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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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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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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5화(515/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5화
* * *
차연호는 드디어 이 모든 회귀의 시작점이자 그가 온전히 기억해 낸 1회차의 마지막 기억에 다다랐다.
레브 멤버들이 설득에 성공했는지 결국은 대중 앞에 드러난 진실.
윤이든은 증거도 없이 누명을 씌워 선배를 자살시킨 놈에서 연습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다가 안타깝게 누명을 뒤집어 쓴 의인으로, 권정준은 누명을 쓰고 안타깝게 스러진 별에서 남을 죽음까지 몰아가 놓고 본인이 좀 비난받자 뻔뻔하게 캐삭빵한 놈으로.
언제나처럼 손바닥 뒤집듯 쉽게, 그렇게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권정준의 죽음으로 갈 길 잃은 비난은 윤이든의 죽음과 대중들이 윤이든에게 가진 죄책감까지 더해져 모조리 차연호한테 쏟아졌다.
-내가 드디어 미쳤나 보네. 헛것이 다 보이고.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을 보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3인칭 시점으로 보는 건 퍽 낯설었다.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우는 듯 웃는 얼굴로 붉은색 상태창을 올려다보는 제 자신을 복잡한 시선으로 보던 차연호는 몸을 돌려 주저앉아 있는 과거의 본인의 옆에 섰다.
상태창에 적힌 글자를 훑던 그가 기억 속 과거의 그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과거로 돌아가서…. 막을 수 있게 해 줘. 그게 뭐든.
“과거로 돌아가서 막을 수 있게 해 줘. 그게 뭐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겹쳐지는 목소리에 차연호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그랬지. 그때는 시간을 되돌리기만 한다면 이 모든 비극을 없던 걸로 만들 수 있을 줄로만 알았지.
-성공할지 실패할지 내기를 하자고? 당연히 나는 성공에 걸지.
실패할 때 그가 지급해야 하는 대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시간을 돌리는 건 에너지를 제공하는 숙주가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네 숙주가 될 사람 한 명을 고르라고? 내가 죄책감이라도 느끼면서 포기하길 바라기라도 하는 거야?
아무리 그때 당시의 시점에서 망자(亡者)라 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숙주로 윤이든을 선택하는 과거의 제 모습을 보며 차연호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대가 없는 소원과 선택이 어디 있어, 멍청아.”
결국 윤이든은 벗어나고 마지막은 스스로가 숙주가 되었지 않나. 그렇게까지 하면서 내기를 이어갔지 않나.
“이제는 모르겠다, 정준아.”
멍청하기 짝이 없는 과거의 제 모습을 이제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한 차연호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누가 죽어 마땅한 놈이고, 누가 기회를 마땅히 한 번 더 받았어야 할 놈인지 모르겠다고.”
살리려고 목숨까지 기꺼이 걸 수 있었던 친구에게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것. 더는 그 친구를 예전처럼 애틋하게만 볼 수가 없는 것.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지는 우정의 끝.
그것이 차연호가 받게 된 대가였다. 심지어 그건… 전부가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 * *
