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6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61화
* * *
드디어 성큼 다가온 방영일 하루 전.
“아, 빨리 본선전 방영했으면 좋겠다.”
이번 주에 방영하는 건 예선전이었다. 아직 본선전을 방영하려면 한참 남았다. 내가 촬영한 예능을 이렇게까지 기다리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 형은 레브가 다 같이 나오는 예선전보다 형만 나오는 본선전을 더 기대하고 있다는 소리예요?”
류재희가 마치 내가 가정을 버리고 외도라도 한 듯한 얼굴로 내 혼잣말을 꼬집었다.
“그야, 너희가 본선전을 봐야지 나를 향한 존경심이 팍팍 올라갈 거 아니냐.”
당당하게 대꾸해 주자 류재희가 잔뜩 김샌 얼굴로 중얼거렸다.
“딱히 안 올라갈 것 같은데… 형이 진짜로 머리를 썼을 리가…”
“보고 말해, 인마.”
류재희의 정수리를 꾸욱 내리누르며 투덜거렸다.
류재희의 머리를 누르던 손을 떼고,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우리 멤버들 말고도 내 활약이 기가 막힌 이번 본선전을 보여 줘야 하는 사람이 한 명 또 있었으니까.
[할아버지 제가 연예계 브레인 라인업에 들었습니다] 오후 3:21
[MAINFRAME 정보 보기] 오후 3:22
[이거 보시고 세뱃돈 올려주시죠]
[참고로 다음주까지 하니까 다음주까지 꼭 챙겨 보십쇼 꼭] 오후 3:23
[다음주가 찐입니다] 오후 3:24
딱히 기대하지 않고 문자를 보냈는데 의외로 20분 후에 답장이 도착했다.
[친할아버지- 알았다] 오후 3:44
와, 할아버지가 차연호보다 답장을 더 빨리 보낼 줄이야. 80대 영감보다도 문자 답장을 늦게 보내는 차연호는 좀 반성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친조부의 답장을 빤히 보다가 문자 캡쳐를 해 놨다.
분명히 세뱃돈 올려 준다고 했다. 다음 설날 때 모르쇠하고 30만 원 주면 이 캡쳐본 바로 증거로 제출한다. 법정 싸움까지 가 보자고.
그리고 내가 두뇌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친할아버지도 자연스럽게 DTB 크롭티의 충격을 잊을 것이다.
방영 당일.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다섯 명이 자연스럽게 거실 소파에 모여 앉았다.
굳이 모이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모인 걸 보아하니, 다들 본인의 금지어가 정해지는 과정이 내심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대체 어떤 회의 결과를 거쳐서 ‘막내야’와 ‘뭔데’라는 두 금지어가 나를 확실히 보내 버릴 수 있다는 결과로 도출되었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이든이 형은 이거 안 보면 안 될까요? 형 금지어 지정하는 차례에 물을 마시러 간다거나….”
“오우, 그렇게 말하니까 더더욱 보고 싶다. 대체 나를 두고 무슨 말을 한 건지 더럽게 궁금해지네.”
“생각해 보니까 하준이 형도 보면 안 될 거 같은데.”
“왜?”
“하준이 형이 활동 끝나고 먹게 될 디저트가 한 열 개 정도로 늘어날지도 몰라요.”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다들 디저트를 하나씩 상납하는 수준으로 늘어나?”
“야, 그렇게 치면 예현이 형도 보면 안 돼. 저 형 충격먹어.”
“내가 충격 먹을 정도라고? ‘진짜?’라는 금지어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대체 충격 먹을 일이 어디 있어?”
“그런 게 있어.”
“도빈이 형은, 음… 생각해 보니까 봐도 될 거 같네요. 우리는 사실만을 말했잖아요.”
“아, 진짜? 별말 안 한 모양이네? 그런데 막내도 보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왜? 형들이 심한 말은 안 했을 거 같은데.”
“내가 좀 말실수를 해서 형들의 금지어에 중대한 힌트를 흘려 버렸단 말이지? 그래서 나를 향한 네 존경심이 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괜찮아. 애초에 없어.”
다들 서로가 금지어 지정하는 장면을 보는 것을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분량상 금지어 지정하는 장면이 잘리긴 했을 것 같은데, 다 편집되고 내 금지어 정하는 장면만 자세히 나오면 좋겠군.
* * *
[MAINFRAME Ep.8]
[예선전 《Entry》를 치를 오늘의 게스트는?]
[으로 강렬하게 돌아온 대세돌, 레브!]
[REVE: 둘 셋,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유제: 저 메인프레임 엄청 재미있게 봤거든요. 본선 꼭 진출하고 싶어요.]
