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72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26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입을 떡 벌렸다.
케이제이가 원치 않았는데도 차연호가 눈 돌아가서 마음대로 날뛴 게 아니라, 차연호가 날뛰게 케이제이가 유도했던 거라니.
-제가 소속사에서 마주하기 힘들다고 하면 연호가 도와줄지 알았거든요. 아무래도 연호가 눈치가 없어서 이 정도 상처는 달고 가야 심각성을 느낄 거라서, 하하.
시발, 자기가 무슨 황개야? 무슨 고육지계야?
그래, 지금 생각해 보면 만약 케이제이가 본인을 그 꼴로 만든 이가 누구인지 밝히고 싶지 않았다면 끝까지 입 다물고 있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케이제이가 백록을 붙들고 그 말을 했을 리도,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백록이 케이제이의 뺨을 갈기고 목을 졸랐을 리도 없으니.
만약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줬더라도 케이제이가 가만히 있으라고 막았으면, 차연호가 말을 순순히 들어먹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케이제이 귀에 들어가지 않게 남들 다 있는 데에서 날뛰고 캐삭빵을 내걸지 않았겠지.
차연호 캐해는 더럽게 못하면서 차연호 써먹는 건 제법 잘하네? 이쯤 되니 차연호가 케이제이 앞에서만 얌전한 포켓몬처럼 느껴졌다.
“만약 신월에서 차연호 선배 말고 백록 선배를 택하면 어쩌려고요. 엮인 게 많을수록 더 테두리 안에 두려고 감싸는 법인데.”
-저희 소속사에서 연호 손을 놓을 일은 없을 거예요. 연호가 대체 불가능이기도 하고 어차피 백록 선배가 관여자라고 해도, 이게 풀리면 백록 선배가 더 손해거든요. 내쳐 봤자 백록 선배 측에서 먼저 폭로할 위험이 없단 소리죠.
하지만 그 대체 불가라는 차연호도 회귀 전에는 댁이 죽고 꼬리 자르기로 내쳐졌는데.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이 혀끝을 맴돌았다.
하지만 내 복잡한 속도 모르고 케이제이는 계속해서 태평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약 백록 선배가 내쳐진 상태에서 우리가 폭로하게 되면, 적어도 둘이 바로 말을 맞추고 언론플레이를 하진 못하겠죠. 한 소속이 아니니까.
끼리끼리라는 말을 차연호-케이제이 조합에는 차마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끼리끼리라고 하면 너무 일방적으로 누구 한 명한테만 욕이었다. 자동으로 차연호 올려치기가 되는 거라고.
-그리고 그 선배 성격상 본인 내친 소속사에 악감정을 품으면 혼자 못 죽는다고 물고 늘어질 걸요. 몇 년간 서로 인사 잘해 오던 후배 목 조른 것만 봐도 성격 보이잖아요.
채팅방 캡쳐 사진을 보고 납득이 가는 마음 반, 케이제이가 내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현란한 긁기 스킬을 선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반이었다.
“그러면 쫓겨난 원인인 차연호 선배랑 선배님한테까지 악감정을 충분히 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약점 잡혀 있는 선배님을 소속사랑 싸잡아서 공격할 확률도 있지 않습니까?”
내심 걱정했던 부분을 내뱉자 케이제이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마 그러겠죠? 하지만 그래 봤자, 신월 폭로전에 신빙성 더해 주는 것밖에 더 되나요. 그쪽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일지 몰라도, 제 쪽은 그거까지 다 감수하고 터트리는 건데.
세상에, 마치 자동 사냥 모드를 켜 놓은 기분이었다.
-윤이든 씨가 저랑 연호한테 바라는 역할이 그거잖아요. 내부 고발자.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내 마음 읽기를 해 주고 본인의 역할을 찾아내어 잘 수행하다니.
위험도 시스템 자식, 회귀시킬 사람 한 번 기가 막히게 골랐네.