다시 돌아와서.
[위험도 시스템 방화벽을 해제합니다.]
[⚠방화벽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ERROR¡&#]
[#&!ERROR¡&#]
[#&!ERROR¡&#]
갑작스러운 우리집 시스템의 자책골로 내가 당황하든 말든 시스템은 착실하게 경고창을 띄워 댔다.
아니, 시발. 시스템 너 미쳤냐? 돌아간다는 게 설마 대상 받은 시간대가 아니라 시야 뻘겋게 물든 그 시간대였냐?
너 쁘락치냐? 그 위험도 시스템 쁘락치야? 어?
설마 내 몸을 위험도 시스템에게 의도적으로 넘기기야 하겠냐고 전적으로 믿은 지 딱 하루 지났다, 하루! 이 새끼야!
[⚠비상 루트 2를 발동합니다.]
자기가 방화벽을 해제해 놓고 방화벽 비활성화됐다고 경고 때리면서 비상 루트 발동하는 건 대체 무슨 지랄인지를 모르겠다.
자기 혼자 북 치고 장구 쳐 대는 시스템을 보고 있으니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배신감도 안 들었다.
시바, 또 돌아가는 데에 지장 생기는 거 아니겠지? 또 어느 시점에서 한 달을 버텨야 한다든지?
상상만 해도 끓어오르는 빡침에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올림과 동시에 시야가 암전되었다.
깜빡-
눈을 깜빡이자 흐릿한 시야로 서서히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하고 낯선 방이었다. 어둠에 시야가 적응되자 차츰 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확실히 내 청담동 집은 아니었다. 그 방은 시스템이 몇 번 보여 준 덕분에 기억에 잘 남아 있었다.
일단 방이 맥주캔이 나뒹굴고 꽁초로 크리스마트트리가 탄생한 개판 수준은 아니었고, 방 스타일도 내 미감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기억을 뒤져 봐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이다. 이게 그 뭐냐… 김도빈이 맨날 회귀랑 더불어 말하던 빙의인가 뭔가 그건가?
그러면 김도빈부터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유일하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인정하고 이해해 줄 만한 사람은 뇌를 빼 놓고 사는 김도빈밖에 없었다.
그 깔끔한 무채색의 방을 휙휙 돌아보다가 침대 위의 이불 뭉치를 발견했다. 사람 하나가 들어가 있고도 남을 만한 크기의 이불 뭉치를.
[
상황 설명
잔여 시스템을 찾아내기 위해 외부 악성 시스템과 일부러 접촉. 반응 시도를 찾아냈고 악성 시스템이 장악하기 전에 비상 루트 2로 탈출. 잔여 시스템 처리가 끝나면 바로 최근 시간대로 돌아가기 가능.]
[방화벽 차단 시 외부 공격에 반응한 신호 위치를 중점으로 잔여 시스템 탐색 및 처리 중…⛭]
그러니까, 잔여 시스템 위치 색출하시려고 나를 미끼로 썼겠다? 그런 건 하기 전에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쁘락치라고 의심한 거 미안하다고는 안 할 거다. 쁘락치 소리 듣기 싫었으면 미리 귀띔을 해 주든가.
“그러면 여기는 어디야?”
[시스템이 보유한 기억입니다.]
“내 기억인가? 그렇다기엔 아예 기억에 없는데? 네가 지웠던 기억이냐?”
[기억은 사람의 자아를, 사람의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라 무작정 지우지 못합니다.]
[대신 누군가가 떠안는 꼼수 정도는 부릴 수 있죠.]
[현재 프로젝트 대상자가 위치한 비상 루트 2는 유일하게 프로젝트 대상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점입니다.]
[프로젝트 대상자의 기억을 대신 떠안은 이 덕분에 만들 수 있었던 비상 루트죠.]
[이 기억을 외면하시거나, 관람하시거나 하는 건 온전히 프로젝트 대상자의 선택입니다.]
남의 기억을 엿봐서 뭐 하냐 싶어 안 볼 거라고 말하려던 순간.
“하아아…”
요란한 휴대폰 진동과 함께 이불 뭉치에서 퍽 익숙한 한숨이 들려왔다. 내가 이 기억 주인 몸에 빙의된 건 아니구나.
동시에 저 이불 뭉치 안에 있는 이가 누군지를 곧바로 깨닫고 거절의 말을 속으로 삼켰다. 어쨌건… 궁금하잖아.
