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3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37화

“혹시… 형… 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형… 이라고 불러도 돼요?’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과거의 기억이 겹쳤다. 언제나 울적한 얼굴로 의기소침해 있던 이해원의 얼굴이 현재 그늘 없는 이해원의 얼굴 위로 어렴풋이 스쳤다.

평소였으면 흔쾌히 “그래라.”라고 승낙했을 텐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말에 대답이 곧바로 나오지가 않았다.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기억의 파편(28)’이 해금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눈앞에 뜬 상태창에,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이게 이렇게 풀린다고? 과거처럼 선배님에서 형으로 호칭이 바뀌는 게 키워드인 건가.

어쨌건 이해원과 엮인 기억의 파편이 풀렸다. 드디어 그 껄끄러움의 원천을 알 수 있고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열쇠가 내 손에 들어왔다.

내가 대답이 없자 안절부절못하는 이해원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까딱였다.

“불러. 형이라고 하면 닳는 것도 아니고.”

이해원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러면 저 먼저 가 볼게요, 형.”

“그래, 다음 수업 날짜는 톡으로 보내 줄 테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독학하고 있어라.”

그렇게 이해원을 보내고 고요해진 작업실에서 의자에 편히 기대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기억의 파편(28)’을 열람합니다.]

* * *

“야, 너는 작곡한다는 놈이 왜 신월로 들어가고 자빠졌어? 저작권을 좆으로 아는 새끼들만 드글드글한 도둑놈들 소굴에 가고 싶던? 이 형이 몇 년 전에 폭로했던 거 못 봤냐?”

오랜만에 만난 이해원의 얼굴을 보자마자 선글라스를 쓱 내리며 잔소리를 쏟아 냈다.

팀을 탈퇴한 전직 아이돌 현 일반인 겸 작곡가 겸 프로듀서라고 해도 탈퇴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에 모자와 선글라스 없이 자유롭게 밖을 나다니기는 아직 어림도 없었다.

“저 받아 주는 곳이 3대 기획사에서는 신월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야, 기획사가 대형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 많잖아.”

“기왕이면 대형이 좋죠. 대형 기획사에서 저 받아 줬는데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이해원의 얼굴은 LnL에 있었던 때보다 훨씬 더 밝아 보였다. 매일 의기소침해 있던 그때보다 훨씬 편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다가 피식 웃었다.

“굳이 대형 고집하는 거 보니까 알겠다. 대형 소속사에도 붙은 인재를 데뷔조에서 탈락시킨 LnL이라고 약 올리려고 그러지, 너?”

킬킬거리며 묻자 속내가 제대로 간파당했는지 귀 끝이 붉게 달아오른 이해원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신월에서 데뷔를 해야지 LnL이 약 오르든, 후회하든 하죠.”

“어쨌건 그런 의도는 맞았다는 소리구먼. 자존심이 밥 먹여 주긴 하지.”

나도 자존심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놈이라 충분히 이해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비슷한 이유로 힙합 언더그라운드 뛰쳐 나와서 아이돌로 데뷔하지 않았는가. 물론 나는 망했지만.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끼는 동생이 이루는 걸 당연히 보고 싶기는 했다. 하필 소속사가 저작권 병크를 터트렸던 신월이라서 문제지.

“또 그 새끼들이 저작권이고 곡이고 삥 뜯으려고 하면 바로 형한테 연락해라. 이번에도 시원하게 터트려 주려니까.”

그리고 몇 달 후.

-…형.

두서없는 목소리로 수화기 너머의 이해원이 나를 불렀다.

-도와주실 수 있어요…?

또 이 씹새들이 제 버릇 개 못 주고 저작권 착취를 시작한 모양이군. 하품 한번 하고 말해 보라고 태평하게 대꾸하니 이해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윤이 형이, 저랑 친해진 연습생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어제 자살했대요, 흡…

“뭐?”

도저히 태평한 태도로 들을 수 없는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여기 이상해요. 저 진짜로 잘못 들어왔나 봐요. 형 말 들을걸. 저 어떡해요?

“이해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상황 설명 좀 해봐. 그 정윤이라는 친구가 왜 자살한 건데? 그 친구 자살이 너랑 엮인 일이야?”

애써 침착한 어조로 묻자 이해원이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제가 아니라 소속사가, 정윤이 형이 곡 저작권 문제로 좀 마찰이 크게 있었는데, 그거 따진다고 했는데, 갑자기 어제…

횡설수설하는 말을 듣다가 익숙한 2년 전의 데자뷔를 발견했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개자식들은 무명 작곡가들만 착취하는 게 아니라 연습생들도 착취하고 있었다.

작곡 능력을 제외하고 모든 게 애매했던 이해원이 신월 엔터라는 대형 기획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도 이제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야, 해원아. 정신 차리고 잘 들어. 지금 형한테 정윤이인가 하는 그 친구랑 너랑 곡 저작권 문제랑 마찰 관련으로 주고받았던 카톡창 캡쳐, 그리고 그 친구 작업물 파일 같은 거 있으면 보내 줘. 혹시 그 친구가 죽기 전에 SNS에 뭐 올린 거 있으면 그것도 캡쳐해서 보내고.”

이해원은 착실하게 내가 요청한 증거를 전달했다.

게다가 이해원에게 전달받은 작업물 파일은 케이제이가 작년과 올해 이름을 걸고 발표했던 곡들과 꽤 여러 부분이 겹쳐 있었다.

폭로의 불씨를 당기는 증거들은 이걸로도 충분했다.

