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8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82화
내가 봤던 치열한 토론의 장을 요약하자면-
-아 전략투표좀 하자고 후보 셋이라 분산투표하면 표 갈려서 셋 다 상 못받을수도 있다고
-난 무조건 소신투표인데? 표 강요하지 마
-응 그렇게 고집부리다가 셋 다 박수셔틀 전락하는 꼴 보면서 후회하지 마~ 지금 안그래도 일부 아퀼라들 견제픽 찍어서 밀어주고있는데 초치기 레전드세요 ㅅㅂ 누구는 내 최애한테 표 주기 싫어서 전략투표하는줄 아냐고
-셋 다 첫 솔로활동이네 하필ㅜㅜㅜ
-이든이는 DTB로 솔로 체험 했으니까 넘기자
-그렇게 치면 하준이도 메리고라운드 발매했으니까 넘겨야지
-이든이 대상 후보 올랐잖아 베스트 남솔은 재희나 하준이한테 밀어주자
-대상 받으면 본상은 안 받아도 된다는거야 지금?
-머글들에게 더 잘 먹힌 곡이 셋 중 뭐지? 머글투표까지 고려해서 전략을 짜야하는데
└머글은 이런거 투표안해
└셋 다 머글픽이었긴 한데… 릴스에 가지가지로 맨날 뜨던 더블올낫띵?
└아무래도 AND YOU가 낙하산 참교육 서사 때문에 팍 뜨긴 했지
└아워줄라이 썸머송으로 진심 여름 내내 나옴 곡제목은 7월인데 8월달까지 나옴
-그래도 메보가 대표로 상 받는게 낫지 않을까? 막내 야망 넘치기도 하고..
-아이고 우리 하준이는 욕심 없다고 맨날 양보하다가 상 한 번 못받아보게 생겼네
-포메수인이랑 그 팬들한테 거하게 엿을 한 번 더 먹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준이는 디싱이라 음반점수가ㅠ 하준이는 실디로 몰빵 ㄱㄱ
-그런데 우리끼리 몰아주자고 약속해도 디티비충들이 이든이 찍으면 어떡해?
└걔네 현장투표랑 실시간 투표만 익숙해서 이런 사전투표 있는지도 몰라서 ㄱㅊ
└걔네 분명 WAMA만 볼걸
대충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전적으로 데이드림의 결정에 맡기기 위해 굳이 찾아보지 않아서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르겠다.
디지털 싱글이라 음반 점수는 없지만 경쟁자 없이 순탄히 차트 장기 집권을 이룬 견하준이냐, 차트 줄 세우기와 역주행과 유행 영상 BGM으로 자리 잡은 나냐, 치열한 올해의 썸머송 경쟁에서 살아남은 류재희냐.
“축하드립니다, 유제!”
팍!
컨페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류재희를 비추었다. 입을 틀어막은 류재희가 제 양쪽에 앉은 나랑 견하준을 연신 돌아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데이드림의 원픽은 류재희였다.
그런 류재희를 향해 진심을 담은 박수갈채를 보내 주었다.
작사·작곡·프로듀싱 윤이든이라, 내가 받은 거나 마찬가지기도 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베스트 남자 솔로상을 놓친 견하준을 돌아보자 견하준 역시 진심을 다해 막내를 축하해 주고 있었다.
혹시 몰라서 실버디스크 디지털 음원 본상은 견하준에게 투표했다.
류재희가 수상을 위해 무대로 이동하는 동안, 미니 1집, [Timeless Summer]로 첫 솔로 데뷔의 발걸음을 내디디며 선공개곡 <여름의 끝자락>과 타이틀곡 로 솔로 가수로서의 기량을 보여 주었고 어쩌고저쩌고… 아무튼 나레이션으로 긴 설명이 이어졌다.
“첫 솔로 활동에서 이렇게 큰 결실을 맺게 될지 정말 생각도 못 했네요. 이 곡이, 이 앨범이 올해만 아니라 매년 여름마다 생각나는, 사랑받는 노래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Timeless Summer]가 탄생하기까지 제일 큰 지분이 있는 이든이 형, 그리고 한결같이 응원해 준 우리 멤버들도 너무 고맙고, 저랑 함께 고생해 주셨던 LnL 직원 분들, 일영 누나….”
