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1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12화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서예현이 살이 찌든지 입에 욱여넣어지는 고칼로리 음식을 버티지 못하고 팀을 탈퇴하든지 둘 중 하나일 것 같아서 관뒀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빠르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레브를 4인조 그룹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너는 또 예현이 형 잡고 왜 그러고 있어. 기껏 사이좋게 만들어 놓고.”

서예현을 마구 흔들어 대던 내 손을 힘겹게 서예현의 어깨에서 떼어 내는 견하준의 타박에 당당하게 대꾸했다.

“사이 좋게 만들어 놨으니까 이제 랩 실력도 좋게 만들어 놓으려고 그러지.”

“예현이 형 춤 연습하던 거랑 식단 조절, 외모 관리하는 걸 봐. 이 형은 이미 독기 충분해.”

제 편을 들어주는 견하준의 말에 서예현이 거보란 듯한 얼굴로 동조하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건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샐러드에 어떤 드레싱이 뿌려졌을지 모른다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삶은 달걀을 선택하는 인간은 아직까지 서예현 말고는 보지 못했다.

“그게 왜 랩에는 적응이 안 되는 거지?”

“갑자기 왜 또 내 랩 실력을 걸고 넘어지는 건데? 나 레코딩도 이제 잘 따라오잖아.”

울컥하는 얼굴로 내게 따져 묻는 서예현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아니, 형이 우리 줄줄이 솔로 활동 하던 때에 자기도 솔로곡 내고 싶은데 실력이 부족하다고 우울해하던 게 생각나서 그랬지. 걸고 넘어지는 게 아니라.”

짜증이 담겨 있던 얼굴이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미묘하게 변했다.

“내가 형을 위해서 최형진한테 어떻게 실력 올렸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이런 반응이면 내가, 어?”

잔뜩 생색을 내다가 대체 무슨 말을 들었기에 갑자기 디스를 해 대냐는 서예현의 물음에 최형진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서예현은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견하준이 입을 열었다.

“이 막말 방법이 G-TE 씨한테는 먹혀도 예현이 형한테는 안 먹힐걸. 예현이 형은 너를 같은 분야의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G-TE 씨가 한 말의 요점도 목표치를 높게 잡고 따라가려고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 이 말이잖아.”

서예현이 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굳이 그런 식으로 투지를 끌어내지 말고, 그냥 예현이 형이 목표치를 높게 잡게끔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예전에 하준이 너랑 윤이든이랑 냉전이었을 때 고민 상담을 들어줬던 보람이 있구나. 나 대신 이렇게 윤이든에게 눈높이 설명도 해 주고…”

견하준이 나한테 서예현 대신 눈높이 설명을 해 주는 걸로 그때의 은혜를 갚았으니, 나는 랩 실력을 최형진급까지는 아니더라도 홀로 무대에 서도 될 정도로 올려주는 걸로 은혜를 갚으면 되겠다 싶었다.

“그러면 도빈이를 하산시키고 이제 예현이 형을-”

“안 돼!”

2층 난간에 몸을 기댄 채로 우리를 구경하던 김도빈이 다급히 내 말을 자르고 필사적으로 반대를 표했다.

짜식, 이 형이랑 즐거운 작곡 놀이를 내심 더 하고 싶었구나.

흐뭇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기가 무섭게 김도빈이 찬물을 끼얹었다.

“예현이 형까지 형의 놀잇감이 되도록 둘 수는 없어요! 저는 제 제자를 지킬 의무가 있다고요! 차라리 저를 계속 가지고 노세요!”

진심까지 듬뿍 담겨서 오해하기 참으로 좋은 말에, 서예현과 견하준이 짭막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해 온 거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준아, 너마저…!

심지어 내게 다음 타자로 지목되었던 서예현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쳐 내게 멀어지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오해를 풀기 위해 김도빈이 생략한 단어까지 꾸역꾸역 넣어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

“즐거운 랩 놀이 안 할 거거든? 줜… 아주 빡센 랩 레슨 할 거거든, 이 자식아?”

최대한 발음을 피해도 초심도를 깎던 매정한 시스템이 생각나 황급히 바르고 고운 말로 진로를 틀었다.

사람이 좀 해이해졌다고 이렇게 기강을 잡네.

“아, 즐거운 작곡놀이… 그래서 놀잇감…”

“도빈아, 이든이 얼굴이 일으키는 시너지까지 고려해서 말을 해 줄래?”

견하준이 왜 그 말이 내 얼굴이랑 엮였을 때 사람들이 더 심각하게 오해할 수 있는지 김도빈을 붙잡고 설명하는 동안, 나는 오늘 견하준 덕분에 얻은 교훈을 되새겼다.

남의 경험이든 내 경험이든 있는 그대로 재현해서 똑같은 결과를 내려고 하지 말고 요점만 취하라 이거지.

그렇다면, 내가 생각해 놨던 차연호랑 케이제이의 화해 방식을 좀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오늘도 견하준 이정표는 건재했다.

***

무대 테러 예고범이라는 공공의 적이 생겨서 그런가, DTB Team 윤이든&D.I의 팀워크는 더욱 끈끈해졌다.

최형진은 용철이 형이랑 시즌 4에서도 합을 맞춘 적이 있었기에 작업도 제법 수월했다.

그리고 유피는… 왜 지원이 형이 시즌 4에서 짜증을 냈는지 살짝 이해가 됐다. 유피는 무대 완성도와 디테일에 엄청 집착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디테일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와 무드 같은 큰 그림을 중시하고, 깔끔한 무대 완성도보다는 현장감과 에너지 위주로 밀어붙이는 타입인 지원이 형과는 맞지 않을 만도 했다.

