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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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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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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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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08화
작곡 캠프 둘째 날.
편곡은 폭소 속에서 진행되었다.
“으하하하!”
“완전 바보예요!”
동요와 아이돌 곡을 합치는 작업이 생각보다도 멍청한 행동이라 여러 가지 괴작이 나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곡은 제비뽑기로 뽑았거든.
‘절대 공개 못 하겠군.’
이건 혹시라도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 ‘후배 조롱하냐’로 논란감이다.
나는 ‘꿈꾸는 곰돌이’와 ‘Hacker’를 합친 내 결과물을 재생해 보다가 미련 없이 껐다.
[곰돌이~ 고고고곰돌이!]
뭐라 말할 수 없는 희한한 쓰레기였다.
다만 김래빈은 여기서도 꽤 재밌는 결과를 뽑아냈다.
“오~ 래빈이, 이거 비트가 골든에이지 곡이지?”
“그렇습니다. 벌스의 비트를 빌려서 좀 더 화려한 느낌으로 완성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비야’가 이렇게 들린다고?”
배세진의 되물음이 이해될 만큼, 김래빈의 매시업은 독특하고 훌륭했다.
‘나비야’가 트랜디하게 들리다니.
‘다 같이 망하고 부담 덜게 하려는 거였는데.’
도리어 김래빈을 더 신나게 만든 것 같다만…… 뭐,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나는 개그 연마장이 된 작곡 캠프를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대문대, 어디가~”
“닭 보러.”
점심용으로 압력밥솥에서 조리 중인 백숙을 확인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놈이 따라붙었다.
“나도 가요!”
차유진이었다.
‘백숙을 치킨보단 안 좋아했던 것 같은데.’
놀러 와서 신났나 보군.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놈을 달고 가스레인지로 향했다.
마침 옆 베란다에 감쪽같이 진열되어 있는 인삼주가 눈에 들어오자 새벽의 음주가 떠올랐다.
‘스프레이를 이렇게도 쓰는군.’
옷 갈아입고 양치에 구강청결제까지 썼으니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작은 병으로 취할 일도 없지 않나.
‘……잠깐.’
나야 그렇다만, 다른 놈은?
“들으면 들을수록 세진 형께선 동요에서 가장 중독성 있는 멜로디만 사용하신 것이 정말 탁월한 선택이셨던 것 같습니다!”
“으하하! 그래? 래빈이 막 계속 듣고 싶어~?”
“네,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
설마 김래빈이 저렇게 말이 많아진 건 취기 탓도 있는 건가.
‘뭐…… 긴장 푸는 건 좋지.’
어쨌든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나는 유리창 너머의 인삼주를 지나쳤다.
하지만 그때 차유진이 숙덕였다.
“형, 저거 마셨어요?”
“……!!”
저 새끼가 어떻게 알았…… 아니, 일단 부정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거짓말! 저 안 믿어요.”
차유진은 씩 웃더니 냉장고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침에 보니까 냉장고에 빈 병이 하나 생겼던데, 저기 있던 이상한 술 맞죠?]
“…….”
[콜라 찾다가 발견했거든요.]
원인이 그거였냐.
여기서 제일 식탐 많은 놈다운 발견법이었다.
닭 다리라도 하나 더 달라고 하려나 싶어서 쳐다 보니, 차유진은 의외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김래빈을 슬쩍 쳐다보았다.
[쟤랑 대화하면서 마신 거죠?]
“그래.”
[역시! 쟤가 오늘 더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때론 알코올이 사람 입을 열어준다더니.]
“누가 그랬는데.”
[음, 저희 외할머니가요?]
왜 저놈과 김래빈이 전 소속사 때부터 잘 지냈는지 알 것 같군. 나는 인삼주를 칭찬했다던 김래빈의 할머님을 짧게 떠올렸다가 지웠다.
차유진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김래빈 많이 편해 보여서 좋아요.”
제법 기특한 소리였다.
“많이 걱정했나 본데, 직접 말해보지 그랬냐.”
차유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린 같은 학년이잖아요. 자존심 문제가 있죠.]
