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72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27화
심심할 때마다 아이템 내놓으라고 툭하면 시스템에게 땡깡 부린 보람이 있었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니.
시스템이 보상으로 내건 아이템에 정신이 팔려 한바탕 속으로 만세삼창을 부르고 나서야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녹음 부스 안에서 두려움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서예현과, 이건 또 어떻게 하나 싶은 퀘스트 내용까지.
그나저나 서예현은 대체 왜 저렇게 나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군. 내가 본인을 여기에서 더 털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도 떠올렸다고 생각하는 건가.
헛기침과 함께 진정하고 일단 서예현에게 잠시 쉬게 나오라는 의미로 손을 휘적여 주었다.
이런 정신 팔릴 만한 퀘스트를 받은 이상, 머릿속에 마구니가 낀 상태로 녹음을 지속해 봤자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없었다.
그러니 멤버들이 다 모인 김에 이걸 해결한 다음, 녹음을 재개하는 게 나았다.
‘지금까지 보여 줬던 모습과는 다른 신선한 모습?’
작업실 책상을 손가락 끝으로 툭툭 치며 생각에 잠겼다.
제일 먼저 생각난 건 큐트였지만, 이건 DTB 4에서 토끼 모자와 핑크 대가리로 선보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플러스로 뮤직비디오에서 페이크로 살짝 보여 준 것도 있고. 그보다 더 이전에 동물 잠옷도 입었었군.
그러니 큐트 콘셉트가 데이드림에게 있어서 막 충격적으로 신선하진 않을 터였다.
애교도 On Top으로 내아소에 나갔을 때 귀요미송을 선보였으니 패스였다.
청량이야 데뷔 초에 실컷 했고, 힙합이랑 스트릿 감성이야 지겹도록 보여줬으며, 섹시 콘셉트를 선보인 것도 재작년이었다.
빡센 콘셉트도 우울한 콘셉트도 각각 이랑 에서 모두 선보인 바 있었고, 코믹… 은 데이드림이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과연 바랄까?
동네 백수도 자컨에서 제법 보여줬고, 학생 콘셉트도 에서 교복 입으면서 말아 줬다. 로 밴드 콘셉트도 했다.
범죄자 콘셉트도 랑 예능이긴 하지만 에서 선보였고, 스포츠 콘셉트도 DTB에서 야구 유니폼을 입으며 선보였다. 드라마 카메오에서는 포수 마스크까지 쓰면서.
생각해 보니까 데뷔하고 6년 동안 정말로 안 해 본 콘셉트가 없었다. 매번 신선함을 선보였는데 여기에서 더 신선한 걸 내놓으라고?
그나마 우리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게 레트로·복고 콘셉트 정도인데 이건 이번 활동에 딱히 걸맞지 않은 콘셉트였다.
그리고 만약 이 퀘스트가 말하는 범위가 나 혼자가 아니면 견하준은 2n년 전이 배경인 드라마에서 레트로 모습을 선보였으니 이것도 나가리였다.
[대상: 윤이든]
오우, 이렇게 친절하게 범위까지 알려 주다니.
하지만 그래도 이번 활동에 어울리면서도, 내 신선한 모습을 보여 줄 콘셉트가 더는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나는 페널티, 견하준은 백초크로 일타쌍피가 되게 생겼다.
머리를 쓰는 케이제이를 보고 경각심이 들어 차연호와 똑같은 놈이 되긴 싫어 최대한 머리를 써 보려고 했건만, 내 한계는 아무래도 여기까지인가 보다.
역시 외주를 맡겨야겠다. 이런 건 원래 객관적으로 봐야지 더 잘 보이는 법이다.
“레브 제1471회 회의 시작하자. 나한테 있어서 신선한 모습이 뭘까 찾아봐라.”
“회의 주제가 너무 사적인 거 아닌가요?”
“우리 활동이랑 연관된 건데 왜 사적이야, 인마?”
