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8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85화
이번에도 저번 버그와 마찬가지로 글자가 깨져서 해석하기가 꽤 힘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저번에도 해석하려는 노력은 딱히 안 하긴 했다. 그냥 ‘괄호 안 숫자를 붙이고 다섯 글자이기까지 하는 것’만 보고 대충 때려 맞춘 거지.
“오늘의 즐거운 작곡 놀이는 패스하자. 형 오늘 작업할 거 있으니까 먼저 숙소 들어가 있어라.”
평소처럼 기뻐하며 당장 작업실 문을 향해 달려갈 줄 알았더니 김도빈은 나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제 정식 제자가 생겼다고 놀잇감은 뒷전인 건가요?”
“제에발 그놈의 놀잇감 소리 좀 그만 하면 안 되냐?”
버그가 나를 재촉하듯 깜빡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열이 받겠냐, 안 받겠냐.
재촉하듯 휘휘 손을 젓자 김도빈이 그제서야 미적미적 작업실을 나섰다.
다시 내 눈앞에 뜬 버그 상태창에 집중했다. 이번에도 괄호와 다섯 글자가 있긴 있었다.
‘��� ��(3�ㅊㅏ)?�근��’
이번 버그의 특이점은 기억의 파편의 나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3차? 아니, 3회차인가?
지난번 나와 함께 기억을 공유한 듯 보였던 서예현이 5회차였으니, 김도빈이 기억을 가진 회차가 그보다 앞이라면 얼추 말이 됐다.
오디 키워드 때 열렸던 서예현 관련 기억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열람했지만, 내 장례식 때 혼자 세상 풍파 다 맞은 듯 버석하기 그지없던 김도빈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손이 멈칫했다.
차분하고 어두운 김도빈이라니. 이 무슨 패스트푸드 푸드파이트 하는 서예현 같은 소리냐고.
…그렇지만 마주하긴 해야겠지.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조금의 힌트 조각이라도 얻기 위해서라면.
[‘��� ��(3�ㅊㅏ)?�근��’� �ㄹㅏㅁ���.]
멀미를 유발하는 것처럼 시야가 마구 흔들리며 속이 뒤집히는 느낌은 두 번째 겪어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
암전된 시야에 빛이 퍼져 나가며, 내 작업실이 아닌 다른 곳의 풍경이 물에 물감이 번지듯 자리를 채워 나갔다.
그곳은, 내게 더럽게 낯익고 익숙한 레브 데뷔 초의 반지하 숙소였다.
또 한 번 갑작스럽게 데뷔 초로 돌아온 지 나흘 차.
세 번째로 마주하는 빌어먹을 데뷔 초의 풍경도 이제는 감흥이 없었다.
처음 되돌아왔을 때는 어떻게든 되돌릴 기회를 얻었다는 감격스러움이라도 있었지. 그런데 홀로 기억을 가진 채로 아등바등하는데도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상당히 엿같더라.
그나마 꾸준히 연락을 이어 오던 류재희를 제외하면, 좋은 감정 하나 남지 않은 멤버들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도 고역이었다.
…뭐, 서예현과 김도빈은 레브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좋은 감정은 없었지만.
그룹 활동에 대한 미련이 있었으면 뭐 하나. 지긋지긋했던 그때와 달라진 게 없는데.
‘서예현과 화해했던 제일 중요한 기억이 지워진 건가? 하긴, 현재 위험도 시스템을 보유한 차연호도 기억의 조작이 있었다 했지. 이 위험도 시스템이 내 성공을 바라진 않았다는 게 이걸로 확실해지긴 했군.
2회차에서 신월 엔터의 문제로 공론화해서 연습생 착취 건을 터트리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신월 엔터는 또 다시 케이제이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기업 대 개인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였다.
1화차에도 겪은 것이었다. 업계 인맥을 이용한 압박과 배제, 나랑 엮인 이들을 향한 불이익, 신월 엔터와 유족들이 걸어오는 줄소송.
