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9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3화
골드디스크 시상식은 음원과 음반 부문으로 나뉘어 양일 연속 진행되었다.
그리고 남자 아이돌은 음원보다 음반에서 강세를 보이는 경향상, 후자에 얼굴을 비추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올해는 테스타도 그 경우에 속했다.
‘행차’가 포함된 앨범이 역대 아이돌 앨범 판매량 7위 이상을 팔아치우며 어마어마한 기록을 냈기 때문이다.
음원 성적도 훌륭했으나 앨범 백만 장의 벽을 깬 것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명실상부 남자 아이돌 1군.
비록 그 위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대상은 안 되네 브이틱이 있어서ㅋㅋㅋ 불쌍
-ToneA에서는 그래도 올해 가수상 받지 않았나? 물론 티원 시상식이라 하나 챙겨줄 줄 알았지만ㅎ
-테스타 아직 대상감은 아닌 듯 내년에 브이틱 나락 가고 나면 받을 수 있을지도
└문제 일으킨 놈 퇴출 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나락 ㅇㅈㄹ 응 희망사항 안 받아 망돌 빠는 새끼야~
└추하다 티카야
“아, 개자식들!”
VTIC의 팬은 씩씩거리며 스마트폰을 던졌다.
‘개빡쳐 진짜… 범죄자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야.’
안 그래도 능력 없어서 안 좋아하던 놈인데, 이 지경이 되니 너무 열받아서 미칠 것 같았다.
‘죄 없는 우리 애들한테 피해가 다 오잖아….’
일정 올 캔슬에 잠정 공백기.
연말 프로그램도 휴식 명목으로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선공개만 봐도 컴백에 엄청난 걸 준비한 것 같았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미뤄져서 이제야 겨우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진짜 데뷔 때부터 사고 한 번 안 치고 온 애인데…….’
특히 한 사람의 개인팬 성향이 짙은 이 팬은 자신의 최애를 아련히 떠올렸다.
‘재현아….’
바로 리더인 청려였다.
‘우리 신재현이… 쉴 때도 유기견 봉사나 하는 앤데 X발 클럽 사태 같은 추잡스러운 짓 엮인 놈 이끄느라 그동안 고생 많았다 진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청려의 팬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이 기회에 어차피 하는 것도 없는 무능력자 손절했으니 넷이서 커리어 하이 찍자.’
퇴출당한 전 멤버에게 무자비한 평을 내린 팬은 SNS에 접속했다.
공백기 동안 다소 조용하던 VTIC 팬들의 계정에 활력이 넘쳤다.
‘다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네.’
이 기세가 반드시 성적으로 이어져야 했기에, 팬은 이상한 뉘앙스는 없는지 열심히 글을 훑었다.
그리고 빈자리들을 발견하고 입맛을 다셨다.
‘갈아탔겠지.’
이야기를 나누던 계정 중 몇몇이 어느새 사라졌다.
곧 활동 시작하면 새 사람들로 채워지겠지만 어쨌든 탈주한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 걔네한테 갈아탄 거 아냐?”
얼마 전부터 여기저기서 떠들썩한 그 그룹을 떠올리며, 팬은 오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청려와 제법 친해 보이는 후배가 있는 그룹.
바로 시즌 3 출신 테스타였다.
사실 그녀도 최근 그들의 리얼리티를 보기는 했다. 청려와 친한 박문대에게 조금 관심이 있기도 했고, 워낙 인터넷에서 화제였기 때문이다.
