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9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90화
<프로젝트 맞선> 이후 두 번째로 오는 드라마 촬영장이었다.
그때는 급조한 전국노래자랑 무대였는데, 오늘 촬영 현장은 야구장이었다. 잠실이나 고척은 아니고, 이제는 더는 경기장으로 쓰지 않는 오래된 야구장?
남자주인공 설정이 야구 유망주였다가 성인이 되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부상 때문에 야구를 그만둔 캐릭터랬나, 그랬을 거다. 오늘 촬영할 씬은 고교 야구부 시합이고.
“하준 씨, 잘 먹을게-.”
“잘 먹을게요.”
커피차 옆에 서 있는 견하준한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인사를 건네고 커피와 간식을 받아 갔다.
“하준이 형이 생각보다 놀라지 않아서 영 김이 새요.”
견하준의 옆에서 류재희가 본인 최애픽 음료인 청포도에이드를 쭉쭉 흡입하고선 툴툴거렸다.
평소에 먹으려면 서예현의 칼로리 및 당류 고나리를 견뎌 내고 나서야 먹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서예현의 칼로리 집착증이 잠시 가라앉은 지금이 찬스였다.
따뜻한 카페라떼를 양손으로 감싸 쥔 견하준이 특유의 멋쩍어하는 미소를 지으며 전혀 미안하지 않은 말투로 대꾸했다.
“하지만 너희가 아침부터 영 수상하게 굴어서 눈치채 버린 걸 어떡해.”
“너희라고 하지 말고 예현이 형이랑 도빈이라고 주어를 똑바로 말해 주라, 준아.”
커피차와 함께 깜짝 서프라이즈로 등장해서 감동 받은 견하준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우리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왔어? 일찍 왔네?’
촬영 의상인지 교복을 입은 견하준은 커피차와 함께 등장한 우리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맞이했다. 마치 우리가 오늘 올 것인지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하준아, 오늘 무슨 장면 촬영해? 야외 촬영이야? 야외 촬영이면 힘들지 않아? 목마르고?’
‘맞아요, 음료나 커피 같은 거 막 당기지 않아요?’
아침부터 촬영 스케줄 가야 하는 견하준을 붙들고 쓸데없는 질문을 던져 대던 서예현과 김도빈이 견하준이 이 커피차 서프라이즈를 눈치채는 데에 한몫 거하게 한 것 같았다. 심지어 서예현은 연기력 부족 이슈도 있었다.
“야,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나는 그저 하준이한테 야외 촬영이 얼마나 힘든지만 물었을 뿐이야! 도빈이가 음료랑 커피 이야기만 안 했어도 하준이가 의심을 안 했을 거라고!”
서예현은 김도빈한테 떠넘기기를 시도했다. 견하준이 서예현의 눈을 피해 나를 돌아보며 짧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봐도 서예현 때문에 눈치 깐 게 맞다는 뜻이었다.
“네, 아무튼 서프라이즈는 실패예요. 하준이 형 눈치 너무 빨라.”
류재희가 들고 있던 카메라에 대고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내가 봤을 때 준이를 속이려면 예현이 형이랑 도빈이 입을 막아야 해. 둘이 너무 티나.”
“네가 말해도 티 날걸?”
“뭐라는 거야? 내가 말하는데 티가 왜 나? 8회에서 내가 얼마나 티 안 나게 열연을 했는지 못 봤어?”
“금지어 현실에도 도입하면 안 되냐? ‘MAINFRAME’ 단어 나올 때마다 허공에서 쟁반이라도 이 자식 대ㄱ… 머리에 떨어져서 말문 막았으면 좋겠다, 진짜.”
“네? 이든이 형이 대머리요?”
“하아…”
“멀쩡한 내 머리를 왜 대머리로 만들고 난리야, 인마!”
류재희의 손에 들린 카메라를 의식하며 평소보다 언어가 순화된 상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촬영장이 시끌시끌해졌다.