이불 뭉치가 꿈틀거리더니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휴대폰을 낚아 챘다. 머리 끝까지 덮여 있던 이불이 스르륵 내려가며 낯익은 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예현이 형? 무슨 일이에요?”
여전히 베개에 머리를 벤 채, 잠에서 덜 깬 티가 역력한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견하준을 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시점이라면 1회차 때 내가 죽고 나서겠고… 여기가 그럼 견하준이 독립한 집인가?
이 집이 기시감이 드는 것도 아니고 아예 쌩판 낯선 걸 보니 새삼 1회차 때 독립한 견하준한테서 집들이 초대도 못 받았다는 게 빡 실감 났다.
만약 봤는데 시스템이 기억에서 지웠으면 기시감이라도 느꼈겠지.
“문자요? 자고 있느라 못 봤죠. 어제 촬영이 좀 늦게 끝나서.”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잠을 방해받은 짜증도 미약하게 느껴졌다.
“네?”
하지만 견하준이 그다음으로 내뱉은 되물음에는 잠기운도 짜증도 싹 사라져 있었다.
그 속에 담긴 건 오직 놀람과 당혹감뿐.
답지 않게 벌떡, 상체를 일으킨 견하준의 어깨에서 이불이 스스륵 미끄러졌다.
헛웃음인지 울음의 전초인지 모를 건조한 웃음을 한 번 뱉은 견하준이 말끝을 잔뜩 흐리며 수화기 너머 상대를 질책했다.
“그런 장난은 좀…”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무어라고 말하든 뚝,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견하준이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재희야, 나야. 다름이 아니라 예현이 형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그런데 너 왜 울고 있어?”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 있던 견하준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아니지?”
견하준의 앞에서 연신 휙휙 손을 흔들어 봐도 견하준은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음, 확실히 안 보이는군.
“차단, 아니 차단 안 했어. 잠깐만.”
귓가에서 휴대폰을 내려 다급히 문자 메시지 앱에 접속하는 견하준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의 견하준에게 내가 안 보이는 것도 확인했겠다, 마음 놓고 옆에서 고개 쭉 빼고 구경했다.
채팅창 가장 위에 뜬 내 이름이 보였다. 용케 번호 차단은 안 했네 싶었다.
견하준이 내 이름의 채팅방에 접속하는 걸 본격적으로 옆에 걸터앉아서 지켜보았다. 아까 언뜻 보니까 안 본 문자 존나 많이 쌓였던데, 뭔데 안읽씹하고 있었는지 좀 보자.
이 지독한 회피형 녀석이 얼마나 오래 외면하고 있었는지, 물론 내 기억에는 없는, 내가 그동안 견하준한테 보냈던 문자들이 쭉 이어졌다.
20XX-12-31
[윤이든- 넌 무슨 연락을 1년이나 씹냐]
[윤이든- 독하다 독해]
[윤이든- 연말인데 얼굴 좀 보자니까 답장도 안 하고]
[윤이든- 선배 죽인 놈이랑 엮이기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니지?]
[윤이든- 설마 네가 나를 그렇게까지 못 믿겠어]
20XX-01-01
[윤이든- 준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윤이든- 이 새끼 또 답장 안 하네]
20XX-01-03
[윤이든- 야 견하준 생일 축하한다]
[윤이든- 다시 준이라고 불리고 싶으면 답장을 하든가 ㅅㅂ]
[윤이든- 진짜 이렇게 연 끊을 거냐?]
20XX-01-11
[윤이든- 입대한다 생각 바뀌면 나중에 면회나 한번 와라]
20XX-08-08
[윤이든- 너도 내가 없는 레브가 좋았어?]
20XX-01-03
[윤이든- 그래 씨발 평생 얼굴 보고 살지 말자]
20XX-12-25
[윤이든-
윤이든 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
빈소: △△ 장례식장
발인: 12/27 AM 9시]
툭-
견하준의 휴대폰이 이불 위로 추락했다.
와씨, 나 진짜 죽었어!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5화(515/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15화

