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2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22화
서로를 보는 시선에 경계가 깃들었다. 이제 WIN-WIN 따위는 없었고, 개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프로듀싱도 실력 못지않게 중요했기에 견제하는 것도 이해했다.
“바로, 제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두 코스, 가위바위보와 제비뽑기입니다. 가위바위보로 제비 뽑을 순서를 정하고 제비를 뽑으면 됩니다.”
억울하거나 마음 상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끔 우리 용철이 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듀서 뽑기를 최대한 공정하게 설계했다.
그냥 댄스배틀로 하자니까, 방송으로 박제될 출연자들의 흑역사까지 걱정해 주다니 참 섬세한 형이었다.
하지만 공정함의 수혜자인 이 두 사람은 용철이 형의 이 세심한 배려가 와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위바위보랑 제비뽑기요? 결승 프로듀싱을 거는 것치곤 너무 심심한데요.”
“동감입니다. 중요한 만큼 스페셜하게 가야 하지 않겠어요?”
도파민에 찌들어 버린 두 사람을 용철이 형이 어쩐지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미래가 직감된 모양이었다.
“오, 이게 싫어?”
제 발로 용철이 형의 자비를 걷어찬 두 중생을 보며 인자하게 웃었다.
“그러면 내가 또 준비한 게 있지.”
용철이 형이 말리기도 전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오, 디스전?”
디스전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할 만하다는 듯한 얼굴로 눈을 빛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통보했다.
“자, 댄스배틀 갑시다. 간절한 마음을 춤으로 더 잘 표현하는 사람에게 선택 우선권 드립니다.”
“그냥 가위바위보랑 제비뽑기할게요.”
“제 말이요. 생각해 보니까 가위바위보랑 제비뽑기가 제일 공정한 거 같아요.”
유피와 최형진이 빠른 태세 전환을 시도했지만 그게 내게 들어먹힐 리가 없었다.
“남아일언 중천금인데 한 입으로 두말하면 쓰냐! 자, Let’s go!”
휴대폰 스피커에서 상큼한 걸그룹 곡이 흘러나왔다.
사색이 된 두 사람이 동시에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왜 못 춰? 나도 군대 예능 끌려가서 췄는데. 간절함이 부족하니까 못 추는 거 아니야, 어?
빨리 하라는 신호로 앞꿈치로 바닥을 툭툭 치자 용철이 형이 내 팔까지 붙들어 가며 나를 만류했다.
“이든아, 한 번만 봐주자! 쟤네도 다른 선택지가 댄스배틀이라는 건 몰랐을 거 아니야! 한 번만 봐 주자!”
“왜 이래, 형. 저 둘이 형의 배려를 무시했잖아. 나는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주려는 것뿐이야.”
“나도 쟤네 걸그룹 댄스 별로 보고 싶지 않아!”
용철이 형이 결국 솔직하게 내뱉은 진실한 속마음에 쳇, 혀를 차며 노래를 껐다.
내가 다른 노래로 댄스배틀을 시킬세라 유피와 최형진은 노래가 꺼지기가 무섭게 다급히 가위바위보를 해서 제비뽑기 순서를 정하고 있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건 최형진이었다. 가위를 내서 이긴 최형진은 곧바로 통 속에 단 두 개만 들어있는 제비를 뽑았다.
[D.I]
그러면 자동으로 유피가 내 프로듀싱으로 당첨된 셈이었다.
용철이 형 걸렸다고 실망하는 티 내면 뒤진다, 형진아.
용철이 형 몰래 최형진을 향해 눈을 살벌하게 빛내며 손을 꺾는 시늉을 했다. 그런 내 경고를 본 체 만 체 한 최형진이 씩 웃으며 용철이 형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시즌 4에서 실패했던 윤이든 이기기, 이번 기회에 성공시켜 봐야죠.”
“이야, 벌써 기합 빡 들은 거 봐.”
용철이 형도 맡은 상대가 만족스러웠는지 웃으며 최형진의 야망을 받아 주었다. 꿈도 크다고 하려다가 용철이 형까지 엮여 있는 걸 깨닫고 말을 순화했다.
