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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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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04화
해가 다 저물고, 별과 달이 뜬 MT 촬영장 외곽.
내 옆에 걸터앉은 VTIC 채율은 스스럼없이 물었다.
“별 보고 있어요?”
“네.”
“역시!”
녀석은 개운한 얼굴로 같이 별을 보더니, 문득 생각났는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왠지 데자뷔? 그런 게 느껴진다 했는데… 전에 저희 등산 예능 나왔을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왜, 코코아 마시고 그거.”
…VTIC과 테스타가 전에 예능을?
‘아.’
나는 한발 늦게 깨달았다.
그건…… 이제는 없는 이야기다.
내가 류건우로, LeTi 서바이벌을 통해 VTIC 멤버 녀석들과 데뷔하는, 시스템이 만든 세상에서의 일.
그룹 위시즈.
“…….”
등산이라. 그때 그런 예능도 나갔었던가.
1년 만에 대상 받으려고 별짓을 다 했을 때니, 이미지 소비고 나발이고 온갖 곳에 나갔을 법했다.
그리고 그때보다 몇 살 더 성장한 모습의 진채율이 박문대에게 말했다.
“제가 막 건우 형이라고 불렀었잖아요.”
“그때는 상황이 그랬으니까요.”
내 대답에 채율이 킥 쑥스럽게 웃었다.
“이번 MT도 그때처럼 같은 팀인데! 우리 노란 팀이요!”
“…….”
“그때처럼 말 놓고 지내요, 저희. 기억나세요? 말 놓고 지내자고 그랬었는데!”
기억난다.
-음, 이제 돌아가면 건우 형이라고 부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말은 놓아도 괜찮을까요? 문대 씨가 아니라 문대로!
그리고 나한테도 편하게 말을 놓으라고 했지만, 대답하지 않았지.
나는 이번에도 그냥 웃었다.
“…….”
이젠 침묵이 암묵적인 거절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챘는지, 진채율은 더 권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어둡지 않은 목소리로 말은 계속했다.
“아무튼 오늘 진짜 재밌었죠!”
“네.”
뭐… 별 웃긴 꼴을 다 하긴 했다만, 아이돌로 위험할 수위는 아니었다.
딱 선 안 넘게 조절을 해주더라고.
‘제작진이 일을 잘하네.’
티홀릭 놈들은 인력 복도 있군. 나는 입맛을 다시며 저편에서 대화 중인 제작진과 티홀릭 놈들을 힐끔 보았다.
“이렇게 많은 선후배분들이랑 같이 예능에 나오는 건 저도 진짜 오랜만이에요. 문대 씨도 그래요?”
“네. 그렇죠.”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응. 그건 안 된다.
‘그땐 어그로 효과도 떨어져서 그냥 팬들만 스트레스 받는다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내포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놓은 진채율은 계속 지뢰 밟는 소리를 조잘거린다.
“저기, 저희 단톡방이요.”
너희가 멋대로 초대한 단톡방 말이지.
그리고 동시 컴백 겹치자마자 귀신같이 청려 놈에게 단속당해서 연락이 끊긴 거길 왜…….
“저, 이제 인사 올려도 괜찮을까요? 한동안 글이 안 올라왔으니까….”
“…….”
“이번에 같이 컴백해서 이렇게 보니까 좋기도 한데… 그건 좀 아쉬워요.”
나는 녀석을 돌아보았다.
의외였다.
‘눈치는 채고 있었군.’
체급이 비슷하고, 이번 컴백이 몹시 중요한 정상급 두 그룹.
이때 동시 발매한다면 필연적으로 서로 사이가 애매해질 것은 이 녀석도 예감했던 모양이다.
다만… 그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던 건가.
“가끔 안부도 묻고요! 농담도 하고…. 어떠세요?”
나는 피식 웃었다.
“좋죠.”
“다행이다!”
진채율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돌았다.
“으음. 테스타 분들이랑… 껄끄러운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특별한 일도 같이 겪었고.”
위시즈.
이제는 꿈꾼 것처럼 희미할 텐데도, 녀석은 나름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 말도 덧붙였다.
“저, 우리가 일부러 테스타 분들과 겹치고 싶어서 컴백을 바꾼 건 아니에요. 저희는 입대하기 전부터 이 날짜에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
컴백 일자를 잡으며 거기까지 고려한 건 청려뿐이겠지.
다른 VTIC 멤버 놈들이야 그냥 ‘제대 이후 바로 컴백’ 정도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이놈들에게는 화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 인연이 됐잖아요. 계속 연락도 하고, 가끔은 만나기도 하면서 계속 친구로 지내면 좋겠어요.”
