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73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38화
견하준이 이런 쓸데없는 논쟁을 귀담아듣고 있을 리가 없었기에 우리의 브로콜리 소스 논쟁이 그 원인은 아닐 것이다.
내 몫으로 주어진 브로콜리나 블루베리를 먹고 싶어서 저러고 있을 리도 없었다.
견하준이라면 당당히 자기도 먹게 달라고 말을 할 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달라고 하면 준다는 걸 견하준이 모를 리도 없고.
밥 먹자고 깨우기 전까지 견하준이 대기실 소파에 기대어 앉아 눈을 잠깐 붙이고 있었던 걸 떠올렸다.
‘설마 또 꿈에서 이전 회차를 보기라도 한 건가?’
자면서 또 이전 회차, 아니 악몽이라도 꿨는지 물으려고 하다가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절로 멈칫했다.
잠깐만, 이 시끄러운 대기실에서 견하준이 눈을 붙였다고?
방금까지만 해도 그게 이상하다는 걸 자각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그건 서예현이 1만 칼로리 챌린지를 하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잠귀가 그렇게 밝은 견하준이 새벽 사녹 끝내고 아예 자라고 마련해 준 자리도 아닌, 이 시끌시끌한 분위기에서 잠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는 척을 했다는 게 훨씬 더 신빙성 있었다.
“왜 그러냐, 준아?”
“왜 그러긴. 하준이도 초장 당 함량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러겠지.”
그런 게 아니란 걸 서예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견하준을 본인 의견 주장 강화용으로 써먹는 이 극악무도한 행태를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디저트를 그렇게 좋아하는 녀석이 초장 당 함량을 신경이나 쓰겠냐고.
브로콜리에 찍힌 초장보다 견하준이 한입 먹은 디저트 당 함량이 배는 더 높겠다.
견하준도 그건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내가 깜빡 잠들어서.”
본인도 이 일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하긴, 본인 상태는 본인이 제일 잘 알 텐데 소음 상관없이 잠들었다는 걸 깨달으면 놀랄 만도 했다.
“병원 갈까?”
내가 낼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내자 옆에 앉아 있던 류재희가 내 옆구리를 툭 쳐서 입을 다물게 했다.
“형 T예요?”
류재희가 가볍게 투덜거렸다. 벌써 세월이 이렇게나 흘러서 MBTI의 시대가 온 것인가.
내 회귀 전 7~8년차 기억 속에서도 팬싸인회에서 MBTI가 뭔지 물어보는 팬들이 있었던 걸로 흐릿하게 기억한다.
별 도움 되는 건 생각 안 나고 왜 이런 것만 기억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심사숙고 후 M형이라고 대답한 날에 류재희가 나를 붙들고 MBTI 인터넷 테스트를 시켰지만, 검사 항목이 너무 많아서 테스트하다가 귀찮아서 포기했다.
거기에 더해 인별만 들어가도 보이는 MBTI 뇌절 때문에 MBTI 종류가 뭐가 있는지는 알게 되었지만 지금도 내 MBTI가 뭔지는 몰랐다.
아, 맨날 T냐는 소리는 들어서 내가 T인 건 알았다. T가 그거라며. 객관형인가 뭔가.
그런데 모든 MBTI 보유자 성격이 똑같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알파벳 따위로 나를 판단하고 하나의 틀에 묶어 버리는 건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긴 했다.
그리고 T고 나발이고 이상 증세가 보이면 병원을 가는 것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어디 있어?
회귀 전 기억을 본 것 때문에 저러는 것도 아니고 잠귀 밝은 녀석이 시끄러운 상태에서 잘 잤다는 건 건강 문제라서 본인도 심각해진 거 아니겠는가.
“그러면 F 대답은 뭔데?”
“헐, 형이 MBTI도 알아요? 형은 그런 거 관심 없을 줄요.”
이런 성격 유형 테스트를 제일 좋아할 김도빈이 눈을 반짝였다. 미래에는 이걸로 하도 뇌절해 대서 모를 수가 없단다.
“저는 엔프피 나왔는데 형은 뭐예요? 형은 E랑 T인 건 확실한데.”
“어엉, M형.”
과거 대답 돌려막기로 대꾸하자 MBTI를 처음으로 소환한 류재희가 한소리 했다.
“MBTI에 N은 있어도 M은 없거든요.”
내 MBTI를 짜맞추느라 대가리 부여 쥐고 끙끙 앓던 김도빈이 서예현에게 물었다.
“예현이 형 MBTI는 뭐예요? 이든이 형이랑 은근 닮은 구석 있어서 형 거를 기준으로 추측해 보려고요.”
“어어어… 아마 정상일걸?”
서예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M형보다 더한 대답에 류재희의 질색 어린 시선이 나한테서 서예현에게로 옮겨졌다.
막내의 그 눈초리를 더는 받고 싶지 않았는지 서예현이 화제를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으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지금 하준이 잠귀가 어두워진 거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어? 대체 어쩌다가 MBTI까지 간 거야?”
“글쎄요, T냐고 물어본 제 문제일까요, MBTI의 존재를 의외로 알고 있었지만 M형이라는 쓸데없는 대답만 하던 이든이 형의 문제일까요, 자기 MBTI 밝히고 이든이 형 MBTI 물어보고 짜맞추다가 멤버들 MBTI 정보 수집까지 확장한 도빈이 형의 문제일까요.”
일단 내 문제가 아닌 건 확실했다. 문제 글자 수가 더 긴 놈의 문제겠지.
“어디까지 했었죠? F 대답은 뭐냐고 물어봤던 게 MBTI로 주제가 옮겨 가기 전의 마지막 대화였죠?”