“포수 단역 펑크요? 지금 촬영 들어가야 되는데요!”
“장난해? 포수 아무나 못 시키는 거 알 텐데 당일 펑크를 내?”
감독은 인상을 구기다 머리를 감싸 쥐었고, 조감독은 대체 인원 리스트를 빠르게 넘기기 시작했다.
위기를 맞은 이 급박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만 너무 태평한 것 같아서 약간 뻘쭘했다.
아무래도 촬영 시간이 늘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왔지만, 어차피 우리가 있어서 견하준은 대기 시간에도 심심하지 않을 터였으므로 우리나 견하준한테 딱히 큰 문제는 아니었다.
촬영팀한테는 문제겠지만, 음.
“아무나 대타 세울 수는 없나?”
“아무래도 저런 역할은 단순 엑스트라 알바를 쓰는 게 아니라 야구 유경험자 우선 캐스팅이니까. 유석 형도 캐스팅된 직후부터 계속 야구 타자 폼 배웠다고 했고.”
내 의문에 견하준이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참고로 견하준이 말하는 ‘유석 형’은 이 드라마 남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였다. 회귀 전에도 이 드라마를 같이 촬영한 인연으로 견하준과 제법 배우 대 배우로 친해졌던가.
내 몫으로 받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빨며 고개를 까딱였다.
요즘은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걸 얼죽아라고 한다던가? 핫 아메리카노를 선택한 서예현이 내 아아를 질린 눈으로 쳐다보긴 했지만 알 바 아니었다.
“하긴, 공 받는 게 쉽지 않지. 단순 캐치볼 수준도 아니고 야구 경기 수준으로 세게 던지는 공이면.”
“날계란보다 더요?”
“당연히 난이도는 날계란이 위 아니냐. 생각을 좀 해 봐라, 도빈아. 야구공이 힘조절 잘못 해서 잡으면 터지냐? 어?”
감히 이 형님의 능력치를 깎아 내리려는 김도빈을 오랜만에 두피 마사지로 응징해 주고 있자 견하준이 시선 몰린다고 우리 둘을 떼어 놓았다.
김도빈이 정수리를 문지르며 구세주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견하준을 바라보았다.
“일단 대타 구할 동안 응원석 씬부터 먼저 촬영하는 게…”
“남연우 배우가 아직 안 왔는데요. 스케줄 때문에 좀 늦는다고…”
“미치겠네, 촬영 딜레이 제대로….”
그때, 세트 뒤편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조감독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계란, 계란!”
마치 유레카를 연상시키는 외침이었다. 계란을 외치는 목소리에서 약간의 희열마저도 느껴졌다.
“조감독님, 무슨-”
“날계란 캐치!”
나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가 촬영장에 울렸다.
내 업적을 아는 듯한 이들 몇몇이 반사적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쏜살같이 튀어나온 조감독이 나를 덥석 붙들었다. 당황한 내게 조감독이 부담스럽게 빛나는 눈을 하고선 따발총처럼 물었다.
“공 잡을 줄 아시죠? 날계란 잡는 것보다 쉬워요!”
방금 전까지 김도빈한테 야구공보다 날계란 받기가 훨씬 어렵다고 내 입으로 버럭버럭하고 있었던 터라 할 말이 없었다.
여기에서 아니라고 부정하면 나는 이제 한입으로 두말하는 놈이 되어 버리는 거다. 그리고 난 겨우 그런 걸로 가오가 깎이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야 잡을 줄은 아는데, 혹시…?”
아무리 우스갯소리로 크보가 뺏긴 인재라는 별명이 한동안 돌았긴 해도, 설마 진짜로 나한테 대타를…?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조감독이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타로 세우게?”
“키 보니까 유니폼도 대충 맞을 거 같고, 어차피 포수 마스크 씌울 테니까 갑자기 아이돌 나온다는 위화감도 안 들 거고요.”
