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7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77화
마치 숙소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떡하니 앉아 있던 카이사르의 입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어어오에옭-”
“뭐라는 거야? 말을 좀 똑바로 해 봐.”
“메아앍!”
“환영한다고? 어어, 그래. 나도 환영한다.”
대충대충 대꾸해 주고 있자 옆에서 우리의 대면을 구경하고 있던 막내 라인이 수군거렸다.
“류재, 이든이 형이 카이사르랑 대화하고 있는데? 도플갱어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대화라기보다는 둘 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런데 이렇게 옆에서 보니까 진짜 닮았다.”
낚싯대 같은 장난감을 양손으로 꼭 쥐고 있던 서예현이 충격 받은 얼굴로 막내 라인의 어깨를 동시에 쥔 채로 마구 흔들었다.
“막내야? 도빈아? 어떻게 그런 심한 소리를 카이사르 면전에서 할 수가 있어?”
“면전은 아니고 사이드에서 하고 있는데여.”
“봐 봐요, 솔직히 닮았잖아요. 이든이 형 고양이 버전이잖아요, 그냥. 지금 여기에서 둘이 닮았다는 걸 부정하는 건 형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닮았나? 카이사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자 카이사르 역시 나와 눈싸움을 하듯 지지 않고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성격 더럽게 생겼다고?
내가 지나가려고 하자 카이사르는 계속 내 앞을 가로막았다. 포도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이건 쓰다듬어 주고 예뻐해 달라는 재촉임이 분명했다.
비록 포도는 아주 적극적으로 내 다리에 매달리기까지 하는 반면에 카이사르는 그저 내 통행을 방해하고만 있을 뿐이지만, 고양이가 더 점잖아서 그렇겠거니 했다.
대충 앞에 쭈그려 앉아 포도 쓰다듬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카이사르가 그만하라는 듯 내 팔에 앞발을 턱 올렸다.
“엉? 고양이는 머리 쓰다듬는 거 싫어하냐?”
“뭵.”
고양이는 야옹하고 우는 게 아니었던가. 지금까지 카이사르가 낸 소리 중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다운 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강아지 울음소리도 멍멍 하는 것만 있지 않듯이, 그런 결인가.
“머리 쓰다듬는 거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네가 고양이가 싫어하게 쓰다듬고 있잖아. 빗질하듯이 쓰다듬어야지 그렇게 귀까지 문지르고 있으면 어떡해.”
서예현의 충고에 따라 다시 쓰다듬어 주려고 손바닥을 가까이 하자 카이사르가 내 손바닥을 향해 연신 구부린 앞발을 휘적거렸다.
“오, 하이파이브. 고양이도 하이파이브 할 수 있구나. 이렇게 나를 환영해 주다니, 짜식.”
솜주먹과 손바닥이 연신 텁텁 소리를 내며 맞부딪혔다.
“환영의 하이파이브가 아니라 카이사르가 지금 너 때리는 거야. 냥냥펀치라고.”
서예현이 내 거한 착각을 정정해 주었다.
“날 왜 때려? 잘못 쓰다듬어서?”
“아무래도 카이사르가 너를 자기 새로운 영역의 침입자라고 생각했나 봐. 도빈이랑 재희는 카이사르가 숙소에 왔을 때, 본인 오빠인 나랑 같이 있어서 집사 따까리라고 인식을 했는데 너는 그 이후에 들어온 거니까.”
“저희가 형 따까리라고요?”
“내가 너희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카이사르가 인식하기에 그런다는 소리지.”
그 사이 점점 속도가 빨라져서 1초당 두 대씩 때리는 하이파이브를 받아 내고 있는 동안, 류재희와 김도빈이 카이사르가 숙소에 왔을 당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사정 모르고 봤으면 영영 생이별하는 줄 알았을 거예요. 예현이 형 동생분도 그렇고, 카이사르도 동생분 갈 때 얼마나 애절하게 예현이 형 품에 안겨서 울어 대던지… 누가 보면 예현이 형이 그 둘 사이 떼어 놓는 악당인 줄 알았을걸요.”
“그런데 동생분 가시자마자 거실 소파에 올라가더니, 진짜 팔자 좋게 드러누우시더라고요. 포스가 아주, 저희 숙소에 한 십 년은 사신 터줏대감인 줄 알았어요.”
살다 살다 고양이한테도 기싸움에서 밀려서 존댓말 쓰냐.
