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0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03화
“네? 계단은 올라가는 용도도 내려가는 용도도 다 맞는데요?”
멍청한 얼굴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기본 상식을 읊는 김도빈의 말을 듣고 있으니 뒷목이 다 당겼다.
“병원으로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지, 왜 내려가고 있냐고! 이 반지하 숙소에 나 고려장하려고 그러냐? 어?”
“헛소리하는 걸 보니까 멀쩡한 것 같은데…? 그리고 고려장은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풍습이거든.”
이 와중에 사학과 1년 찍먹 출신 서예현은 잘못된 역사 상식을 교정해 주고 있었다.
“하늘 같은 리더를 들것으로 옮기지를 못할망정 돼지 통구이 바비큐 꼴로 옮기려고 해? 그리고 부활? 부우화알? 내가 죽었냐? 내가 죽었어? 어? 죽으라고 고사 지내냐?”
“형이 아는 단어가 아니라 다른 단어도 있어요. ‘활성화되다’라고. 형이 기절해 있다가 깨어났으니까 활성화된 것도 맞죠.”
“도빈아, 네가 퍽이나 그 단어로 썼겠다. 내가 봉으로 보이냐?”
여전히 양쪽에서 부축받은 채로 김도빈을 탈탈 털고 있자 서예현이 슬그머니 김도빈의 앞을 막아섰다.
“일단 너 집에 눕혀 놓고 119를 부르든 영진이 형을 부르든 하려고 했지. 지금이라도 119 불러줘?”
서예현의 휴대폰에는 이미 119 번호가 찍혀 있었다.
“아아니, 형이 나를 태우고 응급실에 갈 생각은 안 해? 어? 연예인이 별것도 아닌 일로 119를 막 공짜 앰뷸런스처럼 이용한다고 욕먹으면 어쩌려고.”
투덜거리자 서예현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뭐, 왜.”
“드디어 네가 그 정도 생각까지 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많이 발전했다고 기뻐해야 할지, 몇 년간 119를 그렇게 부르짖으면서 나까지 무의식적으로 학습시켜 놓고 내가 불러 준다니까 갑자기 너 혼자만 정상적인 발언을 해 대서 나를 이상한 놈으로 만든 거에 빡쳐해야 할지 모르겠어.”
“? 형 마음 가는 대로 해.”
서예현이 쓰러져야 하는 건 아무래도 내가 아니라 자기 같다며 목 뒤를 잡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저희 차가 없어요, 형. 여기 주차할 곳 없어서 저희 차들 다 저희 숙소 주차장에 두고 왔잖아요.”
서예현의 어깨 옆으로 고개를 불쑥 내민 김도빈이 거들었다.
“택시는 껌으로 있냐?”
“그러네, 생각해 보니까 택시 불러도 됐네.”
서로 할 말만 하고 있는 개판 레브를 마주하니, 과거 기억 때문에 어지럽던 머리가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어지럼증이 완전히 가시자마자, 양옆에서 부축하던 견하준과 류재희의 팔을 털어 내고 두 다리로 계단을 딛고 섰다.
계단에 우뚝 서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위쪽으로 향하냐 아래쪽으로 향하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금 응급실에 가, 아니면 시스템을 믿고 그냥 살아?
솔직히 페널티를 받을 때마다 병원으로 튀어가도 아무 이상도 나오지 않는 일이 반복되어서 이제는 무감해진 것도 한몫했다. 그러니까 코피가 터졌어도 견하준을 붙들고 꿈 이야기를 계속하라고 했지.
하지만 생각해 보니까 각혈은 몰라도 시스템 페널티로 인한 코피는 처음 겪는 현상이었기에, 일단 건강검진 일정부터 잡기로 했다.
요새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건강검진에 소홀했던 것 같아서 속으로 깊이 반성했다. 그래, 건강이 항상 최우선이거늘. 과거를 체험하고 오니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뼈저리게 느껴졌다.
내가 팔을 치워 냈는데도 여전히 어정쩡하게 자기 팔을 올린 상태로 있던 견하준이 나를 덥석 붙잡았다.
“왜, 다리 힘 풀렸냐? 업어 줘?”
“…내가 너를 업어야 할 것 같은데.”
“둘이나 붙어서 나 옮기고 있었으면서 퍽이나 네가 나를 업겠다, 준아.”
