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71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717화
견하준 보컬, 류재희 보컬, 견하준&류재희 듀엣, 견하준 보컬에 류재희 피처링, 류재희 보컬에 견하준 피처링, 견하준 보컬에 류재희 화음, 류재희 보컬에 견하준 화음으로 한 화를 꽉꽉 채우진 못할망정, 은 비행기에 타고 여행지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 것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왜 차연호가 목베개하고 자는 모습까지 봐야 하는 거지…? 차라리 꾸벅꾸벅 조는 견하준이랑 진지하게 휴대폰으로 테트리스 하고 있는 류재희를 더 보여줘라.
[잠든 모습도 천사같은…?]
저게 어떻게 천사야. 천사 다 얼어 뒈졌나. 잠든 차연호에게 붙은, 기도 안 막힐 정도로 어이없는 자막을 보며 투덜거렸다.
“뭔데, 빨리 노래 부르는 거 보여 주라고!”
“아니, 방송 분량으로 찍어놓은 게 있는데 네가 TV에 호통 친다고 간주 점프가 되겠어?”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향해 재촉하고 있자 서예현이 혀를 찼다.
[하준: 거봐, 내가 일교차 심하다고 가벼운 겉옷 하나 꺼내놓으라고 했잖아.]
[유제: 저 진짜 괜찮은데! 형 몸 더 챙겨야죠.]
[하준: 괜찮아. 너 입고 있어. 나는 그렇게 많이 안 추워.]
그래도 견하준과 류재희가 서로를 챙기는 모습들이 제법 나와서 보기 고역일 정도로 지루하진 않았다.
레브와 마찬가지로 알테어에서도 메인보컬과 리드보컬이 한 명씩 나왔다. 나머지 두 명은 제법 연차 있고 인지도 있는 솔로가수였고.
섭외 라인업에서부터 어떻게든 이 프로그램을 성공시켜 보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알테어 리드보컬은 김서균이었던가. 차연호가 형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차연호보다 나이가 많은 모양이었다.
[서균: 연호야, 물 마실래?]
[연호: 됐어. 목 안 말라.]
김서균은 차연호를 챙기느라 바빠 보였지만, 우리 준이와 막내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딱히 나지 않았다.
혹시 모르지. 팬심 렌즈 끼고 보면 보일 수도.
하지만 나는 차연호를 보는 눈에 차연호의 모든 걸 꼬아보는 렌즈가 끼어져 있었으므로 저 자식이 챙김 받는 것도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 시켜 먹는 것 같이 보여서 영 아니꼬웠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스킹 타임이 다가왔다.
왜인지 모르게 낯익은 배경을 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어? 저기 거기 아니냐? 우리 뮤비 찍을 때 처음으로 버스킹했던 곳?”
“오, 기억하시네요?”
의외라는 듯이 대꾸하는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으며 피식 웃었다.
때로는 잊을 수 없는 순간도 존재하는 법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도 끌지 못했던 그 장소에서, 서예현을 세워놔야지만 그나마 사람들의 시선을 간신히 잡아놓을 수 있던 그곳에서의 버스킹이 케이블 예능에서 재현되는 건 기분이 참 묘했다.
[유제: 사람마다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장소가 있잖아요. 저한테는 그게 여기예요.]
자료화면으로 우리의 버스킹 영상이 떴다. 몇 년 전 영상이라 그런지 자료화면 속의 우리는 아직 앳된 면이 남아 있었다.
“아니, 왜 나 저렇게 우두커니 있어?”
“호객행위, 호객행위.”
노래 부르고 추임새 넣는 두 명 옆에서 마이크만 쥔 채 우두커니 있는 본인의 모습을 본 서예현이 경악했다. 저런 영상이 아직도 너튜브에 떠돌아다니냐면서.
[유제: 의미 깊은 장소에 하준이 형이랑 새롭게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기뻐요.]
