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48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3화(483/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3화
견하준까지 저녁 늦게 숙소로 돌아오며 우리한테 주어졌던 꿀 같은 2주 휴가가 끝이 났다.
“이번 명절에는 절대로 본가에 안 갈 거야. 이미 명절 체험판을 경험하고 충분히 왔어.”
“왜, 대체 어쨌길래.”
“벌써부터 드라마 차기작은 뭐 찍냐고 물어보시더라니까.”
“오우, 우리 다음 앨범은 안 궁금해하셨어?”
“내가 아예 아이돌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하신 줄 알더라. 심지어 올해 정규랑 리패키지까지 활동을 두 번이나 했는데. 심지어 드라마 끝나고도 우리가 활동을 했는데도.”
“흠, 분발해야겠군.”
쿠션을 쥐어뜯으며 넋이 나가 한풀이하듯 늘어놓는 말을 듣자 하니 이 견하준 친척 어른들한테도 꽤 이슈였던 모양이다.
서예현은 다 사라진 샐러드가 너무 인상적이었는지 일주일 만에 가지는 다섯 명의 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나와 류재희를 연신 올려 쳤다.
“그래, 봐 봐. 배달 음식 안 시켜 먹고 내가 하란 대로 식단 조절을 하니까 살이 하나도 안 쪘잖아, 세상에. 역시 사람이 클린식을 먹고 살아야 해.”
이쯤 되면 서예현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숨겨야 했다.
그리고 휴가도 끝났겠다, 본격적으로 투어 준비에 돌입했다.
샐러드의 진정한 행방은 지금까지 용케 들키지 않았지만 김도빈의 조금 오른 볼살은 내 예상대로 채 빼기도 전에 서예현한테 딱 걸렸다. 덕분에 서예현의 칼로리 집착증은 아쉽게도 멀쩡하게 됐다.
“계속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었던 이유가 다 있었네. 이걸 그렇게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었어?”
서예현의 손이 사정없이 김도빈의 볼을 잡아 늘렸다.
“식단이랑 운동 좀 며칠 빡세게 하자. 그래도 볼살이 그렇게 많이는 안 올랐네. 애초에 안 찌는 게 제일 좋지만. 계속 살찌우고 빼기 반복하면 요요 제대로 와.”
저게 며칠간 빡세게 해서 그나마 뺀 상태라는 것까지 알면 뒤로 넘어가겠군.
* * *
마침 대학 축제 시즌이어서 투어 전에 무대 공연 감을 잡자는 취지로 투어 준비 중간에 대학 축제 스케줄이 잡혔다.
몸값이 꽤 올라서 이제 대학 축제는 못 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우리를 부르는 대학교들이 있긴 하구나.
대학 축제를 몇 번 다녔지만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딱히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게…
윤현호가 ‘윤이든 니가 S대를 이런 식으로라도 오는구나ㅋㅋㅋㅋ’라는 글귀와 함께 S대 대학 축제 무대에 선 내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그게 개념 없는 S대생의 아이돌 학력 조롱으로 퍼지는 바람에 선봉에 선 데이드림을 비롯한 아이돌 팬들한테 조리돌림 싸불 먹고 신상 털리고 글 내린 거?
그래도 윤현호는 레브 연차가 덜 찼을 때에 그 짓거리를 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지금 해 봐라, 어떻게 될지.
이번에 스케줄이 잡힌 대학교 목록을 확인하던 중, 한 대학교에서 시선이 멈췄다.
여기에 누구 다녔더라? 윤정아? 정대한? 김유선? 아이씨, 지인 누가 다녔던 거 같은데 누구지? 내가 남의 대학교에는 영 관심이 없어서.
“어? 내 모교도 있네?”
그 답변은 서예현의 목소리가 대신해 주었다.
거기가 원래 대한민국 수험생들이라면 좔좔 외우고 있는 인서울 상위 10개 대학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대학에 연이 없던 나한테도 왠지 더 친숙하다 싶었더니 서예현이 다니던 대학교였다.
