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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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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600화

아니, 내가 지금 버그를 많이 써먹은 것도 아니고 어쩌다 얻어걸린 서예현 버그랑 지독한 집념의 인간 승리 결과인 김도빈 버그, 이렇게 딱 두 번만 써먹었는데 이걸 눈치채? 이걸 잡아? 이걸 고쳐?

언젠가는 시스템이 이 버그를 눈치챌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버그를 처리해 버릴지는 몰랐다.

만약에 줬다 뺏긴 게 김도빈 관련 버그였으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 거다.

김도빈이 회귀 전에 나랑 딱히 가깝지도 않았고, 버그 기억 보니까 다크모드가 되긴 했어도 두뇌 수준도 그대로라 이 위기를 헤쳐 나갈 훌륭한 조력자 역할은 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 이후로도 회귀를 몇 번이나 더 한 걸 보면 답이 딱 나왔다.

하지만 이건 무려 레브의 두뇌, 류재희와 엮인 기억을 볼 수 있는 버그였다.

물론 5회차, 6회차, 그리고 현재인 7회차까지 온 걸 봤을 때, 류재희도 조력자로서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김도빈보다는 도움이 됐을 게 분명했다.

나는 류재희를 믿었다.

내게 갑작스럽게 다가왔던 것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진 버그에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자 류재희가 나를 툭툭 쳤다.

“형, 왜 갑자기 눈앞에서 젯밥 뺏긴 악귀 같은 표정을 짓고 그래요.”

버그가 제삿밥이었다니. 아무도 안 챙겨 주는 내 제삿밥을 오직 시스템 버그만이 챙겨 주고 있었다니.

하긴, 지금은 멀쩡히 살아있는데 제삿밥 챙겨 주는 것도 에바긴 했다.

“너는 무슨 비유를 그렇게 하고 그러냐. 더 좋은 비유들 많잖아. 예를 들면 눈앞에서 먹잇감 뺏긴 호랑이라든지, 어?”

“사람을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보라는 가르침을 내려준 건 형인데요.”

“그렇다고 사람을 냅다 죽여 버리면 쓰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제삿밥 먹는 악귀보단 동물이 낫지.”

아주 잠시 머물고 간 버그로 추측할 수 있는 건, 4회차 류재희의 키워드는 이 아닌 ‘키’라는 것 정도였다.

농구공을 주워 골대에 던지며 생각에 잠겼다.

‘쓰읍, 차연호를 이용해 봐?’

지금까지의 전적을 보면 우리집 시스템은 위험도 시스템이 해킹 시도를 하면 그걸 막는 걸 최우선으로 두었다.

그러니까, 차연호랑 공조해서 차연호가 위험도를 나한테 넘기게 만들고, 우리 집 시스템이 정신없는 틈을 타서 류재희한테 다시 이 대사를 말해 보라고 하면…

‘안 되겠지.’

그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링을 맞고 튕겨 나온 공을 보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계획을 폐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잔여 위험도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만에 하나 우리 집 시스템이 위험도를 막지 못하면 위험해질 게 뻔했다.

게다가 버그는 키워드뿐 아니라 상황도 맞아떨어져야 터지는 거라서 류재희가 이번에 했던 대사를 그대로 읊는다고 하더라도 다시 버그가 발생할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심지어 그 사이 시스템이 그 사이에 버그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수정이라도 해 버린다면, 결국 나는 차연호한테 약점을 노출하면서까지 그냥 거한 헛짓거리만 한 게 되고 말이다.

“혹시 제가 이 키에 익숙해졌다는 게 형 안의 무언가를 자극한 건 아니죠? 예를 들면 그룹 최장신이 되고 싶었던 내면의 악귀라든가…”

“막내야, 헛소리 들으면 성질내는 내 내면의 악귀 깨우고 싶냐?”

류재희한테 타박을 던지면서도 4회차의 버그 기억이 궁금해서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원래 줬다 뺏으면 더 궁금해지는 법이다.