“그래, 힘내 봐라.”
내가 직접 무대에 서는 게 아니라 온전히 프로듀싱으로만 승부를 보는 만큼, 나를 잘 아는 최형진과 용철이 형 조합은 무시할 수 없었다.
우리가 반으로 갈라진 만큼 촬영팀도 반으로 갈라져야 했지만, 어차피 딱 우리 팀 하나만 남았으므로 이전 시즌들 결승 촬영과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일단 알다시피 결승은 1Round랑 2Round, 이렇게 두 곡을 준비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1Round나 2Round 중 한 곡은 새로운 비트 말고 기존 비트 곡으로 쓰려고 하는데, 괜찮아요?”
“나쁘지 않은 선택지죠.”
유피는 흔쾌히 오케이했다. 본인도 준비 기간 안에 프로듀서 한 명으로 두 곡을 완벽하게 뽑기는 힘들다는 현실을 마주한 모양이다.
문득 궁금해져서 유피한테 물어봤다.
“이 팀 선택한 거에 후회는 없어요? 다른 팀으로 갔으면 이렇게 파이 나눠 먹기 안 하고 온전하게 프로듀싱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저는 충분히 만족해요. 이런 구도가 나온 것부터가 어쨌건 임팩트 있는 ‘최초’잖아요.”
역시 서바에 통달한 이는 보는 관점부터 달랐다. 앞으로 부를 일 있으면 서바 통달한 척한다고 유피 돌려 까는 가사는 바꿔서 불러줘야겠다.
“그리고 결승에서 이야기하려고 이 악물고 여기까지 올라왔거든요.”
유피가 무언가를 꾸미는 듯한 얼굴로 웃었다. 제발 쿨찐 같은 짓만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저번 시즌에 보니까 두 곡 합치는 무대를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아…. 그렇게 두 곡 조합하는 방식이 무대가 좀 더 꽉 채워진다 해야 하나, 좀 덜 심심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결승전 라운드곡 하나도 두 곡 합치는 걸로 갈 건데, 한 곡 비트는 유피 씨 곡, 그리고 한 곡 비트는 용철이 형 곡으로 갈까 하거든요. 괜찮아요?”
“왜 이든 프로듀서님 곡이 아니라 D.I 프로듀서님 곡이에요?”
유피가 최대한 자기는 곡 선정에 불만이 없다는 무해한 눈빛을 내게 선보이려고 애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같이 결승 무대를 만들지 못하니까 이렇게라도 함께 하는 거죠.”
이게 내가 용철이 형과 함께 결승전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유피 씨가 꾸미고 싶은 무대로 한 번 설계해 봐요. 제가 전력 전심으로 서포트해 드릴 테니까.”
유피가 누구보다도 나를 신뢰한다는 얼굴로 편하게 웃었다. 시즌 4에서 서로 돌려까기 맞디스한 사람한테 이런 신뢰를 받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 * *
“네 덕분에 제일 한가한 프로듀서랑 제일 바쁜 프로듀서 둘 다 경험한다.”
용철이 형이 길게 하품을 하고선 툴툴거렸다. 말은 투덜대면서도 얼굴에 걸린 웃음이 지워지지 않아, 피로에 절어 있는 표정과 묘하게 뒤섞이며 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냈다.
“왜, 나는 나름 좋았는데.”
“바쁜게 좋다고? 이놈의 DTB 때문에 그룹 활동 작업을 못 하겠다고 그렇게 투덜거리더니만.”
“그게 아니고-.”
부러 말끝을 늘이며 태평하게 대꾸하자 용철이 형이 그럼 뭐냐는 듯 나를 흘끗 돌아봤다.
“한 팀이라 이번에는 내 손으로 형을 떨어뜨리지 않아도 돼서? 내가 그때 형을 떨어뜨리면서 얼마나 슬펐는지 형은 알아야 해.”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자 용철이 형이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내 양볼을 꾸욱 잡아당겼다.