고양이한테 존칭을 쓰고 있는 김도빈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김도빈이 입꼬리를 축 내리며 말했다.
“저도 카이사르를 편하게 대하고 싶은데, 보고 있으면 자꾸 형이 생각나서 차마 말을 못 놓겠어요.”
김도빈은 이제 양쪽에서 나랑 서예현의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게 되었다.
결국 서예현이 나처럼 카이사르의 앞에 쭈그려 앉아 회유를 시도했다.
“자자, 카이사르. 인정하긴 싫어도 쟤가 이 집 가장이니까 기싸움 그만하고, 오빠랑 일주일 동안 지낼 새로운 임시 잠자리에 적응하러 갈까? 오빠가 방 구경시켜 줄게. 오빠 방에서 간식도 먹고 사냥놀이도 하자.”
서예현이 빠가충이었다니.
서예현이 카이사르를 안아 들기 위해 손을 뻗자 카이사르가 바로 귀를 뒤로 젖히며 크캬아악거렸다.
“카이사르가 윤이든 때문에 나한테 하악질을 하다니…!”
왜 서예현은 그걸 하악질이라고 칭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악질이라는 귀여운 이름이 붙을 만한 사운드가 전혀 아니었는데도.
“미치겠다. 이따가 또 하준이 오면 하준이한테까지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나는 낯선 환경이라서 나한테만 꼬옥 붙어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영역싸움을 하려 들리라곤 상상도 못 했지. 아무래도 우리 다섯 명이 다 같이 있을 때 데려왔어야 했나 봐.”
서예현이 한숨을 쉬며 미간을 문질렀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타이밍 참 기가 막히게 드라마 촬영 스케줄을 갔던 견하준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왜 다들 이 늦은 밤에 현관 앞에 모여 있어?”
귀를 쫑긋한 카이사르가 바닥에 딱 붙여 놨던 하체를 일으키더니 우리를 지나쳐 현관 앞으로 다시 향했다.
“아, 카이사르 왔구나. 안녕.”
견하준이 카이사르를 향해 지나치게 담백한 첫 인사를 내뱉었다. 카이사르도 화답하듯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에웅-”
나를 대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였다.
그리고 견하준이 저를 지나쳐 가려고 하자 슬쩍 몸을 비켜 주기까지 했다. 나는 못 가게 그렇게 끈덕지게 가로막아 대더니만.
“영역 싸움이 너 한정이었나 봐.”
나랑 마찬가지로 입을 떡 벌리고 있던 서예현이 중얼거렸다.
“미치이인! 비견하준 차별을 한다고? 진짜 이든이 형 아니야?”
“아직 비견하준 차별이라고 단정하긴 일러. 카이사르는 지금 오직 이든이 형한테만 시비를 걸고 있잖아.”
그 모습을 본 막내 라인이 ‘카이사르 비견하준 차별 설’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형, 얘 말귀 잘 알아먹냐?”
“우리 카이사르가 얼마나 똑똑한데. 당연히 다 알아듣지.”
그렇단 말이지. 뿌듯하다는 얼굴로 자랑하는 서예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내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온 카이사르의, 다시금 반쯤 들어 올린 앞발을 덥석 붙들었다.
“얌마, 이 집 가장은 나야. 너는 임시 객식구고. 네가 영역 싸움을 걸 짬밥이 아니라고. 알았냐?”
“웨우으.”
“왜? 방금 왜냐고 했냐? 너희 오빠만 믿고 계속 이러면 나도 곤란해요, 엉? 내가 고양이랑 진지하게 이 집의 주도권을 두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그러면 너희 오빠가 너 대신으로 참전을 해야 하는데, 느이 오빠는 내 상대가 안 된다고.”
“므어얽-”
“뭐? 방금 뭐냐고 했냐? 형, 얘 한국말을 하는데?”
“코리안 숏헤어니까 당연하지.”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경고가 됐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쥐고 있던 앞발을 놓아주었다. 눈이 홍채가 매우 동그랗게 커지며 귀여워진 걸 보아하니 잘 알아들은 모양이다.
복종의 의미인지 엉덩이까지 씰룩 대기 시작하는 걸 만족스럽게 보고 있자 서예현이 나를 잡아끌었다.
그와 동시에 카이사르가 내게 점프했다.
“어이고, 무거워. 야, 너 덩치 좀 있다. 힘도 좋네. 바로 내 가슴팍까지 점프를 해 버리네. 고양이 신기하다.”