먹방부터 국뽕까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는 다 때려 박은 그 영상은 아이돌에 별 관심 없는 일반인과 위튜브 중장년층 시청자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아ㅋㅋㅋ 아이스크림 올린 호떡? 이건 못 참지
-우리 훤칠한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맛난~ 호떡을 홍보하는군요 손도 야무지고 얼굴도 아주 잘났습니다 화이팅^^
-ㅋㅋㅋ박문대 매장에 나오는 노래 따라부를 때 외국인들 표정 봐 하긴 나도 케밥 썰던 먼 나라 요리사가 갑자기 한 곡 기깔나게 뽑으면 저럴 듯
-엄머머 한국인들 다 저렇게 생겼다 오해하면 어쩌나… 나는 몰라 (웃는 이모티콘)
심지어는 기세에 힘입어 T1 계열 쪽 케이블 방송에서 다음 주부터 TV 방영까지 예정되어있었다.
‘우리 애들도 그런 거 시키면 잘할 텐데.’
대기업 방송사 끼고 있어서 좋겠다며, 청려 팬은 투덜거렸다.
그러나 재밌었다는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었다. 하다못해 그냥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캐릭터가 살았다.
가령 2화 후반,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판매 폭주로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을 맞이하는 장면도 그랬다.
[정말 천국의 맛이네요. 이거, 아이스크림 호떡 하나 더 주문할게요. 부탁해요.]
[배세진 : 오, 오케이.]
호떡에 초콜릿을 신중히 뿌리던 배세진은 갑작스러운 외국인의 습격에 잔뜩 긴장해서 삐걱거리며 주방으로 갔다.
[배세진 : 호떡… 아이스크림 호떡이 하나 더 필요한데.]
[이세진 : 헉. 형, 방금 반죽 다 떨어졌는데요!]
[!!!!]
화면이 흔들리는 충격 효과가 배세진의 클로즈업을 뒤흔들었다.
[배세진 : 그, 그럼… 자, 잠깐.]
[이세진 : 아, 제가 말씀드릴게요! 서비스로 아이스크림이라도 잔뜩 드리죠 뭐~]
[배세진 : …아냐, 내가 할게!]
[빠밤!]
배세진은 비장한 스포츠 응원가를 BGM 삼아 아이스크림을 하나 가득 퍼갔다.
[오~ 고마워요!]
[…크흠, 유 웰컴.]
그리고 결국 손님의 오케이 사인을 받고 뿌듯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추가 오더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이어진 영업 점검 토의에서도 화면은 유쾌발랄했다.
[주문 폭주로 영업 중단!]
[※토의 시작※]
두둥!
[레시피 중시파]
[김래빈 : 50개 분량의 반죽을 작업하여 40개만 만들었다는 것은 숙련도의 문제입니다. 영업 종료 후 연습을 통해 50개의 감각을 익히겠습니다…!]
[한국의 인심(?)파]
[이세진 : 어차피 원가가 엄청 센 것도 아닌데 좀 많이 드리자~ 한국의 인심을 보여줘~]
[돈이나 벌자파]
[박문대 : 무슨 말을 하든 반죽하는 손은 멈추지 마라. 일단 팔 게 있어야지.]
멤버들은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며 투닥거리면서도 사이가 좋아 보였고, 서로 다른 성격도 하나하나 부각되었다.
특히 작은 실수 하나에도 깜짝 놀라서 얼어붙는 배세진과 고장 난 호떡 기계 김래빈은 귀여운 밈이 되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확실히 연예인으로서 매력이 느껴지긴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 팬덤에서도 유출이 일어나지….’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라고, 청려의 팬은 생각했다.
공백기가 끝나고 컴백이 확정된 지금, VTIC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또 화제성을 쭉 빨아들일 테니까!
‘곡만 잘 뽑으면 하락세는 멀었어!’
오히려 멤버 탈퇴 사건의 영향으로 ‘얼마나 잘하나 보자’, 혹은 ‘고생했다 응원한다’는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데뷔 후 그 오랜 시간 동안, 청려는 한 번도 팬의 기대를 좌초시킨 적이 없었다.
[띵~ 띠리링!]
“아, 시작한다.”
‘12세 미만 시청자 관람 불가’ 권고가 지나가는 순간, 그녀는 각을 잡고 TV로 시선을 돌렸다.
