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1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11화

“이 자식 지금 다크나이트한테 고담 빌런이라고 한 거냐?”

“대댓을 읽으라니까 제목부터 읽으시네.”

어쩔 수 없었다. 글을 보면 일단 제목부터 훑게 되는 것이 사람 본능 아닌가.

지금 그게 중요하냐는 듯한 류재희의 따가운 눈빛에 바로 시선을 밑으로 내려 류재희가 언급했던 대댓글을 읽었다.

뭐, 씨발?

“우리 무대 망치겠다고? 얘 뭐 관계자야? DTB 스탭?”

“그건 모르겠어요. 진짜 관계자였다면 진작 출입증 깠을 테고, 형 카메라 꺼진 후의 모습 가지고 온갖 구구절절한 뒷담을 지어내서 올렸겠죠. 이런 인간들은 본인 열폭을 남들도 팩트로 믿어 주길 바라는 부류라, 인증 같은 데에 집착하거든요.”

한숨을 푹 내쉰 류재희가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 끝으로 두어 번 두드렸다. 한껏 확대되어 있던 사진이 원래의 크기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 작성자가 올린 글 백여 개를 싹 훑어봐도 형을 직접 지켜보고선 열폭하는 그런 뉘앙스는 없더라고요. 뭐, 철저하게 숨기는 부류일 수도 있지만요.”

“관계자는 아닌 것 같다?”

“확신은 못해요. 혹시 모르니까 PD님한테 이거 보여 드리면서 점검 좀 빡세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형도 무대 하기 전에 팀원들이랑 무대 장치 꼼꼼히 확인해 보고 올라가세요. 음향 사고 안 나게 사운드 사전 체크도 확실하게 하고요.”

류재희가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내가 신경 써야 할 주의 사항을 줄줄이 읊어 주었다.

“누가 보면 네가 무대 서는 줄 알겠다.”

피식 웃으며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자 류재희가 입을 비죽이며 대꾸했다.

“형 무대도 제 무대 못지않게 중요하죠, 당연히.”

역시 내가 감동할 말만 골라 하는 우리 막내의 말에 오늘도 어김없이 감동을 받으려는 찰나, 이어지는 말이 감동을 와장창 박살 냈다.

“외부인이 악의로 무대 망치면 형 또 한 며칠간 악귀 들린 것처럼 개빡쳐 있을 거잖아요. 그러면 숙소 분위기 완전 살얼음 되고, 그러면 형은 또 너희들이 뭔 죄냐고 숙소 나와서 작업실에만 박혀 있을 거고, 그러면 하준이 형은 또 형 걱정할 거고, 아무 생각 없이 있을 도빈이 형과 별일 아니라고 형이 알아서 추스르고 올 거라고 하는 예현이 형에게 하준이 형이 실망할 테고, 그러면 중간에 낀 저만 곤란해지겠죠. 아무래도 저는 두 사람 이상 하준이 형 미만으로 형을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 무슨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급의 상황 시뮬레이션이란 말인가.

난 그렇게 쪼잔한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하려고 하다가 과거의 실제 사례들이 생각나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약 주고 병 주는 것도 아니고, 감동 줬다 뺏기냐.

“제가 이거 저희 소속사 법무팀에 넘기려고 PDF 다 따놓긴 했어요. 아무래도 고소장 접수되면 그 사람도 무슨 짓 함부로 못 할 테니까요. 본선 2차 무대 하기 전에 고소장 날아가면 좋을 텐데, 이게 악플 고소 말고 다른 일로 쓰이지 않기를 바라야죠. 예를 들면 범행 계획 증거라든가.”

류재희가 푹,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테러 협박 당사자인 나보다 류재희가 더 걱정이 많아 보였다.

“형 욕하는 글이라서 신경 쓰일 거 아는데, 그래도 형이 알고는 있어야지 미리 대비하고, 돌발 상황이 일어나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괜찮아, 괜찮아. 신경 안 써.”

그래도 내게 악플을 보여 줬다는 게 영 마음에 걸리는지 묘하게 풀 죽어 보이는 류재희의 정수리를 가볍게 다독였다.

솔직히 저런 억까글보다는 내가 회귀 전에 올렸던 뻐킹아이돌 리얼뮤직 인별 게시글에 달린 ‘이든아 지랄 그만해’가 더 타격 있었다.

***

지금까지 본선 2차 준비는 착실하게 되어 가는 중이었다.

오늘은 작업 들어가기 전에 팀원들과 용철이 형까지 불러 모아 류재희한테 전달받은 그 테러 예고글을 보여주었다.

“요새 이런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더라고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본선 무대 설 때 신경을…”

말하다가 갑자기 확 몰려오는 빡침에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어금니를 악물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들끓는 속을 겨우 진정시켰다.

