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8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83화
한 번에 딱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큰 가방에 잘 모아 놓은 고양이 용품들과 사료, 간식 통을 보니 카이사르가 이제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제 좀 편하게 자겠다. 너 때문에 내가 잠을, 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투덜거리자 카이사르가 파리 쫓듯 내 손을 쳐냈다.
“일주일이 참 빠르네.”
카이사르의 일방적인 애정을 받으면서도 부담스러워했던 견하준도 이제 카이사르가 우리 숙소를 떠나 본인 집으로 간다니까 내심 섭섭한 기색이었다.
다들 아닌 척하면서도 현관을 한 번씩 힐긋거리고 있었다.
남은 연말 시상식 무대 연습을 위해 연습실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카이사르를 홀로 보낼 수 없다는 일념하에 숙소에 남아 있는 걸 보니 일주일간 남의 집 고양이한테 제법 정이 들긴 한 모양이었다.
“너튜브 올라왔으니까 이거나 보고 가라.”
카이사르를 안고 TV에 너튜브를 연결해 우리 시상식 무대를 틀었다.
류재희의 무대 차례에서는 얌전하던 카이사르는 견하준 무대 차례가 되자 몸을 뒤틀어 내 품을 벗어나더니 TV 밑 선반 위에 올라가 초근접 시청을 했다.
나도 이 틈을 틈타서 서치퀘스트를 진행했다.
-레브 6관왕ㅠㅠㅠㅠㅠㅠ 얘들아 축하해ㅠㅠㅠㅠㅠ
-솔로무대도 다들 아는 ㅈㄴ 히트곡이라는게 너무 뽕참
-보통 저상황에서는 조커 아니야? 이든이는 조커 안뽑고 왜 스페이드 A 뽑았을까 그게 더 본새난다고 생각한 걸까?
-레브의 올해를 14분에 담아낸 무대
-트로피 여섯 개 늘어놓고 인증샷 찍은거 진짜 권력있다
-올해의 앨범상까지 이든이 솔앨이 받았으면 대상 4관왕 싹쓸이었는데 아쉽
-예현이랑 도빈이 소외 안되게 이든이가 예현이한테 자기 무대 파트 양보하고 도빈이 댄브파트 준거 너무… 너무다…
그야 조커 카드보다 스페이드 A 카드가 더 까리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견하준 솔로 무대가 끝나고 내 무대가 시작되자 카이사르는 귀신같이 흥미를 잃고 선반 밑에서 내려와 거실 바닥에서 뒹굴어 댔다.
-4분동안 수상소감 읊고 있어서 훈화돌이라고 별명 붙었던게 엊그제같은데 이런 깔끔한 수상소감도 다 하고ㅜㅜㅜ
-윤이든 초심찾아 4분 훈화 수상소감 내놔
-요새 너무 이든이 수상소감이 정상적이라서 살짝 섭섭해지려고 함 오늘은 또 어떤 이상한 수상소감을 선보여줄까 기대하는 게 연말시상식 재미였는데 쩝
흠, 훈화 한 번 더 가?
현관 벨이 울렸다. 카이사르가 귀를 쫑긋했다.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확인한 서예현이 죽상을 한 채로 현관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아니, 지금 자기 가족들 온 거 아니냐고. 표정만 보면 불법추심 사채업자를 문짝 사이에 둔 채로 마주한 얼굴이었다.
서예현이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가 서예현을 사정없이 어깨빵으로 치고 숙소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카이사르!”
먀옹 먀앍 에웅 웽 아우 메우우-
애절하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카이사르 역시 가증스러운 목소리로 매우 시끄럽게 울며 현관으로 달려가더니 점프하여 저를 부른 이의 품에 단번에 안겼다.
품에 꼭 안겨서도 정신 없이 머리를 부비적거리는 모습은 나름 애착 인간이었던 견하준한테도 보여 준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카이사르를 소중히 끌어안고, 보고 싶었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이의 얼굴은 누가 봐도 남매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서예현이랑 똑 닮아 있었다. 서예현 여자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참고로 이분은 서예현보다 한 살 아래로, 나랑 견하준이랑 동갑이었다.