때 울면서 김래빈을 찾아온 놈이 할 말인가 싶다만.
‘그건 또 다른 분야냐.’
어쨌든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닭이 든 압력밥솥이나 살폈다.
차유진은 또 따라붙더니 이번엔 엄지를 치켜들었다.
“형 대단해요.”
백숙이?
[형이 전부터 김래빈이 작곡할 수 있도록 많이 서포트해 줬잖아요.]
“그냥 본인이 잘한 건데.”
솔직히 동요를 가요로 만드는 저놈이 어딜 가도 잘 벌어 먹고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차유진은 팔짱을 꼈다.
[아니요. 전 회사는 별로 똑똑하진 않았거든요! 김래빈은 확실히 재능을 가졌는데 작곡을 자주 안 맡겨줬었어요.]
“음.”
[그런데 형은 처음부터 믿어줘서 고맙다고 김래빈이 자주 이야기했어요.]
매번 서로 소리만 지르는 줄 알았는데, 그런 이야기도 했냐.
상태창에서 마에스트로 특성을 봤다고 말하기 민망할 만큼 훈훈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차유진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원래 운동선수와 예술가는 언젠가 슬럼프를 겪어요. 그러니까 형이 특별히 더 부담을 줘서 김래빈이 슬럼프에 빠진 건 아니에요.]
“…….”
[김래빈은 분명히 이 말을 하고 싶었을 테니까, 제가 미리 대신 말해주는 거죠. BFF로서!]
……이걸 격려받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그것과 내 등짝이 무슨 연관이 있는진 모르겠다만, 놈은 내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저것 좀 보세요. 형의 마법 같은 술까지 일했잖아요. 솔직히 존경스러운데요?]
거참.
나는 웃고 있는 놈을 보다가, 다시 한번 김래빈을 확인한 후에 짧게 대답했다.
“고맙다.”
“히히.”
[하지만 술 이야긴 다른 사람한테 하지 마라.]
“알았어요! [친구들을 위해서 비밀을 지킬게요.]”
차유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근데 나도 같이 마셔요! 그거 조건이에요.”
인삼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만, 색 때문에 무슨 디저트 와인 맛으로 착각한 모양이군.
“언제.”
“NOW! 아니, 밤에요!”
나 참.
나는 픽 웃고 대답했다.
“그래. 마시든가.”
차유진이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그때, 음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뭘 마셔.”
“……!”
넌 또 왜 거기서 튀어나오냐.
배세진이었다.
놈은 찜찜하단 듯이 차유진의 주먹을 보더니, 곧 뭔가 깨달았는지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너……! 너 인삼주 마셨구나!”
망할.
“아니, 그게…….”
“김래빈! 너 박문대랑 저거 마셨어??”
“아, 예! 아침에 함께…… 아.”
김래빈은 내가 ‘다른 멤버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으니 굳이 말하지 말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쑥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저녁까지 참았어야 했는데…… 저녁에 꼭 새로 차리겠습니다!”
“그……!!”
배세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으나, 참아냈다.
오.
“……그래.”
“알겠습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녁에 인삼주를 마시는 건에 대해서 말씀 나누었습니다!”
“이, 인삼……?”
“아, 저거 말이구나.”
멤버들은 오묘한 얼굴이었으나, 굳이 따지고 나오진 않았다.
내가 금주한 지도 꽤 된 데다가 지금 김래빈에게 뭐라고 하긴 내키지 않겠지.
이렇게 넘어가는 건가.
뭐, 배세진도 사정이 있다는 걸 짐작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도 이젠 술 마신다고 큰 감흥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다.
‘이렇게 저녁에 자연스럽게 한 번 더…….’
그때, 배세진이 내 어깨를 잡고 말했다.
“넌 안 돼.”
“…….”
야.
“형 보세요! 이제 괜찮아요. 와인 조금 마셔도 문제없어요!”
“저건 와인이 아니라 증류주야!”
차유진은 결국 울상을 지으며 숙덕였다.
“형, 미안해요.”
됐다…….
나는 이후 산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추가적인 알코올을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래도…… 뭐, 전반적으로 괜찮은 캠프였다.
산장을 나설 때, 김래빈의 노트북은 내 가방이 아닌 김래빈의 손에 들려 있었으니까.
* * *
그렇게 2박 3일간 외부와 단절되어 있던 작곡 캠프에서 귀환한 뒤, 우리는 콘서트 준비에 완전히 스케줄을 다 때려 박고 있다.
