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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ự Trở Lại Của Một Thần Tượng Đã Mất Đi Lý Tưởng Ban Đầu RAW - C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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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35화(33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35화
MVP 발표는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여행의 MVP는…”
긴장감과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PD는 말을 잠깐 멈췄지만 다른 패널들의 얼굴에는 심드렁한 감정만이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이번 여행은 솔직히 의심의 여지도 없지.”
“나 진짜로 이번에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어. 역시 팀이 좋긴 좋아. 도빈이 혼자였으면 절대 못 받았을걸.”
“나는 도빈이가 소원으로 조기 퇴근시켜 줘서 그 무인도에 몇 시간씩 더 고립 안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MVP 자격 있다고 생각해.”
“이야, 도빈이가 이번에 찬스권으로 제대로 뽕 뽑았다. 사람 잘 데려왔어.”
패널들이 한두 마디씩 보태는 동안 MVP가 확정된 김도빈은 헤실헤실 웃고 있기나 했다.
“도빈 씨와 이든 씨 팀이 이번 여행의 MVP입니다!”
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물론 나는 게스트였지 정식 멤버가 아니었기에 MVP 혜택은 모두 김도빈한테 돌아갔다. 개고생해서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같아 배가 다 아팠다.
물론 김도빈과 내가 같은 그룹의 멤버이긴 하지만 쟤랑 나랑 한 몸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MVP에게는 미리 말씀드린 대로 여행 설계권이 주어집니다.”
완장을 전달받은 김도빈이 냉큼 완장을 왼팔에 차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경쾌하게 외쳤다.
“자, 의견 받습니다! 물론 무조건 반영하는 게 아니라 참고 정도만 하는 거예요.”
“도빈아, 이번 여행은 무조건 힐링이다!”
“Flex 여행! 무인도에서 우리가 가져온 짐으로 개고생했으니까 다음에는 제작비 펑펑 쓰자!”
하지만 참으로 익숙해 보이는 김도빈의 표정을 보아하니 사방에서 쏟아지는 저 의견은 절반도 반영이 되지 않을 성싶었다.
저 표정은 견하준의 잔소리나 내 윽박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때 김도빈이 흔히 짓는 표정이었으니까. 본인은 안 들키고 열심히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겠지.
“자, 그러면 이번 무인도 여행의 진정한 MVP 인터뷰도 한 번 해야지.”
예능인이 내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며 너무 길어지는 의견 수렴을 자르고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끌어 나갔다.
“인정해여. 솔직히 저보다는 이든이 형이 더 MVP이긴 했어요. 저는 이든이 형 없었으면 물만 마시면서 쫄쫄 굶다가 무인도의 축축한 흙바닥에서 잠들었을 거예요.”
김도빈이 그러므로 이견은 없다며 시원하게 인정했다. 숙소에 돌아가서 김도빈이 받을 갈굼의 3분의 1을 공제해 주었다.
“ 체험한 소감이 어땠어?”
“TV에서 보던 것보다 딱 10배가 더 힘들더라고요. 와, 방송으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빡세네요. 그래도 나름 신선한 체험 한 번 해 보고 갑니다. 어디에서 이런 세미 생존 서바이벌 체험을 해 보겠어요.”
진심 어린 후기를 남기자 개그맨이 박수치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내 말을 받았다.
“우와, 100배도 아니고 10배래. 우리 프로그램 맞춤형 인재다, 인재. 도빈이 대신 이든이로 교체하자.”
“저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세요!”