‘시상식 컴백 무대 본방사수!’
미리 찍어둔 것인지, 대기석에 자리 잡는 가수들의 면면이 짧게 잡히며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기점을 넘긴 순간.
“헐.”
테스타가 화면에 잡혔다.
물론 단순히 테스타가 나왔다고 뜬금없이 청려의 팬이 감탄한 것은 아니었다. 나올 만한 타이밍이었으니까.
다만 화면에 등장한 그들은… 놀이공원에서 산 기념 방석을 찰지게 자신들의 의자에 깔고 있었다.
철썩철썩철썩!
심지어 야무지게 놀이공원 상표까지 가려놨다.
그리고 의자에 착 붙은 그 방석의 동물 얼굴을 카메라가 굳이 아련히 클로즈업했다.
‘저게 뭐야.’
문득 드는 예감에 인터넷 페이지를 열어보자 실시간 시청자들이 ‘ㅋㅋㅋㅋ’를 도배하며 폭소하는 중이었다.
테스타의 리얼리티를 안 본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냥 뜬금없이 웃긴 장면이던 것이다.
그리고 리얼리티를 시청한 사람들은 백그라운드 지식을 공유하는 재미까지 느끼고 있었다.
-미친 저걸 여기서ㅋㅋㅋㅋㅋㅋㅋ
-뭐임 저거 사연있음?ㅋㅋ
-테스타 리얼리티에 나왔어요
-엌ㅋㅋㅋㅋㅋ충동구매 천딸라 그래도 알차게 써먹네
-테스타 아워홀 강추함 호떡 팔며 미국 여행 빚 갚는 한국 청년들을 보세요~
“와…….”
청려의 팬은 VTIC이 화면에 잡히길 기다리면서, 약간은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것들도 난놈은 정말 난놈들이었다.
* * *
“나 고양이 방석 쓸 거야.”
“차유진 네가 고양이 방석 터뜨린 거잖아! 돌고래로 만족해.”
“돌고래 싫어.”
차유진은 샵에서부터 김래빈의 방석을 호시탐탐 탐내고 있었다. 저 꼴을 계속 보니 머리가 다 아프군.
나는 내 방석을 들어 올렸다.
“…강아지라도 써라.”
“좋아요!”
차유진은 행복하게 강아지 방석을 냉큼 가져간 뒤 돌고래를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확실히 이게 못생기긴 했다만, 어차피 엉덩이로 뭉갤 텐데 뭔 상관인가 싶다.
‘후.’
나는 방석을 깔고 착석했다. 옆에서 다른 아이돌이 황급히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많이 웃어라.’
시청자도 웃을 테니 좋은 징조였다.
이렇게 리얼리티 어필도 적당 선에서 괜찮게 한 것 같으니, 이젠 시상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자리 배치가 좀 그렇긴 하다만.
‘바로 옆이 VTIC이군.’
테스타가 작년보다도 더 떴다 보니 좋은 자리를 받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신경 쓰이는 건 청려가 아니었다. 옆자리의 이놈이다.
‘저거 왜 저러냐.’
내 옆의 배세진은 대단히 비장한 표정이었다.
시상식이라 다들 상 때문에 그런다고 오해해 줄 것 같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벌써 온갖 추측이 난무했을 것 같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만일을 위해 입 모양을 가리고 작게 말했다.
“형, 표정.”
“아…!”
곧바로 배세진이 평상시의 적당한 표정을 회복했다. 확실히 배우로서의 능력은 출중한 놈이다.
‘큰세진은… 뭐, 신경 쓸 것도 없군.’
실실 웃으며 차유진을 놀려먹고 있는 놈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뭐,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어제 이놈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크게 신경 안 쓰긴 할 건데, 혹시라도 상황 이상하게 돌아가면 커버만 부탁하고 싶습니다.
-어, 어떤 식으로??