물론, 자투리 시간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나는 기어코 큰세진이 배경 화면까지 뽑아 업로드한 127섹션의 편곡들의 반응을 짧게 모니터링하곤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
-이 사람 뭐임
-OK I’m not lying This is SOOOOO interesting
-지렸다
-폐허 공장 뭐 하냐 당장 돈 박아야지 이런 게 보스방에서 나오면 ㅅㅂ X간지 쩔듯
워낙 글로벌 매니아가 많은 게임이시리즈라 그런지 주기적으로 커버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유입되며 은근한 입소문이 난 것 같다.
‘퀄리티를 봐선 그럴 줄 알았다만.’
일부러 안 묻히고 검색에 걸리기 쉽게 키워드도 잘 넣어놨고.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김래빈이 편곡한 테마곡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아무리 김래빈이 우리 것도 재창조 수준으로 다듬어줬다지만, 본인이 직접 다 짜 넣은 게 더 퀄리티가 좋겠지.
그리고 반응은…… 주로 천재라는 이야기였다.
-기성 작곡가 예상한다
└문외한이 당당하시네요 업계 사람이 보면 견적 나옵니다 아직 프로씬에 진입 안 한 천재성 있는 어린 친구 같은데요
└X문가 새끼 아무 소리나 지껄이네ㅋㅋㅋ 내가 딱 보니 짬 있는 재능충 편곡자임
나는 일부러 김래빈이 이것들을 찾아보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아니, 같이 보기도 했지.
“그렇다는데.”
“예, 그, 다소 부끄럽지만 감사한 말씀들입니다……!”
김래빈이 댓글을 보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는 자기 확신을 굳히길 바랐으니까.
이런 댓글들은 얼핏 보며 김래빈에게 슬럼프를 준 대중의 고평가와 비슷하나, 약간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뉴페이스지.’
높은 기준이나 배경지식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의도 없이 그냥 편곡에 관한 순수한 칭찬 피드백이니 그대로 원동력으로 치환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욕을 먹더라도 파장이 두렵지도 않다. 어차피 익명이니까.
게다가 거기서 도망칠 구석도 있다. 초보자와 함께 만들었으니까.
‘망하든 잘하든 이 선에서 끝이야.’
더해서, 다른 놈들이 작곡에 대한 흥미를 지속적으로 가지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고.
나는 몇 번 배세진이 자신의 곡 피드백을 찾아보는 것을 보곤 했다.
“……왜, 왜!”
“아뇨.”
뭐, 나도 내 편곡 반응을 찾아보기도 하니 남 말할 때는 아니군.
어쨌든, 그래서 콘서트 하는 틈틈이 부담 없는 피드백을 보는 맛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김래빈은 자신이 편곡에 참여하지 않는 첫 번째 콘서트임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생각 없이 잘 집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도리어 이 점을 활용하는 놈도 있었다.
“문대문대.”
“……?”
안무 연습이 막 끝나서 귀가하기 직전, 큰세진이 태블릿PC를 들고 말을 걸었다.
“음…… 우리가 이번 콘서트에선 래빈이 일도 있고 해서 음원 쪽엔 거의 직접 손 안 댔잖아?”
“그래.”
“그래서 편곡이 더 빨리 나올 테니까…… 남는 시간에 다른 요소에 더 힘을 주는 게 어때?”
오.
“어떤 식으로.”
“이런 식으로~”
큰세진은 화면을 켜더니 세트리스트를 보여줬다.
기존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선을 그어 변경한 시안을.
“……!”
“괜찮지?”
그랬다.
나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좋네. 내일 회의 때 올려볼까.”
“오케이~”
큰세진은 씩 웃었다.
‘생산적이군.’
나는 물을 마시며 파일을 공유받았다.
하지만 그날의 안건은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저기…… 댓글이 달렸는데.”
연습이 끝난 귀갓길, 배세진이 화면을 하나 보여준 것이다.
거기에는 슬슬 눈에 익는 우리의 편곡용 익명 채널 댓글창이 떠 있었다.
하도 추천수를 많이 받아서 최상단에 올라간 그것은…….
정식 초대였다.
-안녕하세요. T1 플레이즈입니다. 따로 채널에 연락처를 기재하시지 않아 부득이하게 댓글로 연락드립니다.
…….
“……??”
그리고 그 장문의 댓글 하단으로는 T1 플레이즈 담당자의 이메일이 적혀 있었다.
눈에 익었다.
“……우리 게임 콜라보 할 때 연락했던 분이네?”
“그러게요.”
졸지에 거대한 낚시가 시작된 것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08화