그렇게 게스트로 불려간 촬영이 끝났다.
소모용인 생수만 왕창 챙겨 온 덕분에 남은 짐이라고는 참치캔과 방수포밖에 없는 김도빈은 가벼운 짐과 함께 나랑 나란히 숙소로 돌아왔다.
시각을 확인하자 오후 스케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었기에 씻고 눈을 잠깐 붙이기에는 충분했다.
“류재! 역시 네가 옳았어!”
고작 돌 하나 들라고 할 때는 아주 온갖 엄살은 다 부리더니, 캐리어를 무슨 키링처럼 달랑달랑 어깨에 걸치고 류재희한테 달려가는 꼴을 보니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뭐가 옳아? 형은 운발이 형한테 따라 주지 않으면 자칫하다간 에서 도움 안 되면서 날로 먹는 밉상 막내 이미지만 정립될 수 있으니까 형이 잘해 낼 수 있는 색다른 호감 롤을 찾아보라고 한 내 충고?”
하루 동안 김도빈하고만 붙어 있다가 갑자기 미래까지 고려하는 고지능적인 말을 들으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니! 이번에도 내 운빨은 큰 몫을 해냈지! 내 덕에 무인도에 고립되지 않고 다들 무사히 퇴근했거든.”
류재희의 말 안에 담긴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고 오직 앞의 여섯 구절만 듣고 내뱉은 듯한 단순하기 그지없는 대답에 내 머리 역시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전에 우리 언제였지…? 데뷔 기념일 라방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때 무인도에 데려갈 사람 이야기 나왔잖아.”
“아, 그랬지. 그러고 보니까 형은 그때 하준이 형 선택했으면서 왜 어제 데려간 건 이든이 형이었어?”
“네가 이든이 형을 선택했잖아. 내가 지금까지 쌓아 온 레브 빅데이터에 따르면 네 말을 들어서 손해 보는 게 없어. 그래서 내 판단을 버리고 내 선택을 따랐지.”
당당한 김도빈의 대답에 류재희가 할 말을 잃은 얼굴로 김도빈을 바라보았다.
김도빈 너도 이제 두뇌를 막내한테 의탁하기 시작했구나.
나 1인분에 김도빈 0.5인분, 총 1.5인분의 두뇌를 더 떠맡아야 하는 류재희를 향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하준이 형을 무인도에 데리고 가면 너무 하준이 형 눈치 보일 것 같았어.”
김도빈도 드디어 견하준이 마냥 자상하고 다정한 이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견하준보다 더 만만해져서 기어오르기 좋다는 소리지?
“네가 끌고 간 내 눈치는 안 보이든?”
삐딱하게 묻자 조용하게 웃고 있던 견하준이 의외로 김도빈의 편을 들어 주었다.
“그만큼 이든이 네가 나보다 더 편해졌다는 소리겠지. 그렇지, 도빈아?”
“그것도 있지만 형이 이전에 저한테 정색하셔서 좀 어려워진 것도 있어요.”
김도빈이 뒤끝 하나 담기지 않은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필터 없는 직설적인 말을 듣자마자 서로를 돌아보며 입을 떡 벌린 나랑 류재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로 할 말을 잃은 견하준이 겨우 입을 열었다.
“아… 그랬지. 미안해, 도빈아. 형이 그때 좀 예민하게 반응해 버렸네. 그 일들 때문에 그랬구나.”
“저도 다 이해해여, 형. 형이 저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라 상황이 좀 그랬잖아요. 원래 사람이 화 안 내고 성질 안 부리고 마냥 다정하기만 한다면 그건 정상인이 아니라 가면 쓰고 있는 감정 결여 싸이코랬어요.”
김도빈이 쿨하게 견하준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또 잠깐 얼타던 견하준이 픽 웃으며 다음에 또 마음에 담아둘 일이 생긴다면 바로바로 말하라며 김도빈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 모습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나와 함께 지켜보던 류재희가 중얼거렸다.
“도빈이 형도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해요. 잠깐 당황하셨던 걸 보면 하준이 형도 저런 유형은 처음 겪어 보셨나 봐요.”
“나도 저런 놈은 생전 처음 본다.”
저런 녀석이 연을 끊을 정도면 회귀 전 과거의 나는 얼마나 김도빈의 눈에 어려워 보였다는 걸까. 저런 솔직한 대화조차도 꺼내지 못했을 정도면.
