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9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93화
“제가 아직 작업실이 없다 보니까 곡 작업은 이렇게 종이에 악기를 그려서 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숙소가 워낙 좁아서 진짜 악기는 숙소 안에 두지를 못하거든요.”
살다 살다 내가 위대하신 음악의 수령 동지가 될 줄이야. 이게 프로파간다가 아니면 뭐냔 말이냐.
“소속사에 작업실이 없나요?”
“에이, 상가 건물 한 층 빌려서 운영하는 소속사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악기 그림만 있으면 악기 소리가 안 나잖아요. 그런데도 작업이 가능한가요?”
“기분만 내는 거죠. 어차피 사운드는 다 꿰고 있으니까요.”
오오오-
막내 라인이 장난스러운 감탄사 합주를 내뱉으며 한 번 보여 달라고 양옆에서 부추겨 댔다.
제법 정성스럽게 울림통과 기타 줄의 각 굵기까지 구현해 놓은 종이를 가볍게 튕기며 혀를 굴렸다.
“이게 C코드.”
“Am7.”
“E7코드.”
김도빈이 인터넷으로 기타 코드를 검색해서 내가 코드 하나를 재현하기가 무섭게 교차 검증하듯 사운드를 틀었다.
“와, 똑같아, 똑같아!”
“그러면 형형, 이번에 DM7 코드 해 보세요! 소문자 말고 대문자!”
코드를 제시하는 족족 사운드를 선보여 주자 막내 라인이 훈련받은 원숭이들처럼 입을 헤 벌리고 박수를 쳐 댔다.
“그리고 키보드는 이렇게 건반 두드리면서, 네.”
스케치북에 그려 놓은 건반을 치는 시늉을 하며 내가 두드리는 건반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드럼머신도 그려 놓긴 했는데, 이건 터치하는 기분 내려고 그려 놓은 거예요. 리듬 체크할 때는 입으로 떼우는 게 더 빠르거든요.”
하는 김에 드럼머신 두드리면서 비트박스도 선보였다.
분명히 나는 작업실 개구라를 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악기 소리 따라 하기 진기명기를 선보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진기명기 쇼를 마치자 막내 라인이 감동 먹은 얼굴로 벌떡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 프로파간다에 너희들이 잡아먹히면 어떻게 하냐, 이 자식들아.
“그런데 두 분도 숙소에 계시면서 자주 봤을 텐데, 처음 본 것처럼 신기해하시네요.”
은근슬쩍 메타발언을 암시하는 제작진의 말을 류재희가 뻔뻔한 얼굴로 받아쳤다.
“봐도 봐도 신기하죠.”
“맞아요, 신기하잖아요.”
김도빈도 옆에서 거들었다. 예전에는 연기가 서예현보다 조금 더 나은 급이었는데 <트러블 트레블> 고정 멤버가 된 이후로 연기가 제법 늘었다.
일주일 같은 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는 금방 후속곡 사건으로 넘어갔다. 아주 다행히도 내가 팬카페 FROM 게시판에 올렸던 글은 덮어쓰기 버전으로 남아 있었다.
“저희 데뷔 앨범 수록곡인 가 차트인했대요!”
오우, 분명 5년 전 일인데 왜 몇 달 전에도 겪은 것처럼 느껴지지?
이제 우리가 를 후속곡으로 밀었던 그 험난한 여정을 재현할 시간이 다가왔다.
문제가 있다면, 덮어쓰기가 덜된 터라 다들 기억을 두 개씩 가지고 있다는 사실.
카메라가 꺼지자 우리는 곧바로 레브 제1,307회 회의에 돌입했다.
“온건한 버전으로 가죠. 개판 버전을 그대로 보여 줬다간 불화설이 날지도 몰라요. 아마 누가 더 잘못했네, 누구 책임이 더 크네, 이런 걸로 싸움 붙어서 팬덤 분열도 가능할걸요.”
류재희의 말에 다들 동의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건 미화가 불가능했어. 그건 어떻게 꾸며 봐도 파국이야. 우리는 그냥 대표님 눈치만 보고 있고, 윤이든 혼자 대표님한테 후속곡 활동하자고 들이받다가 우리한테 화내고 숙소 나가고, 그날 밤에 소주 한 병 곁들여서 후속곡 활동 이야기하다가 의견 갈리고.”
