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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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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5화(557/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5화
최초 공개 곡이기도 한 첫 축가를 완벽하게 마치고 다음 노래로 들어가기 전, 짧은 토크 타임을 가졌다.
이벤트를 준비한 보람이 200% 느껴지는 그 격렬한 반응은 둘째치고, 얼굴을 주성이 형 SNS 프로필 사진으로만 접했던 형수님이 내 이름을 너무나도 친숙하게 부르던 걸 들어서 도저히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데이드림이세요?”
형수님이 그 질문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래퍼 여친이 아이돌 팬일 수도 있는 거임?
잠깐 당황했지만 프로답게 능글맞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멘트를 내뱉었다.
“오늘 멤버들 없이 저만 왔으면 형수님 섭섭하실 뻔했네요. 아, 기왕 레브 다 온 김에 여쭤보는데, 누구를 제일 좋아하세요?”
“올팬!”
“굳이 한 명만 꼭 골라야 한다면?”
지목받은 멤버한테 결혼 축하 멘트를 넘기려고 묻자, 형수님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켰다.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힙합보다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주성이 형과 사귀시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었던 거다. 형수님 마음속 깊은 곳에선 힙합이 존재했구나!
그런데 왜 제가 최애라면서 시선은 자꾸 서예현을 향하는 겁니까. 그래서 서예현이 최애인 줄로 오해했잖아요.
최애는 최애고 서예현은 서예현이다, 이겁니까.
“결혼 축하드려요. 늘 행복한 순간들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부드럽게 웃으며 축사 멘트를 하고 나자, 크루 형들 테이블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갔다. 역시나 소리 죽인 음소거 웃음이 터진 상태였다.
뻔하다.
하필 남편의 전 남친을 제일 좋아하냐고, 이게 무슨 비극적인 삼각관계냐고 하고 있겠지.
형수님도 그렇고, 축가를 맡긴 주성이 형 또한 무척 감동받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에 안심하고, 준비해 온 다음 무대를 시작했다.
“한 곡으로는 끝내기 아쉬우니까 레브 곡 한 곡만 더 부르고 내려가겠습니다. 음악 주세요!”
바뀐 곡에 맞게 대열을 맞추어 서자 경쾌한 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푸른 하늘과 사방이 꽃으로 장식된 야외 예식장과 정말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하객석에서 들려오는 호응과 박수 소리는 마음 놓고 무대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우리 앞에서 제일 열정적으로 호응하는 형수님의 박수 소리가 제일 컸다. 손이 아프지 않으실까 내가 다 걱정될 정도였다.
주성이 형도 감동받은 표정으로 열심히 앞에서 박수를 쳐 줬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주성이 형이 아이돌 곡에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축가 공연을 마무리하고, 계속 스크린과 천 뒤에 숨어서 스탠바이 하고 있던 그 간이 무대를 드디어 벗어나 하객석에 앉았다.
몰래 입장할 수 없어서 리허설부터 쭉 대기하고 있었던 탓에, 결혼식장에서는 처음 마주한 크루 형들이 축가 무대에 대한 평을 늘어놓았다.
“야, 무섭다. 전 남친 결혼식 축가를 너튜브에 평생 끌올될 수준으로 불러서 절대 못 잊게 하려고.”
“인간적으로 이제 유부남이랑 엮지 맙시다. 누굴 골로 보내려고.”