-음… 그냥, 보기에 문제 생길 것 같은 애매한 분위기면 적당히 말만 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능력치 분배 상 배세진보단 큰세진 놈에게 한 거나 다름없었으나, 예의상 연장자 중심으로 전달한 말이다.
-오케이~
그리고 예상대로, 큰세진은 별다른 군말 없이 이 정도로 리액션을 끝냈다.
그러나 배세진은 이 대화에서 무슨 사명감 같은 걸 가진 모양이었다.
-큼, 그래. 걱정 마!
이렇게 대답하더니, 시상식 오는 내내 무슨 학교에서 얻어맞고 온 동생 놈 등굣길 호위하는 것처럼 기합이 들어가 있다.
‘저러다 본인이 사고 치는 거 아닌가.’
괜히 말했나 싶다.
그러나 신경 써주려 애쓰는 것은 기특한 일이긴 했기에, 나는 온건한 방식으로 긴장을 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식이다.
“그러고 보니 세진 형 방석에는 리본 달렸던데요.”
“맞아. 세진아, 그 기니피그 캐릭터 귀엽더라.”
“…뭐, 그렇긴 하지.”
“네. 아, 혹시 그때 VOD 리액션 보시고 생각나서 구매하셨던 건가요.”
“…!!”
배세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여기서 VOD 리액션이라 함은 이거다.
이번 콘서트 VOD 판매 구성에 포함되어 있는, 첫 번째 콘서트 리허설에 대한 테스타 본인들의 리액션 영상.
‘VOD 홍보용으로 풀 예정이라고 했지.’
그리고 배세진은 그걸 리액션할 당시에 기함했었다.
나온 리허설 영상이 청자켓부터 왕리본까지의 의상을 풀장착한 유닛 무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이킹 필름 제작진의 질문까지 나왔다.
-리본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그, 아니요.
화면의 배세진이 이러고 도망가는 것을 보며 차유진이 무자비하게 폭소했었다.
음, 마침 같은 장면을 회상했는지 배세진이 버럭 소리친다.
“아니야! 그냥, 햄스터랑 비슷해서…!”
“오, 햄스터.”
“내가 햄스터라는 게 아니라! 패, 팬분들이 그렇게 불러주시니까!”
“기니피그는 큰 햄스터예요?”
“으으윽.”
배세진은 멤버들의 악의 없는 감탄에 그대로 침몰했다.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화목해 보였을 테니 일석이조군.’
나는 피식 웃으며 배세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마침 입장하던 옆 테이블 놈들과 눈이 마주쳤다.
“…!”
“아! 문대 씨~!”
지난번, 모 예능에 함께 출연했던 VTIC 두 놈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웃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내 대가리를 오함마로 후려치려 했던 놈이 서 있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3화
골드디스크 시상식은 음원과 음반 부문으로 나뉘어 양일 연속 진행되었다.
그리고 남자 아이돌은 음원보다 음반에서 강세를 보이는 경향상, 후자에 얼굴을 비추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올해는 테스타도 그 경우에 속했다.
‘행차’가 포함된 앨범이 역대 아이돌 앨범 판매량 7위 이상을 팔아치우며 어마어마한 기록을 냈기 때문이다.
음원 성적도 훌륭했으나 앨범 백만 장의 벽을 깬 것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명실상부 남자 아이돌 1군.
비록 그 위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대상은 안 되네 브이틱이 있어서ㅋㅋㅋ 불쌍
-ToneA에서는 그래도 올해 가수상 받지 않았나? 물론 티원 시상식이라 하나 챙겨줄 줄 알았지만ㅎ
-테스타 아직 대상감은 아닌 듯 내년에 브이틱 나락 가고 나면 받을 수 있을지도
└문제 일으킨 놈 퇴출 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나락 ㅇㅈㄹ 응 희망사항 안 받아 망돌 빠는 새끼야~
└추하다 티카야
“아, 개자식들!”
VTIC의 팬은 씩씩거리며 스마트폰을 던졌다.
