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25화
지원이 형이 지인에게 통으로 대관한 카페는 고요했다.
그럴 만도 했다. 카페 안에 사람은 셋밖에 없었으니까. 나, 지원이 형, 그리고 리번.
우리가 대면하기 전까지 중간에서 열심히 조율 역할을 했던 스코언이나, 하다못해 플로디크라도 함께 동행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리번은 혼자 왔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리번은 약쟁이, 브로커, 친구 생일 파티에서 대마 빤 미친놈, 빨간 줄 그인 인간, 친구 살해 협박 등등 주렁주렁 달린 악명과 달리,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만 빼면 제법 깔끔하고 번듯한 인상이었다. 그 흔한 타투와 피어싱 하나 없었다.
눈매와 턱선이 살짝 날카롭고 예민한 분위기를 풍기긴 해도, 약 빨고 약 파는 스테레오 타입과는 거리가 먼 외모였다. 오히려 지원이 형이 양아치상에 가까우면 더 가까웠지.
사람을 인상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아주 좋은 반면교사였다.
“3년 만인가?”
드디어 그 무거운 지옥의 침묵을 깨고 지원이 형이 무언가가 많이 생략된 인사말을 던졌다.
물론 리번은 그 인사를 받아 주지 않았다. 돌아오는 침묵에 머쓱할 만도 한데 지원이 형은 ‘저 새끼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리번을 꼬나보고 있었다.
이 무거운 침묵에 짓눌리고 있는 건 이 두 사람 사이에 낀 나뿐이었다.
지원이 형을 무시한 채 내게 시선을 돌린 리번이 약간 아쉬움이 서린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저거 달고 온 꼬라지 보니까 떨 거래하려고 만나자 한 건 아닌 것 같고.”
“종석아, 아직도 브로커짓 하고 있냐? 빵 다녀와도 정신을 못 차렸네.”
경멸 섞인 눈으로 리번을 노려본 지원이 형이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브로커짓은 진작 끝냈지. 그런데 이제 떨 거래하려는 놈 약점 잡고 돈 뜯어 낼 수는 있지.”
리번이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왜 아쉬워했는지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렇지. 이제 대중들한테도 약쟁이로 찍혀서 음악 활동도 잘 못하는데 이미지가 곧 생명인 아이돌이 대마 거래 시도했다는 증거 하나만 잡아 놓으면 주기적으로 돈 뜯어 낼 탄탄한 돈줄 하나 생기는 거지.
그 대답에, 지원이 형의 눈에 서린 경멸이 더욱 짙어졌다.
그런 지원이 형을 힐긋 쳐다본 리번이 제 앞에 놓인 카페 유리컵에 가늠하는 듯한 시선을 고정했다.
그런 모습에 준범 형한테 전해 들었던 리번의 살해 협박이 오버랩되었다. 리번이 유리컵으로 지원이 형의 머리를 내려치기 전에 황급히 이 삼자대면의 이유이자 리번을 만나러 온 용건을 꺼냈다.
“지원이 형 같은 사람은 신월은 절대 가면 안 된다고 뜯어말리셨다면서요. 들어가면 후회한다고.”
가라앉은 표정을 한 리번이 턱만 까딱했다.
리번이 ‘내가 그랬던가?’라며 능청 떨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기억해 내 보라고 나보다 열 살은 많은 인간의 머리를 후려칠 수는 없지 않은가.
“왜 말렸는지 이유 좀 듣고 싶어서요.”
“그게 궁금해서 나랑 만나자고 했다고? 그게 왜 궁금한데?”
상체를 기울여 나와 눈을 마주친 리번의 눈에는 기이한 흥미가 비쳤다.
그러길 잠시.
그 노골적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있자 리번이 갑작스레 폭소를 터트렸다.
웃음이 차츰 잦아들고, 어느새 다시 담담한 얼굴로 표정을 갈아 끼운 리번이 지원이 형을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어이, 후배. 저 새끼 집에 보내면 네가 알고 싶어 하는 거 말해 줄게.”