“그런데 진짜 연출 멋있긴 하더라. 곡도 좋고. 뭔 곡이냐?”
“제 자작곡이요.”
“이든아, 형이 결혼해도 이렇게 축가 공연해 줄 거지?”
“일단 여친부터 사귀쇼.”
반지 교환식을 마지막으로 식이 끝나고, 단체 사진 촬영 시간이 다가왔다. 이때부터는 대기의 연속이었다.
지인들 단체 사진에서 신랑 측에 서서 한 번 찍고, 신부와 레브 조합으로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주성이 형 처제분도 우리 팬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포토 타임을 가졌다.
우리 차례의 단체 사진을 다 찍은 후에는 크루 형들이랑 멤버들이랑 다 같이 피로연장으로 향했다.
“아, 맞다. 막내야, 식권 받아라.”
용철이 형의 말에, 옆에 있던 류재희가 반쯤 팔을 내밀다가 후다닥 거두었다. 평상시에 이름보다 막내라는 말을 더 자주 듣고 살아서 막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반응한 모양이었다.
용철이 형도 그런 류재희를 봤는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걸치며 류재희한테 말했다.
“그쪽 막내가 아니라 우리 크루 막내.”
류재희의 빨갛게 달아오른 귀 끝을 발견하고 곧바로 류재희의 어깨를 감싸며 우리 막내 쉴드를 발동했다.
“아, 형은 왜 우리 막내를 민망하게 만들고 그래. 그런 건 못 본 척 그냥 넘어가 주는 거야.”
“어쭈? 너도 거기에선 형이다 이거지?”
막내였던 내가 형 앞에서 어른스러운 형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어색했는지 용철이 형이 괜히 내게 가볍게 헤드록을 걸었다.
피로연장에 도착하자 테이블마다 카드가 꽂혀 있어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크루 형들, 그리고 멤버들로 테이블이 꽉 찼다. 뷔페식이 아니라 코스 요리식이라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편했다.
물론 샐러드만 가져와 먹지 못하고 주는 대로 먹어야 할 위기에 처한 서예현은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자, 여기는 알지?”
멤버들한테 먼저 크루 형들을 소개해 주고, 크루 형들한테 멤버들 소개는 한 마디로 퉁쳤다.
말하지 않아도 레브 멤버 정도는 다 알고 있지 않느냐는 자신감이었다.
다행히 아이돌에 딱히 관심 없는 형들도 우리 멤버들을 다 알긴 했다. CF 틀면 나오는 인간, 히트쳤던 드라마 나온 배우, 트트블 고정멤, 에서 준우승한 가수로.
“이든이 형이 맨날 하던 말이, 자기는 크루에서 굉장히 빠릿빠릿하고 말 잘 듣는 막내였다는데, 진짜예요?”
그룹의 막내로서 내 막내 경험담을 제일 많이 들었던 류재희는 고증 확인이라도 하듯이 크루 형들에게 내 과거를 물어보고 있었다.
“와, 진짜 금시초문.”
“아니야, 얘가 뺀질뺀질하긴 했어도 말은 잘 들었어. 형들을 향한 존경… 은 없어도 일단 경로 우대 정도는 해 주겠다는 태도?”
“맞아, 배달 음식 시키면 음식 세팅 딱딱 하고. 쓰레기도 딱 버리고 오고. 기본은 했어, 이든이가.”
내가 그랬던가. 식전 드링크를 마시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이든이 형도 그때는 귀여웠어요?”
류재희의 다음 질문에 크루 형들의 얼굴이 모두 단번에 떨떠름해졌다. 너무나 파악 가능한 무언의 답변이었다.
“얘가 귀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 솔직히. 열다섯 살 때부터 키가 이렇게 커 가지고, 그때부터 우리랑 눈높이가 맞았다니까. 그리고 갑자기 또 훅 올라가. 우리는 다 커서 이제 클 것도 없는데 자기 혼자 성장기라고 훅 커. 눈 깜빡하면 크는 대나무였어, 아주.”
“그래도 그때 젖살은 남아 있었잖아. 젖살 빠지고 본격적으로 더 징그러워졌지, 어후.”
“젖살? 젖살이 있으면 뭐해. 이미 변성기 와서 목소리는 걸걸한데. 귀여운 대한민국 중 2 남학생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냐?”
응, 그렇게 말해 봤자 아직 애새끼 티 안 빠졌다고 형들이 내 머리 헤집던 거 정도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빠직하며 반박하는 대신 다른 말을 반박할 겸, 심드렁하게 휴대폰을 들어 올려 류재희의 열일곱 살 사진을 사진첩에서 찾아서 보여주었다.