“슬펐다는 놈이 플랜 A를 그렇게 신나서 말을 해? 엉? 형이 방송 안 본 줄 아냐?”
서너 번 흔들고 볼을 잡아당기던 손을 떼자마자 얼얼한 볼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혀를 찼다. 이걸 안 넘어가네.
잠시간 옥상에서 초가을의 밤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구경하다가 툭 내뱉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형이랑 같이 작업하는 것도 좋았고. 독립해서 오랫동안 나가 살다가 본가에 잠시 들어온 기분이더라고.”
내가 걸어온 음악의 길을 따지자면 OVER LEVEL 크루는 내 시작점, 본가였고 레브는 내가 본가에서 독립하여 꾸린 새 가정이었다.
그런데 이제 레브는 OVER LEVEL처럼 자율적으로 꾸린 게 아니라 한 명 빼고는 비즈니스가 많이 섞인. 이런 걸 뭐라고 하지? 정략 가족? 팀플 가족?
“예전에는 믹싱 작업이랑 가사랑 다 형이 봐줬잖아. 다른 형들은 귀찮다고 내가 열 번 부탁하면 한 두세 번 들어줬는데 형은 열 번 부탁하면 열 번 다 들어줬으니까.”
내가 크루에서 나이 차이가 더 적은 형들이 있음에도 용철이 형을 제일 가깝게 여기는 이유였다. 용철이 형이 중학생 꼬맹이한테 제일 관대하고 다정하고 착했다. 다른 형들은, 음…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지.”
용철이 형이 가볍게 한탄했다.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내가 언제 형 잡아먹었어?”
“겨우 1분 전에 말한 시즌 4의 플랜 A를 잊은 거냐?”
다시 한번 내 볼을 향해 뻗어지는 손을 슬쩍 피했다.
“그래서 내가 실력 늘고 나서도 형이랑 한번 지인짜 끝내주는 결과물 작업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됐네. 이번 결승전도 맡은 사람이 둘로 나뉘었을 뿐이지, 누가 우승하든 우리가 만든 결과잖아.”
누가 우승하든, 이 결승 무대는 확실히 우리 팀의 정점이었다.
나이가 들긴 했는지 저 말을 꺼낸 나보다 더 감수성에 젖은 얼굴로 과거 회상을 시작한 용철이 형의 주저리를 받아주다가 슬쩍 파이널 라운드곡 준비 현황으로 이야기를 틀었다.
“이번에도 G-TE 완전 칼 갈았더라. 애가 밤 샜는지 충혈된 눈으로 와서 노트를 꺼내는데, 와… 전에도 느꼈는데 얘가 보기랑 다르게 엄청 철저해.”
최형진은 애가 아닙니다. 최형진은 사지 멀쩡하고 키 170 이상의 인상 더러운 20대 남성입니다. 최형진 애 모에화를 멈춰 주세요.
* * *
드디어 대망의 FINAL D-day.
지난번에 달걀 투척 사건도 있고, 결승전은 생방송이다 보니 세미 파이널 때보다 더욱 꼼꼼하게 소지품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이헌 형- 야 이거 맞아?]
[이헌 형- DTB 공연장에 무슨 계란도 아니고 생수까지 못 가지고 들어가게 하는데?]
[이헌 형- 이거 인권 침해 아니냐?]
이번 시즌 6 결승 직관에 온 듯한 사촌 형에게서 온 문자에 대충 답장해 주었다.
[형이 모르는 fact: 생수병도 던질 수 있는 물건이다]
[이헌 형- 그렇게 치면 신발도 벗겨야지]
[이헌 형- 그 논리면 신발도 던질 수 있는데]
시바, 누가 로스쿨생 아니랄까 봐. 이걸 받네.
그나저나 내가 따로 입장권을 보내 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직관 오는 걸 보면, 이헌이 형도 제대로 힙합에 빠진 모양이었다.
역시 친할아버지의 피에도 힙합 스피릿이 흐르고 있었던 거지. 할아버지 본인만 평생 모르고 살아왔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