감독과 조감독이 나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나는 DTB 날달걀 캐치의 공으로 인해 포수 역 대타로 드라마에 투입되었다. 우리 매니저와 조감독이 출연료 관련 이야기를 하러 자리를 잠시 떴다.
야구 유니폼은 다행히도 내 몸에 얼추 맞았다.
촬영 전 워밍업 삼아, 투수 역을 맡은 단역 배우와 공을 주고받았다. 이분은 야구부 출신 체대생이었다.
학창 시절 야구 놀이는 애들 장난처럼 느껴질 만큼(물론 애들 장난이 맞기도 했지만) 포수 미트를 끼고도 손바닥이 얼얼하긴 했지만, 왕년 선문고 1학년 5반 MVP 자존심이 있지. 이를 악물고 공을 받아냈다.
“아니, 그런데 DTB 때 그거 진짜 날달걀이었어요? 삶은 달걀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안 깨지고 잡지?”
“그러게요. 잡고 보니까 날계란이더라고요.”
이 단역 배우도 DTB 날달걀 캐치 장면을 봤는지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날의 온도 습도 조명까지도.
주고 받는 공 싸인까지 모두 익히고 드디어 촬영 현장에 투입되었다.
상대팀 타자를 맡은 주연 배우가 계속 스트라이크와 파울을 내면서 투수가 던지는 공 속도가 서서히 감속했기에 주연 배우가 안타 칠 때까지 계속 공을 받아야 했음에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현실 경기였으면 벌써 삼진아웃으로 나갔을 텐데, 안타 한 번 치기 위해 십오진노아웃을 만들고 있었다.
실제 경기도 아니라, 그냥 나는 열심히 투수와 익혔던 싸인을 주고받으며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받으면 됐다.
10스트라이크 15파울이 됐을 때는 그냥 내가 여기서 공 놓친 척 안 잡아서 주연 배우를 1루로 보내 버리고 싶더라.
드디어 주연 배우가 안타를 치며 내 역할도 끝났다. 그런데 분명 홈런이 아니라 안타인데 왜 홈까지 뛰는 건지 모르겠다.
“오케이, 컷!”
촬영이 끝나자마자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이 겨울에 땀이 다 날 정도였다.
다음 촬영 장면은 응원석 장면이었다. 드디어 견하준의 연기 차례가 다가왔다. 여주인공과 함께 촬영하는 씬이었다.
“이든이 형, 커피 한 잔 더 마시면서 쉬고 계세요. 저희는 하준이 형 연기 직관하고 올게요.”
“약올리냐?”
나머지 멤버들은 응원석 까메오로 출연하며 견하준의 촬영 장면을 매우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포수 역할을 맡아 경기 장면 촬영에 투입되었기에 응원석 까메오 출연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
편집은 경기와 응원, 그 두 장면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될 건데, 내가 응원석 까메오 출연을 하면 포수가 경기 중에 응원석에 갑자기 나타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터라.
나도 티비 화면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친구가 연기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거 참 아쉽게 됐다.
저 멀리에서 견하준이 응원석 바로 앞으로 간 남주인공에게 손 흔드는 여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이렇게 멀리서만 직관할 수가 있다니. 티비 화면 거리가 더 가깝겠다, 이런 젠장.
“이든이 형이 직관 못 한 게 진짜 아쉽다. 하준이 형 연기 엄청 잘했는데. 제가 뛰쳐 나가서 연애는 안 된다고 하준이 형 잡고 늘어질 뻔한 정도였는데.”
“와, 저였으면 멤버들 앞에 두고 절대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기 못 해여. 형들이 놀릴까 봐 신경 쓰여서.”
“하준이급으로 하면 못 놀리지.”
견하준의 연기를 직관하고 온 멤버들의 후기를 듣자,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이번에는 레브가 아니라 개인으로 커피차 한 번 더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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