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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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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63화
내가 싸운 둘이 당장 빨리 풀지 않아도 스케줄 한두 번 정도는 괜찮을 거라는 소리를 했던가?
정정하겠다. 개소리였다.
‘어떻게 첫 타에 둘이 붙냐 X발.’
대충 덮고 넘어갔다가 한 반년쯤 뒤에 더 크게 터지면 진짜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작살 날까 봐 리스크를 감수했던 거였는데.
설마 그 리스크가 첫 판에 다 터질 줄은 몰랐지.
‘꿈이면 좋겠다.’
이 사단을 막으려고 방어책을 쌓았는데 도리어 거기서 터졌다는 게 제일 어이가 없었다.
일단… 이번 W앱 컨텐츠는 이렇게 시작했다.
“러뷰어들 안녕하세요! 저희가 이렇게 7명 다 같이 W앱 하는 건 오랜만이죠? 예고했는데 혹시 보고 오셨나요~?”
“저희 지금… 짜잔. 실내 클라이밍 센터입니다. 오늘은 저희 좀 새롭게 노는 모습 보여드리려구요.”
“2인 1조로 나눠서 해볼까요? 넵. 환호 감사합니다.”
“아, 청우 형은 형평성 문제로 사회를 보시겠답니다!”
여기서 원래 MC가 큰세진이었다.
사실 무슨 올림픽도 아니고 우리끼리 노는 건데 형평성이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류청우가 양민 학살하면 그게 더 재밌었겠지.’
하지만 큰세진이 MC를 보면 배세진과도 계속 대화를 나눠야 했기 때문에 임의로 빼서 배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슬쩍 회사에 이야기해뒀다. 저 둘이 같은 팀이 되지 않게 수 좀 써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전달과정에서 무슨 오류가 발생한 건지, 젓가락 뽑기 결과 큰세진과 배세진은 같은 색을 나란히 뽑았다.
“…와! 두 세진이가 같이 블루 팀입니다.”
시청자가 이상한 낌새 눈치채기 전에 당장 박수부터 치자.
짝짝짝짝!
다행히 다들 필사적으로 박수를 쳤다. 얼추 괜찮을 듯싶었다.
“오, 저희 잘해봅시다 형.”
“…그래.”
그래도 카메라 앞이라고 대화를 하는 게 용했다.
회사에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이 새끼들 진짜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냐.’
이런 실수야 어디든 흔하다지만, 이 타이밍이 맞물리니 정말 갈아 치우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점을 집어주겠다. 편집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녹화본이 아니라 생방송 라이브였다.
“…….”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방송이 끝나면 우르르 익명 계정이 새롭게 등장할 게 눈에 벌써 선했다.
‘안 돼.’
저 둘 멘탈 빠개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식은땀이 다 나던 그때, 옆에서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형! 우리 이겨요! Go Red Team~ Go Red Team!”
“그래.”
그거다. 남은 놈들이라도 리액션을 호들갑스럽게 해서 위화감을 묻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같은 팀이 된 차유진을 일부러 부추겼다.
“어떤 팀이 이기기 좋을 것 같냐.”
차유진은 예상대로 움직여줬다.
“Umm… 김래빈 팀이요!”
“그 발언은 단순한 호기일 뿐이야! 나랑 아현 형은 전 룸메이트로서 분명 효과적인 운영력을…….”
됐다. 이제 다들 폭소하면서 리액션만 하면 된다.
나는 비슷한 방법으로 차유진을 잘 써먹으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힐끗 본 W앱의 실시간 채팅창 반응도 의도대로였다.
-문대 왜 이렇게 신났엌ㅋㅋㅋㅋ
-아니 문대얔ㅋㅋㅋ
-막내즈 순 말티즈같은 놈들
-벌써 노잼
-귀여웡ㅠㅠ
음, 안정적이고 내용 없는 악플을 보니 아직 싸한 느낌은 없나 보군.
‘저 두 놈 경기할 때만 잘 넘기면 되겠어.’
다행히 3팀이라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릴 팀으로 저놈들 팀이 선정되었다.
물론 일부러 져줬다.
“그럼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 결과… 바로 올라가는 팀은 블루!”
“오~”
“게임을 적게 하니까 오히려 손해를 보셨다고 생각합니다.”
“이야~ 고맙다 래빈아. 덕분에 안 신나졌어.”
