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8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84화

Ground Game – G-TE, 니지어스, CHENO, 프락션, REKZ

다섯 조 중, 유일한 인원 다섯 명 조. 5분 가까이 되는 곡.

비트는 내가 찍은 거니까 당연히 좋지만, 비트가 좋은 만큼 디메리트도 상당했다.

중간 점검에서 그 디메리트를 줄이기는커녕 더욱 부각시키며 고스란히 안고 있었던 곡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오.”

곡을 듣고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중간 점검 때 끔찍한 악몽 같았던 곡이 세상에 내놓아도 욕은 먹지 않을 만한 곡으로 제법 탈바꿈해 있었다.

때려 박듯 꽂히는 니지어스의 도입부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완전히 갈아엎은 훅 부분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임팩트를 빡 주며 곡 길이에서 오는 지루함을 덜어 주었다.

길고 지루했던 훅을 임팩트만 살리고 짧게 줄이자, 곡 길이도 5분 이내로 줄어들어 리스너들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이건 아마 시즌 4 때 다섯 명 조를 경험했던 최형진이 잘 조정한 것 같다. 당시에는 길어서 지루하다는 평이 주류였으니.

하지만 따로 칭찬은 안 해 줄 것이다. 본선도 아직 안 갔는데 최형진이 콧대가 높아지면 안 되지 않겠는가.

을 다 듣자마자 지원이 형한테 문자가 도착했다. DTB 프로듀서답게 음원 사이트에 풀린 음원을 나오자마자 모두 들은 모양이었다.

[지원이형- 음원 들었냐?]

[지원이형- 어쩌든? 중간점검보다는 나아졌든?] 오전 12:11

[지원이형- 내가 들어보니까 지테 조 상당히 괜찮던데? 이번 조별미션 투톱이던데 거의?] 오전 12:12

거의 새로 태어난 수준으로 탈바꿈하긴 했지만, 그래도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에 100점 만점에 93점 정도를 주기로 했다.

방송을 보니 조원들이 아주 개성과 자기주장이 넘치던데, 그런 인간들을 끌고 이만큼 해낸 건 칭찬해 줄 만 했다.

[그래도 킬링비트보다는 못하네요ㅋㅋ]

[ㅇㅈ?] 오전 12:13

[지원이형- 비교할 걸 비교해라 짜샤ㅋㅋㅋ]

[지원이형- 쟤네는 준프로고 너는 프로고] 오전 12:15

지원이 형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시시덕거리면서 다른 조의 음원들도 하나씩 차근차근 들어보았다.

BACK 2 BACK- HYEQ, 유피, O.DEN, 버그킴

Southpaw – SYRA, REZZA, 타래, 404JIN

CODE GREY – 크래즈노, P.M.R, 백언도, 락현

샷건 – ZAYD, 도한, 릴쏘울, E.LI5

유피는 이번 조별 미션에서 시즌 4 때처럼 조장을 맡아 괜히 이미지를 깎아 먹지 않고, 대신 존경 메타로 밀고 나간 HYEQ의 팀으로 들어갔다.

물론 최형진과의 디스전에서 파이트 머니를 거하게 털리고 2차 디스전에서도 이기긴 했지만, 파이트 머니 보유 금액 TOP 5 안에 들 정도로는 회복하지 못했기에 조장을 맡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HYEQ 팀을 택한 유피의 선택은 오히려 그에게 호재로 다가왔다.

HYEQ이 워낙 아집이 세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준 탓에, ‘시즌 4 때 같은 실수를 했던’ 유피가 중간에서 능숙하게 의견을 조율하며 조장인 HYEQ 대신 팀의 방향을 주도하게 되었고, 그 모습은 오히려 HYEQ보다 유피에게 더 많은 주목이 쏟아지게 만들었다.

확실히 왜 회귀 전 유피가 시즌 4에서 그렇게 인기를 끌며 스코언을 제치고 우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하필 시즌 4에서 나를 만나 버려서 유피의 첫 꿈과 계책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어 버렸지만.

곡 역시 국힙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HYEQ의 스타일에 요즘의 트랜디함이 더해져 꽤 좋았다. 비트가 너무 무난한 게 이 조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비트만 받춰 줬으면 곡이 더 확 살았을 텐데.

