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9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98화
“그때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가 열여덟 살 때였나?”
“네, 뉴본에 연습생으로 있을 때였으니까요.”
엄마랑 견하준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걸 듣던 막내 라인이 눈을 빛냈다. 우리가 잘 꺼내지 않는 시절의 이야기였으니까.
나한테는 그때도 나름 좋았던 시절이었긴 하지만, 견하준에게 그 시절이 겉돌아서 힘들었던 시간이란 걸 아는데 굳이 꺼낼 이유가 없었다.
“이든이가 맨날 자기 같은 친구들만 데려오다가 이렇게 얌전한 친구를 데려오는 건 처음이라서 얼마나 의외였는지 몰라.”
그렇겠지. 맨날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하고 우렁차게 외치는 놈들만 보다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하고 조용조용 인사하는 애를 보면 낯설지 않을 수가 없지.
견하준이 그 말에 멋쩍게 웃었다.
“포도도 안녕. 오랜만에 보네. 많이 크… 진 않았구나. 덩치는 그때랑 비슷하네.”
카이사르 때와 마찬가지로 견하준이 8년 만에 만나는 포도에게 담백한 인사를 건넸다. 포도가 과연 어릴 적에 만났던 형을 기억하고 있으려나 궁금했다.
마구 치대고 있는 걸 보아하니 낯선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지만.
엄마한테 명절 선물 세트를 공손히 건넨 견하준의 손에는 아직도 큼직한 쇼핑백 하나가 남아 있었다.
거실 소파 앞 탁자에 쇼핑백을 내려놓은 견하준이 말했다.
“이번에 받은 디저트인데, 절반은 누나 먹으라고 집에 남겨 놓고, 너희들 먹이려고 절반 가져왔어.”
“이게 절반이요…?”
큰 쇼핑백 하나를 꽉꽉 채운 디저트의 향연이 절반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대체 견하준은 명절마다 디저트를 얼마만큼 먹고 오는 거야?
“친척 어른들께서 항상 사다 주시는데, 이번에 나는 체중 조절 때문에 못 먹으니까.”
견하준이 명절마다 꼬박꼬박 집으로 가려고 하는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저게 다 설탕에 버터에 크림에… 칼로리가 대체…”
그걸 보는 서예현 내면의 칼로리 악귀가 깨어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에 오이푸딩케이크로 칼로리 악귀를 한 번 더 잠재워야겠다.
“요즘은 또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하더라. 맛있게 먹으면 되지.”
엄마가 웃으며 서예현이 제일 싫어하는 말 no.1을 내뱉었다.
“그, 그러네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죠.”
필사적으로 웃는 서예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평소에 들으면 미쳐 날뛰던 말을 본인 입으로 긍정해야 한다니, 고양이에게 삐져서 가출한 대가가 너무 컸다.
쇼핑백에서 디저트를 꺼내 두 그룹으로 분류한 견하준이 두어 발짝 물러났다.
“아, 어머님. 드시고 싶은 거 먼저 고르세요. 여기 있는 게 덜 단 종류고요, 여기 있는 게 달달한 종류예요.”
“어머, 고마워라. 잘 먹을게. 우리 이든이도 하준이 절반이라도 섬세했으면 좋겠네.”
“이든이도 가끔 좀 무신경한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섬세한 편이잖아요.”
견하준과 나를 비교하며 견하준을 올려치기 하면서 달지 않은 종류에서 디저트 서너 개를 고른 엄마는 하준이한테 뺄 살도 없어 보이는데 좀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 소리 했다.
그 말에 견하준은 대답 대신 어색하게 웃었다. 명절 강의 자컨에서 선보인 명절 생존 미소는 아니었다.
거실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다섯 명을 본 아버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숙소는 안 좁지? 너희 그렇게 있으니까 이 집이 다 좁아 보인다.”
두 분만 있던 집에 평균 키 180이 넘는 사내놈들 다섯 명까지 더해서 모여 있으니 공간이 좁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반지하에서 안 살아 봐서 그럽니다. 반지하에 비하면 이건 좁은 것도 아닌, 큼.”
류재희가 내 옆구리를 툭 쳐서 말을 끊어 냈다.
