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8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86화

그 말끝에 담긴 자조는, 마치 스스로를 비웃는 것처럼 씁쓸했다.

네가 뭘 포기했냐고, 비웃음 섞어 내뱉으려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나도 모르게 삼켜졌다.

그래. 내 불행이 먼저인 건 당연했다. 세상 누구라도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자신의 고통보다 남의 고통을 먼저 헤아리긴 어렵다.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사실이라는 걸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센터는 가장 인지도가 높은 서예현으로 세워야 했기에, 안무는 자연스럽게 서예현의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예현은 팀 내에서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연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당연히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날 리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레브의 안무를 짜는 건… 대부분 김도빈이었다.

외주로 받아 온 안무 시안은 지나치게 고난이도이거나, 반대로 움직임이 적어 율동같이 유치한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든 멀쩡해 보이는 안무로 무대에 서기 위해 늘 김도빈이 안무 시안을 뜯어고쳤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외주 없이 혼자서 안무를 짜고 있었다.

본인이 돋보일 수도 없고, 본인 수준에서 한참 떨어지는 안무를.

나는 곡으로 외주라도 받고, 남의 팀 프로듀서라도 하면서 어떻게든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기라도 했지.

하지만 김도빈은?

코레오가 가능한 전문 댄서들이 차고 넘치는 업계에서, 그룹 안에서도 춤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2군 아이돌에게 퍼포먼스 디렉터나 안무 시안을 맡기려는 기획사는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그러졌는지조차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꼬여 버린 레브에서, 불행했던 건 오직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견하준과 류재희의 불행은 그나마 1회차부터 가까운 사이였기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도빈은 달랐다.

1회차에서도, 2회차에서도 김도빈과 나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였다. 오히려 그렇게 자주 부딪히고 으르렁대던 서예현보다도 더 멀었던 사이.

그러니 김도빈의 불행이 내 시야에 들어올 리 없었다. 신경 쓸 이유도, 여유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내가 김도빈의 불행을 내 불행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깎아 내리고 외면했던 것처럼, 김도빈에게도 내 고통은 그저 그런 일이었음을.

우리는 서로의 불행을 외면하며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무너지고 있었던 거다.

“회귀한 걸 알았을 때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요? 제가 회귀하고 2주일 동안 뭐 했는지 알기나 해요, 형은? 맨날 연습실 가서 예현이 형 댄스 연습시켰어요. 예현이 형 안 바쁠 때 조금이라도 그 형 실력 늘려 놓으려고. 예현이 형이 그때 얼마나 저한테 미안해했는지, 그나마 시간 여유 생기면 휴식 시간까지 쪼개 가면서 연습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담담했던 김도빈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 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형은 변한 게 없냐고요. 왜. 나만 간절한 거예요?”

울음 섞인 김도빈의 물음에, 무의식적으로 담뱃갑을 찾아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담배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우는 사람 달래는 건 내가 더럽게 못 하는 것 중 하나였다.

내가 울린 사람을 달래는 건 더더욱.

“…미안하다.”

내 짧은 사과에 김도빈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꾹 입술을 깨물며 참다가 결국에는 어린애처럼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는 김도빈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입가를 매만졌다.

어리다 싶으면서도, 내가 죽던 해 김도빈이 스물아홉이었단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입맛이 썼다.

내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건 데뷔 초, 아직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던 김도빈의 모습이었으니까.

우리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채로 거리감을 유지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김도빈의 히끅거림이 잦아들자, 미간을 문지르며 어떻게든 누그러진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면서 물었다.

“이상이든, 불행이든, 서로를 향한 사감이든 일단 다 제쳐두고 하나만 묻자. 너도 기억이 있다면 내가 다른 곡들 작곡한 거 다 알고 있을 텐데, 왜 하필 이었냐.”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비트나 찍어 내는 수준에서 내 힙합 솔로곡이나 만드는 사람이었다.

아이돌 곡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제대로 파고들기 시작한 건, 우리가 해체 위기를 체감하던 무명 망돌 암흑기 시절.

나는 약간의 완벽주의가 있어서,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물도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떠오르던 시점이, 마침내 내가 아이돌 곡을 작곡가로서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시기와 정확히 맞물려 있었다.

그 후로는 알다시피, 내가 곡을 가지고 갔는데도 의 빅히트에 매몰되어 버린 대표님 때문에 계속해서 튕겨졌고.

그떄는 김도빈과 서예현과의 관계는 카메라 앞이 아니면 별 대화도 하지 않을 만큼 바닥을 쳤고, 류재희는 가족 문제로 한창 힘들어했기에 견하준 말고는 함께 내 곡을 밀어붙여 줄 멤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둘만으로는 대표님의 생각을 바꾸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2회차 때는 어떻게든 <내 우주로 와> 다음 곡을 내 곡으로 해 보려고 했는데, 하필 1회차 때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슬럼프가 발목을 제대로 잡아 버렸다.

신월의 압박이 사라져서 슬럼프도 금세 해소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래서 겨우 기억을 더듬어 내며 시작했던 곡이 이었다. 이건 그래도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 정도는 쳤다.

그 이후로도 다른 그룹에 팔았던 곡들을 끌어와 활동해 보려 했지만, 레브의 분위기나 멤버들의 음색과는 딱히 맞지 않았다.

녹음 과정에서는 곡을 레브에 끼워 맞추느라 멤버들에게 해댄 윽박과 쓴소리로 인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다른 그룹에게 기회가 될 수 있었던 내 곡을 억지로 끌어와, 꾸역꾸역 재탕하는 상황 자체가 점점 버거워졌고, 그 과정에서 점차 회의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슬럼프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위험도 수치가 높아지며 시야가 붉게 물들고, 그로 인해 신경은 한층 더 날카로워져 결국엔 멤버들과의 갈등이 더 잦아지고 격해지는, 끝도 없는 악순환으로 빠져들었다.