서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개판 기억을 읊었다. 새삼 이렇게 들으니 진짜 개판이었군. 심지어 잘못한 놈들만 있고 잘한 놈들은 하나도 없다는 게 제일 호러였다.
그랬었지. 그래도 그게 회귀 전보다는 나았다는 게 더욱더 호러였다. 대체 회귀 전 레브는…
“이걸 어떻게 미화시켜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러네, 이상한 그 기억이 있었네.”
기왕이면 개판 기억을 이상한 기억이라고 기억해 주면 안 되냐?
그래도 시스템한테 집요하게 이게 큰 흐름을 뒤트는 거냐고 물어보면서 그렇게 과거를 바꾼 보람이 있었다. 비록 이 녀석들한테 덮어쓰기는 제대로 안 됐지만.
“지금 타이틀곡보다 가 더 성적이 잘 나와서, 대표님께 후속곡 활동을 건의해 보려고요. PPT를 만들 겁니다. 예현이 형, PPT 템플렛 좀 부탁해.”
“우리 대본도 썼… 써야지.”
서예현이 황급히 말을 과거형에서 미래형으로 바꿨다.
“여기 후속곡 성공 사례 들어가고, 그다음에 투표 들어가야 하잖아. 후속곡 성공 사례는 다섯 팀. 일단 첫 번째가…”
다른 녀석들한테는 5년 전 기억일 테지만 나한테는 몇 달 전 기억이라서 그때 만든 PPT 내용이 아직은 생생했다. 하지만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게 또 문제였던 모양이다.
“헉, 이든이 형이 지능을 숨김. 사실 형은 지숨찐이었던 거죠. 그런데 왜 숨기지? 지능을 숨겨서 얻는 이득이 뭐가 있어서 숨겨요?”
“자기 머리 안 쓰고 막내한테 외주를 주잖아. 그런데 얘는 숨긴 게 아니라 그냥 없었잖아. 말 하나하나에 기억력과 지능이 느껴져. 너 윤이든 아니지?”
“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이 자식들아!”
당연히 찐으로 5년 전 PPT였으면 나도 기억 못 하겠지만! 몇 달 전이라 기억하고 있는 거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5년 전 기억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나를 올려쳐 줘야 할 거 아니냐!
“그래, 이든이 의외로 기억력 좋아. 악기 코드도 다 꿰고 있고 안무랑 가사도 바로 외우는 거 보면 알잖아.”
견하준이 내 편을 들어주었다. ‘의외로’라는 단어만 빼달라고 하기 전에, 견하준이 선수 쳐서 덧붙였다.
“본인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서 그렇지.”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에이, 설마 아직도 견하준이 낙하산 일로 나한테 저럴 리가.
“이든이 형이 좀 그렇긴 하죠. 특히 기억 미화를 엄청 잘하잖아요. 그런데 이제 본인을 미화하는 쪽으로만 특화된.”
막내 너마저…!
아무튼, 성공적으로 PPT를 재현한 우리는 대표님 앞에서 발표까지 마쳤다.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느라, 우리가 촬영하는 회의실은 제일 작은 곳이었다.
“그래, 기억난다. 그때도 이렇게 똑부러지게 PPT 만들어서 설득했지. 그때 내가 참 무슨 복이 있어서 이런 애들을 모았나 싶었는데.”
김노담 대표님이 과거의 추억에 젖은 얼굴과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메타 발언을 내뱉으며 연신 눈가를 찍어 냈다. 아니, 용철이 형의 눈치가 대표님이랑 동급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야.
반지하 옛 숙소로 돌아와 제작진이 철수하자마자 카메라를 끄고 수군거렸다.
“이쯤 되면 우리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대표님은 저번에도 우리가 PPT로 발표했다고 기억하고 있었잖아요.”
“우리가 PPT 기억하냐고 몰아가서 잘못 기억하고 있는 줄.”
와중, 김도빈이 USB를 흔들며 내게 물었다.
