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0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02화

“언제부터 알았냐?”

데구르르-

바닥에서 몇 번 통통 튀어 오르다가 내 발치로 굴러오는 농구공을 집어 들고 물었다.

“돌아오고 나서 처음부터요.”

내 예상과는 퍽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까지 빨리 알아차렸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대체 무얼 보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확신했나 싶어 눈썹을 치키자, 류재희가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덧붙였다.

“형이 하준이 형을 이름으로 부르는데 어떻게 눈치를 못 채요.”

“그러네.”

픽 웃으며 골대를 향해 농구공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이 그물을 깔끔하게 통과했다.

데뷔 전부터 준이라고 불러 재꼈는데 갑자기 호칭이 바뀌면 눈치챌 만도 했다. 어쩐지 김도빈도 일찍이 눈치를 챘더라.

촬영 스태프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오며 우리의 대화도 잠시 끊겼다.

이후에도 계속 주변에 촬영 스탭들이나 멤버들이 있는 바람에 촬영장에서의 대화는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나는 딱히 대화하지 않아도 상관 없긴 했는데, 류재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계속해서 나를 힐긋거리는 걸 보니, 지금까지 용케 참았다 싶었다.

좁디 좁은 데다가 방음도 안 되는 이 망할 반지하 숙소는 이런 굉장히 현실감 없는 대화를 나누기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었기에, 우리는 대화 장소로 숙소 근처 편의점 야외 테이블을 택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헛소리 같은 대화를 나누기에 딱이었다. 어차피 지금의 우리는 인지도 하나 없는 망돌이라 누군가가 알아볼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망설임 없이 편의점 냉장고에서 수입 맥주캔 두어 캔을 꺼냈다.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는 듯한 류재희의 따가운 시선이 쿡쿡 와 닿았지만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 깔고 너도 얼른 고르라고 재촉했다. 그날 먹은 건 소주고, 이건 맥주고.

술이랑 수면제를 같이 먹고 뒤졌지만, 그래도 술은 잘 넘어가더라.

하지만 내 무의식은 수면제를 죽음의 원흉으로 단정지은 건지 수면제만 먹으면 족족 토해 댔다.

회귀 전처럼 약에 의존해야만 하는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밤들이 꽤 성가셔지긴 했다. 스트레스만 받으면 불면증이 오니.

다시 미자가 된 류재희는 술 대신 그렇게 좋아하던 청포도에이드를 택했다. 청포도에이드 팩을 얼음컵에 신중하게 담고 있는 류재희의 모습을 턱을 괸 채로 지켜보다가, 툭 내뱉었다.

“그러면 왜 지금까지 모르는 척 잘해 오다가 갑자기 네가 먼저 패를 까고 그러냐.”

잠깐 주저하던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형이… 너무 외로워 보여서요.”

쓸데없는 동정에 가까웠지만, 기분이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원래 인생은 외로운 거다, 막내야. 옆에 사람 복작복작 해도 관짝 들어갈 때는 혼자 들어가는 게 인생이야.”

내가 강제로 떠넘긴 영수증을 꾸깃꾸깃 접은 류재희가 불퉁한 얼굴을 한 채로 나를 향해 힘껏 던졌다. 물론 종이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수증 뭉치는 내게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아주 가볍게 내 손아귀에 잡혔다.

“관짝 들어간다는 말은 하지 마요”

“누가 언제 들어간다고 했냐.”

우리 막내가 비유법도 못 알아들을 리가 없고, 그냥 내가 하는 관짝 드립이 듣기 싫었던 모양이군.

“그리고 내가 그렇게 뒈질 줄 알았냐?”

어깨를 으쓱하고 맥주캔을 홀짝였다. 형은 그 태도가 문제라고, 술 때문에 그렇게 됐으면 경각심을 좀 가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류재희가 잔소리를 퍼부어 댔다.

물론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맥주 한 캔을 원샷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여 주었다.

솔직히 원인을 정확히 따지자면 내가 그 꼴이 된 건 신월 엔터 때문이었다.

“형 죽고 나서 예현이 형이 많이 후회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들여다볼 걸 그랬다고. 술도 끊게 하고…”

지금 류재희가 말하고 있는 게 류재희 본인 이야기가 아니라 서예현이라고? 떨떠름한 얼굴로 맥주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되물었다.

“내가 그 인간이랑 화해했다고?”

“예현이 형은 화해했다는데, 혹시 형 입장에서는 화해가 아니었던 걸까요.”

“화해는커녕 따로 만난 기억도 없는데.”

내 심드렁한 대꾸에 류재희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리고 하준이 형은…”

“딱히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냉정하게 말을 잘랐음에도 류재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형 그렇게 되기 몇 달 전에, 예현이 형이 자리 마련해 주려고 했는데 형이 하준이 형 근황도 안 들으려 해서 이야기도 못 꺼냈다고 들었어요.”

“안 궁금하다니까. 그리고 견하준도 장장 4년을 내 연락을 씹었는데 자리 마련해 준다고 걔가 나오겠냐?”

빈정거림과 비소가 섞인 채 자연스레 나오는 말에, 류재희가 확신하는 말투로 대꾸했다.

“나왔을걸요.”

시발, 퍽이나.

“넷이 11주년 라이브 하고, 뒷풀이 할 때 하준이 형이 그랬었거든요. 자기가 너무 형이랑 자기 관계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더 실망하고, 기만당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견하준 너도 내가 7주년에 멋대로 탈퇴한 놈이라, 선배 자살시킨 놈이라 실망스러웠냐? 그리고 기만당했던 건 난데, 왜 네가 그런 생각을 해.