[이든: 이야, 우리 막내 야망 넘치는 거 봐라.]
-햄찌 파이팅!!!
-막냉이 오늘 연예계 브레인으로 당당하게 등극하는 날?
-아 오늘 완전체 예능이라 레브 두뇌 총량의 법칙 때문에 이든이 머리 못쓰겠다 이든이 혼자 떨어지는 구간 없나?
-얘들아 믿는다 똑똑한 레브의 모습을 보여줘 저번처럼 막내한테 뇌 의탁하고 기물파손하지 말고 젭알ㅠ
└믿을만한 게 재희랑 예현이뿐이라니
└하준이는?
└하준이는 솔직히 깊생 전문이지 문제풀이 전문은 아니더라
└너무나 이든이한테 하는말 같은데요
-의외로 도빈이가 행운력으로 우승할 가능성도 있을 거 같음 행운이 따라 주는 그룹으로 인식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이든이가 다 박살내고 우승하면 어떡하지? 레브 고릴라 그룹 되면 어떡해?
└이미 레브는 이든이 활약 덕분에 무인도최적화야생서바이벌트루먼쇼악편회피돌이 됐기 때문에 거기에 고릴라 하나 더해진다고 이미지 타격 X
[이번 《Entry》에 새롭게 추가되는 룰]
[금지어]
[예선전을 수행하는 도중에도 금지어를 말하면 바로 탈락!]
[신중하게 서로의 금지어를 정하는 레브 멤버들]
[하준: 예현이 형은… 칼로리 관련된 단어만 금지어로 지정해도 바로 보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도빈: 예현이 형은 팩트 체크를 많이 해요. 그러니까, ‘진짜?’를 금지어로 지정하면 예현이 형을 아주 깔끔하게 바로 보내 버릴 수 있어요.]
“누가 보면 내가 하루 종일 칼로리 이야기랑 팩트 체크만 하고 사는 줄 알겠다!”
“그런데 형은 진짜 그래.”
“진짜?”
[예현: 하준이는 말수가 적어서, 타율이 높은 단어를 금지어로 지정을 해야 해. 안 그러면 제일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이든: 그러면 그냥 ‘으음’으로 하지? 하준이 바로 보내 주자.]
“으음, 내가 제일 오래 살아남는 게 예현이 형은 싫었구나.”
“아니, 하준아! 그게 아니라…!”
[예현: 윤이든을 확실히 보내 버릴 수 있는 금지어는 역시, “준아” 아니야? 맨날 하준이 부를 때 “야, 준아.” 이러잖아. 그리고 걔는 하준이를 정말 자주 부르지. 내가 봤을 때는 5분이 뭐야, 30초 만에도 탈락시킬 수 있어. 30초 만에 윤이든 가는 거야.]
[유제: 그런데 이건 지금 두뇌 게임이잖아요. 이든이 형은 저한테 주로 두뇌 외주를 주니까 “막내야”가 더 빠르고 확실하게 이든이 형을 보내 버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예현: 그러니까 윤이든이 너를 먼저 찾느냐, 하준이를 먼저 찾느냐가 쟁점이네. 어쨌든 금지어는 “막내야”든 “준아”든 분명 쓸 거고, 이 둘 중에서 더 빨리 보내 버릴 수 있는 게 뭘까.]
[하준: 아니, 내가 봤을 때 이든이 금지어로 “준아”는 너무 뻔해. 이든이는 분명 그 정도는 예상했을 거야. 이든이 감 좋잖아. 차라리 “막내야”로 가는 편이 허를 찌르는 게 될걸?]
[도빈: 이든이 형은 “막내야”를 예상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런 두뇌 쓰는 게임에서 형이 맨날 류재 먼저 찾는 거 이든이 형이 더 잘 알 거 아니에요.]
[하준: 아니야, 내가 봤을 때 이든이는 너희들이 자기를 그렇게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걸 몰라. 그래서 단순하게 1차원적으로 생각할 거야. 본인이 나를 많이 부르니까 애들이 “준아”라고 금지어를 정하겠구나- 이렇게.]
“와씨, 준아. 어떻게 알았냐?”
“이건 너한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보이는 거라서.”
“제가 형을 너무 과대평가했네여. 1차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2차원적인 고차원 사고 방식을 적용시켰으니…”
“뭐, 인마?”
[예현: 들어봐, 하준아. “준아”라는 호칭은 윤이든 입에 붙었잖아. 무의식적으로 그 호칭을 쓸 확률이 높다는 소리야.]
[유제: “막내야”라는 호칭도 이든이 형 입에 붙었는데요?]
[예현: 막내야, 너는 왜 하준이랑 쓸데없는 경쟁을 하고 있어? 윤이든이 더 많이 부르는 게 대체 뭐가 좋다고.]
