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72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23화
왜 서예현에게 을 들이밀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특히 서예현한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해 준 곡이나 다름없는, 그렇게 의미가 큰 곡을 어째서 이번 회차의 너는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느냐고.
‘은… 우리한테 의미 깊은 곡이긴 하지. 성공이 보장된 곡이기도 하고.’
사감을 다 빼더라도 사실만 담겨있는 그 담담한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제일 씁쓸했다.
‘하지만 그건 네 곡이 아니잖아. 그 곡으로 뜬 게 우리가 회귀 전에 사이가 파탄 난 결정적인 이유였고. 아니야?’
서예현은 김도빈보다는 훨씬 더 깊게 을 향한 내 애증 어린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회귀 전 김도빈과 똑같이 남보다 못한 사이였지만, 그래도 서예현이 회귀 전에 마지막까지 화해를 시도했다는 게 이런 것만 보면 마냥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갑자기 왜 오디를 한 바가지를 사 와서 내게 처먹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겨우 입 한가득 들어온 오디를 삼키자마자 기억나는 거 있냐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묻더니, 내가 대체 뭘 기억해야 하냐고 되묻자 이번에는 맥주캔을 갑자기 들이밀더라.
‘흠, 서예현도 나름 노력했군. 오디만이 아니라 맥주까지 들이밀다니.’
하여간, 내 속내를 정확히 짚어 낸 서예현은 그리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10주년 콘서트에서 나를 관객석이 아닌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런 표정을 한 채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그 모습에서 한 번도 형으로 느껴진 적 없었던 인간이 처음으로 형처럼 느껴져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위험도 시스템이 씨발스럽게 나를 엿먹인 건 맞고. 그래서 이제 어쩌라고.”
부러 삐딱하게 말하자 서예현은 네 그 말본새가 제일 문제라고 혀를 찼다.
레브의 우승에는 편곡이 무대 콘셉트와 더불어 제법 큰 몫을 했다. 내가 기여한 바가 제법 되었다는 소리였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신월의 그 개짓거리에 눈 감고 오랜만에 내 힘으로 거머쥔 성공을 맛봐 볼까.
선으로 그은 듯한 타투로 덮은 팔뚝 안 문장을 무의식적에 손끝으로 더듬다가,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나는 결코 마음 편하게 눈 돌리고 이 성공을 만끽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나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제 어쩌긴. 다음으로 하준이랑 네 사이 되돌려야지. 네가 하도 하준이한테 데면데면하고 멀리하니까, 너 뉴본에서 뛰쳐 나오게 해서 그런 줄 알고 엄청 미안해하잖아.”
서예현이 타박하듯 내게 말했다. 이 빌어먹을 위험도 시스템이 붉은색으로 시야를 물들이지 않아도 딱히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네가 일방적으로 연을 끊었고, 내가 뒈져 버리며 너랑 나는 영영 화해하지 못한 채로 남아 버린 관계라는 걸 알고 있는 것보단, 그렇게 알고 있는 게 견하준한테는 더 속 편할 수도.
그리고 견하준을 회귀 전, 우리가 아직 친했던 때처럼 친근하게 대하기만 해도 위험도 수치가 뚝뚝 떨어지면서 시야가 빨갛게 물드는데 내가 견하준을 가까이할 수 있었겠냐.
내가 대답하지 않자 서예현은 그걸 승낙의 뜻이라고 알아먹기라도 한 건지 멋대로 술자리를 만들어 댔다.
다시 나를 어려워하는 김도빈, 다시 나를 도울 대상이 아닌 그저 든든한 형으로 보는 류재희, 이제는 둘 사이 간의 침묵이 더는 편하지 않고 불편하기 그지없게 되어 버린 견하준까지.
다섯 명이 모인 술자리의 분위기는 숙소에서 살 부대끼고 사는 한 그룹이 모였다기엔 지나치게 삭막했다.
‘워후, 방금 가졌던 술자리 분위기랑 차이 보소. 내 장례식장 식당 술자리도 이렇게까지 삭막하진 않았던데, 쩝.’
중재하듯 나랑 견하준의 사이에 앉은 서예현은 연신 우리에게 술을 따라 주며 어떻게든 우리가 서로한테 말을 붙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데면데면하게 보내 왔던 세월이 있는데 바로 화기애애해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본인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속이 답답한지 서예현은 우리보다도 더 연신 술을 들이키다가 결국 제일 먼저 거하게 취해 버리고 말았다.
“왜 레브가 다섯 명이어야 하는가. 일단 우린 다섯 명으로 시작을 했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계속 쭉 다섯 명이어야 한다니까!”
술에 취한 서예현이 늘어 놓는 반복적인 헛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옆에 있던 견하준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팀 탈퇴하려고…?”
화해시킨다고 마련한 자리에서 불안감 조성이나 하고 있다니.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부정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또 탈퇴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었기에.
“취객 술주정 너무 마음에 담아 주지 마라, 준아.”
오랜만에 입에 담은 호칭에 견하준이 놀란 얼굴을 했다. 위험도 수치가 확 올라갔지만 이제 무시했다.
이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망하는 길로 스스로를 끌고 갔던 건 세 번의 경험으로도 아주 충분했다.
“그리고, 뉴본에서 뛰쳐 나온 건 내 선택이야. 그건 후회한 적 없어. 그러니까 너도 마음에 너무 담아 두지 말라고.”
“……그러면 이제까지는 대체 왜 그랬는데?”
