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73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36화
결과는 처참했다.
“된다며! 이거면 직빵이라고 했잖아!”
서예현의 어깨를 잡고 짤짤 흔들었다. 서예현도 내 손에 팔랑팔랑 흔들리며 반박했다.
“네가 눈물을 그렇게 쥐어 짜내니까 그렇지! 나는 분명히 너한테 감격에 가득 찬 눈물을 흘리라고 했지, 그렇게 다 쓴 치약 쥐어짜듯이 짜내라고 하지 않았어!”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을 깨고 가오까지 잠시 내려놓으며 눈물을 흘렸건만, 내가 데이드림에게 선사한 건 신선함이 아닌 충격과 의심이었다.
렙땡 @reveddang8
합성 맞네ㅋㅋ
첫 1위랑 신인상이랑 첫콘 팬이벵이랑 가족 영상편지랑 첫 대상 수상에서도 안울었던 이든이가 무려 7년차에 겨우 덥카 1위로 울 리가 없잖슨ㅋㅋㅋ
「낸화 @adsjfl21
이거 합성임?
(윤이든_1위수상_눈물_확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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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몽소녀 @dreamgirl
물론 아이돌이 1위하고 운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윤이든이 1위하고 운건 이상한 일이 맞습니다
「낸화 @adsjfl21
이거 합성임?
(윤이든_1위수상_눈물_확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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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줘 @givemilky
이정도면 사람 영혼이 바뀐 거 아니냐?
아니면 조건 달성해서 드디어 봉인된 눈물을 되찾았다거나
「렙땡 @reveddang8
합성 맞네ㅋㅋ
첫 1위랑 신인상이랑 첫콘 팬이벵이랑 가족 영상편지랑 첫 대상 수상에서도 안울었던 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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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얼마나 이든이 우는 얼굴을 보고싶었으면 저런 고퀄 합성까지…
-저거 진짜 눈물 맞아 내가 팬석 1열에서 봤어
-ㄹㅇ 저때 이든이 눈에 콘페티 들어갔냐고 다들 수군수군했음
└콘페티가 사람 눈에 들어가긴 너무 큰데
-이든이 안과 가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ㅠㅠㅠㅠ
-하준이 센터가 그렇게 이든이한테 감동적이었나 눈물까지 흘리면서 보고 싶었을 정도면 진작 세우지
-나도 방송으로 봤는데 눈물 흘린건 ㄹㅇ임 약간 하품눈물인지 긴가민가해서 그렇지
-예현이 너무 이든이 등뒤에 바짝 붙어있는데 설마 예현이가 등뒤에서 울라고 꼬집고 있는거 아니야?ㅋㅋㅋ
-이든이가 신선함 선사 못하면 죽는 병 걸렸다고 했잖아 신선하려면 레브가 1위를 안했어야 했는데 1위를 해버려서 막막한 미래에 눈물이 난거지
-우리한테 신선함 선사해보려고 억즙..했다고 하면 너무 나간건가
-아무튼 이것도 눈물은 눈물이죠? 드디어 이든이가 우는 걸 다 보네 그렇지만 좀더 감동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그때 콘서트에서 어떤분이 울라고 걸었던 흑마술 저주가 드디어 작용된 모양임
윤이든 시한부설부터 저주설까지 아주 두루두루 나오는 의견을 보며 글렀음을 직감했다. 차라리 뮤비에서 반곱슬에서 벗어난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던 때가 더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던 듯?
“아오, 여기 멍든 거 아니냐? 도빈아, 좀 봐 봐라.”
티셔츠 밑단을 위로 까며 제일 눈높이가 낮은 김도빈을 불러 서예현이 꼬집은 곳을 확인하게 했다.
“오, 멍들었는데요? 예현이 형은 최선을 다했네요. 이 정도로 있는 힘껏 꼬집었는데 눈물 한 줄기만 흘린 게 용할 정도인데요.”
어쩐지 차 시트에 등 기대거나 침대에 누우면 더럽게 욱신거리더라.
“당분간 등판 까면 안 되겠네. 이거 공개했다가 우리 그룹 불화설 나게 생겼어.”
“아무도 우리 중 누군가가 너를 그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생각도 못 할걸. 숙소의 식탁 모서리가 의심받으면 몰라도.”
서예현 찔리라고 말한 소리에 당사자인 서예현이 심드렁하게 맞받아쳤다.
“그리고 식탁 모서리와 불화설 날 일은 없지. 만약 불화설 나 봤자 식탁 모서리와 너 간에 원만한 합의 바란다고나 나겠지.”
환하게 웃으니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이 오늘따라 차암 더 얄미워 보였다. 이런 식탁 모서리 같은 인간 같으니.
덥넷이 너튜브에 업로드해 준 1위 수상 소감 및 앵콜 동영상을 돌려 본 견하준이 훈수를 뒀다.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라도 하고 그랬어야지. 그래야 좀 더 진짜로 우는 것처럼 보였을 텐데. 무대 올라가기 전에 코칭 좀 해 줄 걸 그랬네.”
“그거 닦으면 눈물 더 안 나오는 바람에 하품으로 오해받았을 거 같아서 못 닦았지.”
하지만 닦지 않아도 하품으로 오해받는 건 똑같았으니 그냥 견하준 말대로 손으로 눈물 훔치는 시늉이라도 할 걸 그랬다.
하지만 두 번 연속으로 눈물 흘려 봤자 더는 신선하지 않을 테니 이제는 쓸모 없어진 팁이었다.
멤버 놈들은 결국 백초크를 당해야 하는 견하준이 불쌍하지도 않은지 이 처참한 실패를 가벼운 농담 따먹기 따위로 승화하고 있었다.