내 표정이 구겨지자 류재희가 덧붙였다.

“형이 생각하는 이유는 아니에요.”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뭔지 알고.”

“뻔하죠. 선배 자살시킨 놈이라고 오해하고 실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도빈이 형도 안 믿은 걸 하준이 형이 믿었을 거 같아요?”

“모르겠다. 이제는 이유가 궁금하지도 않아. 중요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이제 특별하지만 않으면 또 그딴 식으로 파탄 날 일은 없다는 소리 아니야. 나도 신경 쓸 거 하나 덜어서 좋네.

“이번에는 제가 형 도울 수 있어요. 이번에는 형이 하준이 형이랑도 절연 안 하게, 그리고 누명도 안 쓰게 제가 물심양면으로 도울게요. 그러니까 형은 일단 형한테 있는 그 시ㅅ-”

그 자신만만하기 그지없는 말에 든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안도가 아닌 불안이었다.

“막내야.”

손끝으로 맥주캔 위쪽을 잡은 채 맥주캔을 가볍게 흔들며 나직하게 류재희를 불렀다.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와 달리 조소 하나 없는 건조한 어조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디에서부터, 얼마나 좆같이 엮여 있는지도 모르면서.

“뭘 안다고 나를 돕는다고 해, 네가.”

여전히 꿋꿋한 류재희의 시선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너까지 휘말리게 두면, 너까지 내 꼴 나게 만들면 내가 대체 어떻게 버티라고. 나 하나 건사하는 것도 벅차 죽겠는데, 지금.

“형이 죽고 나서, 차연호에게 확실하게 복수했어요. 증거 인멸한 거, 배후가 차연호잖아요.”

“거봐, 모르잖아.”

차연호의 꼬리까지 잡은 건 꽤 의외였지만, 이 정도 정보만으로 쉽게 보고 뛰어드는 건 곤란했다.

“몸통은 차연호가 아니라 신월이야.”

결국 신월은 본인들이 조종했던 차연호까지 최후에는 꼬리 자르기로 깔끔하게 뜯어낸 거군.

그 멍청이는 본인 손으로 자기 친구의 죽음을 의미 없는 개죽음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평생 모를 거다, 아마.

역시 그것까지는 몰랐는지 아연한 얼굴을 한 류재희한테 지나가듯 물었다.

“참, 걔 데뷔는 했냐?”

부러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가 누구를 묻는지 류재희는 곧장 눈치챘다.

“…네.”

끊어내지 못한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신월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케이제이는 계속해서 나왔겠지.

그러니 시간이 돌아간 게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었다.

남은 맥주를 목구멍에 다 털어 넣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 돕지 말고 너 하고 싶었던 거나 해라.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나 같은 놈 돕느라 날리면 쓰냐.”

나를 따라서 허겁지겁 몸을 일으킨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어 주었다. 다시 쓰다듬기 편해진 높이에, 그냥 문득 웃음이 났다. 얼마 만에 실없이 웃어보는 건지는 모르겠다.

담배나 한 대 태우고 들어가려고 류재희를 먼저 숙소로 들여보냈다.

담배를 물고 능숙한 손길로 불을 붙이다가, 숙소 문을 열고 나온 얼굴에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담배를 바닥에 던져 신발 뒷굽으로 지져 껐다.

이제 더는 배려할 필요가 없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내일 2차 촬영 있는데 안 자?”

“자야지. 한 대 피우고 자려고 했지. 신경 쓰지 말라니까.”

“너 요새 이상해. 담배는 또 언제부터 피운 거고.”

“그래, 그래.”

새 것이나 다름없어서 더 아깝기 그지없는 담배를 내려다보다가 견하준의 물음에 설렁설렁 대꾸하며 출입문으로 향했다.

“들어가자. 밤공기 차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나를 어딘가 낯설게 바라보는 견하준을 향해 손을 휘적이며, 덧붙였다.

“준아.”

[위험도: 78]

견하준의 당혹감과 경계는 누그러들었지만, 위험도는 올랐다.

거봐, 역시 특별함이 독이었다고.

* * *

마구 흔들리는 몸에 정신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

무게 중심을 잃은 채로 양옆에서 부축 당하고 있는 몸이 계단 한 칸을 내려갈 때마다 들썩거렸다.

여전히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맴돌긴 했지만, 코에서 흐르는 불쾌한 감각이 사라진 걸 보아하니 다행히 코피는 멈춘 모양이었다.

“계단 조심하고, 무거우면 바로 말해. 교대해 줄게. 얘 근육 돼지라서 더럽게 무겁잖아.”

서예현의 목소리가 점차 또렷하게 들려왔다.

“아니면 도빈이랑 내가 앞에서 다리를 한 짝씩 들까? 그러면 한결 더 나으려나? 윤이든 지금 코피 멈췄지?”

돼지에 이은 짐짝인지 돼지 바베큐인지 아무튼 그 취급을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눈을 번쩍 떴다.

나랑 눈이 딱 마주친 김도빈이 기겁하며 빽 외쳤다.

“으헉, 이든이 형 부활했다!”

피투성이가 된 손과 상의, 바지, 그리고 내게 몰린 네 쌍의 시선의 시선을 차례로 훑고선, 표정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야, 이 자식들아. 계단을 올라가야지, 왜 내려가고 자빠졌냐?”

신개념 고려장이냐?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