“…….”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문대 씨는 이미 청려 형이랑 친하기도 하고요!”
그건 아니다.
나는 오묘한 눈으로 채율을 돌아보았으나, 녀석은 할 말 다 하고 어쩐지 시원한 눈으로 별을 보고 있었다.
이제 와서 뭐라고 하는 것도 웃겨서 나도 그냥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경기도 외곽인데도, 서울과 다르게 별이 총총히 빛났다.
“이러고 있으니까… 전에 테스타 분들 데뷔했을 때도 생각나요. 음악방송에서 만났잖아요.”
그랬지.
‘그게 벌써 6년쯤 전인가.’
새삼 그렇게 회상하니, 참 별일 다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싶다.
이 수명 짧은 연예계, 그것도 아이돌 업계에서 둘 다 몇 년 동안 안 고꾸라지고 악착같이 붙어 있군.
나는 어쩐지 약간 유쾌해져서 툭 대답했다.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지만요.”
“으엉?”
“선배님들이 저희가 컴백한 후에 컴백하시는 거니까요.”
“헛.”
자기들이 유리한 건 아는 모양이지.
약간 쑥스러운 표정이 된 진채율에게 말했다.
“그래도 밀릴 생각은 없고요.”
“…!”
잠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나를 보던 진채율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알아요. 우리도 그랬거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채율이 뒤로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정말로… 이번에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
“VTIC이 질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러냐.
“테스타도 그런데요.”
“으핫.”
진채율은 대꾸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전의를 되새겼다.
“…….”
“…….”
그리고 나는 문득 질문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말인데.”
“네!”
“혹시 선배님들 이번 뮤직비디오는 언제 찍으신 건가요.”
머리 모양도 그렇고, 도무지 그렇게 찍을 시간이 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설마 가발을 썼더라도 CG 후가공 시간이 안 나올 텐데.’
그리고 진채율은 명쾌한 대답을 내놨다.
“아, 입대하기 전에요! 그때 이미 어떻게 컴백할 지 다 정했거든요.”
“…….”
무서운 새끼들.
“아, 테스타 인트로 영상 정말 멋지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선아현을 설득해서 내놓길 잘했지.
내가 내심 코웃음을 칠 때였다.
진채율이 손을 내밀었다.
“우리, 후회 없이 활동해 봐요!”
“…….”
“아. 이거 재현 형한테 들었던 말인가?”
그놈 이야기는 하지 말고.
나는 손을 내미는 채율과 악수했다. 녀석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쁘진 않군.’
나도 피식 웃었다.
“선배님은 말 놓으세요. 그러기로 했으니까.”
“헉!”
반색한 진채율은 어차피 자신은 편한 상대에게도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쓴다고 뭐라 뭐라 허둥지둥 떠들더니, 곧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외쳤다.
“으으, 딱 한 번만 더 물어봐도 돼요? 우리 같이 말 놓자!”
나 참. 끈질기군.
“그래.”
“…!”
“근데 사석에서만.”
“당연하지!”
진채율이 헤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활기차게 일어났다.
“아, 저기서 음료수 준다. 저거 받아올게, 문대야!”
“알았어. 형.”
나는 떠나는 녀석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준 후, 도로 하늘로 시선 돌렸다.
‘이제 곧 공개인가.’
MV가 공개되고, 앨범이 공개되고, 음원이 출시되고….
무대가 나온다.
강력한 경쟁자와 살벌하게 맞부딪히는, 격렬한 활동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이 촬영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
그리고 이 촬영본의 방송도 그때즈음에 맞추어 공개될 것이다.
‘…이 예능을 더 제대로 촬영해야겠군.’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하며, 이 1박 2일짜리 MT의 다음 행방에 대해서 떠올렸다.
‘이제 남은 건… 랜덤 플레이 댄스인가.’