나와 바보들의 대행진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김도빈과 서예현은 내가 멀쩡하다는 걸 느끼고 안도했지만, 제일 가까이에서 시스템의 개지랄로 인해 일어난 그 일렬의 과정들을 봐 왔던 오늘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 견하준은 여전히 불안한 모양이었다.
여전히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그걸 말해 주고 있었다.
물론 첫 번째 피해자는 아까운 피를 코로 쏟아 낸 나였다. 시스템의 개지랄에 의해 안타깝게 소모된 불쌍한 내 헤모글로빈을 향해 RIP를 빌어주었다.
“당장 병원은 안 가더라도 일단은 저희 부축받아서 계단 내려가요, 형. 피를 그렇게 흘렸는데 빈혈 증상으로 어지럼증이라도 몰려오면 어떡해요. 가뜩이나 계단인데.”
류재희도 내 팔을 다시 부축하며 나를 만류했다.
나를 무슨 초싸이언 정도로 알고 있는 듯한 저 두 웬수는 몰라도, 내 카피캣과 내 절친의 멘탈이 털린 게 내 눈에도 훤히 보여서 멀쩡해졌음에도 그냥 순순히 부축받아 줬다.
그래도 멤버들에게 이렇게 효도를 몰아서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전에는 마스크 쓰고 이불 소독까지 하면서 사람을 바이러스 취급하더니.
집으로 도착하니 뒤늦게 두 사람의 꼴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 서예현과 김도빈은 상체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런데 형은 왜 그렇게 물에 빠진 생쥐 꼴이야? 도빈이 너도 그렇고. 거실에 이 물웅덩이는 또 뭐고. 무슨 집 누수라도 됐냐?”
나를 부축하지도 않은 놈들이 땀을 저만큼 흘렸을 리는 없으니 저 둘을 저렇게 적신 건 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서예현이 막 입을 열자마자 김도빈이 선수 쳐서 말했다.
“아니, 하준이 형 전화에 나갔더니 피투성이고, 형은 기절해 있고, 하준이 형은 새하얗게 질려서 계단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앉아서 형 부축만 겨우 하고 있고, 재희도 멘붕 오고. 그래서 어른이 필요했어요.”
너희들도 성인이다, 인마. 집에 어른 있냐고 물어보면 나나 서예현이나 견하준 데리고 올 놈일세.
“그런데 예현이 형이 아무리 흔들고 깨워도 하도 안 일어나서, 최후의 수단으로…”
얼굴에 물을 부어 가면서까지 깨웠다는 소리군. 자다가 물벼락을 맞은 서예현까지 오늘의 피해자 라인 업에 관대하게 끼워주기로 했다.
“그러면 너는 왜 젖었어? 예현이 형이 복수한답시고 물 끼얹던?”
“내가 너야?”
서예현이 눈을 한껏 치켜뜨며 반박했다.
“아니요, 속죄의 의미로다가 제가 제 머리에 셀프 물벼락을 선사해 줬어요.”
정말 김도빈다웠다.
손에 말라붙은 피를 씻고 옷도 벗어서 핏기를 빼기 위해 폼클렌징으로 빡빡 문지른 후 찬물에 담가 놨다.
내일 입으려고 챙겨왔던 내 윗옷에, 서예현이 챙겨온 여분의 잠옷 바지만 빌려 입고 소파에 드러누워 큰소리를 쳤다.
“아이고, 코피를 한 열 바가지를 쏟았더니 몸에 피가 부족하잖아! 빨리 물 한 잔 떠 와! 코피 열 바가지 흘린 내가 내 손으로 물 떠다 마시리?”
“하준이 형, 진짜 열 바가지였어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피를 그 정도로 쏟았으면 이든이가 살아있을 수가 없지. 한… 한 바가지 정도?”
김도빈에게 진실을 말해 주며, 따뜻하게 데운 물 한 잔을 내 손에 쥐여준 견하준이 여기 누워있지 말고 방에서 자라고 나를 떠밀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왜 그렇게 내 꿈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 거야?”
취조가 시작되었다.
내가 이럴 줄 알고 부축받아서 계단을 내려갈 동안 변명을 다 생각해 놨다.
“아, 아니, 잠도 못 자게 만드는 꿈이라고 하니까 궁금해서 그랬지. 코피가 대수냐. 주먹질 주고받을 때도 나는 건데.”
“너는 주먹질을 주고받지 않았는데도 코피가 났고, 네가 단순한 궁금증을 네 몸 상태보다 우선으로 둘 리가 없잖아.”