위험도 시스템은 숙주든 거래 당사자든 실패할수록 본인에겐 좋으니, 계속 헛발질만 하는 차연호가 그래도 머리가 굴러가는 편인 케이제이보다 훨씬 더 입맛에 맞는 편 아니겠는가.
만약 케이제이가 회귀했으면 알테어라는 그룹은 빨리 없어졌겠지만 이렇게 일곱 번씩이나 회귀할 지경에는 다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가볍게 여기에서부터 시작해 보자고요.
이런 기막힌 계획을 세워 실행해 놓고도 여전히 담담한 어조에 이제는 감동까지 느껴졌다.
분명 차연호랑 (강제)협조해서 신월 무너뜨리기 하려고 했을 때는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좀 많이 됐는데, 케이제이까지 낀 지금은 걱정을 좀 덜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힘차게 외쳐 보았다.
위험도 시스템 망할 새끼!
* * *
백록, 신월엔터 떠난다…계약 종료 공식화
기사가 뜨며 백록의 계약 종료가 공식화되었다.
물론 음주 운전하면서 사회적 이미지가 나가리된 놈이라 별 이슈는 되지 않았다. 기사를 낸 언론사도 그나마 신월의 손이 닿은 두 곳이 전부였다.
대중의 관심은 물론 0이었고, 알테어 팬들이나 음주돌 품는 소속사라는 오명 벗었다고 좀 좋아하더라.
신월 엔터는 앞으로 덮어쓸 오명이 훨씬 많음에도, 쯧쯧…
[케이제이- 거 봐요 내가 말했잖아요] 오후 2:00
‘그러면 케이제이 말대로 신월이 차연호를 택한 건 맞군.’
의기양양해하는 차연호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확실히, 군백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알테어는 해외 투어만 돌아도 엄청나게 수익 당길 캐시카우이니 포기하기 힘들긴 했다. 차연호가 그런 알테어의 핵심 멤버인 이상 더더욱.
그때는 내 폭로 때문에 알테어가 한번 터진 데다가 군백기까지 겹친 상태에서 내가 아예 관짝에 못을 박아 버렸으니 차연호를 꼬리 자르기로 내칠 수 있었던 건가.
“와, 진짜 캐삭빵, 아니 계삭빵이었네요.”
내가 보여준 기사를 본 김도빈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랬을까요?”
“싸웠나 보지.”
“오, 일리 있는 추론이에요.”
김도빈과 내가 나누는 바보들의 대행진이나 다름없는 대화를 들은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내 마지막 기억까지 D-day는 앞으로 1년 하고도 3개월 반.
시스템이 굳이 내 탈퇴를 기점으로 기억을 끊은 이유가 있다면 그전까지 키워드에 붙어 기생하고 있는 잔여 위험도를 제거하고 기억을 되찾아야만 했다.
그러려면, 흠…
김도빈에게 내가 한창 익히고 있는 기술인 백초크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형, 설마 이걸 저한테 선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죠…?”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 김도빈을 향해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튀려는 김도빈을 잽싸게 낚아채 저지했다.
“자, 도빈아.”
“살려 주세요.”
“이걸 형한테 해 봐라.”
“살려… 네?”
덜덜 떨던 김도빈이 떠는 것도 잊고 벙찐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김도빈은 엄살이 너무 심해서 김도빈의 반응만 보고선 정확한 고통을 측정하기 어려우니, 내가 직접 겪고 측정하는 편이 더 나았다.
“형, 무슨 레슬링 예능 나가요?”
“아니? 빨리 해 봐.”
내 재촉에 김도빈이 조심스럽게 동영상이 하라는 대로 내게 백초크 기술을 걸었다. 하지만 힘이 여엉 약해서 마사지 정도의 수준도 되지 않았다.
이래서야 이걸 견하준에게 써도 되는 건지 영 확신이 안 들었다.