견하준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을 다 푼 김도빈이 류재희를 붙잡고 무인도에서 있었던 썰을 털려고 시동을 걸었다.
“류재, 그래서 이든이 형이 얼마나 개쩔었냐면… 아니다, 이건 지금 들으면 본방의 재미가 반감되겠다. 방송 보고 나서 방송에 안 나온 에피소드 이야기 내가 싹 해줄게. 우리 이제 룸메잖아.”
“다른 건 몰라도 형이 일 안 하고 무인도에서 이든이 형 버스 타서 편하게 지냈다는 건 알겠어. 이든이 형은 피곤해 죽을 것 같다는 얼굴에다가 지금 지쳐서 말도 짧게 짧게 하시는데 형은 쌩쌩하잖아.”
“야, 나도 나름 일했어! 돌도 옮기고, 라면도 끓이고!”
“그래, 형이 돌 하나 들고 갈 때 이든이 형은 두 개 들고 갔겠지. 불쌍한 이든이 형… 하필 무인도 함께 가기 기피 순위 1순위인 도빈이 형이랑 무인도에 끌려가서 고생만 엄청 하셨구나….”
내가 막내한테 두뇌 외주를 맡기는 이유가 다 있다니까.
굳이 방송을 보지 않아도 어? 딱 견적을 내서 나의 수고를 알아차려 주잖아.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은 나중에 류재희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류재희가 못 봤다고 하면 당사자 중 하나인 견하준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고. 설마 견하준이 나한테까지 숨기겠어?
뒤늦게 훅 몰려오는 피로에 하품을 내뱉으며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던 서예현이 기척을 느꼈는지 책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올렸다가 내 꼴을 보고 기겁했다.
“대체 무인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루 만에 사람이 이렇게 젖은 수건 물기 쫙 쥐어짠 꼴이 되어서 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힘들다, 진짜…”
“야야야, 이 꼴로 침대 눕지 말고 옷 갈아입고 씻고 누워!”
경악하며 책까지 침대에 내던지고 달려온 서예현이 급하게 내 목덜미를 잡아채 침대에 눕는 것을 막았다.
“와, 형이 동생 괴롭힌다.”
“이게 지금 내가 너 괴롭히는 거야? 네가 나 괴롭히는 거지? 덩치도 큰 게 빨리 안 일어나? 하준이 불러?”
타박과 잔소리 밑에 은은하게 깔린 웃음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 소리 듣고 좋단다. 내가 꼬박꼬박 형이라고 붙여서 불러주는데 누가 보면 내가 항상 맞먹은 줄 알겠어.
나중에 김도빈에게 전해 듣기로는, 원래 계획했던 해외의 여행지에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바람에 취소하고 급하게 땜빵용으로 기획한 것이 바로 국내 무인도 특집이라 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미션이랑 연장만 섬에 한 바가지 쏟아부어 놨는데 우리의 물트 코인으로 레전드 편이 탄생했다나 뭐라나.
“정 PD님이 형 이번에 엄청 고생했으니까 나중에 힐링 여행할 때 한 번 더 와 달래요.”
스위스 여행도 그런 극악의 여행으로 만들었던 인데 과연 힐링 여행이라는 게 존재는 할까.
김도빈의 MVP 자리를 위한 초석이 되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했다.
“형, 올 거죠? 제가 꼭 형 게스트로 부르는 여행에 여행 설계권 한 번 더 따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도 되는 효도 여행 풀코스로 모실게요.”
“내가 에서 힐링 여행하러 오라는 말을 믿느니 김도빈 네가 사실은 류재희를 뛰어넘는 천재인데 머리를 안 쓰고 있어서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믿겠다.”
“그럴 수도 있죠. 아무도 몰라서 저 자신조차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퍽이나.”
하지만 결코 에 다시는 얼굴을 내비치지 않겠다는 내 굳은 다짐은 레전드 편으로 등극한 이번 무인도 편의 반응 덕분에 철회되었다.
*   *   *
[TROUBLE TRAVEL]
[이번에는 여행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생존 서바이벌이다!]
[국내 여행-무인도 특집]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335화(33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335화

