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2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19화

면전에서 본인을 무시했다고 잔뜩 약이 오른 표정이라도 짓고 있을 줄 알았더니, 차연호는 의외로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카메라 때문인가?

피처링 초대 가수가 다른 피처링 가수한테 아는 척하는 건 딱히 방송에 올라갈 분량이 아니지만, 이 둘이 싸우는 건 방송에 짧게나마 나갈 수도 있는 일이니까.

차연호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자 그제야 한시름 놓은 얼굴이 된 차연호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크래즈노에게 다가갔다.

대기실로 향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잠깐 보다가 나도 다시 무대 쪽으로 몸을 돌려 내 피처링 파트 타이밍을 쟀다.

최형진이 벌스를 끝내기 직전, 숨을 짧게 들이마신 다음에 짧은 예고를 외쳤다.

“Guess who’s back!”

조명이 동시에 터졌고, 나는 성큼성큼 백스테이지에서 무대로 올라갔다.

와아아아-

공연장을 뒤흔들 듯이 울리는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나는 준비된 랩을 그대로 쏟아냈다. 아무래도 이전 피처링 상대도 상대였을뿐더러, 차연호가 대기실에서 보고 있을 걸 생각하니 절로 랩이 빡세졌다.

뭐랄까. 차연호한테 승리감 따위는 안겨 주고 싶지 않달까.

내 파트를 마치고 마이크를 살짝 낮춘 그 순간, 정면에 서 있는 최형진과 눈이 딱 마주쳤다.

짧게 숨을 고르던 최형진의 얼굴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기쁨, 벅참, 실감, 그리고- 만족.

제일 선명하게 보이는 그 감정을 보며 깨달았다.

저 징하고 끈질긴 녀석이 결국은 내가 시즌 4에서 저를 이기며 던진 격려, 그 이상을 이뤄 냈다고. 내 기대치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렇게라도 나를 이겼다고.

“야, 축하한다.”

완벽했던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며 땀에 잔뜩 젖은 최형진의 등짝을 가볍게 쳤다.

“뭐를? 결승 진출 미리 축하한다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보며 묻는 최형진을 향해 대답 대신 픽 웃었다.

최형진이 이 축하의 뜻을 깨닫는 날이 올까 궁금할 따름이었다.

결과 발표를 위해 최형진을 남겨 놓고 나 홀로 돌아와 용철이 형, 그리고 유피와 함께 대기실 소파에 앉아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음원 차트 성적은 몰라도, 여기 투표하러 온 이 자리에 알테어 팬과 데이드림이 얼마나 되겠냐.

이건 차연호와 나 사이의, 실력을 건 자존심 싸움이었다.

차연호도 이렇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일단 나는 그랬다.

짧은 기다림 끝에, 드디어 결과가 발표되었다.

[크래즈노]

₩7,600,000

LOSE

[G-TE]

₩7,800,000

WIN

“대박이다, 야. 20만 원 차이로 이겼어. HYEQ Vs 유피 전보다 파이트머니 액수 차이가 더 적게 나는데?”

“확실히 지원이 형이 훅을 잘 뽑기는 했어. 차연호 보컬도 받쳐 줬고. 음원 차트 가면 우리 곡보다 순위 더 높을 수도 있을걸, 아마.”

용철이 형의 감탄사에 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다음으로 유피와 SYRA의 대결이 바로 이어졌다.

유피의 피처링은 원백 형님이 기꺼이 맡아 주셨다. 떠났어도 한 번 팀은 영원한 팀이니 당연히 우승시켜야 한다며.

물론 시즌 4에서 서라온 선배님의 피처링을 맡은 유피는 원백이라는 카드에도 전혀 동요가 없었다.

SYRA의 무대에는 T.no만 부른지 알았더니 REZZA도 피처링으로 깜짝 등장했다. 파트 분량은 짧았지만 두 사람이 쌓아 왔던 서사가 있는 터라 임팩트는 엄청났다.

막판 서사 팍팍 실어 주기에 살짝 걱정은 됐지만, 유피와 원백 형님의 실력을 믿고 있었기에 차연호 훅을 들었을 때처럼 그렇게 막 초조하지는 않았다.