큰세진은 흔한 하이파이브 한 번 하지 않은 둘의 상황을 김래빈의 말 때문인 것처럼 부드럽게 넘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웃겨
-래빈이 명석해
-으윽 갑분싸
-배세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한고비만 남았군.’
저 둘이 결승에서 같이 등반하다가 서로 노려보거나 닿기만 해도 어깨를 확 빼버리는 등의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됐다.
나는 차유진과 함께 김래빈-선아현의 팀을 상대로 등반을 시작하며, 약간 긴장했다.
‘탈락하면 안 된다.’
저쪽이 이겨서 올라가면 대인관계에서의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안 들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저쪽이 클라이밍을 잘했다는 점이다.
특히 선아현이.
“화, 화이팅…! 발, 조심하고…….”
“감사합니다!”
슥슥 올라가더니 김래빈도 끌어올려 주더라고.
힘과 균형 감각은 칭찬해 주고 싶으나, 도움이 안 됐다.
‘하기야 져줄 눈치가 있었으면 애초에 저 팀이 질 필요가 없었겠다만…….’
나는 침음성을 참으며 묵묵히 등반했다.
그리고 다행히, 이기긴 했다.
“레드팀 승리!”
“와우!!”
엄청난 속도로 올라간 차유진이 상대 팀원 둘을 모두 견제했기 때문이다.
나는 바닥에 착지한 뒤, 기꺼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잘했어.”
“히히.”
차유진이 히죽히죽 웃더니, 김래빈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기기 좋아!”
“차유진은 다른 사람의 등반을 방해했고 저와 아현 형은 서로 도왔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Hmm, Whatever~”
차유진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눈치였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성토하는 김래빈이 귀엽다며 우는 물결이 한 번 지나갔다.
-최고의 토끼ㅠㅠㅠㅠㅠ
-예능을 알아버린 차고영
-김래빗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운명의 순간이 왔다.
“자, 테스타의 클라이밍 시합, 결승전 이제 시작합니다. 다들 준비하시고… 어허, 유진이 뒤로 물러서.”
“넵.”
칼같은 류청우의 제지에, 게임으로 흥분했는지 앞으로 약간 빨리 나오던 차유진이 도로 뒤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요. 늦어도 이겨요!”
“…!”
“오~ 유진이 자신감 넘치는데, 이러고 형들한테 지면 너무 창피하지 않겠어?”
큰세진이 뼈 있는 말을 던졌으나, 차유진이 실쭉하게 웃었다.
“못 이겨요!”
“…!”
미친 어그로였다.
‘이 새끼 왜 이래.’
그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발언이 웃기려는 건 줄 알았는지 관계자들이나 실시간 채팅 반응은 괜찮은 것 같았으나, 내가 보기에 이놈은 진지했다.
‘한 번 이겨서 눈에 뵈는 게 없나?’
이놈들 지금 긁으면 안 되는….
“어어~? 이기면 어쩌려고 그러지 유진이? 우는 거 아니야?”
“안 그래요!”
큰세진이 씩 웃었다.
“그래? 그럼 확인해 봐야겠네~”
진심이 느껴졌다.
긴장한 채 빳빳이 굳어 있던 배세진마저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장갑을 점검하고 있었다.
눈이 돌아간 게 틀림없었다.
‘이 새끼들 둘 다 무시당하는 거 더럽게 싫어하는구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번뜩였다.
잠깐만, 이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건가?
나는 당장 입을 열었다. 일부러 되는 대로 진지한 척하면서.
“그러게. 질 것 같지가 않다.”
“맞아요!”
“와, 박문대 너까지 그러냐!”
큰세진이 야유하는 가운데, 이번엔 배세진까지 이쪽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배신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왜 저래.’
어쨌든 성공이었다. 경기에 과몰입하게 만들면 위화감이 덜 느껴지겠지.
“자~ 기선제압은 그쯤 하자. 네 사람 다시 나란히 서고.”
멤버 넷은 아까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시합장 앞에서 대기했다.
“준비… 출발!”
그리고 우르르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진짜 열심히 하네.’
나는 상황을 보기 위해 일부러 적당한 속도로 올라가다가, 아주 위만 보고 팔다리를 움직이는 세 사람을 보며 좀 질렸다.