갑자기 열받네.

이 새끼 하나 때문에 지금 무대에서 100%를 쏟지 못할 수도 있다고? 실제로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 알 수 없는 대댓글 하나 때문에 신경 쓰느라 우리의 100%를 보여주지 못 한다고?

류재희한테는 신경 안 쓴다고 쿨하게 말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십쉐가 혼자 자아 분열해서 나 욕하는 글 백 개를 쓰든 천 개를 쓰든 내 알 바는 아니고.

이 자식이 무대를 어떻게 망치려 들지, 그게 신경이 더럽게 쓰였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얌마, 눈빛으로 아주 사람 찢어 죽이겠다. 지금 팀원들 너 보고 쫄은 거 안 보여?”

용철이 형의 손바닥이 내 눈 위에 턱, 덮였다. 가볍게 손바닥을 흔들며 용철이 형이 타박하듯 달래는 말을 이어나갔다.

“뭐가 그렇게 열받아서 도끼눈을 뜨고 그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도 아니고, 이런 댓글 달렸다고 어쩌겠냐. PD님한테 이 글 보여 주면서 점검이랑 소지품 검사 좀 신경 써 달라고 하면 되지.”

“아니, 나 싫다고 우리 팀 무대 망치겠다는 그 썩어빠진 마인드가 너무 빡치잖아. 싫으면 자기가 DTB를 안 보면 될 것이지.”

투덜거리며 고개를 마구 흔들어 용철이 형의 손을 떼어 냈다. 유피의 얼굴이 좀 창백해진 것 같긴 했는데, 기분 탓일 거다.

“그래도 정 찝찝하면, 돌출 무대 쪽으로 나가는 동선을 최대한 줄여 본다든가.”

“거기까지 안 나오면 분위기가 덜 살아서. 최소화시키긴 하더라도 돌출 무대 호응을 아예 뺄 수는 없죠.”

유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반박 한 마디를 보탰다.

“돌출 무대 호응은 제가 맡겠습니다. 뭔 일 일어나도 내가 다 책임지고.”

소파에 한껏 기대고 있었던 상체를 세우며 툭 내뱉었다. 최형진이 눈썹을 치키며 곧바로 끼어들었다.

“우리 팀 다 같이 두루두루 싫어해서 이 지랄 하는 것 같던데 왜 네가 다 책임져?”

“내가 너무 잘나서 남의 열등감을 건드린 죄.”

“시발, 이 새끼는 편 들어주려고 해도 들어줄 마음을 싹 날려먹게 만들어.”

아무튼, 경고를 마치고 다시 작업에 돌입했다.

최형진과 함께 곡을 구상하며 조율해 나가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작업이 다 끝나고 나서 최형진에게 물었다.

“야, 그런데 너 실력 어떻게 이만큼이나 늘었냐?”

“드디어 그게 궁금해졌냐?”

내 질문에 최형진의 어깨와 콧대가 한껏 올라간 게 보였다.

“아, 아니. 우리 그룹에서 나 말고 다른 래퍼 라인 형 있잖냐. 그 형이 실력 욕심이 있는데 자신감이 영 없거든.”

“아, 그 존나 잘생긴 형? 그런데 왜 갑자기 너는 나한테 물어봐 놓고 느그 그룹 형 이야기로 드리프트를 하고 그러냐.”

“지금까지는 그 형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이 있어서, 그냥 무리 덜하라고 랩은 빡세게 안 잡고 그냥 그 형 목소리랑 곡에 맞춰 주는 방식으로 갔는데-”

당연히 서예현의 가장 큰 장벽은 춤이었다.

처음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여유도, 그걸 버틸 서예현의 정신력도 부족해서 댄스 실력을 높이는 것에만 주력했다.

곡에서 서예현의 파트는 분량을 줄이거나 편집으로 어떻게 다듬을 수라도 있었지만, 안무는 무대에 오르면 그런 눈가림과 묻어가기가 통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충분히 서예현의 부족한 랩 실력이든 노래 실력이든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됐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서예현의 춤 실력이 보통 이하에서 보통과 보통 이상 그 사이로 성장한 상태였다.

이제 벽을 넘은 덕에 나머지 한 마리 토끼를 잡을 심적,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소리다.

“슬슬 이제 곡 퀄리티 더 높일 때도 됐고, 그 형도 자기도 벽 넘고 나니까 이제 실력 욕심이 생긴 것 같고 해서, 너한테 랩 실력 높이는 팁이나 들으려고.”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그야, 둘 다 똑같이 영 랩으로는 싹수가 없었으니까?”