트로피를 받아 든 류재희는 차분한 척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는 있었지만, 들뜬 기색을 숨기지는 못했다.
나랑 멤버들을 언급하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줄 여유는 있었지만, 결국 끝에 가서 데이드림을 언급할 때에는 눈물을 글썽였다.
망했네. 류재희가 수상 소감에 내가 할 말을 다 해 버려서 내가 수상 소감을 말하면 류재희 앵무새 되게 생겼네.
일단 지난 번에 대상 받으면서 퀘스트를 해치워서 페널티는 없겠지만, 그래도 막내 수상 소감 따라 하는 건 영 가오가 안 살지 않는가.
베스트 남자그룹상과 TOP 10 아티스트상까지 받고 이제 대망의 대상 Time이었다.
올해의 앨범상은 알테어가 가져갔다. 내 솔로 앨범이 많이 팔리긴 했어도 역시 그룹을 이기기엔 조금 힘들었나 보다.
그래서 내년 레브 정규 앨범으로 이겨 주기로 결심했다. 원래 과거대로라면 알테어는 내년에 내 폭로 때문에 망하고 케이제이는 군대런 했을 텐데. 아, 신월을 폭로해도 알테어는 망하나?
“윤이든, ! 네, 축하드립니다!”
대신 올해의 노래는 내가 가져갔다.
솔로활동으로도 이렇게 대상을 받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회귀 전 나한테 솔로곡이 대상을 탄다고 말하면 개소리 말라고 바로 욕을 박았을 텐데 말이다.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뜨거운데 류재희 수상 소감 재탕으로 찬물을 끼얹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수상 소감 프리스타일 간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힙합으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향한 초심을 되찾아 보고자, 제 음악의 근본을 담은 작업을 선보였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로 돌아와 참으로 영광입니다. 아주 짧게나마 레브가 아니라 윤이든 이름 석 자를 달고 한 활동이었지만, 참 생각보다 더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심을 담아 허리를 꾸벅 숙였다.
“한결같이 응원해 주고 지지해 준 우리 멤버들, 그리고 [α-bet]이 탄생하기까지 저랑 함께 많이 고생하셨던 우리 LnL AR팀, 그리고 앨범 제작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요. 이 영광은 가장 큰 지지와 사랑을 보내 주신 데이드림에게 바칩니다.”
잊지 않고 멤버들과 LnL 직원 분들, 그리고 데이드림을 향한 감사 인사까지 마치고 다시 가수석으로 돌아왔다.
툭, 내 옆구리를 건드리는 팔꿈치와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에 피식 웃었다. 이때를 틈타 내 등을 마구 두드려 대는 김도빈에게 카메라를 피해 도끼눈을 한 번 떠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XX년을 빛낸 올해의 아티스트는… 축하드립니다, 레브!”
일어나서 무대로 간 지가 얼마나 됐다고, 앉자마자 다시 일어나 우리를 축하해 주는 동료 가수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했다.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이 모두 반영되다 보니 [RE-HI] 성적의 집계일이 짧았음에도 우리는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탈 수 있었다. 그룹 앨범 기준인 실버디스크어워즈는 조금 어렵겠군.
3솔로 활동 1그룹 활동이라는 기록을 세운 우리한테 올해의 레코드상도 돌아왔다.
올해의 아티스트 수상 소감은 서예현과 김도빈이, 올해의 레코드상은 견하준이 마이크를 잡고 발표했다.
총 6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드디어 마지막 시간.
몇 주 동안 칼 갈고 준비한 레브의 엔딩 무대 시간이었다.
* * *
어둠이 깔려 있던 무대 위로 한 줄기 조명이 비치며 청량감 가득한 어쿠스틱 간주가 흘러나왔다.
무대 바닥이 여름 바다를 연상시키는 청량한 푸른빛으로 물들고, 그 위에 누워 있던 류재희가 마이크를 슬며시 입가에 가져다 댔다.