[유피]

₩8,100,000

WIN

[SYRA]

₩7,600,000

LOSE

“저 팀은 760만 원의 저주라도 받은 거?”

최형진이 내가 생각만 하고 있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을 꺼냈다.

그렇게 Team 윤이든 & D.I 소속의 유피랑 G-TE가 파이널에 진출했다.

딱 한 팀만 결승 진출을 이뤄 낸 건 DTB 사상 최초였다.

참가자들끼리의 인사를 위해 다 같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REZZA를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언니 대신 결승 꼭 가고 싶었는데 졌다고 펑펑 울고 있는 SYRA와 그런 SYRA를 달래 주고 있는 REZZA를 보니 우리가 저 둘의 서사를 방해한 악당 팀이 된 것 같아 괜히 살짝 미안했다.

우리를 이기겠다고 1군 남돌 메인 보컬이라는 궁극기까지 들고 온 지원이 형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며 축하를 건넸다.

“이야, DTB 역사상 제일 바쁜 팀 프로듀서가 된 걸 축하한다.”

지원이 형의 축하 인사를 들은 용철이 형이 기뻐해야 할지 죽상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지원이 형과 악수를 나눴다.

나도 지원이 형이 내민 손을 가볍게 마주 잡고 흔들며 적당히 기뻐하는 미소와 함께 대꾸했다.

“뭐, 다음 시즌 하차에 좋은 핑계 하나 생겼죠.”

지원이 형이 굉장히 의외의 말을 들은 것처럼 눈을 깜빡였다.

“내년부터 안 나오게?”

“활동 준비랑 병행은 못 하겠더라고요. 저 때문에 활동 준비 늦어지는 것도 미안하고.”

뒷머리를 멋쩍게 쓸어올리며 말하자 지원이 형이 이해한다는 얼굴로 턱을 까딱했다.

계획이랑 어긋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도 영 마음에 안 들긴 했다. 처음에 프로듀서 제안을 받아들일 때까지만 해도 본업과 적당히 병행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보통은 본선 2차에서 두 명 커버하고, 세미 파이널에서 한 명, 파이널에서 쉬든지 한 명 커버하든지, 이 루트였으니까.

최형진은 몰라도 유피까지 내 팀을 선택할 거라 예측하지 못한 내 패착이었다.

“야, G-TE 섭섭해 하겠다.”

지원이 형이 히죽 웃으며 형이 소환한 궁극기를 박살 내고 결국 파이널에 진출한 최형진을 돌아보았다. 최형진은 이제 DTB 팬들을 넘어 같은 래퍼들한테도 내 팬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딱히 섭섭하진 않은데요. 어차피 제가 DTB 다시 나올 것도 아닌데, 굳이…”

최형진의 심드렁한 반박에 지원이 형이 당황했다.

“G-TE 씨, 이든이 팬 아니었어? 방송에서 더 보고 싶지 않아?”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얘 솔로 앨범 아니면 관심 없는데요.”

그렇다면 최형진은 또 오랫동안 내게 관심 없을 전망이군.

지원이 형의 말문이 막힌 걸 보니, 이렇게 소신 있는 stan은 지원이 형도 처음 봤나 보다.

“형, 그런데 차연호 선배님은 원래부터 피처링으로 데려오려고 계획을 했던 거예요? 아니면 저희 팀 피처링 누구인지 듣고 바꾼 거예요?”

그런 지원이 형을 구해 줄 겸, 궁금했던 걸 슬쩍 물어보았다.

“아, 원래 알테어 멤버 쓰려고는 했어. 태혁이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연호가 자기가 한다고 해서.”

심드렁하게 대답한 지원이 형이 주변을 힐긋 둘러보더니 목소리 낮춰 속닥였다.

“걔도 나 찔러 보더라. 둘이서 작당을 한 거야, 아니면 따로 이러고 있는 거야? 너 그때 연호랑 연락하려고 했던 거, 이거 때문이었어?”

“제가 차연호 선배님이랑 작당을 왜 해요. 저는 그런 스타일이랑 정말 안 맞는 사람인데요.”

내가 질색하자 지원이 형이 그럴 것 같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분산시키지 말고 너희들끼리 협동을 하든 협조를 하든 좀 맞추라는 충고를 남기며.