‘개빡쳐 진짜… 범죄자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야.’
안 그래도 능력 없어서 안 좋아하던 놈인데, 이 지경이 되니 너무 열받아서 미칠 것 같았다.
‘죄 없는 우리 애들한테 피해가 다 오잖아….’
일정 올 캔슬에 잠정 공백기.
연말 프로그램도 휴식 명목으로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선공개만 봐도 컴백에 엄청난 걸 준비한 것 같았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미뤄져서 이제야 겨우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진짜 데뷔 때부터 사고 한 번 안 치고 온 애인데…….’
특히 한 사람의 개인팬 성향이 짙은 이 팬은 자신의 최애를 아련히 떠올렸다.
‘재현아….’
바로 리더인 청려였다.
‘우리 신재현이… 쉴 때도 유기견 봉사나 하는 앤데 X발 클럽 사태 같은 추잡스러운 짓 엮인 놈 이끄느라 그동안 고생 많았다 진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청려의 팬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이 기회에 어차피 하는 것도 없는 무능력자 손절했으니 넷이서 커리어 하이 찍자.’
퇴출당한 전 멤버에게 무자비한 평을 내린 팬은 SNS에 접속했다.
공백기 동안 다소 조용하던 VTIC 팬들의 계정에 활력이 넘쳤다.
‘다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네.’
이 기세가 반드시 성적으로 이어져야 했기에, 팬은 이상한 뉘앙스는 없는지 열심히 글을 훑었다.
그리고 빈자리들을 발견하고 입맛을 다셨다.
‘갈아탔겠지.’
이야기를 나누던 계정 중 몇몇이 어느새 사라졌다.
곧 활동 시작하면 새 사람들로 채워지겠지만 어쨌든 탈주한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 걔네한테 갈아탄 거 아냐?”
얼마 전부터 여기저기서 떠들썩한 그 그룹을 떠올리며, 팬은 오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청려와 제법 친해 보이는 후배가 있는 그룹.
바로 시즌 3 출신 테스타였다.
사실 그녀도 최근 그들의 리얼리티를 보기는 했다. 청려와 친한 박문대에게 조금 관심이 있기도 했고, 워낙 인터넷에서 화제였기 때문이다.
먹방부터 국뽕까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는 다 때려 박은 그 영상은 아이돌에 별 관심 없는 일반인과 위튜브 중장년층 시청자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아ㅋㅋㅋ 아이스크림 올린 호떡? 이건 못 참지
-우리 훤칠한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맛난~ 호떡을 홍보하는군요 손도 야무지고 얼굴도 아주 잘났습니다 화이팅^^
-ㅋㅋㅋ박문대 매장에 나오는 노래 따라부를 때 외국인들 표정 봐 하긴 나도 케밥 썰던 먼 나라 요리사가 갑자기 한 곡 기깔나게 뽑으면 저럴 듯
-엄머머 한국인들 다 저렇게 생겼다 오해하면 어쩌나… 나는 몰라 (웃는 이모티콘)
심지어는 기세에 힘입어 T1 계열 쪽 케이블 방송에서 다음 주부터 TV 방영까지 예정되어있었다.
‘우리 애들도 그런 거 시키면 잘할 텐데.’
대기업 방송사 끼고 있어서 좋겠다며, 청려 팬은 투덜거렸다.
그러나 재밌었다는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었다. 하다못해 그냥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캐릭터가 살았다.
가령 2화 후반,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판매 폭주로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을 맞이하는 장면도 그랬다.
호떡에 초콜릿을 신중히 뿌리던 배세진은 갑작스러운 외국인의 습격에 잔뜩 긴장해서 삐걱거리며 주방으로 갔다.
화면이 흔들리는 충격 효과가 배세진의 클로즈업을 뒤흔들었다.
배세진은 비장한 스포츠 응원가를 BGM 삼아 아이스크림을 하나 가득 퍼갔다.
