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9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92화
한창 연습이 진행되던 도중, LnL의 스타일리스트, 김일영 실장님(a.k.a 일영 누나)이 두 손 무겁게 등장했다.
우리 데뷔 전 당시의 스타일리스트는 당연히 다른 분이었지만, 퇴사하신 분을 우리 자컨 촬영 때문에 불러올 수는 없었기에 일영 누나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당시에 없었던 생일 파티까지 만들어 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니까, 뭐.
그런데 어차피 페이크 다큐인데 왜 언금곡이나 다름없었던 <내 우주로 와> 활동을 보여 주느냐-.
원래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려면 70%의 허구에 30%의 진실을 섞어야 하는 법이다. <내 우주로 와>는 이 다큐멘터리의 현실성을 높여 주는 일종의 장치였다.
비록 이게 페이크 다큐멘터리지만 팬들한테는 정말로 그 시절을 보여 주는 소중한 회상 매개체이자 진짜 같은 기록이었다.
그리고 비록 현재 언금곡이라 한들 <내 우주로 와>가 레브의 시작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이걸 빼놓고 레브의 데뷔 시절을 논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큰 뜻을 가지고 <내 우주로 와>를 넣었지만-
“얘들아, 너희 데뷔곡 무대 의상 나왔어.”
일영 누나가 우리한테 건네는 무대 의상을 보자마자 갑자기 후회가 몰려왔다. 원찬스의 상갓집 패션이 확 그리워졌다.
근 5년 만에 그 끔찍했던 무대 의상을 다시 마주한 멤버들은 5년 전을 아주 실감 나고 훌륭하게 재현했다.
“…혹시 이게 저희 무대 의상이에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파르르 눈 밑까지 떨며 묻는 견하준.
“우와, 스X지 실험맨 생각난다.”
우리가 무대 의상을 받고 느끼던 위화감을 정제된 언어로 대놓고 말해 준 김도빈.
“진짜로 저희 이거 입고 무대 서요…? 아니죠? 지금 이거 완성 덜된 거죠?”
끔찍한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아 현실 도피를 하는 서예현.
“왜, 왜… 뮤비 촬영 때 입었던 의상이랑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여요? 분명히 그때 무대 의상은 좀 나아질 거라고 하셨잖아요…”
설마설마하면서도 이미 반쯤 체념한 얼굴의 류재희.
“어디 공장 가서 방진복 떼어 오신 건 아니죠?”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진지하게 묻는 나.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이 의상을 처음 받았을 때의 그 아연함은 아직도 생생했다.
조작된 과거를 촬영하는 와중에도, 이 순간만큼은 진짜 과거와 정확히 일치했다. 거짓과 가식이 난무한 페이크 다큐 촬영 중 처음으로 나온 진실된 과거였다.
“치수 안 맞으면 의상 수선해야 하니까 다들 입어 봐. 5분 후에 들어올게?”
일영 누나가 카메라와 함께 나가자마자 우리는 무대 의상을 들고 진솔한 감상을 쏟아 냈다.
“와씨, 이걸 진짜로 구해왔어! 진짜 똑같아!”
“일영 누나 혹시 이 옷 보고 토하신 거 아니야…?”
“받자마자 말이 막 튀어나왔는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5년 전에 이거 받고 한 말이랑 똑같더라고요. 그런데 이 옷 입은 우리를 보고 우리 팬이 되신 분들은 얼마나 찐사인 건지….”
“우리 대체 이 옷 입고 무대 어떻게 섰을까여.”
“그만큼 간절했으니까.”
견하준의 마지막 말에 다들 숙연해졌다. 그랬지. 간절했으니까 이런 좃소 소속사에서 데뷔했고, 간절했으니까 이런 의상도 얌전히 입고 무대에 섰지.
사실 다른 무대 의상 구해 주라고 하면 소속사가 파산할 거 같아서 입 닥치고 입은 것도 한몫했다. 아무리 우주복 콘셉트라지만 얼마나 돈이 없으면 저런 의상이라도 떼 왔나 싶어서.