[이해원- 형]

[이해원- 이거 혹시 나중에 신고할 수 있을까 해서 몰래 찍어 놨던 건데]

[이해원- 이거도 증거 될까요?]

[이해원- (동영상)]

기사가 나고 나서, 이해원이 추가로 윽박지르는 신월 실장이라는 사람의 목소리와 자살한 연습생의 따져 묻는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 파일을 내게 전송했다.

이거라면 충분히 그 빌어먹을 도둑놈들 소굴인 신월 엔터를 터트릴 수 있겠다고 확신하고 2차로 터트릴 날짜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이해원한테 또 연락이 왔다.

-형, 그거 동영상 푸는 거 조금만 늦춰 줄 수 있어요?

“왜?”

-제가… 제가 너무 불안해서요. 신월이, 소속사가 묻어 버리면 어떻게 해요. 벌써 케이제이 선배님으로 꼬리 자르기 시작했잖아요.

이해원의 말이 맞았다.

언론의 공격은 묘하게 케이제이한테만 집중되어 있었다. 케이제이의 뒤에 숨은 신월 엔터는 아티스트 하나의 일탈로 포장하여 케이제이를 방패막이로 써먹었다.

그것도 잠시, 케이제이가 자살하자 본인들이 죽음의 덤터기를 쓸까 봐 지레 겁먹었는지 언론의 공격도 곧 사그라들었다.

평소였으면 이해원이 불안하다고 말하든 말든 그냥 동영상을 풀었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케이제이에게 걸려 왔던 통화 내용과 그 이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온 케이제이의 사망 소식 때문에 영 싱숭생숭했던 터였다.

케이제이에게 전해 들은 신월이 만만치 않았기에, 이해원이 보낸 동영상에 조금 더 증거를 보충해서 확실하게 터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동영상 어디에 저장해 놓으셨어요?

“신월이 생각보다 더 미친 새끼들 집단 같아서 노트북에 저장한 거 지우고 작업실 데스크톱에 옮겨 놨어. 노트북은 내가 계속 가지고 다니니까 도난 위험 있을 것 같아서. 이 새끼들 혹시 해킹하는 거 아니겠지? 클라우드 연동도 지워야 하나.”

-제 생각에는 지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찌 됐든 최초 고발자는 이해원이었으니 그냥 증거가 사라질까 봐 불안해서 그러는 거라고 쉬이 넘겼다.

그리고 어느 날, 데스크톱에 저장되어 있는 동영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작업실 비번과 작업실 데스크톱 비번을 아는 이는 이해원밖에 없었다.

전화기 너머의 이해원이 숨이 넘어갈 듯 훌쩍거리며 끊임없이 용서를 빌었다.

-죄송해요, 형… 저 데뷔하고 싶어요. 범죄자 되기도 싫고… 형한테 알리지 말았어야 하는데 제가 괜히 끌여들여서, 죄송해요, 진짜…

무단 침입이랑 증거 인멸은 범죄 아니냐는 욕설 섞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내 입에서 터져 나오는 건 턱 막힌 한숨뿐이었다.

휴대폰 좀 빌려 달라고 했을 때부터, 실수로 내 휴대폰에서 채팅창을 지워 버렸다고 했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왜 나는 당연하게 이해원이 변치않는 내 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을까.

“해원아, 이해원.”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리며 갈라진 목소리로 읊조렸다.

“평생 그렇게 살아라. 본인한테 부끄럽게.”

뚜-

통화를 끊었다. 망설임 없이 번호를 삭제했다.

유일한 정보 제공자가 나한테서 등을 돌린 이상, 이제 신월의 비리를 캘 방법도 증거를 입증할 방법도 더는 없었다.

증거 자료 제공자인 이해원이 증거 자료가 조작이고, 논란된 작업물은 자살한 연습생의 작업물이 아니라고 밝히며 기사 신뢰도가 하락했고, 신월 엔터에서 허위 자료 유포 시 법적 대응한다고 압박하며 언론사에서 기사 삭제를 시작했다.

케이제이의 유가족과 신월이 내게 허위 사실 유포 건으로 소송을 걸며, 근거도 없는데 내가 케이제이를 타겟 삼아 선동하며 몰아갔다고 여론이 반전되었다.

케이제이를 난도질하던 날카로운 여론의 칼날은 어느새 나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케이제이의 마지막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 *

“와씨, 내 선견지명 미쳤다.”

기억의 파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나의 선견지명을 자화자찬하며 박수를 쳤다. 역시 작업실 비밀번호는 함부로 공유하는 거 아니라니까.

회귀 전 기억을 보니 어째서 시스템이 이해원과의 친분을 분기점이라고 했는지, 왜 내가 그 녀석만 보면 찝찝한 감정이 느껴졌는지 알 것 같았다.

‘에휴, 기억도 못 하는 새끼한테 회귀 전 일을 따져 물을 수도 없고.’

따지자면 지금의 시간선의 미래에선 일어나지 않을 일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저 일이 이번에도 똑같이 반복된다는 건 내 실패를 뜻하는 거나 마찬가지니.

그러면 나는 회귀 전의 이해원과 현재의 이해원을 다른 사람으로 봐야 하는 건가.

범죄자가 되기 싫다던 마지막 말도 마음에 영 걸렸다. 리번에게 신월의 더러운 수작을 들은 뒤라서 더더욱. 물론 내가 모든 뒷면을 알 수는 없고,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복잡한 머릿속에 머리카락을 거칠게 헤집었다.

아무튼, 이번 기억으로 제일 중요한 걸 알아냈다. 자살했던 연습생의 이름.

그러니 이번에는 그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회귀 전과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으니까. 아니, 내가 달라지도록 만들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