작곡 캠프 둘째 날.

편곡은 폭소 속에서 진행되었다.

“으하하하!”

“완전 바보예요!”

동요와 아이돌 곡을 합치는 작업이 생각보다도 멍청한 행동이라 여러 가지 괴작이 나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곡은 제비뽑기로 뽑았거든.

‘절대 공개 못 하겠군.’

이건 혹시라도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 ‘후배 조롱하냐’로 논란감이다.

나는 ‘꿈꾸는 곰돌이’와 ‘Hacker’를 합친 내 결과물을 재생해 보다가 미련 없이 껐다.

뭐라 말할 수 없는 희한한 쓰레기였다.

다만 김래빈은 여기서도 꽤 재밌는 결과를 뽑아냈다.

“오~ 래빈이, 이거 비트가 골든에이지 곡이지?”

“그렇습니다. 벌스의 비트를 빌려서 좀 더 화려한 느낌으로 완성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비야’가 이렇게 들린다고?”

배세진의 되물음이 이해될 만큼, 김래빈의 매시업은 독특하고 훌륭했다.

‘나비야’가 트랜디하게 들리다니.

‘다 같이 망하고 부담 덜게 하려는 거였는데.’

도리어 김래빈을 더 신나게 만든 것 같다만…… 뭐,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나는 개그 연마장이 된 작곡 캠프를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대문대, 어디가~”

“닭 보러.”

점심용으로 압력밥솥에서 조리 중인 백숙을 확인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놈이 따라붙었다.

“나도 가요!”

차유진이었다.

‘백숙을 치킨보단 안 좋아했던 것 같은데.’

놀러 와서 신났나 보군.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놈을 달고 가스레인지로 향했다.

마침 옆 베란다에 감쪽같이 진열되어 있는 인삼주가 눈에 들어오자 새벽의 음주가 떠올랐다.

‘스프레이를 이렇게도 쓰는군.’

옷 갈아입고 양치에 구강청결제까지 썼으니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작은 병으로 취할 일도 없지 않나.

‘……잠깐.’

나야 그렇다만, 다른 놈은?

“들으면 들을수록 세진 형께선 동요에서 가장 중독성 있는 멜로디만 사용하신 것이 정말 탁월한 선택이셨던 것 같습니다!”

“으하하! 그래? 래빈이 막 계속 듣고 싶어~?”

“네,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

설마 김래빈이 저렇게 말이 많아진 건 취기 탓도 있는 건가.

‘뭐…… 긴장 푸는 건 좋지.’

어쨌든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나는 유리창 너머의 인삼주를 지나쳤다.

하지만 그때 차유진이 숙덕였다.

“형, 저거 마셨어요?”

“……!!”

저 새끼가 어떻게 알았…… 아니, 일단 부정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거짓말! 저 안 믿어요.”

차유진은 씩 웃더니 냉장고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원인이 그거였냐.

여기서 제일 식탐 많은 놈다운 발견법이었다.

닭 다리라도 하나 더 달라고 하려나 싶어서 쳐다 보니, 차유진은 의외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김래빈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래.”

“누가 그랬는데.”

왜 저놈과 김래빈이 전 소속사 때부터 잘 지냈는지 알 것 같군. 나는 인삼주를 칭찬했다던 김래빈의 할머님을 짧게 떠올렸다가 지웠다.

차유진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김래빈 많이 편해 보여서 좋아요.”