이제 F의 대답을 보여주겠다며 류재희가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형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많이 당황스러웠겠네요.”
“너무 작위적이야, 막내야. T고 F고 의식하지 말고 말을 해 봐.”
견하준이 막내의 따뜻한 상담조를 버티지 못하겠는지 손을 내저었다. 아무래도 본인의 연기 실력이 뛰어나다 보니 저런 발연기 어조를 듣고 있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입을 비죽거리던 류재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저래도 나름 견하준이 걱정되긴 한 모양이었다.
“형이 그만큼 피곤하다고 느껴서 그럴 수도 있어요. 몸이든 마음이든요.”
류재희가 걱정스러운 기색을 살짝 내비치며 그래도 견하준이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게끔 조심스레 말을 골랐다.
“아무래도 이번 곡이 이든이 형의 이상 구현 그 자체다 보니까 센터를 맡은 형의 중압감이 커져서 무대에서도 긴장하다 보니까 형 피로도도 커진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겠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견하준의 얼굴에 서린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엥, 이런 건 그때 꾼 꿈이 중요한데. 형, 혹시 무슨 꿈 꿨는지 기억나요?”
김도빈이 이렇게 도움이 될 날이 또 올 줄이야. 내가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걸 스스럼없이 육성으로 물어보는 김도빈을 향해 속으로 칭찬의 박수를 보냈다.
“아니, 딱히 기억은 안 나.”
견하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꾸했다. 단순히 잠귀만 일시적으로 어두워진 거라 기면증이나 수면장애라고 하기도 뭐했다.
‘그러면 지금 상태에서 밤에 깨우면 6회차 견하준 나오나?’
그렇게 되면 내가 눈물까지 흘려가며 얻은 ‘인간 수면제’ 아이템은 아무 쓸모가 없어지는 셈이었다. 또 멤버 중 누군가에게 무한리셋 도르마무 체험을 선사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거다.
그래도 일단 오늘 밤에 실험용으로 한번 슬쩍 깨워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게 반복되면 문제지만, 일시적인 건 류재희의 말마따나 그냥 견하준이 피곤하다고 느껴서 생긴 문제일 터였다.
만약 오늘 밤에 깨웠을 때 6회차 견하준이 나오면 대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좀 되긴 했다.
미래의 불투명성과 활동에 지장이 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지금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아이템 쓰는 것도 뒤로 미뤘는데.
그렇다고 지금은 너랑 대화하면 안 된다고 6회차 견하준이 나오자마자 마구 흔들어서 지금 견하준을 깨울 수도 없고. 그래도 뭐가 됐든 백초크에 비해서는 배부른 고민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지금은 일단 다른 문제 딱히 없으면 지켜봐 보고, 활동 끝나고도 계속 그러면 병원 가 봐. 기질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까.”
서예현이 말을 보태자 김도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현이 형도 아무래도 T인 듯요.”
Table 모서리의 T라면 맞을 수도?
* * *
뮤직캠프에서도 은 1위를 했고, 팬석에서 나를 보는 데이드림의 기대감 섞인 눈빛에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로 트로피를 의기양양하게 흔들며 화답했다.
그래, 용철이 형도 우는 얼굴보단 웃는 얼굴 합성이 더 낫다고 했으니까 우리 데이드림도 내 우는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을 더 좋아할 거다.
그러니 나는 데이드림에게 곱빼기 서비스를 해 준 셈이었다.
내려와서 류재희에게 내 곱빼기 팬섭을 자랑하자 류재희가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건 곱빼기 서비스가 아니라 짜장면 시켰는데 짬뽕 가져다준 셈이죠.”
하지만 짜장면 재료가 다 떨어졌는데 짜장면에 소스 없이 면발만 가져다줄 수는 없지 않은가.
꿈♥백일몽 @revedream
흑마술메타 한번 더 간다
울어 울어
(뮤캠_1위_윤이든_수상소감.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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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몽소녀 @dreamgirl
본인이 울기를 바라는 일몽소녀들의 음심을 쾌남양기미소 에프X라로 퇴치해버리심
「메인프레임제8회우승자가누구게 @xzcvmld233
눈물어게인을 바라던 내가 너무 쓰레기로 느껴질 정도의 미소였음…….
(뮤캠_1위_윤이든_미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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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밤.
견하준의 방문을 슬쩍 열고 들어오자마자 견하준이 눈을 번쩍 떴다.
오우, 평소의 견하준 잠귀가 맞는데? 거의 내가 발을 디디자마자 눈을 뜬 걸 보니 평소보다 더 반응 속도가 빠른 것 같기도 했다.
“요즘 왜 이렇게 자주 들어와? 노크도 안 하고?”
그야 노크를 하면 견하준이 그 문짝 두드리는 소음에 깰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무슨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군.
다행히 견하준의 눈에 경계심이나 불쾌감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약간의 불안감이 비쳤다.
“혹시 나 무슨 잠꼬대해?”
“아아니, 그냥 오늘 잠귀 어두워졌다고 해서 괜히 신경 쓰여서 한 번 들어와 봤어.”
손을 내저으며 대꾸했다.
견하준이 안도한 얼굴로 다시 잠들었다. 나도 왜인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6회차 견하준과 활동 끝나기 전에 마주하지 않아서 그런가.
이게 MBTI에서 계획형인가 그건가?
* * *
2주 차 활동이 끝났다. 3주 차 음방까지 또 사흘 정도의 텀이 있었다.
오랜만에 새벽이 아닌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식사를 하고 숙소 밖으로 나가려던 내게 견하준이 말했다.
“담배 적당히 피우다 와.”
그 말에 걸음도, 현관문을 열려던 손도 멈칫했다.
…지금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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