Southpaw. 왼손 복서, 즉 비주류를 뜻하는 단어를 곡 제목으로 내세운, 여성 래퍼들만 세 명이 있는 SYRA 조의 미션곡은 벌스는 다 좋은데 훅이 약해서 그 점이 좀 아쉬웠다.

넷 중 유일한 주류라 벌스에 쓸 말이 딱히 없는 404JIN에게 훅을 맡긴 거 같은데, 404JIN이 훅을 못 살려서 그게 오히려 악수가 된 것 같다.

나머지는 뭐, 그냥 딱히 주목받을 점 없이 무난무난 하고.

다섯 곡 중 1등은 아마 과 , 이 두 곡의 대결일 것 같았다. 이제 대중들이 평가하는 음원 차트에서 어떤 곡이 앞서 치고 나갈지가 관건이었다.

흠, 이건 나조차도 쉽게 판단은 못 할 것 같은데.

* * *

덕분에, 이해원과의 일대일 작곡 수업 커리큘럼도 하나 생겼다.

“어제 풀린 DTB 조별 미션 음원 들었어?”

“네, 다섯 곡 다 들었어요.”

최형진네 조가 100%를 뽑아냈다면 “중간 점검 때 이랬던 걸 피드백 받고 이렇게 살려 냈다”고 좋은 예시로 짚고만 넘어갔을 텐데, 93%만 살린 덕분에 아주 훌륭한 수업 자료가 되어 주었다.

“이 내가 찍은 비트거든? 자, 이게 비트야. 그러면 10분 줄 테니까 에서 아쉬운 곳들을 짚어 봐.”

이해원은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정확히 짚어 냈고, 그 지점을 함께 보완하고 수정까지 해 보는 등 오늘 수업은 제법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렇게 두어 시간, 김도빈이 작업실 문을 벌컥 열고 등장하며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형, 저 왔어요!”

“벌써 시간 그렇게 됐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네.”

“그러니까요. 오늘 진짜 재미있었어요.”

밝게 웃으며 내 말에 동조한 이해원이 이만 가 보겠다며 꾸벅 허리를 숙이고 내 작업실을 나섰다.

작업실 문이 닫히자마자 김도빈이 “흐음-” 하고 짧은 비음을 흘렸다.

“쟤 좀 긴장감이 사라진 거 같은데요? 이전보다 훨씬 편해 보여요. 저번에 만났을 때는 하도 움츠러들어 있어서 형이 얼마나 갈궜으면 저러나 했는데.”

“왜 원인을 나한테서만 찾아? 걔가 멘탈이 약하다는 생각은 안 하냐?”

“잠긴 연습실 문 따고 와서 그 귀신 나올 것 같은 어두컴컴한 곳에서 울고 있는 것부터 보통 멘탈은 아니잖아여.”

“나 참, 우는 것부터 멘탈 약한 거지.”

“그건 형이 탈인간급 멘탈의 소유자라 그런 거고요.”

“됐고, 숙제 다 해 왔지?”

오늘까지 끝내지 않으면 앞으로 재미없을 줄 알라는 내 으름장 때문인지, 김도빈은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가장한 버그 발생 프로젝트)를 마무리해 왔다.

“한 장씩 건네줘 봐.”

“그런데 왜 형은 꼭 이거 받을 때 서서 한 장씩 받아요?”

“다 이유가 있어, 인마. 묻지 마.”

당연히 뭉텅이로 받으면 버그가 안 나타날 것 같으니까 그러는 거다. 회귀 전 김도빈이 아무리 흑화했더라도 이렇게 스무 개씩 악보를 줬을 것 같지가 않았다.

마지막 악보까지 모두 받았지만 버그는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조금 허무해졌다.

뭐가 문제지. 회귀 전 당시에 내가 작곡한 곡들은 다 쓸어모아서 김도빈한테 악보를 그려 오라고 시켰는데.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내 시야가 아닌 김도빈의 시야에서 그 상황을 이해해 보는 거다.

“자, 도빈아. 네가 만약에 데뷔 초로 돌아갔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렇다고 내가 김도빈이 될 필요는 없고, 김도빈에게 상황을 이해시켜서 답변을 얻어내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내가 첫 소절을 내뱉자마자 김도빈은 경악하며 고개를 저어 댔다.