제법 기특한 소리였다.

“많이 걱정했나 본데, 직접 말해보지 그랬냐.”

차유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때 울면서 김래빈을 찾아온 놈이 할 말인가 싶다만.

‘그건 또 다른 분야냐.’

어쨌든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닭이 든 압력밥솥이나 살폈다.

차유진은 또 따라붙더니 이번엔 엄지를 치켜들었다.

“형 대단해요.”

백숙이?

“그냥 본인이 잘한 건데.”

솔직히 동요를 가요로 만드는 저놈이 어딜 가도 잘 벌어 먹고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차유진은 팔짱을 꼈다.

“음.”

매번 서로 소리만 지르는 줄 알았는데, 그런 이야기도 했냐.

상태창에서 마에스트로 특성을 봤다고 말하기 민망할 만큼 훈훈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차유진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이걸 격려받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그것과 내 등짝이 무슨 연관이 있는진 모르겠다만, 놈은 내 등을 두드렸다.

거참.

나는 웃고 있는 놈을 보다가, 다시 한번 김래빈을 확인한 후에 짧게 대답했다.

“고맙다.”

“히히.”

“알았어요! [친구들을 위해서 비밀을 지킬게요.]”

차유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근데 나도 같이 마셔요! 그거 조건이에요.”

인삼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만, 색 때문에 무슨 디저트 와인 맛으로 착각한 모양이군.

“언제.”

“NOW! 아니, 밤에요!”

나 참.

나는 픽 웃고 대답했다.

“그래. 마시든가.”

차유진이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그때, 음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뭘 마셔.”

“……!”

넌 또 왜 거기서 튀어나오냐.

배세진이었다.

놈은 찜찜하단 듯이 차유진의 주먹을 보더니, 곧 뭔가 깨달았는지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너……! 너 인삼주 마셨구나!”

망할.

“아니, 그게…….”

“김래빈! 너 박문대랑 저거 마셨어??”

“아, 예! 아침에 함께…… 아.”

김래빈은 내가 ‘다른 멤버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으니 굳이 말하지 말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쑥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저녁까지 참았어야 했는데…… 저녁에 꼭 새로 차리겠습니다!”

“그……!!”

배세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으나, 참아냈다.

오.

“……그래.”

“알겠습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녁에 인삼주를 마시는 건에 대해서 말씀 나누었습니다!”

“이, 인삼……?”

“아, 저거 말이구나.”

멤버들은 오묘한 얼굴이었으나, 굳이 따지고 나오진 않았다.

내가 금주한 지도 꽤 된 데다가 지금 김래빈에게 뭐라고 하긴 내키지 않겠지.

이렇게 넘어가는 건가.

뭐, 배세진도 사정이 있다는 걸 짐작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도 이젠 술 마신다고 큰 감흥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다.

‘이렇게 저녁에 자연스럽게 한 번 더…….’

그때, 배세진이 내 어깨를 잡고 말했다.

“넌 안 돼.”

“…….”

야.

“형 보세요! 이제 괜찮아요. 와인 조금 마셔도 문제없어요!”

“저건 와인이 아니라 증류주야!”

차유진은 결국 울상을 지으며 숙덕였다.

“형, 미안해요.”

됐다…….

나는 이후 산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추가적인 알코올을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래도…… 뭐, 전반적으로 괜찮은 캠프였다.

산장을 나설 때, 김래빈의 노트북은 내 가방이 아닌 김래빈의 손에 들려 있었으니까.

* * *

그렇게 2박 3일간 외부와 단절되어 있던 작곡 캠프에서 귀환한 뒤, 우리는 콘서트 준비에 완전히 스케줄을 다 때려 박고 있다.

물론, 자투리 시간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나는 기어코 큰세진이 배경 화면까지 뽑아 업로드한 127섹션의 편곡들의 반응을 짧게 모니터링하곤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

-이 사람 뭐임

-OK I’m not lying This is SOOOOO interesting

-지렸다

-폐허 공장 뭐 하냐 당장 돈 박아야지 이런 게 보스방에서 나오면 ㅅㅂ X간지 쩔듯

워낙 글로벌 매니아가 많은 게임이시리즈라 그런지 주기적으로 커버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유입되며 은근한 입소문이 난 것 같다.