MVP 발표는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여행의 MVP는…”

긴장감과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PD는 말을 잠깐 멈췄지만 다른 패널들의 얼굴에는 심드렁한 감정만이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이번 여행은 솔직히 의심의 여지도 없지.”

“나 진짜로 이번에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어. 역시 팀이 좋긴 좋아. 도빈이 혼자였으면 절대 못 받았을걸.”

“나는 도빈이가 소원으로 조기 퇴근시켜 줘서 그 무인도에 몇 시간씩 더 고립 안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MVP 자격 있다고 생각해.”

“이야, 도빈이가 이번에 찬스권으로 제대로 뽕 뽑았다. 사람 잘 데려왔어.”

패널들이 한두 마디씩 보태는 동안 MVP가 확정된 김도빈은 헤실헤실 웃고 있기나 했다.

“도빈 씨와 이든 씨 팀이 이번 여행의 MVP입니다!”

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물론 나는 게스트였지 정식 멤버가 아니었기에 MVP 혜택은 모두 김도빈한테 돌아갔다. 개고생해서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같아 배가 다 아팠다.

물론 김도빈과 내가 같은 그룹의 멤버이긴 하지만 쟤랑 나랑 한 몸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MVP에게는 미리 말씀드린 대로 여행 설계권이 주어집니다.”

완장을 전달받은 김도빈이 냉큼 완장을 왼팔에 차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경쾌하게 외쳤다.

“자, 의견 받습니다! 물론 무조건 반영하는 게 아니라 참고 정도만 하는 거예요.”

“도빈아, 이번 여행은 무조건 힐링이다!”

“Flex 여행! 무인도에서 우리가 가져온 짐으로 개고생했으니까 다음에는 제작비 펑펑 쓰자!”

하지만 참으로 익숙해 보이는 김도빈의 표정을 보아하니 사방에서 쏟아지는 저 의견은 절반도 반영이 되지 않을 성싶었다.

저 표정은 견하준의 잔소리나 내 윽박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때 김도빈이 흔히 짓는 표정이었으니까. 본인은 안 들키고 열심히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겠지.

“자, 그러면 이번 무인도 여행의 진정한 MVP 인터뷰도 한 번 해야지.”

예능인이 내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며 너무 길어지는 의견 수렴을 자르고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끌어 나갔다.

“인정해여. 솔직히 저보다는 이든이 형이 더 MVP이긴 했어요. 저는 이든이 형 없었으면 물만 마시면서 쫄쫄 굶다가 무인도의 축축한 흙바닥에서 잠들었을 거예요.”

김도빈이 그러므로 이견은 없다며 시원하게 인정했다. 숙소에 돌아가서 김도빈이 받을 갈굼의 3분의 1을 공제해 주었다.

“ 체험한 소감이 어땠어?”

“TV에서 보던 것보다 딱 10배가 더 힘들더라고요. 와, 방송으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빡세네요. 그래도 나름 신선한 체험 한 번 해 보고 갑니다. 어디에서 이런 세미 생존 서바이벌 체험을 해 보겠어요.”

진심 어린 후기를 남기자 개그맨이 박수치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내 말을 받았다.

“우와, 100배도 아니고 10배래. 우리 프로그램 맞춤형 인재다, 인재. 도빈이 대신 이든이로 교체하자.”

“저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세요!”

그렇게 게스트로 불려간 촬영이 끝났다.

소모용인 생수만 왕창 챙겨 온 덕분에 남은 짐이라고는 참치캔과 방수포밖에 없는 김도빈은 가벼운 짐과 함께 나랑 나란히 숙소로 돌아왔다.

시각을 확인하자 오후 스케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었기에 씻고 눈을 잠깐 붙이기에는 충분했다.

“류재! 역시 네가 옳았어!”