“귀여운 대한민국 고 1 남학생은 존재하는데.”
“악, 형! 제발…! 왜 갑자기 뜬금없이 제 자랑을 하시는 거예요…!”
류재희가 필사적으로 내 팔을 내리려 했지만 이미 형들은 그나마 귀여웠던 열일곱 살 시절 류재희의 사진을 구경 중이었다.
“여기랑 동일인이야? 완전 역변했다. 아니, 안 좋은 뜻의 역변이 아니라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고.”
“이랬으면 우쭈쭈해 줄 맛 났겠다. 우리 막내는 이런 적이 없었잖아.”
“잠깐만, 나 옛날 사진 있어. 얘는 이랬어.”
본인 휴대폰을 쓱쓱 내리던 기정이 형이 갑자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이제 내가 류재희가 내게 하던 행동을 기정이 형한테 하게 되었다.
“으아악! 잠깐만, 형! 아니, 이건 아니죠!”
삐딱하게 웃으며 뻐큐를 날리는 허세 가득한 내 학창 시절 사진이 기정이 형의 폰에 박제되어 있었다.
아니, 저때의 나는 앞머리에 젤을 왜 저렇게 처발라서 올린 거야? 저 머리가 정말로 저때는 멋있어 보였나? 저 후드는… 와, 진짜 오랜만이다. 저때는 저게 나름 최신 유행 템이었는데.
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려 폭소하는 서예현과 류재희, 사진을 보고 눈을 깐 김도빈, 그리고…
“오… 뉴본 때는 철이 많이 든 거였구나.”
견하준의 담백한 감탄사에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 뉴본에서는 솔직히 미래를 향한 염려 때문에 허세 집어치우고 정신 차렸다고.
“진짜로 귀엽진 않네요. 그냥 젖살 좀 있는 이든이 형이네요.”
“와, 진짜 중2병 같다. 중2병의 정석이다.”
“나만 무서워…? 저렇게 생긴 형들이 골목에서 삥 뜯었는데. 저것보다 못생기기고 덜 무섭긴 했는데, 대체로 저런 표정과 저런 헤어스타일, 저런 패션…”
류재희, 서예현, 김도빈도 차례로 사진 감상평을 내뱉었다.
저 사진이 아직까지 인터넷에 돌아다니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정이 형의 의리를 느낄 수 있었다.
내 과거 사진을 멤버들 앞에서 까 리더의 권위를 손상시킨 형들은 계속해서 내 권위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는 행동이 귀여웠느냐- 하면… 하도 겉멋 든 질풍노도의 시기라 겸손을 주입시켜 주려고 노력했지, 우리가. 주입된 겸손이 너무 지나쳤는지 애가 몇 년 만에 언더에서 탈주를 해 버렸지만.”
“맞아, 맞아. 막내가 갑자기 나한테 와서 “형, 저 아무래도 래퍼가 아니라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는 거야. 자기 랩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형들이 계속 하는 말을 들으니까 자기는 여기에서 성공을 못할 것 같대. 그래서 내가 “뭐하게, 공부하게?”했더니, 아니 자기는 공부는 도저히 못 하겠고 아이돌을 한대, 갑자기.”
“엥, 그래서였어?”
“뒷이야기 더 있어. 뒷이야기가 더 기가 막혀. 그래서 왜 하필 아이돌이냐고 물어봤거든? 아니, 너무 뜬금없잖아. 너 그 지금처럼 힙합뽕 찬 상태로 아이돌 도전하면 네가 힘들다. 아이돌을 하고 싶은 명확한 이유가 너한테 있냐. 이러니까 얘가 뭐라 한지 알아?”
잠깐의 침묵으로 긴장감과 기대감을 조성한 상열이 형이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내 말을 엄숙한 표정으로 재현했다.
“자기의 성공이 랩으로는 불확실한데 얼굴로는 확실하대.”
하… 집에 가고 싶다. 밥 먹지 말고 축가만 부르고 숙소로 갈걸.
나온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배를 잡고 웃고 있는 멤버들을 보며 아주 간절히 드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때 아닌 추억팔이로 신난 형들의 내 과거 흑역사 까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 진짜 집에 갈걸.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5화(557/57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55화

