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9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95화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지원이 형이 마지막 멘트는 편집하지 말고 꼭 넣으라며 내 등을 짝짝 두드리며 웃어 댔다.

그래도 방송 짬밥이 있어서 확실히 페이크 다큐의 콘셉트 자체를 이해를 못 한 용철이 형이랑은 다르구나 싶어 속으로 열심히 올려쳐 주고 있었는데, 그 짬밥이 문제였다. 너무 넘쳐서 탈이었다.

이렇게 메타 발언을 끝에 격려하는 척 몰아 버릴 줄이야.

촬영을 마친 페이크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철수하자마자, 의자에 털썩 앉아 내 작업실처럼 몸을 편히 기대고 지원이 형한테 물었다.

“형, 기왕 온 거 저 여기에서 작업 좀 하다가 가도 돼요?”

이곳은 내 작업실과 거리가 좀 있기에 내 작업실까지 가기가 매우 귀찮았고, 여기에도 내 작업실과 급이 비슷한 작곡 장비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내가 여기 와서 비트 찍은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쓰읍, 잠깐만… 지금 시간 몇 시냐? 3시에 레코딩 디렉팅 있거든.”

지원이 형이 곤란한 얼굴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타 아이돌 그룹 멤버인 내가 들으면 외부 유출이 되니 내가 레코딩 디렉팅 할 때 있으면 곤란할 만했다.

“와, DTB 본선에 프로듀싱까지 겹치면 좀 많이 빡세실 텐데. 누구예요? 언제 컴백하길래 형이랑 하면서 일정을 이렇게 애매하게 잡으셨대.”

“지금 마무리 단계라서 본선 2차 전에는 끝날걸. 어차피 신월 쪽 외주라 믹싱이랑 마스터링은 그쪽이 하니까, 나는 이제 디렉팅까지만 하고 손 떼도 돼.”

요새 내 대가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1등 공신 소속사의 이름이 지원이 형의 입에서 나왔다.

“알테어? BADIA? 엔카르?”

짐짓 모른 척,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인 신월 엔터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마구잡이로 던졌다. 사실 진짜 모르긴 했다.

“엔카르.”

엔카르면 작년에 신월에서 데뷔한 보이 그룹이었다. 딱히 성적이 대박 신인급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 신월 급이면 내부 프로듀서 팀한테 맡길 텐데.”

“아, 지금 거기 내부 프로듀서 팀이 BADIA 정규 준비하느라 나한테 외주 왔어.”

아무래도 알테어와 신월 걸 그룹인 BADIA만큼 성적이 안 나와서 내부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만 보면 신월도 형한테 꾸준히 외주 주네요? 알테어도 몇 번 맡았잖아요. 멤버들 솔로랑.”

지원이 형이 신월에게 외주 받는 걸 은근히 떠보았다.

신월을 박살 내야 하는데 지원이 형이 신월 편이면 아주 곤란했다. 지원이 형은 아주 태평한 표정으로 비타민 스틱을 물며 어깨를 으쓱했다.

“과거에 크루 해체하고 먹고살 길 팍팍해서 신월 엔터에 곡 몇 번 넣었다가 전속 작곡가 제안 받았는데 종석, 박종석이 나 같은 놈은 신월은 절대 가면 안 된다고 뜯어말려서 거절했거든.”

습관처럼 옛 지인을 친근하게 부르다가 멈칫하고 성까지 붙여 부르는 지원이 형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그래서 전속은 안 하고, 그 이후로 신월 쪽에서 외부 고정처럼 필요할 때마다 맡기더라.”

내 기억으로, 박종석이면 리번이었다.

하필 그 양반은 지원이 형 생일파티에서 대마 빤 거 때문에 빵 갔다가 출소해서, 지원이 형이랑 남보다 못한 사이로 빠갈라졌다.

“그러면 왜 리번이 형 왜 뜯어말렸는지는 기억나요?”