고작 돌 하나 들라고 할 때는 아주 온갖 엄살은 다 부리더니, 캐리어를 무슨 키링처럼 달랑달랑 어깨에 걸치고 류재희한테 달려가는 꼴을 보니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뭐가 옳아? 형은 운발이 형한테 따라 주지 않으면 자칫하다간 에서 도움 안 되면서 날로 먹는 밉상 막내 이미지만 정립될 수 있으니까 형이 잘해 낼 수 있는 색다른 호감 롤을 찾아보라고 한 내 충고?”

하루 동안 김도빈하고만 붙어 있다가 갑자기 미래까지 고려하는 고지능적인 말을 들으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니! 이번에도 내 운빨은 큰 몫을 해냈지! 내 덕에 무인도에 고립되지 않고 다들 무사히 퇴근했거든.”

류재희의 말 안에 담긴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고 오직 앞의 여섯 구절만 듣고 내뱉은 듯한 단순하기 그지없는 대답에 내 머리 역시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전에 우리 언제였지…? 데뷔 기념일 라방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때 무인도에 데려갈 사람 이야기 나왔잖아.”

“아, 그랬지. 그러고 보니까 형은 그때 하준이 형 선택했으면서 왜 어제 데려간 건 이든이 형이었어?”

“네가 이든이 형을 선택했잖아. 내가 지금까지 쌓아 온 레브 빅데이터에 따르면 네 말을 들어서 손해 보는 게 없어. 그래서 내 판단을 버리고 내 선택을 따랐지.”

당당한 김도빈의 대답에 류재희가 할 말을 잃은 얼굴로 김도빈을 바라보았다.

김도빈 너도 이제 두뇌를 막내한테 의탁하기 시작했구나.

나 1인분에 김도빈 0.5인분, 총 1.5인분의 두뇌를 더 떠맡아야 하는 류재희를 향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하준이 형을 무인도에 데리고 가면 너무 하준이 형 눈치 보일 것 같았어.”

김도빈도 드디어 견하준이 마냥 자상하고 다정한 이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견하준보다 더 만만해져서 기어오르기 좋다는 소리지?

“네가 끌고 간 내 눈치는 안 보이든?”

삐딱하게 묻자 조용하게 웃고 있던 견하준이 의외로 김도빈의 편을 들어 주었다.

“그만큼 이든이 네가 나보다 더 편해졌다는 소리겠지. 그렇지, 도빈아?”

“그것도 있지만 형이 이전에 저한테 정색하셔서 좀 어려워진 것도 있어요.”

김도빈이 뒤끝 하나 담기지 않은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필터 없는 직설적인 말을 듣자마자 서로를 돌아보며 입을 떡 벌린 나랑 류재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로 할 말을 잃은 견하준이 겨우 입을 열었다.

“아… 그랬지. 미안해, 도빈아. 형이 그때 좀 예민하게 반응해 버렸네. 그 일들 때문에 그랬구나.”

“저도 다 이해해여, 형. 형이 저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라 상황이 좀 그랬잖아요. 원래 사람이 화 안 내고 성질 안 부리고 마냥 다정하기만 한다면 그건 정상인이 아니라 가면 쓰고 있는 감정 결여 싸이코랬어요.”

김도빈이 쿨하게 견하준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또 잠깐 얼타던 견하준이 픽 웃으며 다음에 또 마음에 담아둘 일이 생긴다면 바로바로 말하라며 김도빈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 모습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나와 함께 지켜보던 류재희가 중얼거렸다.

“도빈이 형도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해요. 잠깐 당황하셨던 걸 보면 하준이 형도 저런 유형은 처음 겪어 보셨나 봐요.”

“나도 저런 놈은 생전 처음 본다.”

저런 녀석이 연을 끊을 정도면 회귀 전 과거의 나는 얼마나 김도빈의 눈에 어려워 보였다는 걸까. 저런 솔직한 대화조차도 꺼내지 못했을 정도면.