그냥 넘어갈 법도 한데, 견하준은 생각보다 더 예리하고 집요했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변명거리를 찾고 있자, 젖은 매트리스 위에 수건을 깔며 서예현이 나를 서포트해 줬다.
“각혈에 비하면 코피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아무리 얘가 철들어서 개념을 장착했다고 해도 솔직히 각혈했을 때랑 반응이 너무 천지 차이잖아. 아니면 윤이든이 너 나오기 전에 셀프로 코를 쳐서 시간 차로 코피가 난 건데 가오 상한다고 그 사실을 너한테 말을 안 했거나.”
“아니, 형. 말이 돼? 그러면 이든이가 기절은 왜 했는데?”
“코피가 많이 났다며. 갑작스러운 혈압 저하로 인해서 미주신경성 실신이… 어라? 내가 말하고도 말이 되는데?”
서포트해 주는 건지, 나의 가오를 무너뜨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러준모기 잡다가 그랬다. 코 쪽으로 날아들지는 몰랐지.”
나는 내가 어디 아파서 툭하면 피를 토하고 코에서 피를 흘려 대는 병약 리더 혹은 시스템 보유자라고 믿는 김도빈 같은 놈이 되는 것보다 모기 잡느라 본인 코를 주먹으로 친 머저리 같은 놈이 되는 걸 택했다.
물론 견하준은 납득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내가 진짜 이유를 말할 마음이 없다는 걸 눈치챘는지 더는 캐묻지 않았다.
눈앞에서 실시간 코피와 실시간 기절을 본 견하준은 내가 또 자다 말고 이상 증세를 보일까 봐 무서웠는지, 내 양옆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나를 가운데에 밀어 넣었다.
솔직히 잠귀 밝은 견하준은 몰라도, 얼굴에 물을 부어야지만 깨는 서예현은 이상 증세 감지에 별 쓸모가 없을 것 같긴 했다.
“몸 상태 이상한 것 같으면 바로 깨워.”
“알았다니까. 너는 내가 뒤척이기만 해도 깰 거면서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냐.”
설렁설렁 대꾸하며 어서 자라는 의미로 견하준의 이불을 머리끝까지 휙 올려 버렸다.
그리고 나는 우리 집 시스템에게 상황 설명을 브리핑받았다.
버그로 열리려고 했던 견하준과의 기억이 문제였다.
키워드에 기생한 위험도 시스템이 그 기억이 버그로 열리려고 하니까 일부러 에러를 일으켜 댄 것이다.
하지만 단순 에러로는 버그를 막을 수가 없었고, 위험도 시스템은 내 트라우마를 건드려 인지 능력을 손상시키기 위해 내가 죽었던 그날의 기억을 꺼내 들었던 거다.
그래서 우리 집 시스템은 그 기억을 끊어내기 위해 기억 차단 프로토콜을 가동했으나 그 프로토콜에 버그 기억과 위험도 시스템이 건드린 기억이 동시 충돌하며 오류가 발생했고.
그래서 결국 어쩔 수 없이 제일 우선으로 열렸던 4회차 버그 기억을 이용하여 위험도 시스템의 수작을 차단했단다.
‘아, 그러면 그게 위험도 시스템이었나?’
평소에는 푸른색 UI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집 시스템은 경고성 메시지를 띄울 때는 붉은색으로 변하긴 했지만, 이번에 눈앞에 떴던 붉은색 상태창 중에서 퍽 이질적이었던 게 끼어 있었다.
폰트가 다르잖아, 폰트가.
4회차 기억이 열릴 때도 말했듯이, 위험도 시스템을 이용해서 버그 기억을 본다는 내 계획이 의도치 않게 이루어지긴 한 것이다. 차연호를 굳이 이용해 먹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면 차연호의 쓸모는 대체 뭐지…? 회귀를 여섯 번을 했는데도 아는 게 없어서 내부 고발자로도 못 써먹을 것 같은데.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 있는 케이제이가 훨씬 도움이 되면 됐지.
그리고 여기에서 차연호가 개쓸데 없다는 점 말고 깨달은 점 또 하나.
6회차 견하준과의 기억이 전체 키워드를 알 수 있는 기억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키워드에 기생해 있는 위험도 시스템이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기억을 들쑤시면서까지 그 기억의 재생을 막으려고 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이 망할 위험도 시스템이 또 나를 머저리로 전락시키는 걸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 6회차 기억을 찾아야 했다.
깨달음을 얻자마자 견하준을 당장 흔들어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