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73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31화
-도빈이 생일파티 라방 끝나자마자 컴백 스케줄러 업로드라니ㅠㅠㅠ 도빈이 생일인데 왜 선물은 내가 받은 거 같냐ㅠㅠㅠㅠ
-6월 5일 언제와악!!!
-드라마랑 예능이랑 공익광고 총선날 냥냥포즈 떡밥으로만 채우기엔 완전체 공백기 쫌 길었는데 정규라니.. 기다린 보람 느껴져서 좋다ㅠ
-선공개곡 두 곡이야? 두 곡 동시 공개? 너무 스포트라이트 주는 곡 많아지면 화력 분산 때문에 걱정되는데
-레브 올해 활동 없이 해투로만 돌릴거라는 카더라 다 구라였네ㅋㅋㅋㅋ 응 바로 정규 내주죠?
-모레 트랙리스트 공개될 때까지 숨참아야지
-제발 노출 빡 있는 퇴폐섹시…… 나잇메어 호러섹시가 노출도 없고 치명치명한 맛도 덜해서 섹시컨셉으로 카운트하기엔 2% 부족했음……
-그래 예현아 이참에 시원하게 가슴 까자 그래야지 양산에 있는 카이사르가 보고 눕고 싶단 생각을 하지
-이든이까지 까면 카이사르 원픽은 무조건 이든이 될텐데…
서예현이 반려동물 뒷담 식으로 잠자리에 까다로운 카이사르 썰 한 번 풀었다가 졸지에 가슴 밝히는 고양이가 되어 버린 카이사르였다.
부디 서예현이 이걸 보지 않기만을 바라야겠군. 우리 카이사르는 침대 취향이 조금 까다로울 뿐 그런 세속적인 고양이가 아니라고 펄쩍펄쩍 뛰어 댈 게 분명하니 말이다.
“긴장돼?”
견하준이 서치 퀘스트 겸 스케줄러 팬 반응을 진지하게 보고 있던 내게 물었다. 그렇게 티 났나. 목을 덮는 뒷머리를 쓸어올리며 멋쩍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조금?”
이런 기분은 우리집 시스템이 위험도 시스템의 공격 때문에 나를 데뷔 초로 잠깐 보냈을 때 느꼈던 이래로 참 오랜만이었다.
미래의 비틀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를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역주행시켜야 했던 그때와 비슷한 긴장감이었다.
지금은 뭐, 이번 타이틀곡이 실패한다고 해도 과거로 돌아가 이 성공 서사를 다시 재현해야 할 환장할 일은 없었다.
그래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결과에 연연하진 않겠다곤 했는데, 그래도 신경은 쓰이잖아.”
대중들에게 평가받는 직업인데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은 솔직히 거짓말이다.
전직 예술충으로서 잘 알고 있어서 말하는데, 본인 심상 세계의 진정한 REAL MUSIC을 추구하는 놈들도 자기만족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대중 평가는 안 좋을지언정 마이너리티를 선호하는 이들이 이게 진짜 음악이라고 치켜세워 줘야 만족한다.
진짜 자기만족이면 세상에 선보여서 평가받을 일을 원천 차단하고, 오직 본인만 들었지.
“게다가 이번에는 네가 센터고.”
견하준을 국민 첫사랑으로 만들어 준 드라마가 종영한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업으로 돌아왔는데, 견하준을 센터로 세운 이번 활동에서 견하준은 배우로 전향하는 게 낫겠다는 소리를 들어 봐라.
이것보다 더 심한 악플이 어디 있냐.
그리고 서예현이 짜 온 ‘신선한 느낌 선사’ 아이디어를 이번 활동에서 실제로 선보여야 한다는 사실도 은근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건 최후의 최후까지 갈 수도 없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 퀘스트 성공 안 뜨면 끝이라고. 서예현의 ‘그 방법’을 행할 수밖에 없다고.
“배우로 전향하라고 해도 가수 계속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네 곡이 별로인 게 아니라 내 임팩트가 약할 수도 있잖아.”
“이 곡에서 너만큼 센터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사람 없으니까 자신감을 가져라, 준아.”
내 격려를 들은 견하준이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이번 활동은 잘 즐겨 보자며 다정한 격려의 미소를 내게 지어 보였다.
이런 친구에게 까딱하다간 백초크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참 슬프기 그지없었다.
우리집 시스템이 까다로운 내용의 퀘스트 보상으로 내걸지 않고 랜덤티켓깡에서 순순히 내줬다면 견하준은 백초크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하여간 피도 눈물도 없는 모옷된 시스템 같으니, 흑흑.
[ㅇ]
너무 순순히 인정해 버려서 내가 할 말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까 지테 씨도 다음 달에 컴백한다고 했던가?”
“어엉, 용철이 형한테 또 전해 들었는데 우리 컴백 일정 듣고 혼자 경쟁 의식 불태우면서 이제 와서 퀄업 더 한다고 난리 났댄다. 한 번쯤은 음악으로 동시에 붙어 보고 싶었다나, 뭐라나.”
레브의 음악이 곧 내 음악이긴 했지만 레브가 다섯 명이다 보니 내가 최형진을 5대 1로 다굴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영 그랬다.
최형진 이 새끼, 이전에 파이트머니 디스전에서 4대 1 중 4를 맡은 과거를 5대 1 중 1로 다구리당해서 지우려고 레브랑 동시에 붙는 거 아니야?
레브의 컴백 달인 6월은 거의 DTB 4 본선 어게인이었다.