‘좀 조심하는 게 낫지 않나.’
특히 근육량 부족한 쪽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배세진이 순간 다리를 헛디뎠다.
“…!”
하지만 곧바로 다시 자세를 잡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차유진의 질문에 대답하는 배세진의 목소리가 또렷했다.
차유진과 투닥거리며 올라가던 큰세진은 잠시 멈칫했으나, 곧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럼 저 먼저 올라가 있겠습니다~”
본인도 걱정하는 말이라도 해야 했는지 고민했나 보군.
의외인 것은 배세진이 대답했다는 것이다.
“…알았어. 잠시만.”
“오우~”
참고로 뒤의 감탄사는 차유진이다.
차유진은 그 직후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차유진 성공!”
“YEEES~!”
차유진은 곧장 휙휙 자리를 옮기며 배세진을 방해하는 것처럼 몇 번 별 영향력 없는 시늉을 하더니, 얼마 안 가서 내가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마치 지탱에 도움을 줄 것처럼 팔을 뻗다가, 입 모양으로만 속닥거렸다.
영어였다.
[우리가 져줘야 해요!]
“…!”
We have to lose.
차유진에게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통찰력 있는 발언이었다.
‘꿈인가.’
물론 현실이었다.
나는 순간 의심스러운 눈으로 차유진을 볼 뻔했으나, 곧 더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끄러졌다.
솔직히 연속 두 경기로 손에 힘이 풀릴 참이라 봐준다고 말하기도 웃겼다.
“헉.”
“문대 형 괜찮아요?”
“어, 멀쩡해.”
차유진이 슬쩍 안부를 묻는 척하며 내 등반이 지체된 사이, 배세진은 아득바득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목표한 홀드를 터치했다.
“됐어…!!”
돌아보는 배세진의 얼굴이 시뻘겠다.
“좋습니다, 블루팀 승리!”
“오오!”
홀드를 의기양양하게 잡고 있는 배세진에게 다른 멤버들이 긴장감도 잊고 박수를 보냈다.
‘나도 됐다.’
나는 바닥에 착지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 자연스럽게 지는 건 성공했다.
이어서 차유진이 무슨 묘기라도 부리는 것처럼 멋을 부리며 내려온 뒤, 이긴 두 사람도 바닥으로 착지했다.
“아니, 유진이 이긴다며~”
“저 이겨요! 문대 형이 세진 형한테 져요.”
“야.”
일부러 차유진의 등짝을 쳤다. 뒤에서 촬영을 관람하던 관계자들이 황급히 웃음을 참았다.
“아야! 등에 구멍 나요!”
나는 누가 봐도 호들갑을 떠는 차유진을 내버려 두고, 배세진에게 말을 걸었다.
“형 잘하시던데요.”
“뭐,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지.”
말은 그러면서도 뿌듯한 얼굴이군.
큰세진이 엄살을 부리는 차유진과 설전 같은 농담을 주고받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은 그때였다.
“…….”
나는 큰세진에게 슬쩍 턱짓했다.
큰세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잘하시네요. 형.”
“…!!”
배세진은 어깨를 보니 화들짝 놀랄 뻔한 것 같았으나, 다행히 얼굴은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았다.
“…그래. 고마워. 너도… 잘하더라.”
“하하.”
둘은 굉장히 정중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무리 카메라 앞이라 저러는 거라지만, 그래도 화가 좀 누그러든 것은 분명해 보였다.
‘둘 다 간밤에 생각이 많았나 보군.’
옆에서 흐뭇하게 그것을 지켜보던 차유진이 영어로 속닥거렸다.
[스포츠에서의 활약과 승리. 언제나 통한다니까요.]
“…경험담이냐?”
[제가 꽤 좋은 미식축구 선수였거든요! 물론 뭐, 중학교 때였지만요.]
아무리 내가 영어회화를 속성으로 떼는 중이라지만 이놈 말 절반은 표준어가 아니라 제대로 못 알아먹겠다. 대체 한 문장에 ‘like’가 몇 번 등장하는 거냐?
…물론, 훌륭한 판단력이라는 건 나무랄 수 없겠다.
‘역시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눈치를 안 보는 거였군.’
나는 차유진의 등을 툭 쳤다.
“잘했어.”
“그럼요!”
마치 2등 세레모니처럼 적당히 주먹이나 맞대고 있자니, 이번 촬영을 무사히 넘겼다는 실감이 났다.
그리고 싸운 둘이 적당히 온화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준비도 생각보다 빨리 끝난 듯싶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63화

