, 일단 간단하게 내가 바뀐 우리의 일대기를 설명해 준다, 내가.”
이러다간 6회차 견하준이 벌칙을 몰빵당하고 팬들이 견하준의 그룹 사랑이 부족하다 오해할 것만 같아서 바뀐 레브 일대기 족집게 강의를 간단하게 실시했다.
“우리는 로 후속곡 활동을 하면서 top 100 안에 들었어. 이걸로 활동하기 위해서 내가 참 많은 고생을 했지만 굳이 말은 안 한다. 그리고 다음 곡인 으로 첫 1위를 했고. 그놈의, 뭐였지… 제목이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다크소울 노래로 활동하는 그 끔찍한 비극을 내가 막았다 이 말이야.”
내 최고의 업적을 뿌듯하게 자랑했다. 그러다가 이 견하준은 그놈의 다크소울 노래로 활동한 견하준이라는 걸 깨닫고 숙연해졌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는 콘서트를 몇 년 차에 했냐면…”
이번 회차에서 이룬 게 하도 많다 보니 족집게라 해도 설명이 제법 길어졌다.
그렇게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며 족집게 강의를 맞췄다.
* * *
예능 촬영 당일.
“자, 이쯤에서 슬슬 벌칙, 아니 퀴즈타임 한번 가야죠. 그룹을 향한 애정도를 확인하는 시간!”
위에서 물이 가득 찬 양동이가 달랑거렸다.
“레브의 초기 활동곡 세 곡! 아무 곡이나 쓰면 안 됩니다. 데뷔곡부터 세 곡!”
, , 그리고 였나.
쓱쓱 써 내려 가다가 6회차 견하준이 과연 어제 너무 속성으로 해준 강의를 기억하고 있을까 걱정되어 힐긋 돌아보았다.
“자자, 거기 레브 리더 분! 커닝은 안 됩니다!”
“예? 제가 언제 커닝을 했다고…”
바로 나를 지목하는 MC의 외침에 내가 언제 옆을 봤냐고 모르쇠하며 시선을 착 원위치시켰다.
“와, 리더가 기억을 못 하면 어떡해요!”
“리더 교체하자, 교체!”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들고 일어났다. 리더 교체하자는 서예현의 목소리가 제일 큰 걸 보니 아무래도 내 리더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모양이다.
밥상머리 수저 첫빠따 권한도 호시탐탐 노리더니만 이제 리더 자리까지 노리다니.
걱정과 달리 견하준은 망설임 없이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적어 내려가고 있더라. 내 족집게 속성 강의가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해졌다.
“답을 공개해 주세요!”
MC의 말에 다 같이 화이트보드를 들어 올렸다.
“이럴 수가! 레브,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한 분 빼고 전부 오답인데요!”
서예현의 답은 ‘One Chance, All Right or Night, Love You’.
김도빈의 답은 ‘원찬스, 올라잇올나잇, 이스케이프’.
류재희의 답은 ‘원찬스, 올라잇올나잇, 러브유’
내 답은 서예현과 똑같이 ‘One Chance, All Right or Night, Love You’ 였다.
그리고 견하준의 답은…
‘내 우주로 와, One Chance, All Right or Night’.
매우 정직하게 우리의 언금곡까지 포함시킨 상태였다.
1회차 때는 내우주가 그나마 우리 곡 중에 양반이라 언금까진 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무려 콘서트 플리에도 꼭 끼어 있었던 곡이었다고, 나름.
그때의 기억만 있는 견하준은 당연히 내우주를 포함시킬 수밖에. 내가 내우주는 당연히 설명에서부터 생략해버렸군.
“당연히 원찬스부터 시작인 줄. 데뷔다큐 찍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걸 깜빡하다니…!”
“하도 오랫동안 묻혀 있어서 안 익숙해서 그래. 그거 기억하는 하준이 기억력이 좋은 거야.”
언금 서사를 모르는 걸 기억력 좋은 걸로 잘 포장해서 넘겼다.
“내우주 기억한 하준이보단 러브유 까먹은 도빈이가 더 문제지. 안 그러냐?”
그리고 타겟을 자연스럽게 김도빈으로 바꿨다.
“아니, 도빈이 형! 내우주는 몰라도 를 까먹으면 어떡해!”
네 명의 머리 위로 양동이 속의 물이 확 쏟아졌다. 홀로 뽀송한 견하준을 향해 앞으로도 내가 커버해준다는 의미로 씩 웃었다.
바로 두 번째 기습 질문이 날아들었다.
“레브의 첫 빌보드 입성 곡은?”
다들 망설임 없이 정답을 써 내려가는 동안 견하준의 손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런 망할, 이래서 족집게 강의만 듣고 시험 만점은 못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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