뭐, 내가 봤을 때는 다른 참가자도 있는데 곡 두 곡을 합치는 무대를 고수한 탓에, 그 빠듯한 일정에도 비트를 두 개나 찍게 만들고도 정작 신경 한 번 안 써 준다는 식으로 징징거린 게, 지원이 형 짜증의 주범이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내 작업 방식은 지원이 형과 유피의 그 중간 스타일이었기에 유피도 한결 편하게 본인이 생각했던 곡 구상을 내게 풀어놓았다.

아무래도 1세대 전설이자 초반부터 유피와 더불어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HYEQ을 상대해야 하다 보니, 최형진보다 유피한테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대결 상대를 지목하던 날, 우리의 선택이 예측에서 제대로 비껴 나갔는지 어두워졌던 몰틱과 T:ZE의 얼굴을 떠올리며 들고 있던 펜을 까딱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HYEQ 스타일이 엇박으로 몰아치다가 어느 순간 박자 딱 맞게 정박으로 전환하면서 플로우로 압도하는 스타일이잖아요.”

유피가 이 정도 분석쯤은 이미 마쳤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정박으로 들어가는데, 박자를 쪼갤 거예요. 그런데 베이스를 엇박으로 깔고. 일종의 착시를 유도해 보자 이 말이지. HYEQ을 너무 노골적으로 따라 하지 않으면서 블락은 확실히 넣을 수 있게, 그런 식으로. 그리고 이제 프리코러스(pre-chorus)에 들어가는 용철이 형 피처링 파트를 시작점으로 그 착시를 딱 끝내는 거지.”

종이에 휙휙 끄적이며 유피한테 내 플랜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그래서 처음에 이렇게 블락을 해 놓고, 뒷부분에서 유피 씨 특기인 빡센 랩으로 가면 HYEQ 무대 임팩트를 일단 좀 밟고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브릿지에 프로듀서님 피처링 넣고요.”

“내 파트를 벌스 2에 안 넣고 브릿지에? 음, 그것도 괜찮겠네. 테러 위협까지 고려하면 내가 후반부에 등장하는 편이 더 낫겠네요.”

서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조율해 가며 스무스하게 작업을 마쳤다. 생각보다 더 깔끔하게 진행되어서, 시즌 4 때 서로를 견제하고 재 보던 게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시즌 4 세미파이널 때도 이렇게 상대 분석하고 그랬어요?”

“그때는 <낙서> 서사 완성 시키느라 바빠서 딱히… 그냥 하고 싶은 거 했죠.”

내 대답에 유피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참고로 시즌 4 세미파이널 당시 나의 대결 상대는 유피였다. 즐겜러한테 졌다는 게 빡겜러 입장에서는 슬픈 일인 모양이다.

그래도 당시의 나도 나름 본선 2차에서는 빡세게 했다. 용철이 형을 피처링으로 세워야지만 이 아름다운 서사가 완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게 얀데레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

전원 세미파이널 진출을 위해서 칼을 갈며 준비한 본선 2차 무대 당일.

마지막 순서인 리허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팀을 향해 PD님이 다가왔다.

“액체류는 생수까지 싹 반입 금지했어요. 안전 요원도 오늘 좀 더 붙였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무대 잘해요. 신경은 내가 이든 씨 대신 쓸게.”

PD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감사의 의미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우리 무대의 리허설 사전 사운드체크는 평소보다 배는 꼼꼼하게 이루어졌다.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무대 장치도 최소한으로 둔 덕분에 오직 랩으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 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본선 2차 무대.

우리의 선공이었고, HYEQ의 후공이었다. 선공이다 보니 더더욱 무대를 외부 요인에 의해 망쳐서는 안 되었다.

관객들은 흐지부지 끝난 우리 무대만 기억에 남긴 채, 완성도 높게 마무리한 HYEQ의 무대와 자연스레 비교하며 우리를 기대 이하로 평가할 테니까.

백스테이지에서 유피와 용철이 형이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주먹을 꾹 쥐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후반부에 가까워지는데도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공연의 열기가 절정에 치달을 무렵, 시원시원하게 랩을 내뱉으며 무대 위로 향했다.

내가 등장하자마자 폭발적인 함성이 관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한결 더 격렬해진 함성에 호응해 주면서 무대를 휘젓다가 돌출 무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돌출 무대 끝자락에 서서 호응을 유도하며 박자를 가지고 놀다가 이제 브릿지 파트의 마무리가 다가왔다.

열정적으로 DTB 슬로건과 손을 흔드는 스탠딩 관중들을 향해 몸을 살짝 기울여 랩을 속사포처럼 쏟아 냈다.

그 순간.

왼쪽 시야로 이상한 궤적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슬로건에 가려졌다가 드러난 조명 빛의 잔광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무대 위에 올라온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놓지 않았던 경계심이, 그게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내 직감은 옳았다. 잔광이 아니라, 정말로 내게 날아오는 물체였다.

입가까지 올린 마이크를 들고 있는 왼손은 그대로 두고, 오른손을 반사적으로 들어 뻗었다. 마이크를 왼손으로 잡고 있었던 게 천운이었다.

“-!”

찰싹-

뭔가 매끈한 촉감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언뜻 단단하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힘을 주면 금방이라도 박살 날 것 같은 껍데기의 감각.

순간적으로 손바닥을 내려 아래로 받치듯 감싸 안았다.

낚아채는 동작에 손끝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실리면서 껍질에 금이 가긴 했지만, 다행히도 손안에서 터지진 않았다.

계란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날계란.

와, 나 이걸 잡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