내가 싸운 둘이 당장 빨리 풀지 않아도 스케줄 한두 번 정도는 괜찮을 거라는 소리를 했던가?

정정하겠다. 개소리였다.

‘어떻게 첫 타에 둘이 붙냐 X발.’

대충 덮고 넘어갔다가 한 반년쯤 뒤에 더 크게 터지면 진짜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작살 날까 봐 리스크를 감수했던 거였는데.

설마 그 리스크가 첫 판에 다 터질 줄은 몰랐지.

‘꿈이면 좋겠다.’

이 사단을 막으려고 방어책을 쌓았는데 도리어 거기서 터졌다는 게 제일 어이가 없었다.

일단… 이번 W앱 컨텐츠는 이렇게 시작했다.

“러뷰어들 안녕하세요! 저희가 이렇게 7명 다 같이 W앱 하는 건 오랜만이죠? 예고했는데 혹시 보고 오셨나요~?”

“저희 지금… 짜잔. 실내 클라이밍 센터입니다. 오늘은 저희 좀 새롭게 노는 모습 보여드리려구요.”

“2인 1조로 나눠서 해볼까요? 넵. 환호 감사합니다.”

“아, 청우 형은 형평성 문제로 사회를 보시겠답니다!”

여기서 원래 MC가 큰세진이었다.

사실 무슨 올림픽도 아니고 우리끼리 노는 건데 형평성이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류청우가 양민 학살하면 그게 더 재밌었겠지.’

하지만 큰세진이 MC를 보면 배세진과도 계속 대화를 나눠야 했기 때문에 임의로 빼서 배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슬쩍 회사에 이야기해뒀다. 저 둘이 같은 팀이 되지 않게 수 좀 써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전달과정에서 무슨 오류가 발생한 건지, 젓가락 뽑기 결과 큰세진과 배세진은 같은 색을 나란히 뽑았다.

“…와! 두 세진이가 같이 블루 팀입니다.”

시청자가 이상한 낌새 눈치채기 전에 당장 박수부터 치자.

짝짝짝짝!

다행히 다들 필사적으로 박수를 쳤다. 얼추 괜찮을 듯싶었다.

“오, 저희 잘해봅시다 형.”

“…그래.”

그래도 카메라 앞이라고 대화를 하는 게 용했다.

회사에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이 새끼들 진짜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냐.’

이런 실수야 어디든 흔하다지만, 이 타이밍이 맞물리니 정말 갈아 치우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점을 집어주겠다. 편집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녹화본이 아니라 생방송 라이브였다.

“…….”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방송이 끝나면 우르르 익명 계정이 새롭게 등장할 게 눈에 벌써 선했다.

‘안 돼.’

저 둘 멘탈 빠개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식은땀이 다 나던 그때, 옆에서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형! 우리 이겨요! Go Red Team~ Go Red Team!”

“그래.”

그거다. 남은 놈들이라도 리액션을 호들갑스럽게 해서 위화감을 묻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같은 팀이 된 차유진을 일부러 부추겼다.

“어떤 팀이 이기기 좋을 것 같냐.”

차유진은 예상대로 움직여줬다.

“Umm… 김래빈 팀이요!”

“그 발언은 단순한 호기일 뿐이야! 나랑 아현 형은 전 룸메이트로서 분명 효과적인 운영력을…….”

됐다. 이제 다들 폭소하면서 리액션만 하면 된다.

나는 비슷한 방법으로 차유진을 잘 써먹으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힐끗 본 W앱의 실시간 채팅창 반응도 의도대로였다.

-문대 왜 이렇게 신났엌ㅋㅋㅋㅋ

-아니 문대얔ㅋㅋㅋ

-막내즈 순 말티즈같은 놈들

-벌써 노잼

-귀여웡ㅠㅠ

음, 안정적이고 내용 없는 악플을 보니 아직 싸한 느낌은 없나 보군.

‘저 두 놈 경기할 때만 잘 넘기면 되겠어.’

다행히 3팀이라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릴 팀으로 저놈들 팀이 선정되었다.

물론 일부러 져줬다.

“그럼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 결과… 바로 올라가는 팀은 블루!”

“오~”

“게임을 적게 하니까 오히려 손해를 보셨다고 생각합니다.”