살짝 버겁게 받아서 안아 드니 품에 안긴 카이사르가 한숨을 쉬었다. 포도도 가끔 이랬는데 얘도 이러네.
“와, 형. 여기 봐 봐요. 그대로 있어 보세요. 이건 올려야 해. 이든이 형을 안고 있는 이든이 형.”
김도빈이 호들갑을 떨며 카이사르를 안고 있는 내 사진을 찍어 댔다. 서예현이 눈을 부릅뜨고 김도빈을 보다가 나와 카이사르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내 품에 뛰어들 정도면 이제 내 말을 듣겠다는 복종의 표시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둘 다한테 좋을 거 같다.”
이제 제 코를 핥아 대는 카이사르를 서예현에게 떠넘겼다.
서예현의 품에서 가볍게 바닥으로 내려온 카이사르는 서예현이 아니라 나를 따라 내 방으로 들어가더니 내 침대로 점프했다.
내가 씻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침대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앉아서 앞발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는 카이사르를 향해 타박했다.
“야, 우리 포도도 이렇게 내 침대 정중앙을 차지하진 않았어. 우리 포도는 최소한의 개념과 예의범절을 탑재하고 있다고. 우리 포도 반만 닮아 봐라.”
본인이 자리를 다 차지해 놓고선 절대 비키지 않는 카이사르를 피해 침대 가장자리에 몸을 구겨 모로 누웠다.
“아주 효묘가 따로 없다. 느이 오빠 편하게 잠들게 해주려고 일부러 내 침대 온 거지, 너.”
대답 대신 카이사르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도빈 Dream]
(윤이든_카이사르_투샷.jpg)
카이사르 우리 숙소 왔는데 진짜 이든이 형이랑 닮았지 않아요???
예현이 형이 하도 안 닮았다고 우겨서 데이드림 생각은 어떤지 객관적으로 듣고 싶어서 올려봐용
댓글
-ㅁㅊ 이거 합성 아니지? 진짜 찐만남이지?
-맨날 합성본만 보고 살았는데 드디어 이 둘 투샷이…!
-와 어떻게 고양이가 저렇게 이든이처럼 생길 수가 있지?
-진짜 닮았는데? 잃어버린 형제급인데?
-예현이 왜 맨날 카이사르 그립다고 해? 이든이 얼굴 보면 그리움 싹 사라질거 같은데
-헉 예현이는 그럼 이든이 닮은 고양이한테 오빠라고 자칭하는 거야?
-객관적으로 진짜 닮음
-고양이가 무슨 호랑이의 기상을 가지고 있어
-둘 다 표정 왜 저렇게 뚱해ㅋㅋㅋㅋㅋㅋ 고양이 영역동물이라고 지금 영역싸움 하는거야?ㅋㅋㅋㅋㅋ
-깜장애기고영과 고등어애기고영의 만남이라니 귀여움이 두배!
-로마 장군과 호랑이의 만남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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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조명불을 끄고 김도빈이 올린 프롬글에 달린 댓글을 보다가, 불빛이 너무 밝은지 내 휴대폰을 앞발로 툭툭 치는 카이사르의 발길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껐다.
나를 닮았다는 고양이랑 보내야 하는 일주일이 순탄치만은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이 부지런한 고양이는 내가 새벽 운동을 하러 나가는 시간에 딱 깼다. 아침에 깨니까 내 가슴팍에 올라와서 자고 있더라. 복종의 자세가 이게 맞아?
서예현이 비몽사몽한 얼굴로 사료와 물을 챙겨 주고, 아침운동을 함께 다녀오니 카이사르가 쇼파의 내 지정석에 떡하니 팔자 좋게 널브러져 있었다.
“얌마, 나와.”
들은 체도 안 했다.
우리 포도도 내 말을 씹긴 해도 귀라도 쫑긋거리면서 들었다는 표시라도 해 줬는데, 이런 개무시라니. 아니, 얘는 고양이니까 캣무시인가.
들어서 옮기면 왜인지 기싸움에서 지는 거 같아서 계속 손을 휘적이며 비키라고 유도해 봤지만 캣무시는 여전히 이어졌다.
서예현이 본인 무릎으로 오라고 회유해 봐도, 막내 라인이 간식으로 유혹해 봐도 내 지정석을 고집하고 있던 카이사르는…
“이리 올래?”
옆자리에 앉은 견하준의 한마디에 벌떡 일어나더니 견하준의 무릎으로 향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카이사르는 비견하준 차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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