[하준: 그때는 아마 버스킹이 벌칙이었나? 그랬을 거예요. 그래서 그때 저는 멤버들이 버스킹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막내랑 함께 앉아 있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그러니까… 긍정적인 의미로요.]
아무래도 버스킹 인원 구성이 바뀌었다 보니 류재희는 그때와 다른 곡을 선곡했다.
견하준과 함께 부를 수 있는 남녀 듀엣 혼성곡이었다. 빌보드 연간 2위 곡이라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 만한 곡이었다.
긴 인트로에 지쳐 뻗었던 몸을 뒤척여 경건하게 자세를 잡고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방송 촬영 중이라 신기해서 발걸음을 멈춘 건지, 아니면 북미투어를 돈 레브를 알아본 건지, 지나가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버스킹을 준비하는 류재희와 견하준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류재희는 키를 낮추지 않고 원음 그대로 불렀다. 참고로 류재희가 여자 파트였고, 견하준이 남자 파트였다.
견하준의 담백한 보컬과 류재희의 애절한 보컬이 어우러지며 제법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뤄냈다. 확실히 견하준의 목소리는 분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 주며 곡을 안정시키는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감정을 절제하면서 부르는 게 류재희와 대비되며 완벽한 곡 해석 능력도 보여 주었다. 노래 가사 자체가 이별을 고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붙잡는 여자의 이야기였으니까.
이런 걸 계속 보여 줘야지, 무슨 쓸데없이 말라비틀어진 천사나 보여 주고 난리야.
류재희가 흐트러지지 않고 가볍게 소화한 곡의 절정 파트에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틀어막는 관객의 모습도 한 번 비추어 주었다.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관중들을 모은 버스킹이 끝나자마자, 소파에서 몸까지 벌떡 일으켜 티비 화면 속 관중들과 함께 열성적인 박수갈채를 보냈다. 내 박수 소리를 견하준에게 직접 들려주지 못하는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유제: 너무 완벽한 수미상관이에요!]
[하준: 저한테도 평생 기억할 만한 장소가 생겼네요.]
알테어의 버스킹 듀엣은 넘기려고 했지만 류재희가 내심 궁금했다고 해서 채널을 돌리려던 손을 조용히 내렸다.
“그러고 보니까 다 같이 공연할 때도 바로 옆에서 듣긴 했는데, 차연호 선배님도 형 스타일 음색 보유자 아니에요?”
사실이긴 했지만 인정은 하고 싶지 않아 고개만 까딱했다.
지금도 차연호 보컬 실력과 음색이 좋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청각과 마음의 인지부조화에 미쳐버릴 것 같은데 우리 막내가 불난 가슴에 기름까지 부어대고 있었다.
“그러면, 차연호 선배님한테도 곡 줄 생각 있어요?”
“막내야, 차연호에게 줄 곡 쓸 시간에 레브 곡 열 곡 쓰겠다.”
차라리 김도빈처럼 멍 때리고 휴대폰만 하는 게 차연호한테 줄 곡 쓰는 시간보다 더 가치 있는 시간이겠다고.
그렇게 세 쌍의 듀엣무대로 첫날을 보내고, 둘째 날은 섭외된 라인업이 다 같이 모여서 한 명씩 노래를 불렀다.
뉴욕까지 와서 듀엣곡만 부르고 가면 섭섭하니까 온전히 한 곡씩 부르게 해 주는 건가.
“이거 참 좋은 프로그램이네. 알테어 섭외만 뺐으면 정말 완벽했을 텐데.”
견하준이 홀로 부르는 을 들으며 감성에 젖어 중얼거렸다.
-견하준 연기하지마 평생 가수 길만 걸어???