“개수작 부리지 말고 그냥 빨리 말하지? 나도 네 얼굴 마주 보고 있기 역겨우니까 빨리 좀 끝내자, 씨발.”
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지원이 형이 인상을 구기며 욕설을 내뱉었다. 리번이 냉소했다.
“내가 배은망덕한 새끼 면상 보면서 내 입으로 그 이유를 꺼내라고?”
한마디로, 지원이 형 챙겨 준 은혜를 마약 고발 깜빵으로 갚은 지원이 형 앞에서 말하기 싫다 이거였다. 그런데 결국은 대마 끊게 해 줬으니까 은혜 갚은 거 아닌가?
“그때 너 말린 게 내 인생에서 제일 후회하는 일이야, 지원아. 그때 너 안 말렸으면 너도 지금쯤 내 꼴 나 있었어. 알아?”
본인을 저격하는 서늘한 말에 주먹을 움켜쥔 지원이 형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마약 이야기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본인 이름으로 세상에 본인의 음악을 내어놓을 수도 없는 본인 처지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둘 다인가.
아직은 섣불리 판단이 불가능했다.
이건 뭐, 이미 손절한 사이라서 주먹 한 대씩 주고받고 깔끔하게 털라고 할 수도 없고.
게다가 차연호와 케이제이처럼 나랑 나이 차가 얼마 안 나면 몰라도 여기는 제법 나는 터라서 무력을 행사해서 강제 화해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리번이 만만치 않은 상대인 걸 느낀 이상, 지원이 형은 무조건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
“지원이 형은 지금 신월이 어떤 집단이길래 형님이 그때 말린 걸 은혜로 생각해야 하는 건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형님이 말씀해 주시는 게 지원이 형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방아쇠가 되는 거죠.”
내가 슬슬 구슬리자 리번이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지원이 형도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에 맞춰 주었다.
막내야, 네가 없으니 내가 머리를 다 쓴다.
내가 지금 머리를 굴려서 대답을 유도해 내고 있다고. 케이제이랑 차연호였으면 박수 치면서 ‘한 판 떠!’를 외치고 있었을 내가 이렇게 유도리 있고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쥐어 짜내고 있다니까?
이걸 네가 봐야 하는데. 그래야지 너도 더는 내가 하는 일에 불신을 가지지 않고 나를 믿음직한 형으로 여길 텐데 말이다.
잠깐 생각하는 척한 리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거긴 사람 갈아 넣는 공장이야. 팔리면 쓰고, 안 팔리면 버리고, 어쩔 때는 팔려도 이름 쏙 빼고 곡만 가져가고. 자기 음악에 프라이드가 그렇게 높은 네가 거기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별로 놀라울 것 없는 사실이었다. 이건 신월뿐만 아니라 이 업계에 공공연한 일이라 신월을 공격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누구를 등신 천지로 아나. 아니다 싶으면 내 발로 나왔겠지. 겨우 그딴 걸로 배은망덕 운운했냐?”
짜증스러운 지원이 형의 대꾸에 리번의 얼굴이 비웃음이 걸렸다.
“지원아, 다들 등신 천지라서 멘탈 갈리고 푼돈 받고 내 곡 뜯겨 가면서 거기에 묶여 있었을까?”
카페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리번이 피식거리는 웃음을 연신 흘려 댔다.
“내가 이 내부 사정을 어떻게 알고 너한테 귀띔해 줬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설마, 대마…?”
내 중얼거림은 누가 씨발 대마 빨고 그 대가로 내 인생 구해 달라 했냐고 쌍욕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나 고함 지르는 지원이 형과 거기에 맞서 내가 몇 년간 대마 빠는 거 알았으면서도 흐린 눈 했으면 계속 흐린 눈 할 것이지 왜 새파란 애새끼 나불거림에 넘어가서 10년 지기를 고발하냐고 맞서 고함을 지르는 리번 때문에 보기 좋게 묻혔다.