그리고 결국 손님의 오케이 사인을 받고 뿌듯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추가 오더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이어진 영업 점검 토의에서도 화면은 유쾌발랄했다.
두둥!
멤버들은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며 투닥거리면서도 사이가 좋아 보였고, 서로 다른 성격도 하나하나 부각되었다.
특히 작은 실수 하나에도 깜짝 놀라서 얼어붙는 배세진과 고장 난 호떡 기계 김래빈은 귀여운 밈이 되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확실히 연예인으로서 매력이 느껴지긴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 팬덤에서도 유출이 일어나지….’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라고, 청려의 팬은 생각했다.
공백기가 끝나고 컴백이 확정된 지금, VTIC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또 화제성을 쭉 빨아들일 테니까!
‘곡만 잘 뽑으면 하락세는 멀었어!’
오히려 멤버 탈퇴 사건의 영향으로 ‘얼마나 잘하나 보자’, 혹은 ‘고생했다 응원한다’는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데뷔 후 그 오랜 시간 동안, 청려는 한 번도 팬의 기대를 좌초시킨 적이 없었다.
“아, 시작한다.”
‘12세 미만 시청자 관람 불가’ 권고가 지나가는 순간, 그녀는 각을 잡고 TV로 시선을 돌렸다.
‘시상식 컴백 무대 본방사수!’
미리 찍어둔 것인지, 대기석에 자리 잡는 가수들의 면면이 짧게 잡히며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기점을 넘긴 순간.
“헐.”
테스타가 화면에 잡혔다.
물론 단순히 테스타가 나왔다고 뜬금없이 청려의 팬이 감탄한 것은 아니었다. 나올 만한 타이밍이었으니까.
다만 화면에 등장한 그들은… 놀이공원에서 산 기념 방석을 찰지게 자신들의 의자에 깔고 있었다.
철썩철썩철썩!
심지어 야무지게 놀이공원 상표까지 가려놨다.
그리고 의자에 착 붙은 그 방석의 동물 얼굴을 카메라가 굳이 아련히 클로즈업했다.
‘저게 뭐야.’
문득 드는 예감에 인터넷 페이지를 열어보자 실시간 시청자들이 ‘ㅋㅋㅋㅋ’를 도배하며 폭소하는 중이었다.
테스타의 리얼리티를 안 본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냥 뜬금없이 웃긴 장면이던 것이다.
그리고 리얼리티를 시청한 사람들은 백그라운드 지식을 공유하는 재미까지 느끼고 있었다.
-미친 저걸 여기서ㅋㅋㅋㅋㅋㅋㅋ
-뭐임 저거 사연있음?ㅋㅋ
-테스타 리얼리티에 나왔어요
-엌ㅋㅋㅋㅋㅋ충동구매 천딸라 그래도 알차게 써먹네
-테스타 아워홀 강추함 호떡 팔며 미국 여행 빚 갚는 한국 청년들을 보세요~
“와…….”
청려의 팬은 VTIC이 화면에 잡히길 기다리면서, 약간은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것들도 난놈은 정말 난놈들이었다.
* * *
“나 고양이 방석 쓸 거야.”
“차유진 네가 고양이 방석 터뜨린 거잖아! 돌고래로 만족해.”
“돌고래 싫어.”
차유진은 샵에서부터 김래빈의 방석을 호시탐탐 탐내고 있었다. 저 꼴을 계속 보니 머리가 다 아프군.
나는 내 방석을 들어 올렸다.
“…강아지라도 써라.”
“좋아요!”
차유진은 행복하게 강아지 방석을 냉큼 가져간 뒤 돌고래를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확실히 이게 못생기긴 했다만, 어차피 엉덩이로 뭉갤 텐데 뭔 상관인가 싶다.
‘후.’
나는 방석을 깔고 착석했다. 옆에서 다른 아이돌이 황급히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많이 웃어라.’
시청자도 웃을 테니 좋은 징조였다.