-저기 있는 사람들은 모르겠지 구독자 수 53만 너튜버 Smile J께서 강림하셨다는걸
-스제 외국인들한테도 반응 오던데 시그니쳐 스마일가면 붙여주면 알아보는 사람 있을지 궁금하다
-요즘 스제 왜 안와ㅠㅠㅠㅠ 드라마 ost만 부르지 말고 커버곡으로도 함만 와줘요ㅠㅠㅠ
-하준이 보컬 장점은 담담하고 깔끔한 감정전달같음 ㄹㅇ 과하지 않고 너무 좋음
-하준이 노래 들을 때마다 끊임없이 하준이 음색찬양하는 이든이가되…
-하준이 본업은 가수입니다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연기로 전향하라고 하면 레브 리드보컬은 누가하라고 ㅅㅂ
-재희 대신 이든이가 왔으면 하준이 옆자리에서 얼마나 행복해했을까….
-이든이 지금 우리랑 같이 싱어롱 본방사수하면서 좋은 프로라고 감동하고 있을삘
류재희도 레브의 메인보컬다운 저력을 마음껏 뽐냈다.
-우리 거대햄찌가 왜 이렇게 천재보컬이야ㅠㅠㅠㅠ
-ㄹㅇ 원곡 생각도 안나게 니곡내곡 시전해버리네ㅋㅋㅋ 이게 바로 레브 메보 클래스
-하준이가 담백함이라면 유제는 화려함인 듯 그런데 소화를 너무 잘시켜서 전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안듦
-막냉이 전날에 추억의 버스킹장소 갔다오더니 완전 득음해버렸어ㅋㅋㅋㅋ
-역시 윤이든 양손의 꽃들
-이든이 짐꾼으로라도 데려가지 아니면 일일 매니저로라도 내가 괜히 안타깝네
“사실, 옆에 차연호 선배님 있어서 레브가 알테어한테 밀린다는 반응 우리 팬들이 안 보게 하려고 진짜 사력을 다 했어요.”
류재희가 조용히 털어놓았다. 류재희도 제법 승부욕이 있는 녀석이라 우리가 밀린다는 뒷말이 나오는 걸 용납하지 못할 터였다.
사감 다 빼고 객관적으로 들어도 우리 보컬라인이 이긴 것 같았다. 압승이라고 하긴 좀 뭐하고, 이겼다.
알테어 보컬멤들 반응은… 내가 굳이 찾아볼 이유가?
“역시 레브 보컬라인이 최고다!”
“저도요?”
나름 서브보컬 김도빈이 은근슬쩍 칭찬 라인업에 끼어들려고 시도했다.
겠냐?
마지막 화 촬영과 기념 회식을 끝내고 온 견하준이 숙소로 들어오자마자 견하준의 앞에서도 박수갈채와 함께 곡 감상을 줄줄 늘어놓았다.
견하준이 명절 생존 미소를 지으려고 하다가 정신 붙잡는 게 보여서 슬슬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서예현이 끼어드는 게 먼저였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니까 5분 넘게 말하고 있네. 세상에, 방금 스케줄 끝내고 돌아온 애한테 무슨 고문을!”
“괜찮아, 형. 이든이가 소파에 나 앉힐 때부터 5분은 넘을 거라고 예상했어. 그래도 10분 되기 전에 끊어줘서 고마워.”
“준아, 10분 동안 감상평 말하는 건 나도 못하지. 수상소감도 4분 45초가 최대였는데.”
하품하며 방으로 들어가는 견하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내 계획을 되새겼다.
이미 촬영팀이 모여 축하회식을 마치고 왔는데 우리가 또 숙소에서 마지막 화 촬영을 축하하는 것도 웃긴 모양새라, 마지막 화 방영 날을 노렸다.
그날이 바로 견하준을 기절시킬 D-day였다.
“너 또 무슨 일 꾸미고 있는 거야?”
그런 나를 발견한 서예현이 지레 기겁하며 물었다.
“레브가 다섯 명이서 10주년 콘서트를 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일.”
“그러면 레브가 다섯 명이서 콘서트를 하지 네 명이서 콘서트를 하냐?”
글쎄, 하더라고.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 탈퇴 없이 다섯 명이서 해 보자는 거 아니냐.
차마 서예현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삼키며 장난스레 씩 웃었다. 서예현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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