음악한답시고 부모님 속 뒤집어 놓고 결국 마주하게 된 결과가 이런 거라, 쪽팔리고 죄송해서라도 아버지께 손을 빌리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그룹에 소속되어 있던 2회차도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었다.
중소 기획사 소속의 원 히트 원더 그룹, 거기다 가장 유명한 멤버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멤버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그런 그룹은, 대형 기획사가 언론플레이나 여론 조성, 공동 출연 거부 같은 출연 압박, 방송 인맥을 통한 섭외 우선 순위 밀어내기 등으로 짓밟기 쉬운 상대이기도 했다.
2회차의 인지도로도 신월이 레브와 LnL을 짓밟으려 들 경우, 방어해 낼 방법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2회차의 나는 이번에는 끝까지 레브에 남아 있겠다는 다짐을 버리고 그룹을 탈퇴했다. 그 좆같은 보복을 감당하는 건 나만으로 충분했으니.
그리고 탈퇴한 지 한 달 후에 다시 돌아왔다. 데뷔 초로.
다시 바꿔 볼 기회인지, 아니면 똑같은 운명의 수레바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3회차의 시작이었다.
시작인데…
똑같다.
그래, 지겹도록 똑같았다.
내가 윽박지르면 도끼눈을 치켜뜨고 덤벼드는 서예현,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우리를 말리는 견하준,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류재희.
‘이런 젠장, 서예현이랑 오디랑 맥주 퍼먹으면서 화해했던 기억만 남겨 줬어도 숙소 분위기 존나 화기애애 꽃밭 돼서 7회차까지 뺑이 칠 일도 없었겠다.’
그런데-
단 하나가 달랐다.
류재희와 함께 움츠러들어 눈치를 보고 있어야 할 김도빈이 이상했다.
가라앉은 표정으로 때때로 비소를 내뱉거나 한숨을 쉬는 모습, 그리고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지금의 태도는, 나만 보면 겁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를 보며 눈동자를 굴리다가도 슬슬 기어오르던 기억 속 김도빈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첫 번째는 물론이고 2회차에서도 내 기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여 줬던, 그래서 도무지 정이 갈래야 갈 수가 없었던 김도빈이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마주한 균열이었다.
내가 김도빈을 가늠하고 있는 동안, 김도빈 역시 이따금씩 나를 가늠하는 눈빛으로 조용히 관찰했다.
예전처럼 눈치를 보는 것과는 분명히 결이 다른 눈빛이었다.
‘설마’하는 정도의 의심이었던 내 추측을 사실로 굳혀준 건, 어느 날 김도빈이 불쑥 내민 악보 한 장이었다.
받아 든 악보를 천천히 훑다가, 멈칫했다.
처음에는 이 시간대의 김도빈이 이 곡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당황, 두 번째는 이 새끼도 회귀했구나 하는 확신, 그리고 세 번째는…
하-
짧은 실소가 절로 터져 나왔다.
“너 지금 나 약 올리냐?”
나한테 다른 곡도 아닌 을 들이민 것을 향한 분노.
레브의 최고 히트곡이자 레브 멤버들의 인생을 바꾼 곡이기도 했지만, 내 모든 기회를 앗아간 것이나 다름없기도 한 애증의 곡을 김도빈은 내게 내밀었다.
마치 나한테 이 곡으로 또 다시 레브의 운명을 바꿔 보라는 것처럼.
내가 살기 어린 눈초리로 저를 노려보고 있어도, 김도빈은 움츠러들긴커녕 무심한 시선으로 나를 마주했다.
“역시 형도 회귀한 게 맞나 보네요. 변한 게 없어 보여서 이제까지 확신은 못 했는데.”
“그래서, 나도 회귀했는지 떠보려고 이딴 곡을 나한테 들이밀었냐?”
꾸깃-
갈기갈기 찢어 바닥에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으며 악보를 꾹 쥐자 종이가 내 손아귀에서 형편없이 구겨졌다.