* * *

차연호는 드디어 이 모든 회귀의 시작점이자 그가 온전히 기억해 낸 1회차의 마지막 기억에 다다랐다.

레브 멤버들이 설득에 성공했는지 결국은 대중 앞에 드러난 진실.

윤이든은 증거도 없이 누명을 씌워 선배를 자살시킨 놈에서 연습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다가 안타깝게 누명을 뒤집어 쓴 의인으로, 권정준은 누명을 쓰고 안타깝게 스러진 별에서 남을 죽음까지 몰아가 놓고 본인이 좀 비난받자 뻔뻔하게 캐삭빵한 놈으로.

언제나처럼 손바닥 뒤집듯 쉽게, 그렇게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권정준의 죽음으로 갈 길 잃은 비난은 윤이든의 죽음과 대중들이 윤이든에게 가진 죄책감까지 더해져 모조리 차연호한테 쏟아졌다.

-내가 드디어 미쳤나 보네. 헛것이 다 보이고.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을 보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3인칭 시점으로 보는 건 퍽 낯설었다.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우는 듯 웃는 얼굴로 붉은색 상태창을 올려다보는 제 자신을 복잡한 시선으로 보던 차연호는 몸을 돌려 주저앉아 있는 과거의 본인의 옆에 섰다.

상태창에 적힌 글자를 훑던 그가 기억 속 과거의 그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과거로 돌아가서…. 막을 수 있게 해 줘. 그게 뭐든.

“과거로 돌아가서 막을 수 있게 해 줘. 그게 뭐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겹쳐지는 목소리에 차연호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그랬지. 그때는 시간을 되돌리기만 한다면 이 모든 비극을 없던 걸로 만들 수 있을 줄로만 알았지.

-성공할지 실패할지 내기를 하자고? 당연히 나는 성공에 걸지.

실패할 때 그가 지급해야 하는 대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시간을 돌리는 건 에너지를 제공하는 숙주가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네 숙주가 될 사람 한 명을 고르라고? 내가 죄책감이라도 느끼면서 포기하길 바라기라도 하는 거야?

아무리 그때 당시의 시점에서 망자(亡者)라 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숙주로 윤이든을 선택하는 과거의 제 모습을 보며 차연호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대가 없는 소원과 선택이 어디 있어, 멍청아.”

결국 윤이든은 벗어나고 마지막은 스스로가 숙주가 되었지 않나. 그렇게까지 하면서 내기를 이어갔지 않나.

“이제는 모르겠다, 정준아.”

멍청하기 짝이 없는 과거의 제 모습을 이제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한 차연호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누가 죽어 마땅한 놈이고, 누가 기회를 마땅히 한 번 더 받았어야 할 놈인지 모르겠다고.”

살리려고 목숨까지 기꺼이 걸 수 있었던 친구에게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것. 더는 그 친구를 예전처럼 애틋하게만 볼 수가 없는 것.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지는 우정의 끝.

그것이 차연호가 받게 된 대가였다. 심지어 그건… 전부가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 * *

다시 돌아와서.

갑작스러운 우리집 시스템의 자책골로 내가 당황하든 말든 시스템은 착실하게 경고창을 띄워 댔다.

아니, 시발. 시스템 너 미쳤냐? 돌아간다는 게 설마 대상 받은 시간대가 아니라 시야 뻘겋게 물든 그 시간대였냐?

너 쁘락치냐? 그 위험도 시스템 쁘락치야? 어?

설마 내 몸을 위험도 시스템에게 의도적으로 넘기기야 하겠냐고 전적으로 믿은 지 딱 하루 지났다, 하루! 이 새끼야!

자기가 방화벽을 해제해 놓고 방화벽 비활성화됐다고 경고 때리면서 비상 루트 발동하는 건 대체 무슨 지랄인지를 모르겠다.

자기 혼자 북 치고 장구 쳐 대는 시스템을 보고 있으니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배신감도 안 들었다.

시바, 또 돌아가는 데에 지장 생기는 거 아니겠지? 또 어느 시점에서 한 달을 버텨야 한다든지?

상상만 해도 끓어오르는 빡침에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올림과 동시에 시야가 암전되었다.

깜빡-

눈을 깜빡이자 흐릿한 시야로 서서히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하고 낯선 방이었다. 어둠에 시야가 적응되자 차츰 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확실히 내 청담동 집은 아니었다. 그 방은 시스템이 몇 번 보여 준 덕분에 기억에 잘 남아 있었다.

일단 방이 맥주캔이 나뒹굴고 꽁초로 크리스마트트리가 탄생한 개판 수준은 아니었고, 방 스타일도 내 미감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기억을 뒤져 봐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방이다. 이게 그 뭐냐… 김도빈이 맨날 회귀랑 더불어 말하던 빙의인가 뭔가 그건가?

그러면 김도빈부터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유일하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인정하고 이해해 줄 만한 사람은 뇌를 빼 놓고 사는 김도빈밖에 없었다.

그 깔끔한 무채색의 방을 휙휙 돌아보다가 침대 위의 이불 뭉치를 발견했다. 사람 하나가 들어가 있고도 남을 만한 크기의 이불 뭉치를.