“제가 봤을 때 이든이 형 눈물 나오게 감동시키려면 그래미상 수상 정도는 되어야 해요.”
“재는 그래미상 받을 때도 혼자 웃고 있을걸. 내가 봤을 때는 무대 올라가기 직전까지 양파 썰게 시키다가 올려보내야 해. 하여간 누가 멧돼지 아니랄까 봐 맷집도 더럽게 세서 아주 꼬집어 비틀어도 눈물을 그마이밖에 안 흘리냐.”
류재희의 말에 한 바가지로 반박하며 서예현이 투덜거렸다.
본인이 야심 차고 자신만만하게 세운 계획이 처음으로 실패로 돌아간 게 영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퀘스트 성공이 지금까지 뜨지 않는 건 아무래도 이것도 실패로 돌아갔다는 뜻이겠지… 데이드림이 느꼈을 당혹스러움도 포지티브한 신선함으로 쳐서 퀘스트 성공 달성시켜 주면 안 되나?
[ㄴ]
우리집 시스템은 아무래도 나랑 한 글자 이상 대화하면 뒈지는 병에 걸린 게 분명하다.
기억 떠맡고 꿈에서 조뺑이치고 있으면서 이제는 백초크까지 당해야 하는 견하준이 불쌍하지도 않냐?
[ㄴ]
불쌍하다는 거야, 불쌍하지 않다는 거야? 이 부정의문문의 답에 한국식 해석을 해야 해, 영어식 해석을 해야 해? ㄴ이 ‘No’야, 아니면 ‘아님’의 ㄴ이야?
최후의 수단까지 실패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 용철이 형한테 SNS에서 주운 내 눈물 사진을 보내며 물어보았다.
[형 이거 합성같아?] 오후 11:21
[용철이형- 오 요즘 뽀샵 기술 좋아졌다 엄청 자연스럽네] 오후 11:30
[용철이형- 그런데 왜 우는 얼굴을 합성으로 만들고 그런데?]
[용철이형- 기왕이면 웃는 얼굴이 더 낫지 않나?] 오후 11:31
그러니까 지금 용철이 형도 이게 합성이라는 걸 전제로 말하고 있는 거였다. 내가 눈물을 흘렸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답장을 받자 더 암울해졌다.
이제 퀘스트 종료까지 D-17.
아니, 29분만 더 지나면 D-16이 되는 셈이었다. 책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 좀 짜 보라고 서예현을 다시 흔들어 댔다.
“식탁 모서리 형님! 형님을 한 번만 더 믿을 수 있게 지혜를 내려주십쇼!”
“또 왜 내 호칭이 갑자기 식탁 모서리가 됐는데?”
서예현은 생각해야 하니 방해하지 말라는 말로 나를 떼어냈다.
서예현이 아이디어를 짜내는 동안, 나는 팬카페에 올릴 From 글이나 작성했다. 오늘이 신선함 선사 개수작의 날인 것과 별개로, 오늘은 내게도 꽤 의미 깊은 날은 맞았기 때문이다.
[From. 이든]
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오늘은 이 첫 음방 1위를 한 날이네요. 1위 트로피를 받은 날이 제법 되어도 항상 새로운 곡으로 컴백할 때마다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시험 망했다는 걸 스스로 잘 알면서도 성적표가 나오는 날은 왜인지 모르게 떨리는 것처럼요.
사실 은 처음 만들 때부터 어느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저 자신조차도 확신이 없었고요. 작곡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제법 많았네요.
음악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이 느끼는 대중성과 음악성은 존재하니까요.
이게 과연 통할까,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잡을 수 있을까, 내 욕심에 이도 저도 되지 않은 결과만 내고 레브의 커리어를 한창때에 한풀 꺾어 버리는 게 아닐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한계라는 벽을 넘는 걸 도전해 봐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끝까지 밀어붙였고, 오늘 이렇게 이 도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받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오늘의 1위 트로피가 1위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네요. 제가 사랑하는 음악, 제 정체성 그 자체를 걸고 낸 결과물을 인정받은 자리였으니까요.
항상 한결같이 믿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데이드림이 있기에 제 상상 속에만 있던 이 이렇게 멋있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의미 있는 도전을 꾸준히 이어 나가 보고자 합니다.
제가 가는 길에 레브와 데이드림이 계속해서 쭉 있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레브_1위_트로피_단체사진.jpg)
댓글 101
-글이 너무 촉촉해요???
-글도 축축한데 왜 내 눈도 축축하냐
-하준이한테 곡 설명 맡겨서 네가 이렇게 이 곡으로 맘고생 많이 했는지 몰랐는데…. 항상 응원해
-왜 음방에서 운건 언급 안해ㅠㅠ 얼른 눈물 진위 해명?해
└(작성자)아무래도 잘못 보신 거 같습니다
글을 업로드하자마자 바로 달리는 댓글을 읽어 보다가 상단의 댓글 하나에 진지하게 답댓글을 달았다.
어차피 실패로 돌아간 거, 내가 눈물 흘린 건 없는 일로 만들면 되는 거다. 그러면 내 가오를 살릴 수 있다. 끽하면 눈에 먼지 들어가서 불가항력이었다고 하지, 뭐.
모르쇠하는 답글을 달고 자기 전에 댓글 쌓이면 읽어보려고 팬카페에서 나왔다.
From 게시글을 업로드한지 2시간 후.
대체 여기에서 더 신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며 침대에 누워있던 내 눈앞에 푸른색 상태창이 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신선한 모습을 팬들에게 선보이는 걸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초심도 10과 아이템 ‘인간 수면제’가 주어집니다.]
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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