저를 적극적으로 예뻐하지 않는 견하준에게 금방 관심이 떨어진 포도는 저를 온몸으로 놀아 주는 김도빈이랑 아주 잘 놀고 있었다.
“역시 동족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봐요.”
“김도빈이 개 같다고? 잠깐만, 어감이 좀 이상한데.”
“이상한지는 알아서 다행이다.”
다 같이 모여서 평소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여기가 내 본가인지 숙소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순간 내가 숙소에 포도 데려온 줄.
“연습생 시절에 집까지 초대했을 정도면 그때도 형들 엄청 친했나 봐요. 저는 평범한 친구 사이였다가 이든이 형이 쫓아 나오고 나서 이렇게 빡 친해진 줄 알았는데.”
따지자면 내 본가에 왔던 건 견하준보다 권윤성이 먼저였긴 했다. 권윤성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적도 있었다.
권윤성이야 뭐, 그냥 별 이유 없이 초대하니까 왔을 테고…
“야, 준아. 그런데 그때 네가 우리 집에 왜 왔더라?”
회귀 때문에 체감상 너무 오래 전이라 견하준이 우리 집에 왔던 자세한 이유는 기억이 영 가물가물했다.
견하준의 성격상, 단순히 놀자는 제안만으로 우리 집을 방문했을 리가 없었다.
“기억 안 나? 성적표 숨기는 거 도와준다고 왔잖아.”
예상보다 더 다이나믹한 이유에 입을 떡 벌렸다.
“하준이 형이 이든이 형 성적표 숨기는 걸 도와주려고 이든이 형 집에 왔다고요? 반대가 아니고요?”
“내가 성적표는 좀 잘 숨기는 편이거든. 한 번도 들킨 적이 없어.”
믿지 못하고 되묻는 김도빈의 말에 견하준이 묘하게 뿌듯해하는 얼굴로 웃으며 대꾸했다.
“이든이가 그때 부모님이 성적표 보면 연습생 때려치우라고 할 게 분명하다고 숨기는 거 도와 달라고 했거든.”
그때의 내가 친해지려고 아주 개수작을 부렸구나.
나는 성적표를 찢어서 버리거나 가방 안에 처박아 놓고 형체가 너덜너덜해질 즈음에야 가져다 버리면 버렸지, 성적표를 집 안 어딘가에 숨기는 귀찮은 짓거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 번째는 박승재가 내 옷에 음료수 엎질러서? 일부러는 아니고 실수이긴 했는데, 걔가 사과를 하도 건성으로 하는 바람에…”
박승재는 연습생 시절 나한테 항상 물을 가져다주던 KICKS 멤버였다. 새끼, 그때는 착한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싸가지가 없었네.
“이든이 형이 사과 똑바로 안 한다고 화내고 하준이 형을 집으로 데려갔군요?”
“아니, 이든이는 당시에 그 자리에 없어서 그 건성인 사과를 못 봤고. 그냥 내가 이든이한테 너희 집에서 옷 좀 빌려도 되냐고 부탁했어. 걔네 약 좀 오르라고.”
이럴 수가, 내가 견하준한테 KICKS놈들 긁기용이었다니.
“세 번째는 이든이가 가족 여행 다녀왔을 때인데, 연습생 애들한테 기념품 뿌리고 나랑 권윤성한테는 안 주더라고.”
“둘은 집에 데려와서 따로 챙겨 줬겠죠.”
류재희가 안 봐도 뻔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맞아. 이든이가 나 디저트 좋아한다고 해서 스위스랑 프랑스에서 싹싹 긁어 왔다고 권윤성이 받은 거 몇 배로 떠안겨 준 바람에 권윤성 눈빛이 좀 따가웠지.”
“그때부터 비견하준 차별은 유구했구나.”
내 한결같은 모습에 감탄했는지 서예현이 혀를 찼다.
당시 견하준의 도움을 받아서 숨겨 놨던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도 찾았다.
“헐, 화학 8등급, 생물 8등급, 기벡 7등급, 미적분 2 9등급, 국어 4등급, 영어 3등급… 너 이과 진짜 왜 갔냐? 차라리 문과를 가지.”
“아, 작게 말해, 작게.”