“네에? 지금 이렇게 대상 받고 성공한 상황에서 갑자기 데뷔 초로 돌아가서 벽지에 곰팡이 다 피고 화장실이랑 방이랑 거실이랑 싹 다 좁아 뒤질 것 같았던 그 반지하 숙소랑 내우주 스X지복이랑 악귀 들렸던 형이랑 인맥경영 상가 3층 사무실 LnL이랑 그 살벌했던 저희 그룹 초기 분위기를 다시 겪으라고요?”

나는 몇 번을 겪었어, 인마!

겨우 상상만으로도 기겁을 하는 유리 멘탈 김도빈을 붙들고 계속해서 지금은 그 상황이라고 세뇌를 시켜 댔다.

드디어 김도빈이 6년 차 아이돌 자아를 내려놓고 갓 데뷔한 1년 차 아이돌로 자아를 정립하자, 2·3·4회차 중 한 회차에서 기억을 지녔을 김도빈이 그때 마주했을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내우주로 데뷔곡이 나온 상황이고, 후속곡을 로 밀 수도 없는 상황이야. 그러면 너는 어떻게 해야 해?”

“저는 미래 지식이 다 있는 상태인 거죠?”

고개를 끄덕이자 김도빈이 한 치의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러면 당연히 레브 최고 히트곡을 열심히 악보 그려서 형한테 짠, 내밀죠. 이걸로 다음 곡 가자고.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레브 다른 곡들도 차례차례 풀어서 형들이랑 재희한테 ‘레브의 구원자’ 소리를 듣는 거죠!”

내 곡인데 구원자 소리는 왜 네가 들어, 인마? 이거 웃기는 놈일세. 절도죄야, 그거. 김도빈이 이 그룹의 회귀자가 아닌 게 정말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곡 만드는 고생은 내가 다 하고 생색만 김도빈이 다 낼 뻔했네.

“만약 그 최고 히트곡이 내가 아니라 다른 작곡가가 작곡한 거라고 해도?”

내 물음에 김도빈이 뒷머리를 머쓱하게 쓸어올리며 대답했다.

“형 방식대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형도 뭔가 레브 최고 히트곡은 자기가 작업한 곡인 걸 바랄 거 같아서… 그리고 일단 우리 최고 히트곡이면 우리가 그 곡으로 성공한다고 미래가 보장되어 있잖아요.”

회귀 전, 1회차, 아무튼 그 당시 레브의 최고 히트곡은-

‘…’

왜 나는 김도빈이 무조건 내 곡을 가져왔으리라고 생각했을까.

내 장례식에서조차 그렇게 무미건조하던 김도빈이 다시 만난 나를 배려하고 신경 썼을 리도, 서예현만큼 섬세하지 않은 김도빈이 에 담겨 있는 내 미련을 알아차렸을 리가 없는데.

물론 그때의 김도빈이 가져온 악보가 이라는 게 100% 확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해 볼 만은 했다.

이게 마지막 시도다. 더 악보 써오라고 시킬 곡도 없다. 회귀 전 김도빈이 내 습작물을 알고 있지는 않을 것 아닌가.

문제는, 내가 이전에 알테어가 으로 컴백했을 때 마지막 미련을 담아 만든 회귀 전 버전을 지워 버려서 다시 작곡해야 한다.

이런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삭제 안 했지.

그래도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던 터라, 다시 을 레브 회귀 전 버전으로 다시 구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루 만에 작업을 마치고, 김도빈에게 악보를 그려 오라는 이제는 익숙한 숙제 통보와 함께 음원 파일을 전달했다.

“엥? 이거 알테어 이잖아요. 그런데 이 버전, 예전에 형이 한 번 들려 줬던 거 아니에요? 더 구리게 막 변경한 남의 곡을 이렇게 학습용으로 써도 되는 건가요.”

“내일까지.”

“시간 좀 더 주시면 안 돼요? 하루는 너무 짧은데요.”

“완벽하게 그려 올 필요는 없어. 대충 그려와.”

그리고 또 하루 뒤.

떨리는 손과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김도빈이 내미는 악보를 건네받았다.

붉게 물드는 시야와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안도감이 나를 덮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