“이든이 형, 저희 올라올나 보노보노 PPT도 촬영할 거예요? 제가 혹시 몰라서 USB 이거 가져왔는데, 여기에 없으면 새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형, 올라올나 PPT도 기억하죠? 그게 더 최근인데 지숨찐인 형은 당연히 기억하고 계시겠죠?”
사실 숨긴 지능 따윈 없는 나는 제발 김도빈의 USB에 그 망할 보노보노 PPT가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5분 후.
“우아아아악!”
막내 라인의 방에서 우렁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뭔데! 바퀴벌레야? 바퀴벌레면 우리 부르지 마라! 막내한테 잡으라 해, 막내!”
“그래, 얘들아! 바퀴벌레 나가기 전에 방문 닫아, 얼른!”
한 번도 본 적 없는 속도로 잽싸게 방문으로 달려가 방을 닫은 서예현이 내 말을 거들었다. 물론 이 집은 방음이 쉣이었기에 문을 닫아도 대화는 충분히 가능했다.
“아, 아, 아니요! 바퀴벌레가 아니고! PPT! 그거, 그거, 그게 여기 있어요! 실존해요! 존재한다고요! 으아악! 날짜도 5년 전이야! 이게 크툴루가 아니면 뭔데…!”
김도빈이 또 한 번 산지체크인지 산치체크인지를 부르짖었다. 다들 달려가서 현세에 존재하는 그 문제의 PPT를 구경했다.
PPT를 휙휙 넘겨 보던 서예현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내용도 똑같은데? 윤이든이 기억하고 있는 게 정확했는데? 5년 전 것을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구현해? 뭐야?”
“뭐가 똑같아. 템플릿이 다르잖아. 그리고 여기, 여기, 도형도 다르고. 다른 곳 많네.”
“…그런가?”
오늘도 서예현한테 옥장판 팔기를 성공했다.
* * *
DTB 촬영일.
“…어째서 지금 DTB 시즌 6을 찍고 있는 거지? 지금 시즌 1 할 때 아닌가?”
“얘가 헛소리를 해.”
페이크 다큐멘터리 촬영에 하도 과몰입하는 바람에 지금이 DTB 시즌 6이라는 게 믿어 지지가 않았다.
이상하다, 올해는 분명히 전에 했던 힙합 서바 거하게 망하고 싹 갈아엎어서 DROP THE BEAT라는 이름으로 새 출범하는 해였는데.
프로듀서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중얼거리고 있자, 용철이 형이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내 등짝을 짝! 내리쳤다.
“왜 갑자기 혼자 5년 전으로 회귀했어?”
BQ9이 등짝에 퍼지는 고통 때문에 몸을 뒤트는 내게 물었다.
“아, 지금 저희 그룹이 데뷔 페이크 다큐멘터리 찍고 있어서요. 그래서 지금 5년 전을 살아가고 있어요.”
분명 나는 BQ9에게 대답을 했는데, 불쑥 끼어든 건 다른 이였다.
“5년 전? 그러면 나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떤 엔딩은 패스죠. 서라온 선배님까지 섭외하기는 부담스러워서.”
지원이 형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아무리 서라온 선배님이 나, 그리고 류재희랑 함께 곡을 낸 전적이 있다지만 이런 얕은 인연으로만 자컨에 막 섭외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어떤엔딩> 피처링은 내 개인 활동이라 다큐멘터리에 넣기 애매하기도 하고.
“아니, 네가 그때 서라 누님이랑 같이 녹음하지는 않았으니까 나만 나와도 되지 않을까? 너희 데뷔 초 이야기인데 당연히 <어떤엔딩>은 나와야지.”
“이거 케이블이나 공중파에 풀리는 게 아니라 저희 자컨이라 레브 너튜브 채널에만 올라가요, 형.”
“왜, 재미있잖아. 나도 좀 뻔한 아이돌 레코딩 비하인드 말고 그런 자컨 좀 출연해 보자.”
출연료는 안 받는다고 딜을 걸어 오는 지원이 형을 어깨에 매달고 고민에 잠겼다.
그래, 적어도 지원이 형 방송 짬밥 정도라면 들숨에 메타 날숨에 발언을 내뱉던 제2의 용철이 형은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