상황 설명

잔여 시스템을 찾아내기 위해 외부 악성 시스템과 일부러 접촉. 반응 시도를 찾아냈고 악성 시스템이 장악하기 전에 비상 루트 2로 탈출. 잔여 시스템 처리가 끝나면 바로 최근 시간대로 돌아가기 가능.]
[방화벽 차단 시 외부 공격에 반응한 신호 위치를 중점으로 잔여 시스템 탐색 및 처리 중…⛭]

그러니까, 잔여 시스템 위치 색출하시려고 나를 미끼로 썼겠다? 그런 건 하기 전에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쁘락치라고 의심한 거 미안하다고는 안 할 거다. 쁘락치 소리 듣기 싫었으면 미리 귀띔을 해 주든가.

“그러면 여기는 어디야?”

“내 기억인가? 그렇다기엔 아예 기억에 없는데? 네가 지웠던 기억이냐?”

남의 기억을 엿봐서 뭐 하냐 싶어 안 볼 거라고 말하려던 순간.

“하아아…”

요란한 휴대폰 진동과 함께 이불 뭉치에서 퍽 익숙한 한숨이 들려왔다. 내가 이 기억 주인 몸에 빙의된 건 아니구나.

동시에 저 이불 뭉치 안에 있는 이가 누군지를 곧바로 깨닫고 거절의 말을 속으로 삼켰다. 어쨌건… 궁금하잖아.

이불 뭉치가 꿈틀거리더니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휴대폰을 낚아 챘다. 머리 끝까지 덮여 있던 이불이 스르륵 내려가며 낯익은 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예현이 형? 무슨 일이에요?”

여전히 베개에 머리를 벤 채, 잠에서 덜 깬 티가 역력한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견하준을 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시점이라면 1회차 때 내가 죽고 나서겠고… 여기가 그럼 견하준이 독립한 집인가?

이 집이 기시감이 드는 것도 아니고 아예 쌩판 낯선 걸 보니 새삼 1회차 때 독립한 견하준한테서 집들이 초대도 못 받았다는 게 빡 실감 났다.

만약 봤는데 시스템이 기억에서 지웠으면 기시감이라도 느꼈겠지.

“문자요? 자고 있느라 못 봤죠. 어제 촬영이 좀 늦게 끝나서.”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잠을 방해받은 짜증도 미약하게 느껴졌다.

“네?”

하지만 견하준이 그다음으로 내뱉은 되물음에는 잠기운도 짜증도 싹 사라져 있었다.

그 속에 담긴 건 오직 놀람과 당혹감뿐.

답지 않게 벌떡, 상체를 일으킨 견하준의 어깨에서 이불이 스스륵 미끄러졌다.

헛웃음인지 울음의 전초인지 모를 건조한 웃음을 한 번 뱉은 견하준이 말끝을 잔뜩 흐리며 수화기 너머 상대를 질책했다.

“그런 장난은 좀…”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무어라고 말하든 뚝,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견하준이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재희야, 나야. 다름이 아니라 예현이 형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그런데 너 왜 울고 있어?”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 있던 견하준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아니지?”

견하준의 앞에서 연신 휙휙 손을 흔들어 봐도 견하준은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음, 확실히 안 보이는군.

“차단, 아니 차단 안 했어. 잠깐만.”

귓가에서 휴대폰을 내려 다급히 문자 메시지 앱에 접속하는 견하준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의 견하준에게 내가 안 보이는 것도 확인했겠다, 마음 놓고 옆에서 고개 쭉 빼고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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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하준이 내 이름의 채팅방에 접속하는 걸 본격적으로 옆에 걸터앉아서 지켜보았다. 아까 언뜻 보니까 안 본 문자 존나 많이 쌓였던데, 뭔데 안읽씹하고 있었는지 좀 보자.

이 지독한 회피형 녀석이 얼마나 오래 외면하고 있었는지, 물론 내 기억에는 없는, 내가 그동안 견하준한테 보냈던 문자들이 쭉 이어졌다.

20XX-12-31

20XX-01-01

20XX-01-03

20XX-01-11

20XX-08-08

20XX-01-03

20XX-12-25

윤이든 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

빈소: △△ 장례식장

발인: 12/27 AM 9시]

툭-

견하준의 휴대폰이 이불 위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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