“이야~ 고맙다 래빈아. 덕분에 안 신나졌어.”

큰세진은 흔한 하이파이브 한 번 하지 않은 둘의 상황을 김래빈의 말 때문인 것처럼 부드럽게 넘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웃겨

-래빈이 명석해

-으윽 갑분싸

-배세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한고비만 남았군.’

저 둘이 결승에서 같이 등반하다가 서로 노려보거나 닿기만 해도 어깨를 확 빼버리는 등의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됐다.

나는 차유진과 함께 김래빈-선아현의 팀을 상대로 등반을 시작하며, 약간 긴장했다.

‘탈락하면 안 된다.’

저쪽이 이겨서 올라가면 대인관계에서의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안 들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저쪽이 클라이밍을 잘했다는 점이다.

특히 선아현이.

“화, 화이팅…! 발, 조심하고…….”

“감사합니다!”

슥슥 올라가더니 김래빈도 끌어올려 주더라고.

힘과 균형 감각은 칭찬해 주고 싶으나, 도움이 안 됐다.

‘하기야 져줄 눈치가 있었으면 애초에 저 팀이 질 필요가 없었겠다만…….’

나는 침음성을 참으며 묵묵히 등반했다.

그리고 다행히, 이기긴 했다.

“레드팀 승리!”

“와우!!”

엄청난 속도로 올라간 차유진이 상대 팀원 둘을 모두 견제했기 때문이다.

나는 바닥에 착지한 뒤, 기꺼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잘했어.”

“히히.”

차유진이 히죽히죽 웃더니, 김래빈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기기 좋아!”

“차유진은 다른 사람의 등반을 방해했고 저와 아현 형은 서로 도왔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Hmm, Whatever~”

차유진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눈치였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성토하는 김래빈이 귀엽다며 우는 물결이 한 번 지나갔다.

-최고의 토끼ㅠㅠㅠㅠㅠ

-예능을 알아버린 차고영

-김래빗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운명의 순간이 왔다.

“자, 테스타의 클라이밍 시합, 결승전 이제 시작합니다. 다들 준비하시고… 어허, 유진이 뒤로 물러서.”

“넵.”

칼같은 류청우의 제지에, 게임으로 흥분했는지 앞으로 약간 빨리 나오던 차유진이 도로 뒤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요. 늦어도 이겨요!”

“…!”

“오~ 유진이 자신감 넘치는데, 이러고 형들한테 지면 너무 창피하지 않겠어?”

큰세진이 뼈 있는 말을 던졌으나, 차유진이 실쭉하게 웃었다.

“못 이겨요!”

“…!”

미친 어그로였다.

‘이 새끼 왜 이래.’

그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발언이 웃기려는 건 줄 알았는지 관계자들이나 실시간 채팅 반응은 괜찮은 것 같았으나, 내가 보기에 이놈은 진지했다.

‘한 번 이겨서 눈에 뵈는 게 없나?’

이놈들 지금 긁으면 안 되는….

“어어~? 이기면 어쩌려고 그러지 유진이? 우는 거 아니야?”

“안 그래요!”

큰세진이 씩 웃었다.

“그래? 그럼 확인해 봐야겠네~”

진심이 느껴졌다.

긴장한 채 빳빳이 굳어 있던 배세진마저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장갑을 점검하고 있었다.

눈이 돌아간 게 틀림없었다.

‘이 새끼들 둘 다 무시당하는 거 더럽게 싫어하는구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번뜩였다.

잠깐만, 이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건가?

나는 당장 입을 열었다. 일부러 되는 대로 진지한 척하면서.

“그러게. 질 것 같지가 않다.”

“맞아요!”

“와, 박문대 너까지 그러냐!”

큰세진이 야유하는 가운데, 이번엔 배세진까지 이쪽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배신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왜 저래.’

어쨌든 성공이었다. 경기에 과몰입하게 만들면 위화감이 덜 느껴지겠지.

“자~ 기선제압은 그쯤 하자. 네 사람 다시 나란히 서고.”

멤버 넷은 아까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시합장 앞에서 대기했다.

“준비… 출발!”

그리고 우르르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진짜 열심히 하네.’

나는 상황을 보기 위해 일부러 적당한 속도로 올라가다가, 아주 위만 보고 팔다리를 움직이는 세 사람을 보며 좀 질렸다.

