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60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99화
* * *
음원 레코딩은 이제 레브 멤버들에게 있어 하나의 콘텐츠나 다름없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다시 말해, 한때는 지옥 같았던 녹음 과정을 이제는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되어 버렸다는 뜻이다.
심심하면 등장하는 윤이든의 조교모와 핑크테라피, 이제는 밈이 되어 버린 다시지옥 등등.
프로듀서인 윤이든과 한 번도 악몽 같은 녹음 경험을 겪어 본 적 없는 견하준을 제외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수많은 망치질 끝에 스스로 굳세어지고 단단해졌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글쎄.
그들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첫째, 과거 악귀 들렸던 윤이든의 성격이, 레브가 인지도를 얻으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한결 유해졌다는 것.
둘째, 소속사 사옥에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녹음실이 생기면서, 윤이든이 녹음실 대여 시간과 비용에 쫓길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
셋째, 윤이든의 끊임없는 담금질과 레슨 선생님들의 빡센 트레이닝 덕분에 멤버들의 실력이 데뷔 초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것.
결국, 그저 스스로 성장하고 환경이 부드러워진 것임을 그들은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녹음 지옥에 적응해 버린 본인들이 이 역경을 이겨 낸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오랜만에 그때 그 시절 레코딩 지옥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들은 진실을 깨달았다.
그들이 강해진 게 아니라, 지옥불의 화력이 조금 사그라들었을 뿐이었다는 걸.
* * *
레코딩 순서는 그때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레코딩 파이널을 장식하는 이=서예현’이라는 공식이 모두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탓에, 아무도 녹음 당시 서예현이 두 번째 타자로 녹음실 마이크 앞에 섰다가 ‘다시’ 폭탄을 맞고 녹음을 다 마치지 못하고 후퇴했다가 마지막 순서로 녹음을 재개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당사자인 서예현조차 말이다.
“자자, 준아, 들어가자.”
“와, 윤이든 벌써 자기 미화 연기 들어가는 거 봐라.”
“저건 미화 연기가 아니라, 하준이 형한테는 언제나 저랬잖아요. 저희한테까지 저러면 그때는 진짜 미화 연기죠.”
과거와 똑같이 녹음실에서의 유일한 윤이든의 심신 안정제, 견하준이 레코딩의 서막을 올렸다.
아무리 견하준이긴 해도 가이드 녹음만 해 왔지 이런 정식 녹음은 경험이 부족했던 터라 몇 번 반복되었던 그 당시와 달리, 지금의 견하준은 단 한 번 만에 오케이 사인과 윤이든의 기립박수 칭찬까지 받았다.
“우리끼리 하는 첫 레코딩이 이런 칭찬 감옥 컨셉인 거지? 쟤가 하준이한테도 저렇게까지는 한 적 없잖아. 진짜 미화 쩐다.”
박수갈채와 함께 브라보를 외치다가 어떤 점이 좋았는지 디렉 마이크에 대고 줄줄 읊어 주는 윤이든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녹음 부스에서 나와서 디렉 마이크 전원을 띡 꺼 버리는 견하준을 보며 서예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뭐, 팬분들도 우리 녹음이 얼마나 빡센지 다 아는데, 이렇게 미화하려는 거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잖아요.”
옆에서 물을 마시면서 가볍게 목을 풀던 류재희가 키득거렸다.
류재희 역시 녹음실에서 견하준만큼의 편애를 받지는 못하지만, 녹음 전에 영어 발음만 한 차례 지적받았을 뿐, 별다른 쓴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었기에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어어, 그래. 잘하고 있어. 그 느낌 계속 살려서 한 번만 더 해 보자.”
류재희의 녹음도 칭찬과 함께 순탄하고 신속하게 끝났다.
“다시. ‘달려와, 여기로 dive-’ 할 때 ‘달려와’에서 반 박자 쉬고 들어가라고. ‘dive’를 늘이지 말고. 이참에 내가 짚어 주는 건데, 너는 항상 여기를 붙여서 부르더라?”
“넹? 저는 형 앞에서 이 노래를 지금 처음 불러 보는 건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세용?”
“아오씨, 말투 왜 저래? 내 내면의 악귀 소환하냐?”
김도빈의 녹음도 앞선 둘보다는 아니어도 제법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레코딩 재현 과정에서 재미를 살려야 한다는 회의 주제를 던지고 튀었던 것 때문에 많은 지탄을 받았던 김도빈이 그로 인해 파생된 압박감 때문인지 좀 투머치한 말투를 쓰긴 했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악귀이든을 소환하지 못했다.