최초 공개 곡이기도 한 첫 축가를 완벽하게 마치고 다음 노래로 들어가기 전, 짧은 토크 타임을 가졌다.

이벤트를 준비한 보람이 200% 느껴지는 그 격렬한 반응은 둘째치고, 얼굴을 주성이 형 SNS 프로필 사진으로만 접했던 형수님이 내 이름을 너무나도 친숙하게 부르던 걸 들어서 도저히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데이드림이세요?”

형수님이 그 질문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래퍼 여친이 아이돌 팬일 수도 있는 거임?

잠깐 당황했지만 프로답게 능글맞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멘트를 내뱉었다.

“오늘 멤버들 없이 저만 왔으면 형수님 섭섭하실 뻔했네요. 아, 기왕 레브 다 온 김에 여쭤보는데, 누구를 제일 좋아하세요?”

“올팬!”

“굳이 한 명만 꼭 골라야 한다면?”

지목받은 멤버한테 결혼 축하 멘트를 넘기려고 묻자, 형수님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켰다.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힙합보다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주성이 형과 사귀시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었던 거다. 형수님 마음속 깊은 곳에선 힙합이 존재했구나!

그런데 왜 제가 최애라면서 시선은 자꾸 서예현을 향하는 겁니까. 그래서 서예현이 최애인 줄로 오해했잖아요.

최애는 최애고 서예현은 서예현이다, 이겁니까.

“결혼 축하드려요. 늘 행복한 순간들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부드럽게 웃으며 축사 멘트를 하고 나자, 크루 형들 테이블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갔다. 역시나 소리 죽인 음소거 웃음이 터진 상태였다.

뻔하다.

하필 남편의 전 남친을 제일 좋아하냐고, 이게 무슨 비극적인 삼각관계냐고 하고 있겠지.

형수님도 그렇고, 축가를 맡긴 주성이 형 또한 무척 감동받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에 안심하고, 준비해 온 다음 무대를 시작했다.

“한 곡으로는 끝내기 아쉬우니까 레브 곡 한 곡만 더 부르고 내려가겠습니다. 음악 주세요!”

바뀐 곡에 맞게 대열을 맞추어 서자 경쾌한 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푸른 하늘과 사방이 꽃으로 장식된 야외 예식장과 정말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하객석에서 들려오는 호응과 박수 소리는 마음 놓고 무대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우리 앞에서 제일 열정적으로 호응하는 형수님의 박수 소리가 제일 컸다. 손이 아프지 않으실까 내가 다 걱정될 정도였다.

주성이 형도 감동받은 표정으로 열심히 앞에서 박수를 쳐 줬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주성이 형이 아이돌 곡에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축가 공연을 마무리하고, 계속 스크린과 천 뒤에 숨어서 스탠바이 하고 있던 그 간이 무대를 드디어 벗어나 하객석에 앉았다.

몰래 입장할 수 없어서 리허설부터 쭉 대기하고 있었던 탓에, 결혼식장에서는 처음 마주한 크루 형들이 축가 무대에 대한 평을 늘어놓았다.

“야, 무섭다. 전 남친 결혼식 축가를 너튜브에 평생 끌올될 수준으로 불러서 절대 못 잊게 하려고.”

“인간적으로 이제 유부남이랑 엮지 맙시다. 누굴 골로 보내려고.”

“그런데 진짜 연출 멋있긴 하더라. 곡도 좋고. 뭔 곡이냐?”

“제 자작곡이요.”

“이든아, 형이 결혼해도 이렇게 축가 공연해 줄 거지?”

“일단 여친부터 사귀쇼.”

반지 교환식을 마지막으로 식이 끝나고, 단체 사진 촬영 시간이 다가왔다. 이때부터는 대기의 연속이었다.

지인들 단체 사진에서 신랑 측에 서서 한 번 찍고, 신부와 레브 조합으로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주성이 형 처제분도 우리 팬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포토 타임을 가졌다.

우리 차례의 단체 사진을 다 찍은 후에는 크루 형들이랑 멤버들이랑 다 같이 피로연장으로 향했다.