뮤직비디오 촬영 재현까지 모두 마치고, 이제 떠나면 영영 돌아올 일 없는 반지하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저희가 정말 열심히 준비한 만큼, 이번 앨범은 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많이 사랑해 주세요!”

거실에 모여 마지막 촬영분을 찍자, 닷새에 걸친 레브 페이크 다큐멘터리 촬영 대장정이 마무리되었다.

“이 숙소에서 보내는 진정한 마지막 날인데 오늘 다 같이 거실에서 잘까요?”

김도빈의 제안에 서예현과 내가 동시에 손을 내저었다.

“으으, 우리 숙소의 넓고 푹신한 소파를 겪다가 여기 소파에 누우니까 너무 딱딱해. 나 바닥에서도 못 자는데 여기 소파에서도 못 잘 것 같아.”

“아서라, 하준이가 잠 못 자든지 나머지 네 명이 숨도 크게 못 쉬고 동태처럼 뻣뻣하게 잠들기 체험하든지 둘 중 하나 꼴 나니까.”

견하준은 내 말에 눈을 흘기면서도 반박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독방 쓰다가 세 명이 한 매트리스에서 자야 하는 잠자리가 영 적응 되지 않아 보였는데, 다섯 명이 거실에서 이불 깔고 자라고 하면 견하준한테는 고문이나 다름없긴 했다.

결국 원래도 잠자리에 예민했는데 안락한 생활을 거치며 더욱 예민해진 두 명 때문에 다 같이 잠드는 건 무산되고, 다른 멤버들은 각자 방으로 흩어져 잠자리에 들었다.

나도 한동안 거실 소파에 멍하니 누워 있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8월 말인데도 여전히 후텁지근한 밤공기와 희미한 달빛이 반지하 입구를 적시고 있었다.

익숙하게 계단 중턱에 털썩 주저앉았다. 낡은 계단의 서늘한 감촉이 얇은 바지를 뚫고 스며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싫지는 않았다.

이렇게 밤에 반지하 문 앞 계단에 앉아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났다.

정확히는 데뷔 초보다는, 데뷔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이 숙소를 벗어나지 못했던 회귀 전의 어느 때가.

숙소 안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니 여기 계단에 걸터앉아서 몇 대씩 태우곤 했다.

그 시절을 생각하니 절로 입이 심심해져 무의식적으로 검지와 중지를 오므렸다 폈다 하다가, 심심한 입가를 매만졌다.

이게 다아 찾는 기억마다 담배를 물고 있어서 그런 거다. 지원이 형한테 지적받은 이후에 랩 빡세게 연습하면서 잠시 끊었던 적도 있었는데 결국은 다시 시작을 하셨군, 망할 나 자신.

후우……

허공을 향해 숨을 길게 내뱉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밖으로 나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손을 다급히 내렸다.

회귀 전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 견하준은 목이 중요한 보컬이었으니까.

견하준이 내가 앉아 있는 계단의 두어 칸 아래에 털썩, 앉았다.

분명히 우리가 회귀하고 나서는 이 장소에서 이런 시간을 가진 적이 없는데도, 자연스럽게 회귀 전의 자리를 찾아 앉은 견하준을 보고 있자 기분이 묘했다.

“아직도 금연 중이야?”

아주 귀신이 따로 없네. 예리한 견하준의 물음에 후다닥 내렸던 손으로 멋쩍게 목뒤를 쓸며 대꾸했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준아.”

“그때 며칠도 안 피웠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 생각나는 거면 담배 중독성이 진짜 무섭긴 무섭나 보다.”

피워 왔던 세월이 며칠이 아니라 몇 년이니 그럴 수밖에.

“너는 이 밤중에 안 자고 왜 나왔어?”

견하준이 담배를 비롯하여 거한 깽판을 치고 갔던 서른 살 윤이든을 떠올리기 전에,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러는 너는?”