그거야말로 진짜배기긴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수를 든 진채율과 함께 숙소의 방으로 돌아갈 때였다.
“벌써 잠들기는 아쉬우시죠?”
“네…?”
“제작진들이 게임을 하나 더 준비해 주셨다고 합니다!”
“오오오!”
갑작스러운 공지.
그리고…….
“오, 담력 시험이네!”
“…….”
“나는 무서운 이야기는 잘 모르는데…. 문대 너는 많이 알고 있어?”
아니.
[시작!]
“으아악!!”
“아아아악!”
…말랑달콤 수아와 낙오될 뻔했으나, 꼴찌는 아니었다는 건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참고로 이때도 청려는 내숭을 조지게 떨었다.
“아, 귀신 이야기.”
아무리 생각해도 귀신 무서워할 놈이 아닌데, 약간 당황한 기색을 갈무리하는 단정한 모범생 느낌을 제대로 내더라고.
“제가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알진 못해서… 그래도 들었던 것 중에 골라볼게요.”
“오~”
적당히 무섭게, 노잼을 면할 정도로만 알맹이 있게 챙겨갔다.
근데 신나서 ‘고전 소설의 스토리라인이라 저작권이 소멸해 당당히 말할 수 있다’라는 TMI를 남발하는 주단의 입을 안 틀어막는 걸 보니 다른 의심이 생기긴 한다만.
‘자기만 조심하는데.’
VTIC 중에 유독 자기만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미지 챙기는 배우처럼 구는 녀석을,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아까 내 도끼를 보고도 느낀 게 없나.’
설마 본인은 이미지를 잡고, 임팩트는 다른 멤버들에게 몰아주려는 건가.
최대효율 지향하는 새끼의 선택이라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흐음.’
“우승자는… 이럴 수가, 또 초록팀! 초록팀 의 김래빈 씨!”
“와아아!”
나는 괴담머신 김래빈에게 카메라의 외곽에서 칭찬의 제스처를 날린 후, 주의 깊게 VTIC 녀석들을 관찰하며 그날 야밤의 촬영을 끝마쳤다.
그리고 다음 날.
“이 라인업으로 이걸 진행해 볼 날이 오다니… 작가님 입이 거의 귀에 있어요, 지금.”
“이 게임을 위해서 카메라를 더 구해오셨대요.”
대망의 랜덤 댄스 챌린지가 왔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청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 * *
작가는 펜을 들었다.
아이돌 단체 촬영의 알파이자 오메가, 꽃이자 열매. 바로 랜덤 플레이 댄스가 이제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간 제작진들은 치열히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MT 컨텐츠들과 차별화된 랜덤 플레이 댄스를 할 수 있을까?
사실 기본 공식은 간단했다.
-1. KPOP을 랜덤으로 틀어준다.
-2. 안무를 출 수 있는 사람은 가운데로 뛰어나와서 춘다.
그리고, 보통 아이돌 컨텐츠라면 여기에 긴장감을 위해 하나를 추가했다.
-3. 모두가 춤을 춰야 하며, 못 추는 사람은 탈락!
뭐, 팀에서 한 명씩만 나오면 된다 등 변형 공식도 있었으나, 이런 룰은 복잡해질수록 덜 직관적이 되고 재미없어지기 마련인 법.
그래서 제작진은 이 증명된 공식을 건드는 대신, 다른 요소를 추가하기로 했다.
바로… 사이버 방청객!
온라인으로 이 MT의 를 300명에게만 실시간으로 제한 송출해서, 그 반응을 수집해 자막에 응용해서 넣는 것이다!
웃긴 주접 댓글을 읽어주면서 아이돌들이 빵 터지게 유도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조금 팀 스포일러가 풀려도 괜찮아.’
오히려 그 점이 팬들의 기대를 부추길 테니까!
작가는 예리한 눈으로 기기를 점검했다.
앞에 연결된 태블릿에서는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들과 작은 모니터 화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뭐야
-접속된 거?
-헐헐ㅠㅠ
욕과 몇 가지 민감한 단어는 필터링되었지만, 대다수의 말은 자유롭게 마구 쏟아졌다.
그리고 카메라가 제대로 화면에 잡히자 거의 폭주하기 시작했다.
풀밭에서 자연스럽게 준비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이, 선명하고 가깝게 보였으니까!
-미쳤다
-아
-와 라인업 합성 같다
-문대야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문대 팝콘 추게 해주세요
-갓기 메댄 성하린 AKA 케이팝 처돌이 많관부
출연자의 팬인 사람들, 티홀릭 예능의 단골 시청자들, 그냥 재미 삼아 신청했던 사람들까지 온갖 종류의 반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랜덤 플레이 댄스가 시작되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04화