“몰라. 그 새끼도 자세한 이유는 말 안 했어. 그냥, 거기 들어가면 너 후회한다고 하도 그러니까, 사람 착취하는 개빡센 블랙 기업인 줄 알고 안 갔지.”

색안경을 벗어서 대충 키보드 앞에 내려놓고 눈가를 문지른 지원이 형이 대꾸했다.

뜯어말렸다고 한 걸 보아하니 리번도 역시 신월 엔터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긴 한 것 같은데, 지원이 형한테 그 양반과의 만남을 주선 받기는 글렀다는 소리다.

건너 건너 인맥을 찾으려 머리를 굴려 봐도 딱히 생각나는 이가 없었다.

준범 형? 그 인간도 리번이 빵 가자마자 신속하게 손절했을 확률이 높았다.

크루 형들에게 한 번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나? DTB 이후로 래퍼 인맥이 확 넓어진 용철이 형에게?

“그 새끼는 그때부터 알고 있었나…”

그 중얼거림에 확신할 수 있었다. 지원이 형도 신월의 음침한 짓거리를 대략 알고 있다는 걸. 하긴, 그런 짜가 놈들 디렉팅을 맡으면 보일 수밖에야 없지.

일단, 지원이 형을 떠보는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엔카르에도 케이제이 선배님처럼 작곡멤 있지 않아요? 보니까 수록곡에 이름 꽤 올렸던데. 데뷔 타이틀곡 작업에도 참여하고.”

“아, 있지.”

알테어 이전 그룹에서 프로듀서 멤버가 그룹을 띄우며 신월 엔터는 그 후로 꼭 프듀멤이나 작곡멤을 그룹에 넣었다.

찾아보니 이번에 데뷔한 엔카르도 마찬가지였다.

“형이 디렉 봤잖아요. 진짜 실력인지 아닌지 대충 감 오지 않아요?”

그 말에 지원이 형이 캔 커피를 따던 손을 멈추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차연호냐?”

갑자기 지원이 형의 입에서 튀어나온 차연호의 이름에 흠칫할 뻔한 몸을 겨우 억눌렀다.

“갑자기 차연호… 선배님이 왜 나와요?”

습관처럼 차연호라고 부르려다가 겨우 정신줄을 붙들고 선배님 호칭까지 붙이는 데에 성공.

티 안 났겠지?

“아니, 연호도 똑같은 질문을 하더라고.”

증거나 다름없는 케이제이를 옆에 두고도 굳이 지원이 형을 떠봤다는 건, 아직 오고 가는 주먹 속에 싹트는 진실한 우정을 맛보지 못한 모양이군.

이쯤 되면 내가 케이제이를 만나서 먼저 차연호에게 선빵을 날려 보라고 부추기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너 연호랑 친분 있잖아. 그래서 나한테 대답 못 들었다고 혹시 너한테 물어보고 오라고 시킨 건 아닌가 했지.”

“저를 차연호 선배 따까리로 보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내가 차연호 따까리라니! 무슨 내가 레브 최하위 서열이라는 소리를! 진실된 내 벌레 씹은 표정에 지원이 형이 나를 살살 달랬다.

“물론 네가 시킨다고 할 녀석은 아니라는 걸 알긴 한데, 네 성격이라면 이런 건 충분히 덥석 물고도 남을 것 같아서 말이야.”

“예? ‘이런 거’라뇨?”

“실컷 떠봤으면서 모르는 척하지 말고. 딱 보니까 연호랑도 말 안 맞춘 거 같은데.”

너무 티가 나긴 했지. 내가 이런 건 좀 잘 못하는 편이었다. 인정, 인정.

“제가 형 믿어도 돼요?”

장난 반, 진담 반 서린 물음에 지원이 형도 피식 웃으며 맞받아쳤다.

“신월엔터 개새끼, 정도면 되냐?”