“잘 있었어?”
“뭬우우웅-”
한껏 불쌍한 척하는 울음 소리에 다들 기가 막힌다는 눈으로 카이사르를 바라보았다.
저, 저 크레이지 가식 갓캣 같으니. 그렇게 자기 집 안방처럼 편안하게 있었으면서, 누가 보면 우리가 눈칫밥 오지게 준 줄 알겠다.
그 불쌍한 척이 제대로 먹혀들었는지 서예현 동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예현을 돌아보았다.
“오빠야, 니 카이사르 굶겼냐?”
서예현은 자기가 굶으면 굶었지 카이사르를 굶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안고 있으면 분명 저 빵빵한 배가 느껴질 텐데.
“너는 내가 카이사르 밥 굶길 사람으로 보여?”
어지간히 억울했는지 서예현이 펄쩍펄쩍 뛰어 댔다. 우리는 굶겼으면서 고양이는 안 굶기다니, 우리는 고양이보다 못한 인간인 것인가.
“서나현, 인사부터 먼저 해야지.”
이동장과 쇼핑백을 각각 양손에 들고 뒤이어 들어오신 서예현 아버지께서 점잖게 지적했다.
그제야 카이사르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서예현 동생이 본인 아버지한테 건네받은 쇼핑백을 내게 넘기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일주일간 카이사르 맡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카이사르가 좀 까탈스러워서 일주일 간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까탈스럽다고? 다른 고양이 아니야?
다들 나랑 비슷한 표정이었다. 저 크레이지 가식 갓캣이 견하준한테 하는 걸 보면 까탈스러운 고양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가 없었다.
저 크레이지 가식 갓캣의 까탈스러운 면은 잠자리 취향밖에 없었다.
“그건 여행지에서 사 온 건데, 혹시 몰라서 칼로리는 다 펜으로 지워 놨어요. 오빠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데뷔하고 나서부터 칼로리에 예민해져서 난리더라고요.”
쇼핑백을 가리키며 서예현 동생이 덧붙였다. 그 칼로리 강박증이 이제는 완화되었다는 걸 아직 전해 듣지 못한 모양이다.
내가 들고 있는 쇼핑백을 한 번 째려 본 서예현이 눈썹을 치키며 대꾸했다.
“높으니까 지워 놨겠지.”
…아닌가? 아직 완치 안 됐나?
“그런데 너 졸업 언제 해?”
“이번에 국시 보고 그 기념으로 가는 여행이라고 내가 말 안 했나?”
동생의 말에 서예현이 멀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 했나 보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까 됐지?”
“붙었어?”
“당연히 붙었지. 결과 그제 나왔거든. 수의사 면허증 땄으니까, 이제 카이사르 내가 치료할 수 있다!”
“그냥 맡기던 병원에 맡겨. 카이사르 잡지 말고.”
서예현의 저 말본새는 아무리 친동생이라도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동생의 부추김에 동생 대신 카이사르가 앞발을 휘둘러 서예현을 응징해 주었다. 서예현은 꼼짝 못하고 카이사르의 앞발 펀치를 고스란히 맞았다.
카이사르가 이 숙소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명씩 차례로 배웅 타임을 가졌다.
“집으로 조심히 잘 가고. 아프지 말고 건강해. 알았지?”
예뻐하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예뻐하지는 않는 사람과 본인의 애착 인간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다가오진 않는 고양이였던, 류재희와 카이사르의 미묘한 거리감은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꼬리를 살랑거린 카이사르가 류재희를 스쳐 지나갔다.
김도빈은 꿇어앉아, 견하준에게 가던 카이사르를 붙들고 작별 인사인지 땡깡인지 모를 울먹임을 터트렸다.
“카이사르으으으, 너 없으면 그 거대 바선생은 누가 잡아 줘?”
카이사르는 그런 김도빈의 무릎을 앞발로 툭툭 쳤다. 마치 ‘네가 해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꺼져’라든가.
거대 바선생의 정체를 한 번에 알아차린 서예현 동생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서예현에게 다급히 물었다.
“먹었어? 카이사르가 먹었어?”
“아니, 먹으려고 했는데 내가 막았어.”