흘러가듯 의 잔잔한 첫 소절을 부른 류재희가 몸을 일으키며 곧바로 시원한 고음을 내질렀다.
하얀 셔츠 자락이 가볍게 흔들리고, 댄서들과 함께 담백한 안무를 선보이며 류재희는 호흡 한번 흐트러지지 않고 무대를 이어 나갔다.
1절의 마지막 소절을 모두 마친 류재희의 머리 위 조명 불이 꺼지더니, 동시에 반대편에 분홍빛 조명이 번졌다.
가만히 서 있던 견하준이 마이크를 들어 의 간주에 맞추어 조용히 허밍했다. 어반풍 간주의 부드러운 멜로디에 견하준의 감미로운 허밍음이 얹혔다.
시니컬하면서도 정제된 음정을 듣고 있으면 여름에서 봄으로 역행한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봄까지 기다리는 바람에 애매해진 사이를 노래하던 견하준의 보컬에 낮게 깔린 랩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가볍게 읊조리는 듯한 피처링 랩으로 등장한 윤이든이 성큼성큼 견하준을 향해 다가갔다. 두 사람의 손이 바톤 터치를 하듯이 가볍게 허공에서 마주치고, 분홍빛 무대 조명이 훅 꺼졌다.
껌껌하게 내려앉은 무대에 강렬한 비트가 울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붉은 빛이 땅이 갈라지는 듯한 모양새로 무대에 퍼져 나갔다. 강렬한 자기소개, 의 벌스가 윤이든의 시건방진 목소리로 넓은 공연장에 울렸다.
벌스 마지막 가사의 끝부분을 길게 늘이더니, 순식간에 바뀌는 비트.
깔끔하게 차려입은 올블랙 슈트 차림의 서예현이 무대 위에 나타났다. 의 전주 부분, 원래는 아무것도 없이 비트만 흐르던 그 부분에 서예현의 래핑이 얹혔다.
윤이든처럼 공격적인 느낌은 나지 않지만, 반대로 여유로움을 극대화시킨 것 같은 플로우로.
서예현이 펼친 카드에서 한 장을 뽑아 든 윤이든이 스페이드 A 카드를 카메라에 쓱 비추며 벌스를 본격적으로 이어받았다.
1절 벌스 끝을 읊으며 들고 있던 스페이드 A 카드를 내던진 윤이든이 무대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웠다.
무대가 완전히 암전됐다.
숨소리마저 삼켜 버릴 듯한 정적. 그 속에서 단 하나의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한가운데에 쏟아졌다.
숨을 몰아쉬면서도 피식 웃은 윤이든이 드러누운 상태로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의 첫 소절이었다.
랩으로 넣은 본인의 파트를 느릿하게 소화하던 윤이든이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웅장한 사운드가 터져 나오며 본격적으로 나오는 비트에 맞추어 윤이든은 원 속도로 파트를 소화했다.
윤이든이 무대 전면으로 성큼 걸어 나오는 순간, 무대 뒤편에서 서예현이 다시 등장했다.
스테이지 양 옆에서는 견하준과 류재희가 차례로 합류했다. 김도빈도 어느새 튀어나와 무대를 마음껏 활보했다.
후렴이 끝나 갈 무렵, 음악이 한 박자 끊기고 김도빈이 전면으로 뛰어나왔다.
드럼과 베이스만 남은 비트 위에서 김도빈은 멤버들의 호응을 온 몸으로 받으며 홀로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다. 바닥에 손을 짚은 채 회전하며 일어나자 조명이 정신없이 번쩍였다.
마지막에 공중으로 도약해 착지하는 순간, 관객석에서 폭발음 같은 함성이 터졌다. 기세를 몰아 멤버들이 후렴구를 부르며 무대를 장악했다.
[now we never slow down]
화려하게 치솟는 폭죽이 엔딩 무대의 피날래를 장식했다.
* * *
시상식을 마치고 트로피를 하나씩 안은 채로 당당하게 숙소로 돌아오자 카이사르가 내 방에서 터벅터벅 네 발로 걸어 나왔다.