[유제: 경쟁이 아니라요, 이든이 형을 최대한 빨리 보내 버려야 기물 파손의 위협에서부터 벗어나 제가 안도하고 문제를 풀 수가 있죠.]
[쉽게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
[한편, 자소서를 다 작성한 이든]
[이든: 멤버들이 저한테 관심이 많이 없었나 봐요. 그러니까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 아니겠어요?]
“저래서 오래 걸렸군. 나는 다들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 정하는 데에 오래 걸린 줄 알았는데, 나름 감동이다, 야.”
“지금 재희가 너를 최대한 빨리 보내 버리겠다고 저러고 있는데 저걸 보면서도 감동이 들어?”
-뇌 의탁 Vs 심신 안정
-이든아 반대다 보고있냐? 기뻐해라 애들 너한테 관심 ㅈㄴ 많다
[예현: 도빈이는 ‘류재’만 금지시켜도 바로 금지어 내뱉고 탈락할걸?]
[유제: 도빈이 형이 만만해 보이고 실제로도 만만하긴 하지만, 도빈이 형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돼요. 도빈이 형은 이래 봬도 트트블 짬밥이 있다고요.]
“엥? 류재, 사실만을 말했다며? 나 봐도 상관 없다며.”
“사실이잖아. 저기에 거짓이 어디 있어.”
[이든: 막내가 맨날 우리 부를 때 하는 말 있잖아. ‘형들’.]
[도빈: ‘형들’ 같은 호칭으로 하면 류재는 분명히 눈치채고 피할걸요. 지금 호칭이 나온, 헙!]
“아, 저걸로 이든이 형 금지어가 호칭이라는 걸 들켰구나? 앞선 두 형들 금지어는 호칭이 아닌 걸 이든이 형이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형. 그래도 이든이 형도 3분 안에 탈락했잖아. 형의 말실수가 딱히 큰 영향을 주지 않았어.”
“이걸 1타2피라고 하냐? 한 번에 두 명을 패네.”
“그러게 말이에요.”
[그렇게 정해진 최종 금지어]
[예현- 진짜]
[하준- 으음]
[이든- 막내야]
[도빈- 엥]
[유제- 봐 봐요]
-얘들아 진심이야? 5분만에 게임 끝나게 생겼는데?
-얘네 지금 룰 데스매치로 잘못 이해한 거 아님?
[레브의 이번 《Entry》 테마 장르는…]
[이든: 스릴러입니다.]
-아깝당 공포였으면 겁먹은 밤비랑 가나디랑 햄찌 얼굴 볼 수 있었는데
-점프스퀘어 개극혐이라 오히려좋아
-차피 내 최애는 안 놀라니까 노상관ㅋㅋㅋ
[드디어 《Entry》 테마방에 입성한 멤버들]
[예선전 START!]
[예현: 뭐부터 해야 하는 거지?]
[하준: 으음… 이 수칙서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삐-]
[금지어 ‘으음’ 감지!]
[예현: 뭐야? 그냥 금지어 내뱉으면 끝나는 거야? 기회 삼세번 이런 것도 없고? 진짜로?]
[삐-]
[금지어 ‘진짜’ 감지!]
[유제: 이든이 형, 도빈이 형, 이것 좀 봐 봐요. 여기에 투숙객 기록이-]
[삐-]
[금지어 ‘봐 봐요’ 감지!]
[이든: 막내야! 너 없이 나랑 도빈이랑 둘이서 어떻게 하라고!]
[삐-]
[금지어 ‘막내야’ 감지!]
[도빈: 어우, 공포 테마 걸렸으면 어쩔 뻔했어. 스릴러라서 다행이다. 그런데 분위기 좀 무서운데? 너무 음산한데? 이거 공포 아니에요? 공포 테마인데 스릴러로 잘못 안내된 거 아니에요? 배경음이 너무 스산한데요? 호텔에서 이런 노래 틀어 주면 바로 컴플 걸릴 거 같은데요? 혼자라서 너무 외로운데 한 명 부활 찬스권 없어요? 그런데 혹시 제가 이거 못 풀면 저 여기 계속 갇혀 있어야 해요? 지금 힌트 쓸까? 형들, 재희야! 보고 있어? 요? 이든이 형, 저 요 자 붙였어요!]
[과연 레브의 유일한 희망인 도빈의 운명은?!]
[도빈: 엥? 이게 뭐지?]
[삐-]
[금지어 ‘엥’ 감지!]
[레브 3분 10초 만에 전원 탈락!]
[?MAINFRAME 사상 초유의 사태!]
-뭐임 잠깐 화장실 갔다왔는데 왜 끝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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