그리고 견하준이 백초크를 당할지 말지가 걸려 있는데 이게 왜 사적이냔 말이다.
역시 내 외주 담당자답게 류재희가 고민하다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으으으음, 머리 좋은 엘리트 뇌섹남 이미지?”
“그건 -”
“제8회 최종우승자로 이미 선보였다고요? 솔직히 그건 몸빵 원툴인 줄 알았던 탱커의 반전이었지 엘리트 뇌섹남은 아니었어요.”
말하지 않아도 제8회 최종 우승자가 딱딱 나왔다. 그 최종 우승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한테 인상 깊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데이드림 중 누군가에게는 그런 나의 모습이 머리 좋은 엘리트 뇌섹남처럼 보였을 수도 있으므로 아쉽지만 패스였다.
“그리고 번듯한 모범생 이미지도 형이 하면 신선하긴 할 걸요.”
모범생 이미지도 DTB 4 2차 예선에서 옷 얌전하게 입고 안경 써서 연출했던 적이 있었다. 나 진짜 별거 다 했네.
김도빈도 질세라 의견을 내놓았다.
“회오리오믈렛 말고 다른 요리도 잘하는 이든이 형!”
“그것도 이미 라방으로 보여 줬잖아.”
“아, 형이 대장금인지 대령숙수인지 아무튼 그 귀신 들린 날이요?”
“귀신 들린 게 아니라 실력이라고, 인마!”
템빨도 실력이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요리왕 대장금 아이템 그때 쓰지 말걸!
“레브의 애기고영이든이든을 만우절 장난이 아니라 형이 실제로 선보이는 건요?”
“네가 나인 척 페이크로 해 버려서 신선하지 않아!”
“실제로 하는 거랑 느낌이 다르긴 할 건데… 그런데, 그러면 만약 신선했으면 진짜로 하려 했어요? 혹시 형, 미지의 존재한테 협박당하고 있으면 헛기침을 열 번 해 주세요.”
미지의 존재가 시킨 건 맞지만 협박은 아니라 굳이 헛기침을 하지는 않았다.
본인이 백초크를 당하지 않을 유일한 돌파구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기라도 한 건지, 이런 쌩뚱 맞은 회의 주제에도 답지 않게 골똘히 고민하던 견하준도 슬그머니 의견을 내놓았다.
“병약미…?”
“쟤가 연출하면 병약이 아니라 잠깐 독감 걸린 환자야. 누가 봐도 병약이 아니잖아. 지금 있는 근육 다 빼고 바짝 말려서 활동 전까지 20kg은 빼야지 활어미가 사라지겠다.”
견하준의 의견이 끝나자마자 서예현이 격하게 고개를 저으며 불가능하다는 걸 피력했다.
내가 횟감이냐? 어?
“아니면 랩 말고 보컬 하는 모습?”
“그거, 그가 떠난 이유가 이해되는 he’s gone이랑 어우줄라이로 보여줬잖아요.”
견하준이 다시 한번 의견을 내놨지만 이번에는 류재희에게 반박당했다.
“잘하는 모습으로 보여주면 되지.”
“잘하는 거는 Smile J 채널에서 Smile Jocker로 불러서 보여줬잖아.”
우리 데이드림이 익숙함에 속을 새가 없었는데? 매번 새로워서 익숙해질 것도 없었겠는데?
“머리 색이나 스타일을 지금까지 한 적 없는 색으로 바꾸면 신선하지 않을까?”
“저희 7년 차라 웬만한 거 다 했잖아요. 여기에서 신선함을 주려면 무지개색 염색이나 모히칸머리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건 형이 하고 싶어서 했다고 말해도 애꿎은 코디 분들만 욕을 듣게 되겠죠.”
이쯤 되면 322번째 요구를 듣기 싫어서 시스템이 내 입을 잠깐이라도 막기 위해 이런 퀘스트를 던져 준 게 아닐까. 거기에 더해서 귀찮게 한 괘씸죄로 페널티까지 먹이려고.