거기에 자꾸 알테어가 동발로 견제해 오면서 레브가 주목을 막 받지도 못한 터라, 내가 ‘내 곡으로 성공할 수 있다’라는 명제에 균열이 갔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런 2회차를 지나왔기에 김도빈이 을 내밀었을 때, 이미 금이 가 있던 그 신념은 또 한 번 깊게 금이 가 버렸다.

“알아요. 형 곡이 다른 그룹에게 갔을 때 얼마나 성공했는지 잘 안다고요. 그런데… 그게 우리 그룹에게 왔을 때의 미래는 제가 장담할 수가 없었어요.”

얼굴을 흠뻑 적신 눈물을 소매로 벅벅 닦은 김도빈이 퍽 지친 얼굴로 나를 마주 보았다.

“제가 유일하게 우리 그룹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건, 제가, 아니 레브가 직접 겪어 본 단 하나의 성공인 뿐이었으니까요.”

“저도 죄송해요. 형이 가진 신념을 일부러 짓밟으려던 건 아니었어요. 보통은 회귀하면 성공을 보장하는 아이디어든 곡이든, 글이든 유행 패션이든 경제 지식이든 당연하게 가져다 쓰고 천재 소리 듣고 그러니까요. 그래서 저도… 그냥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마른세수를 하며 김도빈이 한숨을 내뱉듯 짧게 웃었다.

“생각해 보니까 다들 별 죄책감도 없이 당연하게 미래 지식이라고 가져다 써서 그렇지, 도둑질도 맞긴 맞네요. 뺏긴 당사자가 뺏긴지도 몰라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뿐이지.”

“보통은?”

“아. 웹소… 창작물에서요.”

머쓱하게 덧붙이는 김도빈의 보충 설명에, 나도 실소했다.

“별게 다 있네.”

“그리고, 형이 작곡한 으로 성공하면 이제 대표님도 형 곡만 쓸 거 아니에요. 대표님이 그 작곡가 곡 고집했던 이유가 의 성공 때문이었잖아요. 이걸로 확실히 뜨고 그 다음부터 형 곡으로 계속 가면 어떨까 싶어서….”

“그런데 너, 내 곡 알긴 아냐?”

마지막 질문에 대답 없이 뒤를 돈 김도빈은 다음 날에 악보 한 장을 더 내밀었다.

망할 새끼… 왜 하필 들고 와도 이 곡을 들고 와서…

2회차의 최고 히트곡이자 내가 레브 멤버들을 떠올리며 썼던 유일한 곡. 2회차에 써먹었던 수많은 곡들 중 유일하게 원래 주인을 찾은 곡.

헛으로 작곡한 게 아니라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아서 그냥, 실없는 웃음이 흘렀다.

속도 없이.

* * *

버그 기억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깊은 숨을 내쉬었다.

오우, 악보드로잉 뺑이 돌리길 잘했다.

물론 악보 그려 오는 고생은 나보다 김도빈이 더 하긴 했지만?

아무튼, 이 기억 하나로 1회차에서 신월 엔터가 나를 어떻게 압박했는지랑, 2회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위험도 시스템이 어떻게 내 기억을 조작질했는지도 알아냈다.

버그 기억 가성비 미쳤네.

일단 김도빈이랑은 어찌저찌 그래도 사이가 풀릴 전망이 보이기는 한 것 같고.

그런데 7회차까지 간 걸 보면 3회차도 딱히 성공적이진 않았나 보다.

하긴. 류재희가 기억 가진 회차도 실패했는데, 다크모드 김도빈이라지만 본질은 김도빈일 김도빈이랑 내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뭐가 되겠냐?

잠깐만, 그러면 나 혼자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지금은 뭐지…?

혹시 내가 사실 류재희를 뛰어넘는 지능과 계략의 소유자?

그렇구나. 나도 몰랐지만 사실 나는 대단한 놈이었구나.

갑작스럽게 얻은 깨달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침착한 김도빈이라는 환상종을 본 충격이 하도 가시지를 않아,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김도빈을 불러재꼈다.

“야, 도빈아!”

“넹? 형 작곡놀이 놀잇감 도빈이는 파업이에요. 악보 더 그려 오라는 소리는 이제 받지 않아여. 저는 자유로운 집요정이에요. 아니, 집요정이 아니라 작곡요정이라 해야 하나?”

사람이 부르는데 내려와 보지도 않고 2층 난간에서 속 편하게 상체 기대고 대답하는 꼴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저게 김도빈이지.

피식 웃으며 물었다.

“행복하냐?”

“왜 불행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온 것 같은 사람처럼 말하고 그러세요.”

저건 알고 말하는 건지 모르고 말하는 건지… 물론 ‘모르고 말하는 거다’에 한 표였다.

“레브 메인 댄서로 충분히 자부심 가질 만하냐고.”

“당연하죠!”

씩 웃은 김도빈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래, 회귀한 보람은 있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설마 다음 앨범 타이틀곡 센터 저 주려고요?”

“우리 짭막내가 하고 싶으면 시켜 줘야지.”

그 말에 김도빈은 기쁨의 난리 부르스를 치긴커녕 난간에 기대서 심각한 얼굴로 침묵하고 있었다.

“왜 그러고 있냐?”

“음, ‘누구신데 이든이 형의 몸을 차지하고 그러고 계시는 거죠?’랑 ‘대체 어떤 과거에서 돌아오신 거죠? 그 과거의 저는 대체 어떻게 됐길래?’ 중에서 고민 중이에요.”

환생종이 살짝 그리워질랑말랑하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