뭐라고 말해? 1회차의 네가 나랑 갑자기 절연해서, 그거 때문에 아직도 네가 어렵다고?
1회차는 없는 셈 치고 너랑 다시 잘 지내 보고 절연하는 미래를 막으려고 하면 위험도 시스템이 위험도 수치를 높여 대고 내 시야를 빨갛게 만들어 대서 네가 내 실패의 원인 중 하나인 줄 알았다고?
1회차 때의 절연은 몰라도 지금은 온전히 내 잘못이 맞았다. 술을 단번에 털어 넣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내가 지금까지 곡 작업이랑 우리 그룹 미래나 방향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잖냐. 너한테 그 스트레스를 최대한 안 풀겠다고 일부러 거리를 두던 게 네가 오해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네.”
진짜 이유로 사과를 할 수는 없었기에 적당히 둘러 댄 이유로 사과했다. 겨우 이 정도로도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더는 견하준을 보는 게 고역이 아니었다.
이 한 마디가 뭐라고 그 오랜 세월을…
후우……
견하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를 응시하는 흑갈색 눈동자에는 원망 한 점 없었다.
“그냥 혼자 앓지 말고 말하지 그랬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위로해 줄 수 있었는데.”
거의 6년에 가까운 세월을 견하준에게 냉담하고 데면데면하게 굴었건만 견하준은 호칭과 사과 하나에, 세워 놨던 6년의 벽을 간단히 허물어 버렸다.
항상 친절하고 다정하고 내게만 이해선이 낮은 네가 1회차에서 나한테 등을 돌렸던 건, 정말로 그럴 만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손절칠 만한 쓰레기 새끼는 아니라고 증명받은 것 같아서.
그래서, 내 과오를 모두 알고 있는 견하준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마 다음 번에는 1회 차의 기억이 있는 견하준을 마주하게 되겠지.
그러니 이번에, 이 5회차에 꼭 성공시켜야만 했다.
* * *
기억의 파편에서 벗어나 머리를 잘게 흔들었다. 기억과 현실의 경계선이 다시 뚜렷해졌다.
5회차의 서예현이 나랑 견하준을 화해시키려 시도했었다니.
‘그러면 6회차 때의 나는 견하준을 굳이 멀리하려고 하지 않았던 건가?’
그러면 6회차 견하준이 내 기억을 넘겨 받고도 내게 적대적이거나 원망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던 것도 설명이 좀 됐다.
1회차때 그렇게 빠갈라진 과거에다가 위험도 시스템 때문에 차곡차곡 쌓아 온 오해까지 더해져서, 기억 있는 견하준과 함께 하는 6회차가 얼마나 개판일까 내심 걱정될 정도였는데.
적어도 내가 견하준 멱살을 붙들고 내 기억을 떠넘겨 받으라고 협박해서 견하준이 강제로 받은 건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손절에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는데도 낙하산에게 곡 준 거라고 생각도 못 하는 나 자신을 빡대가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5회차라 맛 가서 생각을 못 한다는 셀프 면죄부를 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5회차의 나는 6회차의 견하준을 피하고 싶어 하고, 지금의 나는 6회차의 견하준을 이렇게 만나고 싶어 하다니.
물론 5회차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조건이 좋긴 했다.
5회차의 나는 신월을 조지는 걸 실패하든 안 하든 내 성공, 그리고 의사와 관계없이 차연호가 시간을 돌리면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나는 견하준에게 백초크만 걸면 6회차 견하준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게 백초크 당하기 싫었으면 순순히 내 정성을 마시고 뻗지 그랬냐, 준아.
다음 날 아침.
퀭한 얼굴을 한 서예현이 비척거리며 방문을 열고 나왔다. 지금까지 본 서예현의 얼굴 중에서 역대급으로 피폐한 얼굴이었다.
저 얼굴이 개고생을 해서 나온 게 아니라 숙취로 나오다니. 서예현이 그만큼 속 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나.
저 인간은 술을 그렇게 마시고도 얼굴이 붓지를 않네. 인체의 신비였다.
“속 쓰려 죽을 것 같아…”
견하준을 기절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도수 높은 술이란 술을 다 섞어 놓은 윤이든 특제 폭탄주를 석 잔이나 마셨으니 숙취가 엄청날 수밖에 없지.
그래도 서예현이 몸 바쳐 마셔 준 덕분에 5회차 기억의 파편을 볼 수 있었기에 내 몫으로 빼놨던 인스턴트 해장국을 서예현에게 쓱 밀어주었다.
“세상에, 네가 웬일로 너 먹을 걸 다 양보하고 그래? 너 완전 사람 됐다.”
감동하는 서예현을 향해 류재희가 냉정하게 진실을 말해 주었다.
“이든이 형이 딱히 사람 됐다기보단, 그냥 병 주고 약 주는 거 같은데요. 어제 형이 마시고 뻗은 폭탄주 다 이든이 형이 제조한 거잖아요.”
“나는 맹세코 그거 형한테 먹이려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준이가 밑장빼기 한 거지.”
여전히 술기운이 남아 있어 그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서예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한테 따져 묻는 대신 해장국을 뚝딱 비웠다.
“그런데 그거 들었어요, 형들?”
김도빈이 숟가락을 든 채로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김도빈이 전해줄 소식이라곤 본인 아이돌 친구들에게 전해 들은 가십거리나, 소속사에서 주워들은 소식밖에 없을 텐데.
제발 또 대표님의 평행우주병이 다시 도진 것만 아니길 바라며 말해보라는 뜻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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