다시 카메라와 함께 들어온 일영 누나가 우리를 보자마자 고개 돌려 헛구역질했다.
미감에 미친 사람이 이런 끔찍한 의상 착의를 봤는데 저런 반응이 나올 만도…
“으응, 그래. 다들 사이즈는 얼추 맞는 것 같네.”
대충 우리를 흐린 눈으로 훑어본 일영 누나가 이 끔찍한 곳에 더는 있고 싶지 않다는 듯 다급히 연습실에서 탈출했다.
“무대 의상 처음 받아 본 소감이 어땠어요?”
“저희가 정말로 데뷔한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제작진의 물음에 서예현이 교과서 읽는 말투로 대답했다. 누가 들어도 실감이 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였다.
“솔직히 PD님도 의상 웃기시죠… 저희 어떡해요…”
서예현이 다 죽여 놓은 분위기를 견하준이 실감 나는 연기로 겨우 살렸다.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대답을 피하는 제작진은 덤이었다.
5년이 지나고 제법 연예인 티가 나는 지금 입어도 서로가 이렇게 웃긴데, 그때는 시발…
***
내가 회귀하기 전, 그러니까 데뷔를 앞둔 우리의 연습생 시절은 지뢰밭 폭탄이었기에 처음에는 다들 공통된 기억을 꺼내는 게 아니라 본인들 상상으로 꾸며 낸 레브의 훈훈한 과거 시절을 연기해 댔다.
“얘들아, 오늘도 힘내자!”
“누구세요? 누구신데 예현이 형의 몸을 차지하고 그러고 계시는 거죠?”
“오우… 설마 형, 지금 형이 맏형이라고 그러고 있는 거야? 과거를 바꾸고 있는 게 아니라 인격을 바꾸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거 메타 발언이에요, 이든이 형.”
“저는 항상 숙소로 오면 형들을 위해서 매트리스를 따뜻하게 데워 놔요. 형들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자길 바라는 동생의 마음으로.”
“놀고 있네. 안 일어나, 인마? 그냥 편하게 대자로 드러눕고 싶어서인 거 누가 모르는 줄 아냐?”
“도빈아, 지금은 여름이야.”
“형들, 오늘도 사랑스러운 막내 애교 보면서 힘내세용!”
“아, 이건 좀… 너 우리한테 애교 부린 적 없잖아.”
“일단 외모랑 키부터 열일곱 살로 롤백시키고 와 봐라, 막내야.”
“그거 메타 발언!”
“큼큼, 쓰읍-”
“내가 맏형인데!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내가 숟가락 먼저 들 수도 있잖아!”
“그런데 진짜 언제부터 이든이 형이 식사 시간에 수저 제일 먼저 든 거지? 이때부터 이랬나?”
“메타 발언 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건 오직 나랑 견하준뿐이었다.
덕분에 결과물은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온갖 메타 발언이 난무한 반지하 5형제가 되어 버렸다.
데뷔일의 방송국 대기실과 백스테이지 장면은 소속사 사무실에서 촬영했다.
아무래도 단체 대기실이 아니라 몰입도는 떨어지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거 촬영하자고 이 무대 의상을 입고 방송국으로 갈 수도 없는 일이고. 그때 그 시절에 우리랑 대기실 함께 쓰던 그룹들을 싹 데리고 올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앞담과 디스로 스펙타클하기 그지없었던 그때의 대기실 풍경도 조작된 화기애애한 과거로 변모했다.
우리는 반지하 숙소만 구현되면 충분하다고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촬영을 상당히 가볍게 생각했지만, 우리의 예상보다 더 많은 장소가 필요했다.
내가 데뷔 초에 작업을 했던 작업실도 그중 하나였다. 이 과거를 재현하려면 용철이 형의 허가가 무조건 필요했다.
용철이 형을 아이돌 자컨에 출연시키는 게 맞는 건가 고심하는 나를 향해 류재희가 대안을 내놓았다.