음원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스코언과 유피부터, 그 레이블에서 용철이 형 다음 타자로 나온 최형진까지.
이러면 또 나름 내가 명색이 DTB 4 우승자인데 이 라인업을 다 이겨 줘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여기에서 음방에 나올 사람은 딱히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힙합이 완전한 하락세를 타지 않았다.
한 달 전에 공고된 DTB 시즌 7에도 시즌 6만큼 제법 지원자가 몰렸다는 기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프로듀서진도 알 박고 있던 프로듀서들까지 나가 싹 물갈이가 돼 사실상 리뉴얼이었다.
쭉 터줏대감으로 있다가 이번 시즌에 프로듀서 자리를 내려놓은 지원이 형 왈, 본인이 봤을 때는 작년 시즌이 제일 고점이었다나.
시즌 5에서 바로 작년 시즌인 시즌 4 당시 패션으로 화제 되었던 나를 따라 컨셉충 차림으로 오는 지원자들이 많았을 때부터 이 프로그램은 락세의 길을 걷겠구나-라고 예상이 됐단다.
시즌 6은 그나마 참가자들간의 서사와 캐미, 퀄리티가 제법 좋았던 경연곡, 그리고 내 미친 짓으로 산소 호흡기 달고 연명했던 거라고.
그래서 음방은 몰라도 차트에서는 제법 기싸움을 할 것으로 예견된다.
“하준아, 긴장하지 말라고 하면 어떡해. 긴장 빡 하라고 해야지. 그래야지 신선한 모습을 보여 주지.”
연습실 김치냉장고에서 얼음물을 꺼낸 서예현이 혀를 차며 한마디 했다. 눈살을 살짝 찌푸린 견하준이 서예현을 타일렀다.
“그 신선함을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너무 주객전도잖아. 그게 막 중요한 것도 아닌데.”
서예현한테는 중요하지 않지만 견하준에게는 중요하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주객전도였다.
1회차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깨끗해진 손과 대조되는, 팔뚝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헤나 타투로 시선이 미끄러졌다.
역시 내가 의도하면 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렇게 고사를 지내도 아무 일도 없었다.
하긴, 버그는 원래 자연스러운 만남이 어려워야 정상이었다.
버그가 시도 때도 없이 뭐만 하면 나오면 그게 제대로 된 시스템이냐. 싹 다 때려 부수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 습작이지.
이 문신마저 지워지기까지 한 이틀 남았나? 그 안까지 기억의 파편이 안 열리면 서예현은 본인의 가슴 근육과 작별하는 거다.
그거 참 안타깝게 되었다. 그렇다고 요새 몇 년 동안 확 늘어난 서예현의 랩 실력을 걸 수는 없지 않은가.
흠,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서예현의 랩 실력을 잘 지켜준 셈 아닌가? 몇 번이나 걸었는데도 무사한 걸 보니 말이다.
* * *
정규 3집, [Paradox]의 트랙리스트가 공개되었다.
track 1. Draw (선공개)
track 2. Back (선공개)
track 3. DrawBack (title)
track 4. 꿈의 끝에서
track 5. Nightfall
…….
track 10. Error code:03
그리고 그로부터 닷새 후.
레브의 너튜브 공식 채널에 선공개곡 와 의 뮤직비디오가 동시에 업로드되었다.
“아, 이든이도 청량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오랜만에 청량 컨셉 좀 보게. 그런데 도빈이는 청량 쪽으로 가는 편이 더 낫지 않았으려나? 어둡고 차분한 도빈이는 상상이 안 가는데…”
특이점은 의 뮤직비디오에는 서예현, 류재희, 견하준만이, 의 뮤직비디오에는 윤이든, 김도빈, 견하준만이 출연한다는 것이었다.
현생 때문에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되자마자 바로 보지 못한 덕에 주워들은 소식이었다.
썸네일도 는 페인트통과 붓, 물감, 점프슈트 등 청량 쾌활하기 그지없는 세 사람의 모습이었고, 은 녹슨 문고리를 잡은 채, 뒤를 반쯤 돌아보고 있는 견하준의 모습이었다.
윤이든이 최애인 김모 양은 망설임 없이 윤이든이 등장한다는 을 먼저 클릭했다.
뮤직비디오는 낡은 복도식 아파트의 한 층 복도를 비추며 시작했다. 1인칭으로 복도를 걸어 가로지르는 연출 후, 한 집 문 앞에 멈춰 섰다.
뻗어진 손이 벨을 눌렀다.
벨을 누른 문은 묵묵부답인 반면, 옆집 문이 벌컥 열렸다. 동시에 느릿한 멜로디가 울리며 곡이 시작되었다.
옆집에서 나온 사람은 김도빈이었다. 연갈색 머리에 군데군데 연분홍색으로 물들인 머리를 한 김도빈이 고개를 저으며 X 자를 그렸다.
화면이 휙 돌아가며 옆집 문에 손을 뻗은 채로 곤란한 얼굴을 한 견하준을 한 번 비추고, 장면이 바뀌었다.
검은 나시 아래 탄탄히 근육 잡힌 등에 새겨진 타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카메라가 천천히 물러나자, 어둑하고 낡은 상가 계단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있는 인영이 드러났다.
착 붙어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검은색 나시에 느슨하게 입은 그레이 컬러의 트레이닝복 바지, 아무렇게나 신고 있는 삼선 슬리퍼.
흐릿한 조명 속에도 선명히 보이는 타투들.
분명히 익숙한 얼굴인데 왜인지 낯설어 보이는 모습에 김모 양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화면 속 윤이든을 훑다가, 곧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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