내 손에 금방이라도 바닥에 내팽겨질 듯 아슬아슬하게 들려 있는 악보를 의미 모를 표정으로 보던 김도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단지 떠보려는 의도였으면 이렇게 정성 들여서 악보를 그려 오지도 않았겠죠.”
솔직히 말해서 딱히 정성 들여 그린 것 같지는 않았다.
‘아, 그건 인정. 내가 정말 많이 성장시켜 놨군.’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 눈치 보며 살아가다 보니 나날이 느는 건 눈치뿐이더라고요.”
픽 웃은 김도빈이 내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낯선 열여덟 살의 얼굴과 익숙한 스물다섯 살의 눈을 하고.
“형은 을 맨날 좆같은 곡이라고 욕하긴 했어도, 정작 대표곡 물어보면 꼭 그 곡을 말했잖아요. 인정하긴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말끝 흐리는 고집으로.”
놀랍게도 김도빈은, 이 내게 있어서 애증의 곡이라는 걸 아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내 특유의 자존심 구겨진 수긍도.
“그러니까 차라리 을 형 곡으로 만들라는 거예요.”
“뭔 소리야?”
“모두에게 소중했던 곡이니까. 형 혼자만 애정과 증오 사이에서 방황하지 말라고요.”
제 딴에는 나를 생각해서 내건 제안이겠지만, 내 곡이 곧 내 자존심이자 내 자아였던 나로서는 김도빈의 마음이 온전히 와닿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형이 그 곡을 작곡한다면, 형 본인 곡으로 레브를 띄우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는 게 가능하잖아요.”
김도빈의 그 말 한 마디에 직감했다.
나와 함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들, 김도빈은 결코 이번 회차에서의 내 이해자도 조력자도 되지 못하겠구나.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리며 짓씹듯이 으르렁거렸다.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데. 작곡가 이름 택갈이만 한다고 해서 그게 진짜 내 곡이 되냐?”
그런 식으로 남의 결과물을 가로채면 대체 내가 신월 엔터 놈들과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
“그딴 짓으로 내가 만족할 거 같아? 그딴 짓으로 내가 뭘 얻겠냐고.”
“죄송한데, 형 이상을 실현시키는 것보다 전 당장 제 삶부터 바꾸고 싶어요.”
하나도 죄송하지 않은 얼굴로 김도빈이 말했다.
“지금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레브가 성공해서 저희의 무명 생활을 최대한 빠르게 탈출하는 거예요.”
그 말은 꼭, 내 자존심이나 예술혼 같은 건 지금 자기한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들렸다.
“저한테 은 ‘확정된 성공’이거든요. 불확실한 미래에서 유일하게 제가 믿을 수 있는 성공한 곡이요.”
‘저 생각없는 오타쿠 짭막내 자식은 나한테 사감 없을 때도 저렇게 생각했다니까? 나 긁으려고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니라니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겨우 너한테 중요한 거 이루자고 내 소망을, 신념을 포기하라고? 네가 대체 뭘 잃었는데!”
악에 받쳐 김도빈의 멱살을 잡고 윽박지르자 김도빈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나를 바라봤다.
“형은 항상 형 불행만 먼저고, 다른 사람 불행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죠.”
말을 잇기 전, 김도빈은 가늘게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감정이 차오른 거 같지만, 그래 이상하리만치 담담한 어조였다.
“형만 힘들었다고, 형만 포기할 게 많았다고, 형만 레브에, LnL에 갇혀서 자기 재능을 못 펼쳤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형?”
잠시 고개를 숙였던 김도빈이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붉어진 눈가에 미세하게 떨리는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김도빈이 그동안 꾹꾹 눌러 담고 있던 말을 토해 냈다.
“저, 레브 메인댄서예요. 단 한 번도, 춤으로 돋보인 적 없는 메인댄서요.”
지독히도 냉소적인 눈을 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