내 성적을 좔좔 읊는 서예현의 입을 다급히 틀어막았다.
아무리 이제 성적표가 상관 없는 날이 왔다고 해도, 9등급은 들키면 진짜 뒈지는 거다.
타이밍 참 좋게도 서예현이 한바탕 내신 등급 읽기를 마친 후에야 엄마가 깎인 과일이 놓인 쟁반을 들고 등장했다.
거기에 추가로 내 어릴 적 사진이 담긴 앨범도 함께.
“와, 진짜 사진만 봐도 육아 난이도 최상급이다.”
“어, 얘 바둑이 맞죠? 와, 이든이 형이 리트리버만 했던 때도 있었구나. 신기하다.”
“아니, 무슨 어린애가 이렇게 건달처럼 앉아 있냐고.”
“보통 어릴 때 사진 보면 귀엽다는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뭐랄까… 정말 그대로 컸네.”
“하준이 형이 지금 어릴 때도 이든이 형 인상이 더러웠다는 소리를 돌려 말하고 있네요.”
“네가 해석 안 해도 다 알아들어, 인마.”
내 순수했던 시절을 구경한 감상평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녁은 견하준이 집에서 싸온 음식들과 엄마가 준비해 놨던 명절 음식들로 한상 가득 차려 먹었다. 저녁 준비는 견하준과 서예현이 도왔다. 이게 바로 대리 효도?
대신 설거지는 내가 하고 류재희가 옆에서 거들었다.
김도빈은 뭐 했느냐, 포도랑 놀아 주었다. 무한 공 던지기 놀이는 설거지보다 더한 노동이었다.
저녁 식사와 설거지까지 모두 마친 후.
“그러면 우리 오늘 어떻게 자요? 침대가 딱 봐도 1인용인데, 여기에서는 집주인이 잘 테고. 네 명이 자려면 좀 많이 붙어서 자야겠는데요?”
“아니, 내가 아니라 예현이 형이 자. 내가 지금 이틀 내내 예현이 형한테 침대를 양보하고 있다니까, 지금.”
내 투덜거림에 서예현이 아주 뻔뻔하게 반박했다.
“내가 집주인 침대를 웬만해서는 뺏고 싶지 않았는데, 바닥에서 자려니까 등이 배겨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겠더라고.”
“형이 그러니까 카이사르가 침대를 가리는 거 아니야. 형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지.”
“나는 적어도 침대 뺨을 때리지 않아.”
서예현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거 참 자랑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 다들 굳이 이든이네 집에 모여서 불편하게 자는 거야? 다 같이 모였으니까 그냥 숙소 가면 안 돼?”
잠자리에 매우 예민한 견하준이 이의를 제기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랬다.
숙소에서는 1인 1침대로 편하게 잘 수 있는데 굳이 서예현만 침대에 재우고 내 본가 바닥에서 불편하게 자는 이유가?
“안 자고 숙소 돌아가게?”
“응, 엄마랑 아버지 편하게 주무시라고. 우리도 편하게 자고.”
각자 짐을 주섬주섬 챙겨 숙소로 돌아갈 채비를 마치자,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걸 눈치 챘는지 포도가 서예현에게 매달려 구슬프게 낑낑 울기 시작했다.
내가 본가로 떠날 때도 저렇게 가지 말라고 매달린 적이 없으면서, 무려 사흘이나 질릴 정도로 얼굴을 본 서예현한테만 저렇게 매달리고 있는 게 약간 괘씸했다.
“얌마, 윤포도!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 싸나이라면 깔끔하게 이별할 줄도 알아야지!”
포도는 내 말을 아주 개무시를 하고 계속해서 서예현의 바짓자락을 물고 늘어졌다.
“남의 집 고양이는 애착 인간한테 인사 딱 하고 미련 없이 이동장에 딱딱 들어가더라! 너도 카이사르 반만 닮아 봐라! 강아지 자존심이 있지!”
“그건 카이사르가 정이 없어서 그러는 거고! 포도가 정이 많아서 이러는 건데 애를 혼내긴 왜 혼내?”
본인의 반려동물을 까며 서로의 반려동물을 쉴드치고 있는 기현상이 펼쳐졌다.
왜 엄친아 같은 말이 생겼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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