“다음, 예현이 형.”
윤이든이 미리 가이드 녹음본을 주어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연습한 뒤 녹음하는 요즘과 달리, 이번에는 별다른 가이드 없이 진행되었지만, 서예현은 본인 차례가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여유로웠다.
일단 은 데뷔 초 히트곡으로 엄청 많이 불렀던 곡이라 자신이 있었으며, 철저한 실력 할당제로 배정된 서예현의 파트는 아주 적었고, 이건 정식 녹음이 아니었다.
그리고 윤이든이 설마 그 시절 불화설 뜨고 팬덤 내 싸움판이 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때처럼 잡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가짐도 한몫했다.
사형장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녹음 부스에 들어갔던 평소와 달리, 서예현은 가벼운 마음과 산뜻한 발걸음으로 녹음실에 발을 디뎠다.
[한 번뿐인 이 밤에
주저할 시간은 없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본인 파트의 첫 소절을 부른 서예현이 어떠냐는 듯 턱을 치켜들고 녹음 부스 너머의 윤이든을 바라보았다.
턱을 괸 채로 별 표정 변화 없이 그런 서예현을 보던 윤이든의 입에서 너무나도 익숙해서 이제는 듣지 않으면 섭섭하고 서러울 지경인 단어 하나가 툭 나왔다.
“다시.”
으음, 그 시절이 너무 미화되지 않게 약간의 현실성을 더하려는 건가? 윤이든의 의도를 지레짐작한 서예현이 다시 소울을 담아 본인의 파트를 불렀다.
“다시.”
“제대로 하자. 다시.”
“다시 해.”
“다시.”
서예현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귀에도 꽤 잘 부른 것처럼 들렸지만 서늘한 목소리의 ‘다시’는 계속 반복되었다.
한 파트를 계속 부르는 서예현의 목소리에서도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아-
선명하게 들리는 윤이든의 한숨에 녹음실 공기가 싸하게 식었다.
들으란 듯 소리내어 숨을 내뱉는 윤이든과 반대로 멤버들은 소리 없이 숨을 삼켰다.
그 시절의 조명, 온도, 습도가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다.
분명히 익숙해졌다고,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다시지옥은 5년 간의 추억으로 미화된 그들의 뇌를 철수세미로 빡빡 문지르듯, 뇌에 덧씌워진 미화 따위는 모조리 걷어내 버렸다.
“맞다, 이랬지…”
악귀의 재림을 알리듯 싸늘하게 굳은 윤이든의 표정과 녹음실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어버린 제 신세를 자각한 서예현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류재희가 한탄을 내뱉듯 중얼거렸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니까 대체 왜 저 형은 진실 셀프 고발을 하고 있냐고.
이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도 홀로 평온해 보이는 견하준을 사이에 둔 채로 막내 라인은 무언의 시선을 교환했다.
“뭐 하는 거야, 형.”
서늘한 시선과 고저 없는 목소리에 서예현의 몸이 절로 움찔했다. 이미 서예현의 정신은 홀로 5년 전 다시지옥의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다.
서예현한테 있어서 지금 제일 무서운 건, 대체 어느 부분이 잘못되어서 ‘다시’의 굴레에 갇혔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다는 거였다.
“…어디가 부족했는지 말해 주면 바로 고칠게.”
“그때보다 너무 잘하잖아. 다시.”
윤이든이 정색한 채 내뱉은 한마디에 1초 간의 정적이 흐른 뒤-
“너, 너너너너 지금 내 실력이 그때보다 업그레이드 됐다고 나를 그렇게 잡아 댄 거야?”
드디어 본인에게 가해지던 다시지옥의 전말을 알아낸 서예현이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윤이든에게 삿대질하며 펄쩍펄쩍 뛰어 댔다.
“아, 형들! 메타 발언 금지요!”
눈치 빠른 류재희가 잽싸게 윤이든을 서포트해 줬다.
“아니, 나름 다큐인데 내가 듣고 정색할 만한 그 시절 그 맛이 안 나잖아. 예현이 형 실력이 너무 늘어서. 그 실력을 재현을 해야지. 이렇게 잘해 버리면 어떡해.”
“이거 조작 다큐인거 모르는 사람 있냐고! 우리는 이미 재희 키랑 얼굴에서부터 털렸어!”
“메타 발언! 그거 메타 발언, 형들! 그리고 제가 왜 나와요!”