해가 다 저물고, 별과 달이 뜬 MT 촬영장 외곽.

내 옆에 걸터앉은 VTIC 채율은 스스럼없이 물었다.

“별 보고 있어요?”

“네.”

“역시!”

녀석은 개운한 얼굴로 같이 별을 보더니, 문득 생각났는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왠지 데자뷔? 그런 게 느껴진다 했는데… 전에 저희 등산 예능 나왔을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왜, 코코아 마시고 그거.”

…VTIC과 테스타가 전에 예능을?

‘아.’

나는 한발 늦게 깨달았다.

그건…… 이제는 없는 이야기다.

내가 류건우로, LeTi 서바이벌을 통해 VTIC 멤버 녀석들과 데뷔하는, 시스템이 만든 세상에서의 일.

그룹 위시즈.

“…….”

등산이라. 그때 그런 예능도 나갔었던가.

1년 만에 대상 받으려고 별짓을 다 했을 때니, 이미지 소비고 나발이고 온갖 곳에 나갔을 법했다.

그리고 그때보다 몇 살 더 성장한 모습의 진채율이 박문대에게 말했다.

“제가 막 건우 형이라고 불렀었잖아요.”

“그때는 상황이 그랬으니까요.”

내 대답에 채율이 킥 쑥스럽게 웃었다.

“이번 MT도 그때처럼 같은 팀인데! 우리 노란 팀이요!”

“…….”

“그때처럼 말 놓고 지내요, 저희. 기억나세요? 말 놓고 지내자고 그랬었는데!”

기억난다.

-음, 이제 돌아가면 건우 형이라고 부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말은 놓아도 괜찮을까요? 문대 씨가 아니라 문대로!

그리고 나한테도 편하게 말을 놓으라고 했지만, 대답하지 않았지.

나는 이번에도 그냥 웃었다.

“…….”

이젠 침묵이 암묵적인 거절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챘는지, 진채율은 더 권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어둡지 않은 목소리로 말은 계속했다.

“아무튼 오늘 진짜 재밌었죠!”

“네.”

뭐… 별 웃긴 꼴을 다 하긴 했다만, 아이돌로 위험할 수위는 아니었다.

딱 선 안 넘게 조절을 해주더라고.

‘제작진이 일을 잘하네.’

티홀릭 놈들은 인력 복도 있군. 나는 입맛을 다시며 저편에서 대화 중인 제작진과 티홀릭 놈들을 힐끔 보았다.

“이렇게 많은 선후배분들이랑 같이 예능에 나오는 건 저도 진짜 오랜만이에요. 문대 씨도 그래요?”

“네. 그렇죠.”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응. 그건 안 된다.

‘그땐 어그로 효과도 떨어져서 그냥 팬들만 스트레스 받는다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내포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놓은 진채율은 계속 지뢰 밟는 소리를 조잘거린다.

“저기, 저희 단톡방이요.”

너희가 멋대로 초대한 단톡방 말이지.

그리고 동시 컴백 겹치자마자 귀신같이 청려 놈에게 단속당해서 연락이 끊긴 거길 왜…….

“저, 이제 인사 올려도 괜찮을까요? 한동안 글이 안 올라왔으니까….”

“…….”

“이번에 같이 컴백해서 이렇게 보니까 좋기도 한데… 그건 좀 아쉬워요.”

나는 녀석을 돌아보았다.

의외였다.

‘눈치는 채고 있었군.’

체급이 비슷하고, 이번 컴백이 몹시 중요한 정상급 두 그룹.

이때 동시 발매한다면 필연적으로 서로 사이가 애매해질 것은 이 녀석도 예감했던 모양이다.

다만… 그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던 건가.

“가끔 안부도 묻고요! 농담도 하고…. 어떠세요?”

나는 피식 웃었다.

“좋죠.”

“다행이다!”

진채율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돌았다.

“으음. 테스타 분들이랑… 껄끄러운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특별한 일도 같이 겪었고.”

위시즈.

이제는 꿈꾼 것처럼 희미할 텐데도, 녀석은 나름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 말도 덧붙였다.

“저, 우리가 일부러 테스타 분들과 겹치고 싶어서 컴백을 바꾼 건 아니에요. 저희는 입대하기 전부터 이 날짜에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

컴백 일자를 잡으며 거기까지 고려한 건 청려뿐이겠지.