“그런데 형은 그 학교 1년 다니고 자퇴하지 않았어?”
내 물음에 손가락까지 꼽으며 세어 보던 서예현이 대답했다.
“정확히는 2학년 1학기 말에 자퇴했으니까 1년 반은 다닌 셈이지.”
“아니, 내 말은, 모교라고 하면 보통 졸업한 학교 뜻하는 거 아니야?”
“입학했으면 모교라고 하지 않나? 나도 모르겠다. 너 때문에 나까지 헷갈리잖아.”
그래도 해금된 과거 기억이 견하준한테는 몰라도 서예현한테는 영향을 끼치긴 했다. 저렇게 도끼눈 뜨고 투덜거려도 딱히 시비로 맞받아칠 마음이 안 드는 걸 보니.
똑같은 셋리스트로 도는 건 좀 그래서 대학교마다 셋리스트를 다르게 짰다. 무대 위에서 불러야 할 곡은 평균 3~4곡에 쌓여 있는 우리 히트곡은 많았기에 셋리스트를 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 모교는 무조건 내 파트 많은 곡으로 부탁해.”
“형이 말 안 해도 그렇게 짜려고 했거든.”
내 대답을 듣고 나서야 서예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누가 봐도 잔뜩 들뜬 걸음으로 멀어졌다.
“자퇴한 모교 가는 게 저렇게 좋을까?”
“형이 나온 고등학교에 스쿨오브락으로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오, 저 어깨뽕이 바로 이해 됐어. 나 같아도 제일 튀려고 한다.”
모교 금의환향은 인정이지. 물론 내 자퇴는 아버지의 사랑의 매 앞에 무산되긴 했지만.
심지어 서예현이 그토록 고대하던 본인 모교 축제는 우리 스케줄 중 가장 첫 번째 순서였다.
그러니 더 기대되겠지.
무대 의상은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어디에선가 우리 사이즈에 맞게 공수해 와 리폼을 마친 과잠들이었다. 학과 대신 우리의 이름이 영어로 수놓인 과잠은 총 네 개였다.
그리고 우리 인원은 다섯 명이지.
“왜 하나 안 왔지? 일영이 누나한테 말해야 하니까 얼른 이름 확인해 봐. 일단 내 거 왔고, 막내 거 왔고.”
“아마 내 의상이 안 온 걸걸? 내가 일영 누나한테 내 거는 만들지 말라고 했거든.”
아, 설마… 5년이 지났고 이사도 두 번이나 거쳤는데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을 리가…
“드디어 이 과잠을 다시 개시할 때가 왔군!”
위풍당당하게 쇼핑백에서 자기 과잠을 꺼낸 서예현이 그걸 번쩍 들어 올리며 뿌듯하게 웃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구나.
“안 버리고 가지고 있길 잘했다. 이렇게 또 입을 날이 올 줄이야.”
그렇게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것치곤 관리를 거의 안 한 것 같은데. 저 소매 재질은 딱 봐도 오래 묵히면 가루 날릴 재질이고. 그리고 옷도 더럽게 무거워 보였다. 원래 과잠은 다 저런가?
“와… 그러면 저 과잠은 반지하에서부터 이전 숙소를 거쳐서 지금 숙소까지 온 거네요.”
“중간에 두 번이나 의류 수거함에 들어갈 운명을 이겨내고 결국 무대에까지 서네. 뭘 해도 될 옷이라고 생각해.”
견하준이 칭찬하는 포인트가 조금 이상한 것 같긴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스무 살 때보다 키가 더 크긴 했나 봐. 그때는 소매가 손등 다 덮었는데 이제는 딱 맞는 거 봐.”
“알았으니까 좀 진정해. 정신 사나워.”
자기 과잠을 입고 신나서 자랑하는 서예현은 꼭 스무 살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얼굴이 아니라 정신머리가.
샵을 떠나 밴을 타고 대학교에 도착하여 위원회의 안내를 받으며 대기실로 조성된 간이 텐트로 들어올 때까지 서예현은 너무 오랜만이라는 감동 어린 감탄을 멈추지를 않았다.