“아, 맞다. 막내야, 식권 받아라.”

용철이 형의 말에, 옆에 있던 류재희가 반쯤 팔을 내밀다가 후다닥 거두었다. 평상시에 이름보다 막내라는 말을 더 자주 듣고 살아서 막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반응한 모양이었다.

용철이 형도 그런 류재희를 봤는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걸치며 류재희한테 말했다.

“그쪽 막내가 아니라 우리 크루 막내.”

류재희의 빨갛게 달아오른 귀 끝을 발견하고 곧바로 류재희의 어깨를 감싸며 우리 막내 쉴드를 발동했다.

“아, 형은 왜 우리 막내를 민망하게 만들고 그래. 그런 건 못 본 척 그냥 넘어가 주는 거야.”

“어쭈? 너도 거기에선 형이다 이거지?”

막내였던 내가 형 앞에서 어른스러운 형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어색했는지 용철이 형이 괜히 내게 가볍게 헤드록을 걸었다.

피로연장에 도착하자 테이블마다 카드가 꽂혀 있어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크루 형들, 그리고 멤버들로 테이블이 꽉 찼다. 뷔페식이 아니라 코스 요리식이라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편했다.

물론 샐러드만 가져와 먹지 못하고 주는 대로 먹어야 할 위기에 처한 서예현은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자, 여기는 알지?”

멤버들한테 먼저 크루 형들을 소개해 주고, 크루 형들한테 멤버들 소개는 한 마디로 퉁쳤다.

말하지 않아도 레브 멤버 정도는 다 알고 있지 않느냐는 자신감이었다.

다행히 아이돌에 딱히 관심 없는 형들도 우리 멤버들을 다 알긴 했다. CF 틀면 나오는 인간, 히트쳤던 드라마 나온 배우, 트트블 고정멤, 에서 준우승한 가수로.

“이든이 형이 맨날 하던 말이, 자기는 크루에서 굉장히 빠릿빠릿하고 말 잘 듣는 막내였다는데, 진짜예요?”

그룹의 막내로서 내 막내 경험담을 제일 많이 들었던 류재희는 고증 확인이라도 하듯이 크루 형들에게 내 과거를 물어보고 있었다.

“와, 진짜 금시초문.”

“아니야, 얘가 뺀질뺀질하긴 했어도 말은 잘 들었어. 형들을 향한 존경… 은 없어도 일단 경로 우대 정도는 해 주겠다는 태도?”

“맞아, 배달 음식 시키면 음식 세팅 딱딱 하고. 쓰레기도 딱 버리고 오고. 기본은 했어, 이든이가.”

내가 그랬던가. 식전 드링크를 마시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이든이 형도 그때는 귀여웠어요?”

류재희의 다음 질문에 크루 형들의 얼굴이 모두 단번에 떨떠름해졌다. 너무나 파악 가능한 무언의 답변이었다.

“얘가 귀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 솔직히. 열다섯 살 때부터 키가 이렇게 커 가지고, 그때부터 우리랑 눈높이가 맞았다니까. 그리고 갑자기 또 훅 올라가. 우리는 다 커서 이제 클 것도 없는데 자기 혼자 성장기라고 훅 커. 눈 깜빡하면 크는 대나무였어, 아주.”

“그래도 그때 젖살은 남아 있었잖아. 젖살 빠지고 본격적으로 더 징그러워졌지, 어후.”

“젖살? 젖살이 있으면 뭐해. 이미 변성기 와서 목소리는 걸걸한데. 귀여운 대한민국 중 2 남학생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냐?”

응, 그렇게 말해 봤자 아직 애새끼 티 안 빠졌다고 형들이 내 머리 헤집던 거 정도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빠직하며 반박하는 대신 다른 말을 반박할 겸, 심드렁하게 휴대폰을 들어 올려 류재희의 열일곱 살 사진을 사진첩에서 찾아서 보여주었다.

“귀여운 대한민국 고 1 남학생은 존재하는데.”