다른 VTIC 멤버 놈들이야 그냥 ‘제대 이후 바로 컴백’ 정도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이놈들에게는 화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 인연이 됐잖아요. 계속 연락도 하고, 가끔은 만나기도 하면서 계속 친구로 지내면 좋겠어요.”

“…….”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문대 씨는 이미 청려 형이랑 친하기도 하고요!”

그건 아니다.

나는 오묘한 눈으로 채율을 돌아보았으나, 녀석은 할 말 다 하고 어쩐지 시원한 눈으로 별을 보고 있었다.

이제 와서 뭐라고 하는 것도 웃겨서 나도 그냥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경기도 외곽인데도, 서울과 다르게 별이 총총히 빛났다.

“이러고 있으니까… 전에 테스타 분들 데뷔했을 때도 생각나요. 음악방송에서 만났잖아요.”

그랬지.

‘그게 벌써 6년쯤 전인가.’

새삼 그렇게 회상하니, 참 별일 다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싶다.

이 수명 짧은 연예계, 그것도 아이돌 업계에서 둘 다 몇 년 동안 안 고꾸라지고 악착같이 붙어 있군.

나는 어쩐지 약간 유쾌해져서 툭 대답했다.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지만요.”

“으엉?”

“선배님들이 저희가 컴백한 후에 컴백하시는 거니까요.”

“헛.”

자기들이 유리한 건 아는 모양이지.

약간 쑥스러운 표정이 된 진채율에게 말했다.

“그래도 밀릴 생각은 없고요.”

“…!”

잠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나를 보던 진채율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알아요. 우리도 그랬거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채율이 뒤로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정말로… 이번에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

“VTIC이 질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러냐.

“테스타도 그런데요.”

“으핫.”

진채율은 대꾸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용히, 전의를 되새겼다.

“…….”

“…….”

그리고 나는 문득 질문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말인데.”

“네!”

“혹시 선배님들 이번 뮤직비디오는 언제 찍으신 건가요.”

머리 모양도 그렇고, 도무지 그렇게 찍을 시간이 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설마 가발을 썼더라도 CG 후가공 시간이 안 나올 텐데.’

그리고 진채율은 명쾌한 대답을 내놨다.

“아, 입대하기 전에요! 그때 이미 어떻게 컴백할 지 다 정했거든요.”

“…….”

무서운 새끼들.

“아, 테스타 인트로 영상 정말 멋지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선아현을 설득해서 내놓길 잘했지.

내가 내심 코웃음을 칠 때였다.

진채율이 손을 내밀었다.

“우리, 후회 없이 활동해 봐요!”

“…….”

“아. 이거 재현 형한테 들었던 말인가?”

그놈 이야기는 하지 말고.

나는 손을 내미는 채율과 악수했다. 녀석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쁘진 않군.’

나도 피식 웃었다.

“선배님은 말 놓으세요. 그러기로 했으니까.”

“헉!”

반색한 진채율은 어차피 자신은 편한 상대에게도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쓴다고 뭐라 뭐라 허둥지둥 떠들더니, 곧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외쳤다.

“으으, 딱 한 번만 더 물어봐도 돼요? 우리 같이 말 놓자!”

나 참. 끈질기군.

“그래.”

“…!”

“근데 사석에서만.”

“당연하지!”

진채율이 헤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활기차게 일어났다.

“아, 저기서 음료수 준다. 저거 받아올게, 문대야!”

“알았어. 형.”

나는 떠나는 녀석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준 후, 도로 하늘로 시선 돌렸다.

‘이제 곧 공개인가.’

MV가 공개되고, 앨범이 공개되고, 음원이 출시되고….

무대가 나온다.

강력한 경쟁자와 살벌하게 맞부딪히는, 격렬한 활동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이 촬영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

그리고 이 촬영본의 방송도 그때즈음에 맞추어 공개될 것이다.

‘…이 예능을 더 제대로 촬영해야겠군.’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하며, 이 1박 2일짜리 MT의 다음 행방에 대해서 떠올렸다.

‘이제 남은 건… 랜덤 플레이 댄스인가.’

그거야말로 진짜배기긴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수를 든 진채율과 함께 숙소의 방으로 돌아갈 때였다.

“벌써 잠들기는 아쉬우시죠?”

“네…?”

“제작진들이 게임을 하나 더 준비해 주셨다고 합니다!”

“오오오!”

갑작스러운 공지.