열 번 찍어서 넘어간 나무가 찍은 사람 대가리를 향해서 엎어지고 있다고, 지금.
평소였으면 아니라고 [ㄴ] 하나 잘도 띄웠을 텐데, 조용한 걸 보니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쓰읍, 잠깐 가오를 내려놓고 허술하고 허당기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보여 줬는데요. 전혀 신선하지 않을 듯요.”
“내가 언제?”
김도빈의 반박이었으면 무시하고 밀고 나갔을 테지만 내 카피캣 류재희의 반박이라 차마 그러지도 못했다. 자신만만하게 낸 마지막 조커까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홀로 의견을 내지 않고선 의견에 반박만 하고 있던 서예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신선한 모습’이란 게 꼭 이번 활동 콘셉트에만 국한되어야 하는 거야?”
퀘스트창을 다시 읽어 보니 내가 스스로 이번 활동 콘셉트에 얽매여 있었던 거지, 시스템은 딱히 범위를 정해주지 않았다. 기한만 이번 활동이 끝날 때까지라고 했지.
“아니? 그건 아니긴 한데.”
“그럼 됐네. 대충 감 잡혔어.”
서예현이 손가락으로 경쾌한 딱!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서예현이 오디 없이도 제법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신선하게 느껴지려면 네게 고착된 이미지의 의외성을 부각해서 충격을 주면 돼. 하지만 우리는 아이돌이니까 부정적인 쪽으로의 충격은 안 될 말이지.”
듣고 있으니 꽤 전문적으로 들려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서예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어 붙이는 말을 듣자마자 끄덕거림이 기웃거림으로 변하긴 했지만. 이게 맞나?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
“이게 최선인데? 다른 건 컨셉충짓 같을 뿐이지, 신선한 충격을 못 줘. 컨셉충처럼 보이긴 싫잖아.”
시스템이 보상으로 내건 아이템 ‘인간 수면제’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면 해야지 어쩌겠냐. 친구한테 백초크 걸어서 기절시키고 나중에 변명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지.
* * *
비주얼 회의에서 어떻게든 비주얼로 신선함을 안겨 줘서 티저 나오자마자 퀘스트 완수를 해 보겠다고 적극적으로 낸 나의 의견은 모두 묵살되었다.
“저번에 반반머리 했으니까 이번에는 체스판 머리를 해 보자는 게 왜 기각이지?”
“그거 하려면 가발밖에 방법이 없는데, 가발도 그런 머리는 안 나올걸요.”
“왜, 개성 있고 신선하고 좋잖아.”
“이번에는 왜 또 신선함에 꽂혔어요? 혹시 누가 형 보고 올드하고 지겹대요?”
차마 시스템이 주는 아이템을 받기 위해서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모르는 척 류재희의 질문을 넘겼다.
그리고 그날 밤, 오전에 올린 투표 결과를 슬쩍 확인해 보았다.
[FROM. 이든]
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어제도 와서 오랜만이라고 인사하기는 좀 머쓱하고, 정확히 11시간 만이네요.
요새 슬슬 꽃샘추위도 가시고 완연한 봄이 온 것 같네요. 어제 차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신청곡으로 가 나온 걸 듣고 아, 이제 봄이구나 싶고, 참 반갑기도 하더라고요.
서론이 좀 길었는데, 다름이 아니고 수요조사 한번 나왔습니다.
체스판 머리 좋다 Vs 싫다
참고로 체스판 머리는 흰검 체크무늬입니다.
다들 투표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투표하기]
좋다 █
싫다 █████████
댓글 8112
-컴백 준비 스포 한번 참 신기하게 한다
-누르기 실수ㅠㅠㅠ 좋다 한 표 빼줘ㅠㅠㅠ
-이든아 사진 속 네 머리로 사이버 오목두고 있는 꼴 보고 싶은 거?
음, 너무 티 났나…?
Bình luận cho C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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