“악, 형! 제발…! 왜 갑자기 뜬금없이 제 자랑을 하시는 거예요…!”

류재희가 필사적으로 내 팔을 내리려 했지만 이미 형들은 그나마 귀여웠던 열일곱 살 시절 류재희의 사진을 구경 중이었다.

“여기랑 동일인이야? 완전 역변했다. 아니, 안 좋은 뜻의 역변이 아니라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고.”

“이랬으면 우쭈쭈해 줄 맛 났겠다. 우리 막내는 이런 적이 없었잖아.”

“잠깐만, 나 옛날 사진 있어. 얘는 이랬어.”

본인 휴대폰을 쓱쓱 내리던 기정이 형이 갑자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이제 내가 류재희가 내게 하던 행동을 기정이 형한테 하게 되었다.

“으아악! 잠깐만, 형! 아니, 이건 아니죠!”

삐딱하게 웃으며 뻐큐를 날리는 허세 가득한 내 학창 시절 사진이 기정이 형의 폰에 박제되어 있었다.

아니, 저때의 나는 앞머리에 젤을 왜 저렇게 처발라서 올린 거야? 저 머리가 정말로 저때는 멋있어 보였나? 저 후드는… 와, 진짜 오랜만이다. 저때는 저게 나름 최신 유행 템이었는데.

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려 폭소하는 서예현과 류재희, 사진을 보고 눈을 깐 김도빈, 그리고…

“오… 뉴본 때는 철이 많이 든 거였구나.”

견하준의 담백한 감탄사에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 뉴본에서는 솔직히 미래를 향한 염려 때문에 허세 집어치우고 정신 차렸다고.

“진짜로 귀엽진 않네요. 그냥 젖살 좀 있는 이든이 형이네요.”

“와, 진짜 중2병 같다. 중2병의 정석이다.”

“나만 무서워…? 저렇게 생긴 형들이 골목에서 삥 뜯었는데. 저것보다 못생기기고 덜 무섭긴 했는데, 대체로 저런 표정과 저런 헤어스타일, 저런 패션…”

류재희, 서예현, 김도빈도 차례로 사진 감상평을 내뱉었다.

저 사진이 아직까지 인터넷에 돌아다니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정이 형의 의리를 느낄 수 있었다.

내 과거 사진을 멤버들 앞에서 까 리더의 권위를 손상시킨 형들은 계속해서 내 권위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는 행동이 귀여웠느냐- 하면… 하도 겉멋 든 질풍노도의 시기라 겸손을 주입시켜 주려고 노력했지, 우리가. 주입된 겸손이 너무 지나쳤는지 애가 몇 년 만에 언더에서 탈주를 해 버렸지만.”

“맞아, 맞아. 막내가 갑자기 나한테 와서 “형, 저 아무래도 래퍼가 아니라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는 거야. 자기 랩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형들이 계속 하는 말을 들으니까 자기는 여기에서 성공을 못할 것 같대. 그래서 내가 “뭐하게, 공부하게?”했더니, 아니 자기는 공부는 도저히 못 하겠고 아이돌을 한대, 갑자기.”

“엥, 그래서였어?”

“뒷이야기 더 있어. 뒷이야기가 더 기가 막혀. 그래서 왜 하필 아이돌이냐고 물어봤거든? 아니, 너무 뜬금없잖아. 너 그 지금처럼 힙합뽕 찬 상태로 아이돌 도전하면 네가 힘들다. 아이돌을 하고 싶은 명확한 이유가 너한테 있냐. 이러니까 얘가 뭐라 한지 알아?”

잠깐의 침묵으로 긴장감과 기대감을 조성한 상열이 형이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내 말을 엄숙한 표정으로 재현했다.

“자기의 성공이 랩으로는 불확실한데 얼굴로는 확실하대.”

하… 집에 가고 싶다. 밥 먹지 말고 축가만 부르고 숙소로 갈걸.

나온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배를 잡고 웃고 있는 멤버들을 보며 아주 간절히 드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때 아닌 추억팔이로 신난 형들의 내 과거 흑역사 까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 진짜 집에 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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