말하다가 거대 바선생의 촉감이 떠올랐는지 서예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음으로는 내 차례였다. 이제 마지막이라고 침대 대신 의자로라도 뽕 뽑으려는 건지 내가 앉기가 무섭게 카이사르가 내 무릎 위로 올라탔다.
“잘 가라. 오래 오래 살아서 대학까지 가고. 내가 용돈 50만 원은 못 줘도 50만 원어치 간식이랑 장난감은 사다 줄 수 있거든.”
설날 덕담을 미리 건네자 카이사르가 효도하는 듯, 내 다리에 꾹꾹이를 시전했다. 이런 자본주의 크레이지 가식 갓캣 같으니.
다음으로, 일주일간 카이사르의 애착 인간이었던 견하준의 차례였다.
“잘 가. 건강하고.”
집에 온 첫날의 환영 인사만큼이나 담백한 작별 인사를 마친 견하준이 무릎을 굽혀 머리 위에 손을 얹자 카이사르가 견하준의 손바닥에 마구 머리를 비볐다.
항상 그랬듯이 다리에도 몸을 부비적거리며 본인의 털을 한 바가지 붙여 준 후에야 몸을 뗐다.
“와… 카이사르가 저 말고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살갑게 구는 건 처음 봐요.”
말은 웃으며 했지만, 서예현 동생이 견하준을 보는 시선에 약간의 견제가 담겨 있었다.
마지막은 카이사르의 자칭 오빠, 캔따개 서예현이 차지했다.
“카이사르… 얼마나 행복한 일주일이었는지 넌 모를 거야. 너도 행복했던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행복했겠지. 하준이가 있어서.”
“아니, 내가 있어서 행복했다고 해줘.”
“형은 JUST 캔따개라니까.”
소중히 끌어안은 채 볼을 부비는 서예현의 품에 안긴 카이사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비틀어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 카이사르가 서예현의 손등을 싹싹 핥았다.
오, 왠일로 강아지처럼 귀여운 짓을…?
-이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카이사르가 서예현의 손을 콱 깨물었다.
그리고 가볍게 먉 하고 울더니, 문이 열려 있는 이동장 안으로 스스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우리가 카이사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동안 숙소 상태를 쭉 둘러보고 오신 서예현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충고했다.
“얘들아, 고양이 털 나오니까 청소 구석구석 해야 한다.”
“넵!”
남자애들 다섯 명 모아놔서 걱정했는데 깔끔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서예현 어머니가 서예현의 등을 가볍게 다독였다. 그런 본인 어머니를 향해 어른스럽게 웃으며 대화하는 서예현의 모습이 퍽 낯설었다.
우리한테도 저런 모습 반만 보여 줬으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맏형이 되어 있었겠냐고.
“나 그러면 가족들 배웅하고 올게.”
카이사르의 짐과 카이사르가 들어간 이동장을 집어 든 서예현이 본인 가족들을 따라 현관문을 나섰다.
현관문이 닫히고, 문 앞에서 잠시 대화 소리가 들리다가 뚝 끊겼다.
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던 자리가 오늘따라 참 휑해 보였다.
거실엔 고양이 털 몇 가닥이 햇빛 속에서 떠다녔다. 카이사르가 견하준의 바지와 숙소에 남겨 놓은 마지막 흔적이었다.
“재희야, 거기 돌돌이 좀 줄래?”
견하준은 바로 자기 바지에 묻은 마지막 흔적을 돌돌이로 매정하게 지워 냈다.
저를 향한 세 쌍의 눈초리에 견하준이 멋쩍게 변명했다.
“얘들아, 그렇다고 카이사르 털 묻힌 채로 숙소를 활보할 수는 없잖아.”
5분 뒤, 서예현이 울적한 얼굴을 하고선 숙소로 복귀했다.
의외로 서예현의 손은 빈손이었다. 카이사르 못 보낸다고 이동장째 납치해 올 줄 알았는데, 퍽 의외였다.
그날 밤.
“하씨, 더럽게 편한데 왜 허전하고 난리냐…”
넓은 침대가, 가슴팍을 짓누르지 않는 편안함이 아주 약간은 헛헛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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