“꽉 졸라 봐, 꽉.”
“이렇게요?”
“어억!”
반사적으로 나온 소리에, 물을 마시다 말고 황급히 물잔을 들고 달려온 류재희가 김도빈의 팔뚝을 팍팍팍 내리치며 팔을 풀게 만들었다.
“미쳤어, 형? 이거 하극상이야!”
“이든이 형이 해 보라고 했어도?”
멀뚱한 김도빈의 물음에 류재희가 다급히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요, 형? 또 불면증 왔어요? 수면제 먹기 싫어서 도빈이 형한테 형 기절시키는 법 가르쳐 주는 거예요?”
차마 견하준을 기절시키기 전에 고통 정도를 직접 몸으로 겪으며 측정해 보고 있다는 소리는 하지 못하고 멋쩍게 뒷머리만 긁적였다.
이렇게 직접 당해 보니까 당할 만한 것 같기도? 팔뚝에 힘을 순간적으로 실으면 빨리 기절해서 고통도 짧지 않을까?
목 닦고 기다려라, 위험도 시스템. 곧 조지러 갈 테니까.
백초크를 당해야 하는 불쌍한 견하준의 몫까지 조져 주마.
다음 날.
아침 운동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모여 앉은 식탁에서 불퉁하기 그지없는 류재희의 표정과 마주했다.
“막내야, 누가 괴롭혔냐?”
첫빠따로 숟가락을 들며 묻자 류재희가 따라서 젓가락을 들며 여전히 불퉁한 얼굴로 대꾸했다.
“형이요.”
“나? 내가 언제?”
“어제 형 불면증 또 왔을까 봐 걱정돼서 밤에 잠도 못 자고 허브티 타서 형 방 갔는데 형은 팔자 좋게 곯아떨어져 있고.”
어쩐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이불이 머리 끝까지 덮어져 있더라니.
그래도 마음이 영 기특해 밥을 다 먹고 빈 그릇 들고 주방으로 가는 길에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어 주었다.
이번에는 슬럼프가 오기도 전에 키즈카페 동요 EDM 메들리로 극복했으니 안심해라, 막내야!
* * *
오늘도 시스템에게 먹금당했다. 이전에 줬던, 손만 대도 기절시키는 아이템을 내놓으라는 땡깡도 321번째였다. 그러니까, 우리집 시스템은 321번이나 내 말을 개무시한 셈이었다.
인간 수면제인가 뭔가 그걸 류재희의 무한루프 체험에 쓰지 말고 여기에 썼어야 했는데!
시스템이 모처럼 줬던 쓸데 있는 아이템이었는데!
시스템에게 먹금 당한 답답함은 레코딩에서 마음껏 풀었다.
우리집 시스템은 내 요구를 개무시하지만, 우리집 멤버들은 내가 요구를 하면 재깍재깍 듣고 들었다는 걸 피드백 수용으로 잘 보여주니 할 맛이 났다.
견하준은 이미 데모곡을 가이드녹음 하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뭔지 캐치한 덕분에 다른 멤버들이 다 뻗기 일보직전으로 다시지옥을 헤매고 있을 때, 홀로 상쾌한 얼굴로 류재희한테 류재희 파트 시범 조언을 해 주고 있었다.
오늘도 6회차 견하준 만나기는 실패인 건가…
턱을 괸 채로 채찍 맞던 서예현에게 당근을 건네주며 심드렁하게 앞을 보고 있던 내 눈앞에 오랜만에 상태창이 떴다.
[깜짝 QUEST★]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내용: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신선한 모습을 팬들에게 선보여 봅시다!
-보상: 초심도 10, 아이템 ‘인간 수면제’
-기한: 이번 활동이 끝날 때까지
※팬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선사하지 못할 시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세상에, 드디어 시스템이 먼저 인간 수면제를 준다고 손을 내밀다니! 동네 사람들! 우리집 시스템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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