이렇게 리얼리티 어필도 적당 선에서 괜찮게 한 것 같으니, 이젠 시상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자리 배치가 좀 그렇긴 하다만.
‘바로 옆이 VTIC이군.’
테스타가 작년보다도 더 떴다 보니 좋은 자리를 받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신경 쓰이는 건 청려가 아니었다. 옆자리의 이놈이다.
‘저거 왜 저러냐.’
내 옆의 배세진은 대단히 비장한 표정이었다.
시상식이라 다들 상 때문에 그런다고 오해해 줄 것 같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벌써 온갖 추측이 난무했을 것 같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만일을 위해 입 모양을 가리고 작게 말했다.
“형, 표정.”
“아…!”
곧바로 배세진이 평상시의 적당한 표정을 회복했다. 확실히 배우로서의 능력은 출중한 놈이다.
‘큰세진은… 뭐, 신경 쓸 것도 없군.’
실실 웃으며 차유진을 놀려먹고 있는 놈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뭐,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어제 이놈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크게 신경 안 쓰긴 할 건데, 혹시라도 상황 이상하게 돌아가면 커버만 부탁하고 싶습니다.
-어, 어떤 식으로??
-음… 그냥, 보기에 문제 생길 것 같은 애매한 분위기면 적당히 말만 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능력치 분배 상 배세진보단 큰세진 놈에게 한 거나 다름없었으나, 예의상 연장자 중심으로 전달한 말이다.
-오케이~
그리고 예상대로, 큰세진은 별다른 군말 없이 이 정도로 리액션을 끝냈다.
그러나 배세진은 이 대화에서 무슨 사명감 같은 걸 가진 모양이었다.
-큼, 그래. 걱정 마!
이렇게 대답하더니, 시상식 오는 내내 무슨 학교에서 얻어맞고 온 동생 놈 등굣길 호위하는 것처럼 기합이 들어가 있다.
‘저러다 본인이 사고 치는 거 아닌가.’
괜히 말했나 싶다.
그러나 신경 써주려 애쓰는 것은 기특한 일이긴 했기에, 나는 온건한 방식으로 긴장을 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식이다.
“그러고 보니 세진 형 방석에는 리본 달렸던데요.”
“맞아. 세진아, 그 기니피그 캐릭터 귀엽더라.”
“…뭐, 그렇긴 하지.”
“네. 아, 혹시 그때 VOD 리액션 보시고 생각나서 구매하셨던 건가요.”
“…!!”
배세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여기서 VOD 리액션이라 함은 이거다.
이번 콘서트 VOD 판매 구성에 포함되어 있는, 첫 번째 콘서트 리허설에 대한 테스타 본인들의 리액션 영상.
‘VOD 홍보용으로 풀 예정이라고 했지.’
그리고 배세진은 그걸 리액션할 당시에 기함했었다.
나온 리허설 영상이 청자켓부터 왕리본까지의 의상을 풀장착한 유닛 무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이킹 필름 제작진의 질문까지 나왔다.
-리본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그, 아니요.
화면의 배세진이 이러고 도망가는 것을 보며 차유진이 무자비하게 폭소했었다.
음, 마침 같은 장면을 회상했는지 배세진이 버럭 소리친다.
“아니야! 그냥, 햄스터랑 비슷해서…!”
“오, 햄스터.”
“내가 햄스터라는 게 아니라! 패, 팬분들이 그렇게 불러주시니까!”
“기니피그는 큰 햄스터예요?”
“으으윽.”
배세진은 멤버들의 악의 없는 감탄에 그대로 침몰했다.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화목해 보였을 테니 일석이조군.’
나는 피식 웃으며 배세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마침 입장하던 옆 테이블 놈들과 눈이 마주쳤다.
“…!”
“아! 문대 씨~!”
지난번, 모 예능에 함께 출연했던 VTIC 두 놈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웃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내 대가리를 오함마로 후려치려 했던 놈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