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0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04화
“야, 준아, 일어나 봐.”
역시 잠귀 밝은 녀석답게 견하준은 그다지 세게 흔들지도 않았는데 바로 눈을 떴다.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을 마주하자 양심이 쿡쿡 찔렸다.
“아파? 지금이라도 병원 가?”
“아니. 꿈 이야기 이어서 해 줘.”
동그랗게 뜨였던 눈이 내 말이 끝나자마자 가늘게 좁혀졌다. 견하준은 장래희망란에 깡패라고 썼다가 교무실로 불려 갔을 때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야인시대를 너무 감명 깊게 보는 바람에…. 그래서 시라소니로 고치고 나왔는데 선생님이 스라소니 사육사로 바꿔 놨던 기억이 있다.
한숨을 푹 내쉰 견하준이 미간을 문지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내 꿈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데?”
사실 내가 지금 서른한 살 찍고 죽었다가 스물일곱 살 때까지의 기억만 가지고 돌아와서 정체불명의 시스템의 영향 하에서 초심 찾기 프로젝트인가 뭔가를 강제로 하면서 욕설을 내뱉을 자유의 박탈과 뻐큐와 멱살잡이 등등의 행동 제재, 이런 걸 당하고 있는데 사실 또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회귀를 여섯 번인가 더 했고, 심지어 너는 지금 내 기억을 다 떠안고 그 기억 속에서 뺑이 치고 있고, 너를 그 기억에서 해방시켜 주려면 전체 키워드를 찾아야 하는데 위험도 시스템이 그 키워드에 기생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네가 기억이 있었던 6회차 기억을 찾아야 해. 그런데 그 기억을 찾는 열쇠가 방금처럼 네 꿈 이야기고.
-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아주 간단히 축약과 함축을 시켜 대답했다.
“그냥.”
견하준이 내가 서예현과 김도빈을 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웬수 새끼 보는 눈으로 나를 봤다는 소리다.
“별거 없다니까.”
마른세수한 견하준이 피로감이 담뿍 묻어나오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좀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꿈일 뿐이야. 우리가 이렇게 개판이 날 수도 있었구나, 싶은-”
어라, 내용이 상당히 익숙한데. 꿈이 아무래도 꿈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견하준이 말해 주는 꿈 내용을 마저 들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
내친 김에 견하준에게 코피가 터지기 직전, 우리가 계단에서 나눴던 대화도 재현해 보라고 시켰지만, 버그는 다시 뜨지 않았다.
키워드가 꿈은 맞는 것 같은데… 역시 상황 재현까지 하려면 견하준을 지금이라도 계단으로 다시 끌고 가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견하준 눈 밑에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을 보니 그것도 못 할 짓이었다. 만약 계단까지 끌고 가서 똑같이 재현을 시켰는데 지금처럼 버그 안 떠 봐라.
그렇지 않아도 잠도 못 잔 친구 데리고 괜히 똥개 훈련만 시킨 꼴 되지. 그리고 계속 같은 말과 상황을 반복시키면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긴 했다.
견하준이 순순히 따라준다는 보장도 없고. 너 진짜 이상하다고 병원에 강제로 끌고 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이래서 일이 터졌을 때 바로바로 해결을 해야 한다니까.
“내 꿈으로 불안해하지 말고 얼른 자. 나는 네 상태가 더 불안해.”
견하준의 재촉에, 더는 시도해 보지 못하고 순순히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오늘도 네가 계속 꾼다는 이상한 꿈을 꿨냐고 물으니까 견하준이 엄청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왜 그렇게 봐…?”
“너 혹시 차연호 선배님 무릎 꿇린 적 있어?”
“엉?”
굉장히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물음에 잠시 당황했다. 대체 어떤 의도로 질문한 건지 가늠이 되지를 않아 눈동자만 굴리고 있자 견하준이 설명을 덧붙였다.
“아니, 꿈에서 네가 차연호 선배 무릎을 꿇렸다고 해야 하나, 차연호 선배가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고 해야 하나…”
요새 식은땀을 흘릴 일이 좀 많아진 것 같았다.
차연호가 내 앞에서 무릎꿇은 건 회귀 전 일인데 쟤가 저걸 어떻게 알지?
“아하하… 준아, 차연호 선배님이 내 앞에서 무릎 꿇을 일이 뭐가 있겠어.”
가설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견하준의 꿈이 바로 견하준이 조뺑이치고 있는 회귀 전 내 기억이라고.
어째서 반지하 숙소에 와서만 꿈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게 과거에 진짜로 일어났던 사실이라는 걸 모르는 견하준은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이거 혹시 예지몽 아니겠지?”
“네가 원한다면 예지몽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이번에도 차연호 무릎 꿇리는 게 뭐 대수겠냐. 힘으로 어깨 짓누르면 무릎 꿇고도 남지. 견하준의 저 불안증을 덜어 주려면 그 정도야 충분히 가능했다.
가볍게 손을 풀며 말하자 견하준이 기겁하며 나를 만류했다.
“아니아니아니, 하지 마.”
절대 그러지 말라고 나한테 신신당부한 견하준이 서예현에게 가서 털어놓는 걸 귀 기울여 듣고 있으니, 견하준은 그 꿈을 예지몽 내지 본인의 마음 속 깊은 곳 갈망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왜 이든이 앞에서 차연호 선배가 무릎을 꿇는 게 내 갈망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왜 내 앞에서도 아니고 이든이 앞에서지…?”