불이 들어온 카메라도 잊은 서예현 덕분에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이게 그거였어? 레코딩 파트에서 긴장감을 빡 살릴 만한 그 아이디어?”
“어때? 긴장감 빡 살지 않냐? 완전 리얼했지? 너네 다 쫄았지? 예현이 형 올려치기도 되고, 느슨해진 다큐에 긴장감도 살리고, 메타 개그도 넣고, 이거 완전 일석삼조 아니냐?”
견하준이 묻자마자 윤이든이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원하는 대로 형과 동생들이 그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리얼함을 살린 윤이든이 한껏 높아진 콧대로 자기 혼자만 뿌듯하게 웃어댔다.
“도빈아! 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해서 내가 녹음실 PTSD가 오게 만들어!”
“나름 괜찮았어요. 제가 원하던 바로 그 전개! 역시 이든이 형!”
물론 털리는 건 김도빈이었다. 본인은 전혀 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뭐.
결국은 서예현만 손해였다.
* * *
느슨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긴장감을 선사해 줄 레코딩이 끝난 후, 뮤비 촬영도 재현했다.
그때는 그 시절 뮤직비디오답게 여주인공이 있었지만, 재현 촬영에는 오직 우리 다섯 명만 존재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 보이 그룹 뮤비에서 여주인공은 없어지는 추세가 되어 버려서.
오직 이 촬영만을 위해서 은색으로 탈색했다.
불쌍한 내 모발 속 멜라닌 색소의 추모를 위해 당분간은 은발로 다닐 예정이었다. 딱히 컴백 스포는 아니었으므로 상관 없었다.
“형, 그때는 그냥 학교에 있는 양아치 같았는데 지금은 한 5년 꿇은 양아치 같아요.”
“한 살이라도 어리게 깎아 줘서 아주 고오맙다. 그러는 너는 정체를 숨긴 학생 인별스타가 아니라 성인인데 할인받으려고 교복 입고 롯데월드 놀러 온 BJ 같아, 인마.”
김도빈과 사이좋게 덕담을 주고받았다.
다들 이제 교복이 어울리는 액면가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5년 전의 풋풋한 맛은 살지 않았다.
그때는 팀 내 최단신한테 농구부 에이스 역할을 줬다고 미스매치라고 혀를 찼는데, 이제 류재희는 팀 내 최장신이 되어 버려서 그 설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야, 그때는 서른 개 던지면 한 대여섯 개 겨우 넣더니 지금은 슛 성공률 엄청 좋아졌다?”
내가 5년 전에 가르쳐 준 그 자세 그대로 골대를 향해 공을 던지는 류재희의 옆에서 감탄하자, 골대 그물에 쏙 들어가 바닥으로 다시 떨어져 데구르르 굴러오는 농구공을 집어 든 류재희가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제가 키가 그때보다 10cm가 컸는데 당연히 그때보다는 훨씬 잘 넣죠. 그래서 이제 저는 이 다큐로 인해서 데뷔 초부터 노래도 스포츠도 모두 잘한 팔방미인 이미지가 되는 거죠.”
“얌마, 내가 그때 올린 네 비하인드 영상 덕분에 팬들이 네 농구 실력을 다 아는데 이렇게 사기를 치려고.”
증거 영상이 다아 남는 이 디지털 시대에 말이야.
“야, 막내야. 무릎이라도 굽혀서 키 10cm 줄여서 던져 봐 봐. 진짜 키랑 상관 있는지 보게.”
옛다 하는 표정으로 류재희가 순순히 무릎을 굽혀 공을 던졌다. 슛 성공률이 귀신같이 하락했다.
“이야, 진짜 키의 중요성이네.”
“그런데 그때 키로 돌아가면 적응 안 될 것 같긴 해요. 이제 이 키가 더 익숙해서.”
류재희가 뒷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함과 동시에-
시야가 붉어졌다.
대체 무슨 키워드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얻어 걸린 버그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웰컴, 버그!
[⚠ㅂㅓㄱㅡ ㅂㅏㄹㅅㅐㅇ!]
[��, ��ㄷㅡ ㄷㅗㅇ� ���� ‘��� ��(4��)?ㅈㅓㅂ���’ㅇㅣ▞▝▗……………………
[비정상적인 접근 감지!]
[⚠ 시스템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 버그 발생!]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오류를 수정 중입니다…⛭]
불끈 쥐었던 주먹이 스르르 풀렸다.
어라, 시발…? 잠깐만, 이러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