리번이 말하는 저 ‘새파란 애새끼’가 혹시 난가?
그러니까, 두 사람의 고함을 들으면서 대충 정리하자면, 리번은 신월 소속 아티스트와의 친분을 통해 대마를 접했다.
점점 신월과 깊숙이 얽히며 커넥션을 타면서 결국은 브로커화되어 다른 래퍼와 아티스트까지 끌어들이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월의 이 개짓거리도 알게 된 거고.
감정이 하도 격해지다 못해 서로 멱살을 잡으려고 하는 두 사람을 온몸으로 뜯어말렸다. 이럴 줄 알았다. 이래서 리번 옆에 한 명 더 붙어있어야 한다고 했던 건데.
요새 운동을 하지 않아서 성인 남성 두 명을 한꺼번에 말리기는 좀 버겁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서로 떼어 놓는 데에는 성공했다.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쓸며 소파에 털썩 앉은 리번이 빈정거렸다.
“대마는 시발, 빙산의 일각이지.”
“그럼 대마 말고 더 있는 거예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물어보자 리번이 어깨를 으쓱했다.
“공식 루트로 못 쓰는 곡들 중간 대리인으로 명의 빌려 줬다가 목줄 잡히고, 돈세탁이랑 암표 거래, 보조금 부정 수령에 휘말리게 하고, 하여간 사람 좆되게 만드는 방법이 아주 무궁무진하더라.”
지원이 형이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리번이 담뱃갑을 쓱 내밀었다.
지원이 형은 담배 한 개비를 뽑는 대신 담뱃갑을 낚아채 저 멀리 던져 버리고 리번의 면전에 중지를 치켜들었다. 하긴, 마약사범이 주는 담배를 뭘 믿고 피워.
짧게 욕설을 중얼거린 리번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임자 한 번 만난 뒤로는 데뷔로 목줄 메기 딱 좋은 연습생들 주력으로 빨아먹더라고. 이제 내부 프로듀서들이나 작곡가는 그런 악습에 익숙해진 놈들밖에 안 남았고. 새로운 느낌 내고 싶으면 어쩌다가 한 번씩 외주 맡기면 되는 거고.”
외주라는 단어를 말하며 리번이 지원이 형한테 보란 듯이 시선을 돌렸다.
지원이 형도 이 정도까지 깊숙이는 몰랐던 듯, 착잡한 얼굴로 연신 짧은 한숨만 쉬어댔다.
그러면 연습생 자살 건도 설명이 된다.
단순히 곡을 뺏긴 것에 대한 분통함에 자살한 게 아니라 끝까지 약점으로 협박 삼아 입을 다물게 만들려 했던 신월의 압박이 결국 죽음으로까지 몰아간 거다.
케이제이를 내 편으로 회유하기 위해 몰아갈 한 수가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만약 케이제이도 불법적으로 엮인 일이 있어도 아버지나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면 신월만 더 좆되게 만드는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에휴-. 그런 쓰레기 같은 소속사에서 미친놈까지 친구로 두고, 고생이 참 많다.
신월 이야기를 듣자 우리 김노담 대표님이 참으로 천사같이 느껴졌다. 감이 없는 건 적어도 범죄는 아니니까!
“나는 네가 이지원이랑 나랑 화해시키려고 굳이 굳이 만나자고 한 줄 알았어. 지원이가 뭐 자기 손으로 깨부순 친구 관계를 존나게 후회하고 있구나 싶었지. 너를 내세워서 나랑 화해하려고 하든가, 아니면 우리 후배가 오지랖을 부렸든가.”
리번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싸운 것보다 신월 이야기를 더 캐묻는 걸 보고 아, 얘 목적이 그게 아니었구나- 알아챘지.”
빤히 리번을 바라보고 있던 지원이 형이 실소를 내뱉으며 한마디 했다.
“이빨 까면서 오른쪽 눈꺼풀만 찡그리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