바로 욕부터 박는 것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너는 손 떼라, 이든아. 연호야 자기 소속사라고 쳐도 너는 부딪힐 이유 없잖냐. 계란으로 바위 치기야. 거기 보통 것들 아니라고.”

“손 떼기에는 좀 멀리 와서요.”

망할 신월이 나를 폐인으로 만드는 데에 아주 거하게 한몫했는데 여기에서 물러나라고? 무엇보다, 지금 그 부조리를 내가 알아 버렸는데?

빌어먹게도 나는 그 부조리를 다 알면서도 못 본 채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살아갈 놈은 못 되었다. 정의는 모르겠고, 좆같잖아.

한쪽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리며 지원이 형과 똑바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바위 치는 데 계란 던지는 놈이 어디 있어요? 망치가 힘들다면 최소한 돌덩이 정도는 던져야지.”

계란도 일곱 번 회귀하면 돌덩이로 진화하는 법이다. 물론 기억은 드문드문하지만?

지원이 형은 내 말을 듣고 한참 말을 아끼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그렇지. 그거… 건드리려면 확실하게 들어.”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움직이려면 시선 끌지 말고, 신월 쪽에서 부인할 수도 없는 확실한 증거들 들고 도주로 다 틀어막은 후에 딱 터트릴 순간까지 조용히 있어. 신월 쪽에서 의심하게 괜히 이곳저곳 찌르고 다니지 말고.”

그건 나도 뼈저리게 느낀 교훈이었다.

아마 회귀 전에는 내가 스물여섯 살에 처음 유령 작곡가 건을 터트렸을 때부터 계속 케이제이만 꼬리 자르기로 깔끔하게 잘라 내고 자기들은 책임지지 않고 쏙 빠져나갈 계획을 세웠을 거다.

색안경 없이 마주한 맨눈이 어색했다. 지원이 형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충고는 여기까지야. 아마 너 지금 일단 던지고 파헤쳐 보자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근데 그런 식이면, 그쪽이 역으로 널 파헤쳐. 이 바닥이 그런 판이야.”

그 말에, 처음으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이름 모를 연습생과 케이제이의 목숨뿐만 아니라 내 목숨까지 달려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리고, 또 탈퇴하지 않는 한은… 레브마저.

“연호한테도 전해 주고.”

지원이 형의 손이 묵직하게 내 어깨를 두드렸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두드렸던 손길과 무게감부터 달랐다.

“아, 걔한테는 정준이한테 먼저 협조나 구하라고도 전해 줘라.”

“형,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예요?”

내 물음에 지원이 형이 색안경을 다시 쓱 쓰며 물었다.

“네가 말했잖아. 디렉팅하면 진짜 실력인지 아닌지 대충 감 오지 않냐고. 내가 너 같은 놈이랑 같이 작업하는데, 가짜 프로듀서 작곡 천재 아이돌 하나 못 걸러 내겠냐?”

역시, 가까운 시일 안에 차연호랑 케이제이의 죽빵 시연 코스를 이끌어 내야만.

***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들었으면 독방에서 침대에 누워서 진지하게 생각 정리를 좀 해야 하는데, 세 명이 함께 나란히 누워있는 매트리스 위에서 진지한 생각에 빠지는 건 쉽지 않았다.

그게 아직 수면 시간이 아니라면 더더욱.

낮 시간에는 지원이 형의 작업실에서 나온 후에 안무를 다 같이 짜는 화목한 레브 프로파간다를 찍느라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었다.

“이제 슬슬 우리 숙소가 그리워…”

“좀만 참아요, 형. 이제 촬영 이틀만 더 하면 마무리 되잖아요.”

“하준이 네 반말도 그리워….”

서예현이 저렇게 말이 많았나. 여전히 차연호에게서 오지 않은 답장을 확인하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서예현과 견하준이 잠들 때까지 서치 퀘스트나 할 겸 SNS에 접속한 나는 화면을 휙휙 아래로 넘기다가 시선을 잡아끄는 글 하나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