우리는 마지막 순서였다.
“레브, 준비해 주세요!”
이제는 제법 서늘해진 가을밤 공기를 맞으며 무대 사이드 계단 앞에 서서 우리 차례를 기다렸다. 우리 바로 앞 순서 가수가 마지막 곡을 부르고 내려왔다.
사회자의 힘찬 소개와 함께 드디어 야외 무대에 올랐다. 한껏 치켜 올려진 휴대폰의 향연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뜨겁게 쏟아지는 환호를 들으며 가볍게 드럼 스틱을 쥐었다.
첫 곡은 서예현이 무려 프론트맨을 맡은 곡인 였다.
다행히 무대 뒤쪽에 밴드 악기가 마련되어 있었기에 혹시나 해서 연습해 온 댄스 버전이 아니라 서예현이 돋보일 수 있는 오리지널 밴드 버전으로 무대를 할 수 있었다.
나름 최신곡인데도 첫 곡부터 떼창이 장난 아니었다.
바닥에 내려놓은 핸드마이크를 집어 들고 무대 정중앙으로 나와 인사했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우렁찬 인사에 더욱 우렁찬 함성이 화답처럼 돌아왔다.
가벼운 토크를 이어가던 중, 서예현의 어깨에 장난스럽게 손을 올린 류재희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우리 예현이 형이 또 이 학교 출신이잖아요.”
“네, 비록 데뷔라는 사정 때문에 자퇴했지만 그래도, 그리도 힘들었던 수험생 생활에서 이제 막 벗어나서 스무 살 청춘을 보낸 학교라 각별한 추억이 많이 남아 있어요.”
아련한 얼굴로 감성 멘트를 치다가 갑자기 장난스레 웃은 서예현이 이 학교 학생들만 아는 것 같은 몇 가지 물음을 던지자 곧바로 우렁찬 대답들이 돌아왔다.
“5년 전에는 제가 여러분들이 있는 곳에서 초대 가수 분들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무대 위에 서 있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네, 확실히 과잠에 붙은 학번이 오면서 본 학번들이랑 차이가… 자, 여기 예현이 형이랑 같은 OO학번 손들어 보실래요. 아이고, 다들 휴대폰을 들고 계셔서 안 보이네. 그러면 함성 한 번-.”
“아직 예현이 형 동기 분들이 많이 남아 계시네요.”
“5년밖에 안 됐어.”
눈을 흘기며 끼어드는 서예현의 등을 두드리며 다음 곡 소개 멘트를 던졌다.
“자, 그래서 저희의 다음 곡은 이곳에서 보낸 예현이 형의 청춘을 위한 노래, 입니다!”
“아니, 그 멘트를 치려면 가 맞지 않아? 설마 ‘청’자가 겹친다고…”
“그런 사소한 건 그냥 지나갑시다.”
의 MR이 웅장하게 울렸다. 무대 중앙에서 열심히 안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대학교 측에서 무대에 무슨 이펙트라도 설치했나 싶었는데 흩날리는 가루가 점점 많아지더니 무대 때 정점을 찍었다.(악몽)>
그래도 무대를 하는 데에 방해는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무대 할 맛 제대로 나는 호응에 더해 멤버의 모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앵콜 곡으로 와 까지 두 곡을 더하여 불렀다.
그때까지 어디에서 뿌리고 있는지 모를 가루 효과는 건재했다.
“지금까지 레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대체 그 가루 효과가 뭐였지, 무대를 내려와서도 고찰하고 있던 나는 서예현의 짧은 비명에 드디어 그 가루 효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으아악! 내 과잠 소매 왜 이래?”
그 가루는 바로 짭가죽 소재였던 서예현의 과잠 소매가 오래 묵은 것에 더해 격한 움직임에 결국 바스러지며 탄생한 결과였다. 가을바람과 서예현의 안무 동작이 그걸 사방으로 날려준 거고.
그렇게 서예현의 과잠은 단 한 번의 무대로 쓰임을 다 하고 운명하셨다.