“이 숙소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잖아. 언제 또 여기 이렇게 앉아 있어 보겠냐.”

비록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추억이고, 이번 회차의 데뷔 초에는 여러 이유로 이런 시간을 가질 수조차 없었지만.

그래서일까. 더더욱 이 순간을 다시 재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앞으로는 평생 이 자리에서 밤을 보내는 일 따윈 없을 테니까.

“그렇게 반대하더니, 막상 네가 이렇게 마지막 날에 감성에 젖을 줄은 몰랐네.”

견하준이 장난스럽게 키득거렸다.

“너는 어땠냐? 너도 딱히 막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잖아. 다른 선택지를 더 하기 싫어서 선택한 거 아니었냐? 특히 내 의견이었던 작곡 캠프?”

약간 뼈가 있는 말을 내뱉으며 삐딱하게 웃자 견하준이 아주 자연스럽게 뒤의 세 문장을 먹금하고 오직 앞의 문장에 대한 답만을 해 주었다.

“오랜만에 데뷔 초 시절 체험하는 것 같아서 나름 좋았어. 지금의 레브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고. 우리가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도… 이런 식으로 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긴 해.”

그래, 견하준의 말대로 나쁘지는 않았다.

시스템이 일을 좀 더 쉬엄쉬엄 했다면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촬영이 기억 하나를 더 찾은, 아주 의미 있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그런 뿌듯한 촬영으로 남았을 텐데.

이 아이디어를 낸 김도빈도 나한테 예쁨… 까진 아니고, 나름 공 치하를 받았을 텐데.

“의외네. 나는 네가 이 촬영 마음에 안 들어 할 줄 알았는데.”

“왜?”

견하준이 그런 견해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너 여기에서 통 잠 못 잤잖아. 아침마다 얼굴 퀭하더만. 옆에 사람 있어서 그러는 줄 알고 계속 나가서 잤어, 내가.”

마음 같아서는 그 매트리스에서 서예현도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 인간은 워낙 잠버릇 없이 얌전히 자기도 하고, 자기는 바닥에서는 절대 못 잔다고 징징거릴 게 뻔했기에 그냥 나만 거실에서 자는 걸 택했다.

잠깐 미안한 기색을 비친 견하준이 해명했다.

“아, 옆에 너랑 예현이 형이 있어서 그런 건 딱히 아니야. 내가 잠자리에 그렇게까지 예민하지는 않아.”

“그러면 왜? 여기 수맥이 안 맞냐? 그렇다기엔 데뷔 초에는 그럭저럭 잘 잔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아니고. 여기 오고 나서….”

견하준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손바닥이 내려가고 보이는 얼굴은, 퍽 피로하고 지쳐 보였다.

망설이던 견하준이 주저하다가 짧은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자꾸 꿈을 꿔.”

미친 듯이 익숙한 목소리가 환청처럼 흐릿하게 겹쳤다. 지금 목소리와 비교조차 되지 않게 지친 기색이 역력히 묻어 나오는 어조가.

-자꾸 꿈을 꿔.

시야가 붉어졌다.

위험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던 그 기억 속 그대로의 색감으로.

붉은색, 붉은색, 푸른색, 다시 붉은색, 그리고 또 푸른색. 멀미로 울렁거리다 못해 속이 뒤집힐 정도로 눈앞에서 어지러이 뒤섞이는 색깔의 향연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나를 다급하게 부르는 견하준의 목소리와 손등과 바지에 닿는 불쾌하게 축축한 감촉, 숨이 막힐 정도의 피비린내, 시큰거리는 코.

피투성이가 된 손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급히 몸을 일으키려 하는 견하준을 강하게 붙들었다.

“계속 말해.”

형형한 눈으로 견하준을 마주 보며 짓씹듯 말했다. 위험도 시스템인지 우리 집 시스템인지, 아무튼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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