‘퀄리티를 봐선 그럴 줄 알았다만.’

일부러 안 묻히고 검색에 걸리기 쉽게 키워드도 잘 넣어놨고.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김래빈이 편곡한 테마곡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아무리 김래빈이 우리 것도 재창조 수준으로 다듬어줬다지만, 본인이 직접 다 짜 넣은 게 더 퀄리티가 좋겠지.

그리고 반응은…… 주로 천재라는 이야기였다.

-기성 작곡가 예상한다

└문외한이 당당하시네요 업계 사람이 보면 견적 나옵니다 아직 프로씬에 진입 안 한 천재성 있는 어린 친구 같은데요

└X문가 새끼 아무 소리나 지껄이네ㅋㅋㅋ 내가 딱 보니 짬 있는 재능충 편곡자임

나는 일부러 김래빈이 이것들을 찾아보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아니, 같이 보기도 했지.

“그렇다는데.”

“예, 그, 다소 부끄럽지만 감사한 말씀들입니다……!”

김래빈이 댓글을 보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는 자기 확신을 굳히길 바랐으니까.

이런 댓글들은 얼핏 보며 김래빈에게 슬럼프를 준 대중의 고평가와 비슷하나, 약간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뉴페이스지.’

높은 기준이나 배경지식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의도 없이 그냥 편곡에 관한 순수한 칭찬 피드백이니 그대로 원동력으로 치환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욕을 먹더라도 파장이 두렵지도 않다. 어차피 익명이니까.

게다가 거기서 도망칠 구석도 있다. 초보자와 함께 만들었으니까.

‘망하든 잘하든 이 선에서 끝이야.’

더해서, 다른 놈들이 작곡에 대한 흥미를 지속적으로 가지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고.

나는 몇 번 배세진이 자신의 곡 피드백을 찾아보는 것을 보곤 했다.

“……왜, 왜!”

“아뇨.”

뭐, 나도 내 편곡 반응을 찾아보기도 하니 남 말할 때는 아니군.

어쨌든, 그래서 콘서트 하는 틈틈이 부담 없는 피드백을 보는 맛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김래빈은 자신이 편곡에 참여하지 않는 첫 번째 콘서트임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생각 없이 잘 집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도리어 이 점을 활용하는 놈도 있었다.

“문대문대.”

“……?”

안무 연습이 막 끝나서 귀가하기 직전, 큰세진이 태블릿PC를 들고 말을 걸었다.

“음…… 우리가 이번 콘서트에선 래빈이 일도 있고 해서 음원 쪽엔 거의 직접 손 안 댔잖아?”

“그래.”

“그래서 편곡이 더 빨리 나올 테니까…… 남는 시간에 다른 요소에 더 힘을 주는 게 어때?”

오.

“어떤 식으로.”

“이런 식으로~”

큰세진은 화면을 켜더니 세트리스트를 보여줬다.

기존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선을 그어 변경한 시안을.

“……!”

“괜찮지?”

그랬다.

나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좋네. 내일 회의 때 올려볼까.”

“오케이~”

큰세진은 씩 웃었다.

‘생산적이군.’

나는 물을 마시며 파일을 공유받았다.

하지만 그날의 안건은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저기…… 댓글이 달렸는데.”

연습이 끝난 귀갓길, 배세진이 화면을 하나 보여준 것이다.

거기에는 슬슬 눈에 익는 우리의 편곡용 익명 채널 댓글창이 떠 있었다.

하도 추천수를 많이 받아서 최상단에 올라간 그것은…….

정식 초대였다.

-안녕하세요. T1 플레이즈입니다. 따로 채널에 연락처를 기재하시지 않아 부득이하게 댓글로 연락드립니다.

…….

“……??”

그리고 그 장문의 댓글 하단으로는 T1 플레이즈 담당자의 이메일이 적혀 있었다.

눈에 익었다.

“……우리 게임 콜라보 할 때 연락했던 분이네?”

“그러게요.”

졸지에 거대한 낚시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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