‘좀 조심하는 게 낫지 않나.’

특히 근육량 부족한 쪽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배세진이 순간 다리를 헛디뎠다.

“…!”

하지만 곧바로 다시 자세를 잡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차유진의 질문에 대답하는 배세진의 목소리가 또렷했다.

차유진과 투닥거리며 올라가던 큰세진은 잠시 멈칫했으나, 곧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럼 저 먼저 올라가 있겠습니다~”

본인도 걱정하는 말이라도 해야 했는지 고민했나 보군.

의외인 것은 배세진이 대답했다는 것이다.

“…알았어. 잠시만.”

“오우~”

참고로 뒤의 감탄사는 차유진이다.

차유진은 그 직후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차유진 성공!”

“YEEES~!”

차유진은 곧장 휙휙 자리를 옮기며 배세진을 방해하는 것처럼 몇 번 별 영향력 없는 시늉을 하더니, 얼마 안 가서 내가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마치 지탱에 도움을 줄 것처럼 팔을 뻗다가, 입 모양으로만 속닥거렸다.

영어였다.

“…!”

We have to lose.

차유진에게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통찰력 있는 발언이었다.

‘꿈인가.’

물론 현실이었다.

나는 순간 의심스러운 눈으로 차유진을 볼 뻔했으나, 곧 더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끄러졌다.

솔직히 연속 두 경기로 손에 힘이 풀릴 참이라 봐준다고 말하기도 웃겼다.

“헉.”

“문대 형 괜찮아요?”

“어, 멀쩡해.”

차유진이 슬쩍 안부를 묻는 척하며 내 등반이 지체된 사이, 배세진은 아득바득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목표한 홀드를 터치했다.

“됐어…!!”

돌아보는 배세진의 얼굴이 시뻘겠다.

“좋습니다, 블루팀 승리!”

“오오!”

홀드를 의기양양하게 잡고 있는 배세진에게 다른 멤버들이 긴장감도 잊고 박수를 보냈다.

‘나도 됐다.’

나는 바닥에 착지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 자연스럽게 지는 건 성공했다.

이어서 차유진이 무슨 묘기라도 부리는 것처럼 멋을 부리며 내려온 뒤, 이긴 두 사람도 바닥으로 착지했다.

“아니, 유진이 이긴다며~”

“저 이겨요! 문대 형이 세진 형한테 져요.”

“야.”

일부러 차유진의 등짝을 쳤다. 뒤에서 촬영을 관람하던 관계자들이 황급히 웃음을 참았다.

“아야! 등에 구멍 나요!”

나는 누가 봐도 호들갑을 떠는 차유진을 내버려 두고, 배세진에게 말을 걸었다.

“형 잘하시던데요.”

“뭐,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지.”

말은 그러면서도 뿌듯한 얼굴이군.

큰세진이 엄살을 부리는 차유진과 설전 같은 농담을 주고받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은 그때였다.

“…….”

나는 큰세진에게 슬쩍 턱짓했다.

큰세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잘하시네요. 형.”

“…!!”

배세진은 어깨를 보니 화들짝 놀랄 뻔한 것 같았으나, 다행히 얼굴은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았다.

“…그래. 고마워. 너도… 잘하더라.”

“하하.”

둘은 굉장히 정중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무리 카메라 앞이라 저러는 거라지만, 그래도 화가 좀 누그러든 것은 분명해 보였다.

‘둘 다 간밤에 생각이 많았나 보군.’

옆에서 흐뭇하게 그것을 지켜보던 차유진이 영어로 속닥거렸다.

“…경험담이냐?”

아무리 내가 영어회화를 속성으로 떼는 중이라지만 이놈 말 절반은 표준어가 아니라 제대로 못 알아먹겠다. 대체 한 문장에 ‘like’가 몇 번 등장하는 거냐?

…물론, 훌륭한 판단력이라는 건 나무랄 수 없겠다.

‘역시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눈치를 안 보는 거였군.’

나는 차유진의 등을 툭 쳤다.

“잘했어.”

“그럼요!”

마치 2등 세레모니처럼 적당히 주먹이나 맞대고 있자니, 이번 촬영을 무사히 넘겼다는 실감이 났다.

그리고 싸운 둘이 적당히 온화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준비도 생각보다 빨리 끝난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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