“그때 녹음본 조작 사건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는 거 아니야? 그때 사과도 제대로 안 했잖아. 그러니까 하준이 너는 차연호 선배가 윤이든한테 진심으로 사과하는 걸 보고 싶었다는 뜻이지.”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을 몸소 실천해 주는 서예현의 기가 막힌 끼워 맞추기식 해석을 들으며 진실을 알고 있는 나만 어색한 얼굴로 뒷머리를 헤집고 있을 뿐이었다.
짐을 싸서 거실로 나왔는데, 로드매니저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우당탕 뛰어들듯이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멀쩡한 다섯 명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로드매니저는 한시름 안도한 얼굴로 우리에게 물었다.
“그, 다들 괜찮으시죠…? 혹시 몰라서 실장님께 전화드렸는데…”
“왜왜, 우리 뭐 터졌어?”
심상치 않은 로드매니저의 반응에 서로 불안한 시선만 교환하다가 리더인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총대 매고 물었다.
“아니요, 뭐 터진 게 아니라 저기 계단에 피가 묻어 있어서… 그래서 무슨 일 난 줄 알고…”
그렇다.
내 손이랑 옷에 묻은 피만 처리했지, 계단에 묻은 피는 아무도 청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계단을 내려오던 로드매니저가 계단에 고스란히 남은 내 코피의 흔적을 발견하고 놀랐던 거고.
청소를 까먹은 우리 때문에, 연락받은 영진이 형까지 놀라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무슨 계단에 피가 막 흩뿌려져 있더라? 어제 여기 숙소 앞에서 무슨 일 있었어? 나 그거 보고 유혈사태 일어난 줄 알고 식겁했다, 야.”
“음, 유혈사태가 일어나긴 했지. 나한테.”
무슨 일이었냐고 황급히 묻는 영진이 형한테 견하준이 나 대신 대답해 주었다.
“날파리와의 전쟁을 치르셨대.”
“모기거든.”
어제 내가 급조한 핑계가 진실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날파리와의 전쟁은 너무 허접하지 않냐.
견하준은 곤충 종을 잘못 선정하는 바람에 나를 떠보는 걸 실패했다. 내가 각다귀 정도만 됐어도 넘어갔겠다.
“모기와의 전쟁을 어떻게 치렀길래 피가 그렇게 떨어져 있어?”
마침 생각난 김에 영진이 형한테 말했다.
“형, 건강검진 일정 좀 잡아 줘. 무조건 대학병원 정밀 건강검진으로.”
“이든이 너 또 각혈했어? 너는 진짜 건강 그렇게 지독하게 챙기면서 아프기는 제일 아프더라.”
나도 항상 건강하고 싶은데, 이놈의 시스템이 나를 병약 미청년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각혈은 아니고, 코피.”
“무리해서 그런 거 아니야? DTB 촬영이 그렇게 빡셌어? 자컨 촬영이랑 병행해서 그런가? 작업한다고 예전처럼 작업실에서 에너지드링크 마시면서 밤새우고 이러진 않지? 야, 그게 신장결석 직빵이란다.”
영진이 형 덕분에 건강 지식이 또 하나 늘었다. 에너지드링크 끊어야지.
“모기 잡다가 주먹으로 코를 쳤대.”
이번에는 서예현이 영진이 형의 착각을 정정해 주었다. 내 약골 취급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쟤가 피만 토하고 쏟았지, 앓아눕게 아픈 적은 딱 한 번 빼고 없었잖아. 그것도 금방 털고 일어났고. 이쯤 되면 윤이든 몸이 알아서 죽은 피 토해 내는 거 아니야? 건강 염려증에 너무 시달리던 쟤 몸이 셀프 사혈을 하는 거지.”
서예현은 나보다도 더 내 몸의 건강을 맹신했다.
“이든이 형한테도 약한 면이 있거든요?”
나를 인간이 아닌 무슨 최첨단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만드는 서예현의 말에 류재희가 당당하게 반박했다. 어디 한 번 말해 보라는 서에현의 턱짓에 한참을 고민하던 류재희가 겨우 답을 내놨다.
“예를 들면… 음, 급소?”
“급소가 약하지 않은 사람은 없단다, 막내야.”
됐다, 그냥 병약 미청년 때려치우련다. 애초에 된 적도 없긴 했지만.
* * *
우리는 드디어 복층 숙소로 컴백했다.
반지하 숙소에 딱히 오래 있지도 않았는데 하도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가, 우리의 현 숙소가 퍽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졌다.
레브 데뷔 5주년 기념 방송까지 했는데, 반지하 숙소에서 5년 전의 시간을 살아가다가 다시 돌아오니 현재 시간대가 살짝 낯선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숙소 거실에 우뚝 서서 잔뜩 무게 잡은 서예현이 큼큼, 목을 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비록 우리 무명 시간이 짧긴 했어도 그 시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니까 우리가 너무 지금에 안주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고 풀어질 때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다시 마음 다잡자.”
“와, 이 형 또 은근슬쩍 내 가장 자리 넘보는 것 보소. 내가 해야 할 멘트도 은근슬쩍 스틸하고.”
“그렇다고 얘처럼 너무 한결같이 살지는 말고!”
나를 다시 5년 전 과거의 추억에서 현실로 끌어낸 건, 숙소 컴백뿐만 아니라 이제 몰아칠 예정인 DTB 촬영도 한몫했다.
DTB 시즌 6 본선 1차 무대까지 D-2.
무대 최종 점검 전, 리허설을 위해 연습실에 모여 팀원 셋이 준비한 무대를 용철이 형과 나란히 앉아서 지켜보았다.
하아-
누가 들어도 짜증이 섞인 한숨이 연습실에 울렸다. 동시에 연습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뭐 하자는 거지?”
참고로 한숨부터 정색까지, 내가 아니라 용철이 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