이제 내 방이 아예 자기 방이네, 자기 방이야.
하지만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기꺼운 마음으로 봐줄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슴팍을 꾹 누르고 있는 묵직한 무게와 온기가 이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씁쓸해지기까지 했다. 아닌 듯해도 일주일간 저 성격 드러운 두 얼굴의 고양이한테 정이 제법 들긴 한 모양이다.
“메아앍! 우에오-”
심기 불편해 보이는 얼굴로 호통을 치는 걸 보니 숙소에 혼자 있었던 게 영 지루했던 모양이다.
서예현은 그런 카이사르를 꼭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해 댔다. 인간이 본인 앞에서 저렇게 납작 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도 ‘나 삐졌어요’라는 표정을 거두지를 않는 카이사르를 향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서예현의 머리를 치우고 카이사르한테 견하준의 얼굴을 보여 준 것이다.
언제 심기 불편한 울음소리로 숙소를 시끄럽게 만들었냐는 듯, 카이사르가 잔소리를 뚝 그치고 서예현의 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온몸을 비틀어 댔다.
결국 서예현이 놔주자마자 견하준에게 가서 다리에 몸을 비비적거렸다. 견하준이 익숙하게 류재희한테서 돌돌이를 미리 받아 들었다.
하도 카이사르가 비비적 대다 보니 일주일간 견하준한테 돌돌이는 필수템이 되었다.
“먹여 주고 재워 주는 사람이 있는데 생판 남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견하준이 꽂힌 핀트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뭐 여하튼 카이사르는 다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아주 가늘어지고 높아진 걸 보아하니 말이다.
비견하준 차별 미쳤네.
멤버들이 왜 그렇게 나한테 비견하준 차별을 멈춰 달라고 성토했는지 알 것 같은 장면이었다.
물론 그만둘 생각은 딱히 없었다. 조금 덜 티 나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만 들 뿐.
“짜식, TV 중계가 안 되니까 우리 무대도 못 봤겠네. 나중에 집에 있을 때 틀어 달라고 해서 꼭 봐라.”
어김없이 오늘도 내 침대로 올라온 카이사르를 쓰다듬으며 말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뭐야?”
“오늘만 같이 자면 안 돼?”
이불을 들고 내 방에 쳐들어온 불청객 서예현에게 카이사르를 고이 안겨 주었다.
“자, 형 방에 데리고 가서 자.”
“네 침대를 이미 자기 침대로 인식한 이상 카이사르가 내 방에서 순순히 잘 리가 없는데…”
결국 내가 방을 양보해 주고 서예현의 방에서 잠을 청했다.
아니, 청하려고 했다.
“아, 뭔데!”
“카이사르가 온 거야. 내가 온 게 아니라.”
카이사르가 내 가슴팍 위로 올라가 나를 짓누르는 동안, 잔뜩 억울해하는 얼굴로 서예현이 항변했다.
결국 서예현은 이불이란 이불을 다 꺼내서 다섯 겹을 내 방 바닥에 깔고 누웠다. 저 완두콩 공주님을 바닥에서 자게 만들다니, 대단한 고양이였다.
“카이사르… 꼭 설날에 갈게… 그런데 하준이는 못 데리고 가. 알았지? 오빠만 왔다고 실망한 기색 보이지 말기야.”
“서울 온 김에 건강검진이라도 싹 시켜 주지.”
“우리 카이사르는 까다로워서 본인이 가는 병원 아니면 스트레스 받아. 고양이한테까지 건강검진 전도하냐, 이 건강 광인아.”
내가 말해서 흉통이 울렸는지 카이사르가 앞발을 뻗어 내 입을 앞발로 턱 막았다. 마지막 밤까지 어이가 없었다.
다음 날.
“벌써 일주일이야? 시간 왜 이렇게 빨라…?”
“예현이 형, 빨리 가족분들한테 전화해서 항공권 일주일 후로 미루고 숙소도 일주일치 더 결제해 준다고 해요.”
마침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카이사르가 숙소를 떠나는 D-day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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