R.I.P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3화(483/5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483화
견하준까지 저녁 늦게 숙소로 돌아오며 우리한테 주어졌던 꿀 같은 2주 휴가가 끝이 났다.
“이번 명절에는 절대로 본가에 안 갈 거야. 이미 명절 체험판을 경험하고 충분히 왔어.”
“왜, 대체 어쨌길래.”
“벌써부터 드라마 차기작은 뭐 찍냐고 물어보시더라니까.”
“오우, 우리 다음 앨범은 안 궁금해하셨어?”
“내가 아예 아이돌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하신 줄 알더라. 심지어 올해 정규랑 리패키지까지 활동을 두 번이나 했는데. 심지어 드라마 끝나고도 우리가 활동을 했는데도.”
“흠, 분발해야겠군.”
쿠션을 쥐어뜯으며 넋이 나가 한풀이하듯 늘어놓는 말을 듣자 하니 이 견하준 친척 어른들한테도 꽤 이슈였던 모양이다.
서예현은 다 사라진 샐러드가 너무 인상적이었는지 일주일 만에 가지는 다섯 명의 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나와 류재희를 연신 올려 쳤다.
“그래, 봐 봐. 배달 음식 안 시켜 먹고 내가 하란 대로 식단 조절을 하니까 살이 하나도 안 쪘잖아, 세상에. 역시 사람이 클린식을 먹고 살아야 해.”
이쯤 되면 서예현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숨겨야 했다.
그리고 휴가도 끝났겠다, 본격적으로 투어 준비에 돌입했다.
샐러드의 진정한 행방은 지금까지 용케 들키지 않았지만 김도빈의 조금 오른 볼살은 내 예상대로 채 빼기도 전에 서예현한테 딱 걸렸다. 덕분에 서예현의 칼로리 집착증은 아쉽게도 멀쩡하게 됐다.
“계속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었던 이유가 다 있었네. 이걸 그렇게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었어?”
서예현의 손이 사정없이 김도빈의 볼을 잡아 늘렸다.
“식단이랑 운동 좀 며칠 빡세게 하자. 그래도 볼살이 그렇게 많이는 안 올랐네. 애초에 안 찌는 게 제일 좋지만. 계속 살찌우고 빼기 반복하면 요요 제대로 와.”
저게 며칠간 빡세게 해서 그나마 뺀 상태라는 것까지 알면 뒤로 넘어가겠군.
* * *
마침 대학 축제 시즌이어서 투어 전에 무대 공연 감을 잡자는 취지로 투어 준비 중간에 대학 축제 스케줄이 잡혔다.
몸값이 꽤 올라서 이제 대학 축제는 못 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우리를 부르는 대학교들이 있긴 하구나.
대학 축제를 몇 번 다녔지만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딱히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게…
윤현호가 ‘윤이든 니가 S대를 이런 식으로라도 오는구나ㅋㅋㅋㅋ’라는 글귀와 함께 S대 대학 축제 무대에 선 내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그게 개념 없는 S대생의 아이돌 학력 조롱으로 퍼지는 바람에 선봉에 선 데이드림을 비롯한 아이돌 팬들한테 조리돌림 싸불 먹고 신상 털리고 글 내린 거?
그래도 윤현호는 레브 연차가 덜 찼을 때에 그 짓거리를 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지금 해 봐라, 어떻게 될지.
이번에 스케줄이 잡힌 대학교 목록을 확인하던 중, 한 대학교에서 시선이 멈췄다.
여기에 누구 다녔더라? 윤정아? 정대한? 김유선? 아이씨, 지인 누가 다녔던 거 같은데 누구지? 내가 남의 대학교에는 영 관심이 없어서.
“어? 내 모교도 있네?”
그 답변은 서예현의 목소리가 대신해 주었다.
거기가 원래 대한민국 수험생들이라면 좔좔 외우고 있는 인서울 상위 10개 대학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대학에 연이 없던 나한테도 왠지 더 친숙하다 싶었더니 서예현이 다니던 대학교였다.
“그런데 형은 그 학교 1년 다니고 자퇴하지 않았어?”