“이든이 형이 작업실이 따로 없어서, 항상 곡 작업을 이렇게 하고 있어요.”
뭐 씹은 얼굴로 앉아 있는 내 주변에는 류재희와 김도빈이 열심히 그려 놓은 악기들이 담긴 스케치북 종이들이 사방팔방에 펼쳐져 있었다.
아무리 당시의 내가 작업실이 없던 상태였다지만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작업하진 않았거든, 이 자식들아?
“어떡해, 나 눈물 나려고 해… 이든이 형 저러고 있으니까 우리 상황이 너무 짠해 보여…”
“혀엉! 저희가 돈 벌면 꼭 형한테 진짜 작곡 장비 사드릴게요…! 효도할게요, 효도!”
하지만 내가 어이없어하든 말든, 이 웬수 같은 막내라인은 정작 자기들이 벌여 놓은 무리수에 스스로 감동받아 감수성에 흠뻑 젖은 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순간 내가 진짜 예전에 얘네 앞에서 이러고 곡 작업을 한 적이 있었던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아…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정말로 곡 작업이 가능해요…?”
“이든이 형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죠.”
아니, 이게 장군님 축지법 쓰시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셨다는 개사기랑 뭐가 달라.
“야야, 이건 너무 무리수다. 이건 그냥 원래대로 가. 용철이 형한테 촬영 허락 맡아 올 테니까.”
나를 인간 악기로 만들려고 하는 막내 라인을 겨우 제지하고 제작진 분들한테도 부탁했다.
“이 장면은 빼 주세요. 제가 용철이 형한테 촬영 허가 맡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비록 용철이 형이 DTB에서 빵 떠서 일약 스타가 되어 버린 탓에 예전 작업실에서 더 좋은 작업실로 옮긴 터라 내가 을 작곡했던 예전의 작업실은 아니어도, 용철이 형의 작업실을 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만 하면 오케이지, 뭐.
그리고 페이크 다큐멘터리 촬영 카메라와 함께 용철이 형의 작업실에 입성한 나는 내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용철이 형은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관한 내 설명을 모두 들었는데도 자꾸만 메타 발언을 내뱉었다.
“어어, 그때 작업했던 곡 맞지? 우리가 벌스 애매하다고 했던?”
“형, 과거형으로 말하지 말고 현재 진행형으로 말해 줘. 지금 나는 이 곡을 형 앞에서 처음으로 작업하는 중이야.”
“네가 이러고 있으니까 그때 작업실 생각난다. 환기 더럽게 안 되긴 했어도 아늑하긴 했는데.”
“형, 추팔은 카메라가 꺼진 후에 해 주면 안 될까. 그때는 내가 추팔 다 들어줄게.”
“아, 이든아. 그러고 보니까 본선 1차용 비트 다 찍었냐? 아니, 이번에 바뀐 본선 1차가 조별 음원 미션이랑 너무 겹치지 않냐? 마이크 선택 욕 엄청 처먹었던 건 아는데 너무 직전 미션이랑 겹치는 거 같이서 좀 그래.”
“아니, 형. 지금 여기에서 DTB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니까. 지금 나는 스무 살이고, 형은 스물일곱 살이라고. 형은 지금 이 페이크 다큐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자꾸만 미래 스포를 해 대는 용철이 형 덕분에 식은땀이 얼마나 났는지 모른다.
아아, 류재희의 선택이 맞았구나.
김도빈이 끼어 있어서 류재희마저 김도빈에게 물들어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의심했는데, 류재희는 다아 생각이 있었다.
이 페이크 다큐 컨셉을 촬영 회의를 거치지 않은 외부인한테 완벽하게 이해시키는 것보다는 나를 인간 악기 작곡의 신으로 만드는 편이 더 깔끔하다고 판단했나 보다.
결국 이 촬영분은 메이킹 필름으로 빼는 걸로 결론 짓고, 다시 반지하 숙소로 터덜터덜 들어왔다.
“…스케치북 좀 가져와라.”
다른 건 몰라도 그림이 악기처럼 보이긴 해야 할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