그리고…….

“오, 담력 시험이네!”

“…….”

“나는 무서운 이야기는 잘 모르는데…. 문대 너는 많이 알고 있어?”

아니.

“으아악!!”

“아아아악!”

…말랑달콤 수아와 낙오될 뻔했으나, 꼴찌는 아니었다는 건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참고로 이때도 청려는 내숭을 조지게 떨었다.

“아, 귀신 이야기.”

아무리 생각해도 귀신 무서워할 놈이 아닌데, 약간 당황한 기색을 갈무리하는 단정한 모범생 느낌을 제대로 내더라고.

“제가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알진 못해서… 그래도 들었던 것 중에 골라볼게요.”

“오~”

적당히 무섭게, 노잼을 면할 정도로만 알맹이 있게 챙겨갔다.

근데 신나서 ‘고전 소설의 스토리라인이라 저작권이 소멸해 당당히 말할 수 있다’라는 TMI를 남발하는 주단의 입을 안 틀어막는 걸 보니 다른 의심이 생기긴 한다만.

‘자기만 조심하는데.’

VTIC 중에 유독 자기만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미지 챙기는 배우처럼 구는 녀석을,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아까 내 도끼를 보고도 느낀 게 없나.’

설마 본인은 이미지를 잡고, 임팩트는 다른 멤버들에게 몰아주려는 건가.

최대효율 지향하는 새끼의 선택이라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흐음.’

“우승자는… 이럴 수가, 또 초록팀! 초록팀 의 김래빈 씨!”

“와아아!”

나는 괴담머신 김래빈에게 카메라의 외곽에서 칭찬의 제스처를 날린 후, 주의 깊게 VTIC 녀석들을 관찰하며 그날 야밤의 촬영을 끝마쳤다.

그리고 다음 날.

“이 라인업으로 이걸 진행해 볼 날이 오다니… 작가님 입이 거의 귀에 있어요, 지금.”

“이 게임을 위해서 카메라를 더 구해오셨대요.”

대망의 랜덤 댄스 챌린지가 왔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청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 * *

작가는 펜을 들었다.

아이돌 단체 촬영의 알파이자 오메가, 꽃이자 열매. 바로 랜덤 플레이 댄스가 이제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간 제작진들은 치열히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MT 컨텐츠들과 차별화된 랜덤 플레이 댄스를 할 수 있을까?

사실 기본 공식은 간단했다.

-1. KPOP을 랜덤으로 틀어준다.

-2. 안무를 출 수 있는 사람은 가운데로 뛰어나와서 춘다.

그리고, 보통 아이돌 컨텐츠라면 여기에 긴장감을 위해 하나를 추가했다.

-3. 모두가 춤을 춰야 하며, 못 추는 사람은 탈락!

뭐, 팀에서 한 명씩만 나오면 된다 등 변형 공식도 있었으나, 이런 룰은 복잡해질수록 덜 직관적이 되고 재미없어지기 마련인 법.

그래서 제작진은 이 증명된 공식을 건드는 대신, 다른 요소를 추가하기로 했다.

바로… 사이버 방청객!

온라인으로 이 MT의 를 300명에게만 실시간으로 제한 송출해서, 그 반응을 수집해 자막에 응용해서 넣는 것이다!

웃긴 주접 댓글을 읽어주면서 아이돌들이 빵 터지게 유도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조금 팀 스포일러가 풀려도 괜찮아.’

오히려 그 점이 팬들의 기대를 부추길 테니까!

작가는 예리한 눈으로 기기를 점검했다.

앞에 연결된 태블릿에서는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들과 작은 모니터 화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뭐야

-접속된 거?

-헐헐ㅠㅠ

욕과 몇 가지 민감한 단어는 필터링되었지만, 대다수의 말은 자유롭게 마구 쏟아졌다.

그리고 카메라가 제대로 화면에 잡히자 거의 폭주하기 시작했다.

풀밭에서 자연스럽게 준비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이, 선명하고 가깝게 보였으니까!

-미쳤다

-아

-와 라인업 합성 같다

-문대야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문대 팝콘 추게 해주세요

-갓기 메댄 성하린 AKA 케이팝 처돌이 많관부

출연자의 팬인 사람들, 티홀릭 예능의 단골 시청자들, 그냥 재미 삼아 신청했던 사람들까지 온갖 종류의 반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랜덤 플레이 댄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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