내 물음에 손가락까지 꼽으며 세어 보던 서예현이 대답했다.
“정확히는 2학년 1학기 말에 자퇴했으니까 1년 반은 다닌 셈이지.”
“아니, 내 말은, 모교라고 하면 보통 졸업한 학교 뜻하는 거 아니야?”
“입학했으면 모교라고 하지 않나? 나도 모르겠다. 너 때문에 나까지 헷갈리잖아.”
그래도 해금된 과거 기억이 견하준한테는 몰라도 서예현한테는 영향을 끼치긴 했다. 저렇게 도끼눈 뜨고 투덜거려도 딱히 시비로 맞받아칠 마음이 안 드는 걸 보니.
똑같은 셋리스트로 도는 건 좀 그래서 대학교마다 셋리스트를 다르게 짰다. 무대 위에서 불러야 할 곡은 평균 3~4곡에 쌓여 있는 우리 히트곡은 많았기에 셋리스트를 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 모교는 무조건 내 파트 많은 곡으로 부탁해.”
“형이 말 안 해도 그렇게 짜려고 했거든.”
내 대답을 듣고 나서야 서예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누가 봐도 잔뜩 들뜬 걸음으로 멀어졌다.
“자퇴한 모교 가는 게 저렇게 좋을까?”
“형이 나온 고등학교에 스쿨오브락으로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오, 저 어깨뽕이 바로 이해 됐어. 나 같아도 제일 튀려고 한다.”
모교 금의환향은 인정이지. 물론 내 자퇴는 아버지의 사랑의 매 앞에 무산되긴 했지만.
심지어 서예현이 그토록 고대하던 본인 모교 축제는 우리 스케줄 중 가장 첫 번째 순서였다.
그러니 더 기대되겠지.
무대 의상은 스타일리스트 누나가 어디에선가 우리 사이즈에 맞게 공수해 와 리폼을 마친 과잠들이었다. 학과 대신 우리의 이름이 영어로 수놓인 과잠은 총 네 개였다.
그리고 우리 인원은 다섯 명이지.
“왜 하나 안 왔지? 일영이 누나한테 말해야 하니까 얼른 이름 확인해 봐. 일단 내 거 왔고, 막내 거 왔고.”
“아마 내 의상이 안 온 걸걸? 내가 일영 누나한테 내 거는 만들지 말라고 했거든.”
아, 설마… 5년이 지났고 이사도 두 번이나 거쳤는데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을 리가…
“드디어 이 과잠을 다시 개시할 때가 왔군!”
위풍당당하게 쇼핑백에서 자기 과잠을 꺼낸 서예현이 그걸 번쩍 들어 올리며 뿌듯하게 웃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구나.
“안 버리고 가지고 있길 잘했다. 이렇게 또 입을 날이 올 줄이야.”
그렇게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것치곤 관리를 거의 안 한 것 같은데. 저 소매 재질은 딱 봐도 오래 묵히면 가루 날릴 재질이고. 그리고 옷도 더럽게 무거워 보였다. 원래 과잠은 다 저런가?
“와… 그러면 저 과잠은 반지하에서부터 이전 숙소를 거쳐서 지금 숙소까지 온 거네요.”
“중간에 두 번이나 의류 수거함에 들어갈 운명을 이겨내고 결국 무대에까지 서네. 뭘 해도 될 옷이라고 생각해.”
견하준이 칭찬하는 포인트가 조금 이상한 것 같긴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스무 살 때보다 키가 더 크긴 했나 봐. 그때는 소매가 손등 다 덮었는데 이제는 딱 맞는 거 봐.”
“알았으니까 좀 진정해. 정신 사나워.”
자기 과잠을 입고 신나서 자랑하는 서예현은 꼭 스무 살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얼굴이 아니라 정신머리가.
샵을 떠나 밴을 타고 대학교에 도착하여 위원회의 안내를 받으며 대기실로 조성된 간이 텐트로 들어올 때까지 서예현은 너무 오랜만이라는 감동 어린 감탄을 멈추지를 않았다.