일단 차연호가 지금처럼 이리저리 찔러 보고 다니는 것부터 막아야겠군.

* * *

방송 촬영이 끝나고, 차연호와 내가 만남의 장소로 선택한 곳은 바로 차연호의 집이었다.

“냉기 도는 게 거의 빈집 수준인데?”

“지금 숙소 들어가서 살고 있어. 어쨌건 정준이랑 화해는 해야 하니까.”

차연호가 물잔을 내 앞에 탁, 내려놓으며 대꾸했다.

차연호네 집 탁자에 마주 앉자마자 차연호가 대뜸 입을 열었다.

“네가 알고 있는 거 전부, 자세히 좀 말해 줘.”

나는 화해를 도와 달라고 차연호가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차연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예측과 심히 동떨어져 있는 내용이었다.

케이제이랑 화해하는 걸 아예 포기했나? 자기 소속사 관련한 일은 혼자 캐려고 하는 건가?-싶었는데 차연호가 당당해서 묘하게 열받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준이가 내게 그랬단 말이야. 괜히 파고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차연호가 못 미더운 케이제이의 마음도 어렴풋이 이해하겠지만 친구 목숨이 걸린 걸 알고 있는 이상 차연호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케이제이의 그 말 한마디에 그만두기에는 차연호가 너무 멀리 왔기도 했고 말이다.

“정준이가 나를 걱정해서 그러는 건 알아. 그렇지만 디데이가 점점 다가오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내 표정이 썩은 걸 눈치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지 차연호는 계속해서 뻔뻔하게 말을 이어갔다.

“정준이는 내가 지금 우리 소속사가 무슨 개짓거리를 해오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걸 아예 모른단 말이지?”

차연호의 눈빛이 음험하게 빛났다.

“그러니까, 내가 전말을 아주 정확히, 자세히 알고 있다면 정준이도 나를 의지하지 않을까?”

하지만 정작 차연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존나 무슨 거대한 계락을 꾸미는 눈빛과 매치라고는 안 되는 굉장히 1차원적인 말이었다.

아무리 내가 눈치가 등신 수준이라지만 차연호가 케이제이한테 자기가 전말을 알고 있다고 흘린 순간부터 봉합 불가능한 수준으로, 거의 회귀 전의 나랑 견하준 급으로 파탄이 날 거라는 건 알겠다.

아니, 우리 급도 아니다. 까딱하면 지금 케이제이가 유서에도 차연호는 자기 장례식에 오지 말아 달라고 써놓게 생겼다고.

설령 내가 어찌저찌 케이제이를 설득해서 내부 고발자가 되도록 회유한다고 하더라도 차연호와의 협동 플레이는 꿈도 못 꿀 거라는 걸 알겠다고.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똥볼만 찰 수가 있지? 저래서 여섯 번이나 회귀하면서도 아는 것도 하나 없고 케이제이 하나도 못 살렸구나. 그것도 본인 소속사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아니, 전혀.”

“왜?”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이 와중에도 내가 저한테 협조하기 싫어서 이러는 줄 알고 의심 어린 눈으로 나를 보는 차연호는 확실히 빡대가리가 맞았다.

나를 빡대가리라고 칭하는 서예현이 차연호의 이런 모습을 봐야 할 텐데. 그래야지 내가 빡대가리까지는 아니고 박대가리 수준이라는 걸 깨닫고 나한테 고마워할 텐데.

저 빡대가리한테 내 진정성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라도 가져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분명 차연호 거짓말갈리를 하려고 샀던 건데, 왜 차연호한테 내 진정성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런 계획만 꾸미고 살면서 대체 흑막이라는 별명은 왜 붙은 건데? 혹시 차명 계좌 돈세탁한 거 팬들한테 들키기라도 했어?”

오직 의뭉스러운 미소와 눈빛으로만 이뤄낸 별명인 건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자 차연호가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예능에서 으레 시키는 게임 같은 거, 회귀했다 보니까 내가 경험도 있고, 룰을 다 꿰고 있잖아.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결과로 게임 주무르니까…”

회귀 지식을 저렇게밖에 못 써먹는 회귀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