견하준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을 다 푼 김도빈이 류재희를 붙잡고 무인도에서 있었던 썰을 털려고 시동을 걸었다.

“류재, 그래서 이든이 형이 얼마나 개쩔었냐면… 아니다, 이건 지금 들으면 본방의 재미가 반감되겠다. 방송 보고 나서 방송에 안 나온 에피소드 이야기 내가 싹 해줄게. 우리 이제 룸메잖아.”

“다른 건 몰라도 형이 일 안 하고 무인도에서 이든이 형 버스 타서 편하게 지냈다는 건 알겠어. 이든이 형은 피곤해 죽을 것 같다는 얼굴에다가 지금 지쳐서 말도 짧게 짧게 하시는데 형은 쌩쌩하잖아.”

“야, 나도 나름 일했어! 돌도 옮기고, 라면도 끓이고!”

“그래, 형이 돌 하나 들고 갈 때 이든이 형은 두 개 들고 갔겠지. 불쌍한 이든이 형… 하필 무인도 함께 가기 기피 순위 1순위인 도빈이 형이랑 무인도에 끌려가서 고생만 엄청 하셨구나….”

내가 막내한테 두뇌 외주를 맡기는 이유가 다 있다니까.

굳이 방송을 보지 않아도 어? 딱 견적을 내서 나의 수고를 알아차려 주잖아.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은 나중에 류재희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류재희가 못 봤다고 하면 당사자 중 하나인 견하준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고. 설마 견하준이 나한테까지 숨기겠어?

뒤늦게 훅 몰려오는 피로에 하품을 내뱉으며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던 서예현이 기척을 느꼈는지 책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올렸다가 내 꼴을 보고 기겁했다.

“대체 무인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루 만에 사람이 이렇게 젖은 수건 물기 쫙 쥐어짠 꼴이 되어서 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힘들다, 진짜…”

“야야야, 이 꼴로 침대 눕지 말고 옷 갈아입고 씻고 누워!”

경악하며 책까지 침대에 내던지고 달려온 서예현이 급하게 내 목덜미를 잡아채 침대에 눕는 것을 막았다.

“와, 형이 동생 괴롭힌다.”

“이게 지금 내가 너 괴롭히는 거야? 네가 나 괴롭히는 거지? 덩치도 큰 게 빨리 안 일어나? 하준이 불러?”

타박과 잔소리 밑에 은은하게 깔린 웃음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 소리 듣고 좋단다. 내가 꼬박꼬박 형이라고 붙여서 불러주는데 누가 보면 내가 항상 맞먹은 줄 알겠어.

나중에 김도빈에게 전해 듣기로는, 원래 계획했던 해외의 여행지에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바람에 취소하고 급하게 땜빵용으로 기획한 것이 바로 국내 무인도 특집이라 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미션이랑 연장만 섬에 한 바가지 쏟아부어 놨는데 우리의 물트 코인으로 레전드 편이 탄생했다나 뭐라나.

“정 PD님이 형 이번에 엄청 고생했으니까 나중에 힐링 여행할 때 한 번 더 와 달래요.”

스위스 여행도 그런 극악의 여행으로 만들었던 인데 과연 힐링 여행이라는 게 존재는 할까.

김도빈의 MVP 자리를 위한 초석이 되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했다.

“형, 올 거죠? 제가 꼭 형 게스트로 부르는 여행에 여행 설계권 한 번 더 따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도 되는 효도 여행 풀코스로 모실게요.”

“내가 에서 힐링 여행하러 오라는 말을 믿느니 김도빈 네가 사실은 류재희를 뛰어넘는 천재인데 머리를 안 쓰고 있어서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믿겠다.”

“그럴 수도 있죠. 아무도 몰라서 저 자신조차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퍽이나.”

하지만 결코 에 다시는 얼굴을 내비치지 않겠다는 내 굳은 다짐은 레전드 편으로 등극한 이번 무인도 편의 반응 덕분에 철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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