우리는 마지막 순서였다.
“레브, 준비해 주세요!”
이제는 제법 서늘해진 가을밤 공기를 맞으며 무대 사이드 계단 앞에 서서 우리 차례를 기다렸다. 우리 바로 앞 순서 가수가 마지막 곡을 부르고 내려왔다.
사회자의 힘찬 소개와 함께 드디어 야외 무대에 올랐다. 한껏 치켜 올려진 휴대폰의 향연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뜨겁게 쏟아지는 환호를 들으며 가볍게 드럼 스틱을 쥐었다.
첫 곡은 서예현이 무려 프론트맨을 맡은 곡인 였다.
다행히 무대 뒤쪽에 밴드 악기가 마련되어 있었기에 혹시나 해서 연습해 온 댄스 버전이 아니라 서예현이 돋보일 수 있는 오리지널 밴드 버전으로 무대를 할 수 있었다.
나름 최신곡인데도 첫 곡부터 떼창이 장난 아니었다.
바닥에 내려놓은 핸드마이크를 집어 들고 무대 정중앙으로 나와 인사했다.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우렁찬 인사에 더욱 우렁찬 함성이 화답처럼 돌아왔다.
가벼운 토크를 이어가던 중, 서예현의 어깨에 장난스럽게 손을 올린 류재희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우리 예현이 형이 또 이 학교 출신이잖아요.”
“네, 비록 데뷔라는 사정 때문에 자퇴했지만 그래도, 그리도 힘들었던 수험생 생활에서 이제 막 벗어나서 스무 살 청춘을 보낸 학교라 각별한 추억이 많이 남아 있어요.”
아련한 얼굴로 감성 멘트를 치다가 갑자기 장난스레 웃은 서예현이 이 학교 학생들만 아는 것 같은 몇 가지 물음을 던지자 곧바로 우렁찬 대답들이 돌아왔다.
“5년 전에는 제가 여러분들이 있는 곳에서 초대 가수 분들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무대 위에 서 있으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네, 확실히 과잠에 붙은 학번이 오면서 본 학번들이랑 차이가… 자, 여기 예현이 형이랑 같은 OO학번 손들어 보실래요. 아이고, 다들 휴대폰을 들고 계셔서 안 보이네. 그러면 함성 한 번-.”
“아직 예현이 형 동기 분들이 많이 남아 계시네요.”
“5년밖에 안 됐어.”
눈을 흘기며 끼어드는 서예현의 등을 두드리며 다음 곡 소개 멘트를 던졌다.
“자, 그래서 저희의 다음 곡은 이곳에서 보낸 예현이 형의 청춘을 위한 노래, 입니다!”
“아니, 그 멘트를 치려면 가 맞지 않아? 설마 ‘청’자가 겹친다고…”
“그런 사소한 건 그냥 지나갑시다.”
의 MR이 웅장하게 울렸다. 무대 중앙에서 열심히 안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대학교 측에서 무대에 무슨 이펙트라도 설치했나 싶었는데 흩날리는 가루가 점점 많아지더니 무대 때 정점을 찍었다.(악몽)>
그래도 무대를 하는 데에 방해는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무대 할 맛 제대로 나는 호응에 더해 멤버의 모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앵콜 곡으로 와 까지 두 곡을 더하여 불렀다.
그때까지 어디에서 뿌리고 있는지 모를 가루 효과는 건재했다.
“지금까지 레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대체 그 가루 효과가 뭐였지, 무대를 내려와서도 고찰하고 있던 나는 서예현의 짧은 비명에 드디어 그 가루 효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으아악! 내 과잠 소매 왜 이래?”
그 가루는 바로 짭가죽 소재였던 서예현의 과잠 소매가 오래 묵은 것에 더해 격한 움직임에 결국 바스러지며 탄생한 결과였다. 가을바람과 서예현의 안무 동작이 그걸 사방으로 날려준 거고.
그렇게 서예현의 과잠은 단 한 번의 무대로 쓰임을 다 하고 운명하셨다.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