며칠 전에 너튜브에서 봤던 영상을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진정한 성장형 래퍼 G-TE 일대기’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내 기억 속에서 ‘못한다’라는 감상 빼곤 깔끔하게 날려 버렸던 최형진의 언더 초창기 시절도 담겨 있었다.

물론 그 나이부터 랩 한다고 깝쳤던 놈인 만큼, 노래가 안 돼서 강제로 랩을 맡았던 서예현보다는 잘했지만 그래도 내 귀에는 도토리 키 재기였다.

“그런데 너는 이만큼 성장했잖냐. 그래서 예현 형도 가능한가 싶어서.”

잠시 고민하던 최형진이 내가 원하던 팁 대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 형도 혹시 네 얼굴 볼 때마다 빡치는 감정을 느끼시냐?”

“기다려봐. 물어보게.”

[형도 내 얼굴 볼 때마다 빡쳐?]

[서예현- 이거 방송이지]

[서예현- 너 지금 방송 미션 때문에 나한테 이런 질문하는 거지]

[하준이 음색이랑 내 랩실력이랑 형 외모랑 도빈이 행운력이랑 막내 보컬 실력 걸고 방송 아님]

[서예현- 진짠가 보네?]

[서예현- 진짜 질문 뜬금없다]

[서예현- 볼 때마다 빡치진 않고 네가 이럴 때마다 빡쳐]

서예현한테서 온 답장을 보여 주자 최형진은 내가 다음으로 보낼 질문을 또 말해 주었다. 나는 또 그걸 착실히 보냈다.

[나 뛰어넘고 싶어?]

[서예현- 왜 이래?]

[서예현- 나도 주제파악은 해]

전혀 투지가 없어 보인다고, 글렀다며 최형진이 서예현의 답장을 보고 혀를 찼다.

“이러면 불가능하겠네. 나는 처음부터 네 목 따는 게 목표였거든. 네 목 따려고 뒈지게 뛰다 보니까 어느새 여기더라고.”

최형진이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 얼굴로 피식 웃었다.

“너 내 팬 아니었냐…? 그런데 내 목을 왜 따? 너도 그 뭐냐, 츤데레? 이런 거냐?”

“얀데레겠지. 너는 네 별명에 들어 있는 단어도 모르냐?”

“엥? 그게 내 별명에 있다고? 금시초문인데?”

“베레모토끼모자가슴골크롭티킹스맨고백공격산악회장궁예가성비액츄얼리플랜A‘얀데레’좌.”

“너는 그걸 대체 왜 외우고 다니는 건데.”

그래도 최형진 덕분에 감이 좀 잡혔다.

내가 지원이 형한테 면전에서 한 소리 듣고 잔뜩 독기 올라서 랩스타일을 뜯어고쳤던 바로 그 방식 아니던가. 내가 최형진의 은인이었다니. 그런데 이 자식은 은인에게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목 딴다고나 하고 있다니.

“그리고 그 형, 노래만 들으면 랩 못하는 편도 딱히 아니던데. 물론 초창기 곡들은 쉣이긴 했지만. 그게 못하는 걸로 들리면 네가 눈이 꼭대기에 달려서 그래. 기준점을 너로 잡지 말라고.”

그건 내 눈이 꼭대기에 달려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내 프로듀싱 실력이 개쩔어서 그런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서예현을 붙들고 바로 독기 유발로 실력 업그레이드 프로젝트(a.k.a. 제2의 G-TE 메이킹)에 들어갔다.

멘트는 최형진이 내게 말해 줬던 최형진의 독기 유발 멘트를 차용했다.

“형은 랩 jotto 못하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랩 해?”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

나는 t 발음도 아주 훌륭하게 살렸는데 이걸 초심도를 왜 깎아? 이건 넓게 봤을 때 우리 그룹의 음악 퀄리티와 범위를 넓히기 위한 아주 중요한 분기점-

[ㄴ]

“네가 갈궈서.”

시스템의 대답과 서예현의 대답이 동시에 돌아왔다.

“형이 이 랩 실력으로 앞으로 먹고 살 자신은 있어?”

“? 지금도 잘 먹고 살고 있잖아.”

어리둥절해하는 얼굴에는 독기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막 내 목을 따고 싶다거나 내 랩 실력을 넘고 싶다거나 이런 투지가 느껴지지 않아?”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그 말 듣기 전부터 맨날 느꼈어.”

“아니! 막 자존심이 상해서 나를 뛰어넘고 싶지 않냐고!”

“딱히…? 뛰어넘어야 해? 그냥 내가 폭포 밑에서 한 50년 수련해서 득음을 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대체 이 인간에게 어떻게 독기를 심어 주지…?

랩을 못 할 때마다 강제로 고칼로리 음식이라도 먹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